05_선물을 줘요!
차는 삐뚤하게 주차됐어. 아빠가 나 운전 못한다고, 너가 운전하면 그건 대한민국의 재앙이라면서 차 운전 못하게 했거든.
사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야.ㅎㅎ 시동을 끄자마자 경수가 나가더니 내 쪽으로 오더라고. 차 문을 열면서 물었어.
"쌤 운전 실력 어때?"
"나와요."
아주 단호박 하게 말하더라고. 큰 경수 신발때문에 행동을 크게크게 하면서 내렸지. 아, 경수 신발 없는.. 경수야?
갑자기 운전석에 탄 경수가 시동을 다시 걸어. 이게 뭔 상황이지 싶었지만 비키라는 듯 손짓하는 모습에 비켜섰어.
눈미러랑 빽미러를 조정(운전하느라 내 눈높이에 맞춰 놨었거든)한 경수가 앞뒤로 몇번 왔다갔다 하더니 완벽하게 주차를 하는 거야.
와우. 이래서 여자들이 운전잘하는 남자를 좋아하나봐.
"경수 완전 멋있다!"
나 방금 완전 애 같았지? 젠장.. 선생님이면 제발 선생님 다워야 하는데..
"그래도 운전 하면 어떡해!!"
"차를 그따위로 대 놓으면 다른 차들이 주차 못하잖아요."
....할말이 없었어. 예상 못한 크리티컬을 맞고 짜졌지. 경수가 다시 내렸어.
"이 건물이죠? 가요."
내가 말했지? 나 엘베 주온때문에 못탄다고. 근데 경수가 맨발(내가 주겠다고 사정을 해도 한사코 거절해서..)이라서 아무래도 계단은 무리가 있을 것 같았어.
버튼 눌러놓으니까 금방 오더라고. 경수랑 올라타고는 가만히 생각했어. 이건 선생과 제자로써, 제자가 너무 아야해서 데리고 온거지, 딴 거 없는 거야.
거의 합리화에 가까웠나..? 몰라. 그거 3층 올라가는 것도 무서워서 눈 감고 올라왔어. 이래서 엘레베이터는 창을 뚫어놓으면 안돼.
"여기 학교랑 되게 가깝지 않아요?"
"응! 맞아. 10분거리야.ㅎㅎ"
"근데 왜 맨날 늦어요?"
"노코멘트할게.ㅎ"
내려서 우리 집 앞에 섰어. 그리고 비밀번호를 누르려는데 갑자기 아침 생각이 나더라.
나 아침에 준면이 만나기 전에 옷 골라입느라 속옷이든 뭐든 으랴랴랴!!! 하면서 뒤엎고 왔거든. 와우, 큰일이다.
"경수야."
"네?"
"쌤한테 딱 5분만, 아니 3분만 줄 수 있니?"
"왜요? 폭탄이에요?"
"응.."
"...하, 그러든가요."
방금, 너 방금 나 한심하다 생각했지? 그치? 흛.. 존경받기는 글렀다.. 경수 앞에 가지런히 신발 벗어주고 미친듯이 빠르게 눌러서 들어가 문을 닫았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집안을 보는데, 헛웃음이 막 나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테이블에 브라가 막 올려져 있고, 빨랫감이라며 소파위에 한짐 있고,
전신거울 앞에 고민했던 옷들 막 놓여 있.. 아... 인생아...!! 그것들을 다 들어서 침대밑에 서랍있는데 거기에 쑤셔넣고 대충 집안 치운 다음 빠르게 달려가 문을 열어줬어.
복도 창문 쪽에 기대있던 경수가 나를 보더라고.
"선생님 손에요."
응? 손? 뭔가 쥐고 있는 느낌에 덜덜 떨면서 바라봤지. 다행히 끈나시더라고.ㅎㅎ
"별거 아니야.ㅎㅎ"
그래도 완전 구겨서 손에 꼭 쥐었어. 경수가 웃으면서 묻더라고.
"제대로 치운 거 맞아요? 어색해지기는 싫은데요."
"치.. 치울 것도 없었어!"
"그런 분이 5분이나 걸리나?"
내 핸드폰 홀드키를 눌러 시계를 보여주면서 말하는 경수야.
"내 폰이 왜 너한테..?"
"차에 두고 내렸잖아요."
아..! ㅎㅎㅎㅎㅎ존경은 개뿔 한심하게 보이지나 않았으면..ㅎㅎ
경수는 들어와서 신발을 벗었어. 그러나 쉽게 못 들어오더라고.
"괜찮아! 걍 들어와도 돼! 쌤밖에 안 살아."
"남이 들으면 오해사요."
양말을 벗고 들어오는 경수야. 아.. 그거 때문이었구나..? 미안해 이런 쌤이라서..ㅎ
들어온 경수는 이리저리 둘러보더라고.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냉장고를 열어보았어. 혼자 살다보니까 미니 냉장고였거든, 경수는 그게 신기했나봐.
"냉장고가 이렇게 작게 나와요?"
"혼자살고, 집도 좁으니까. 이거 인테리어 쌤이 한거다? 잘했지!?"
"이쁘네요."
"별점으로 매기자면?"
"5점."
"나머지 5점은..?"
"5점 만점에요."
이짜식.. 또 쌤을 감동 맥이다니.. 쌤은 학기 초 그 일 때문에 우리 경수는 그냥 쌈박질하고 돌아다니는 조폭인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을 첫인상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되는 거지. 경수에 대한 인식을 바로세우며 냉장고를 다시 보았어.
"김치밖에 없네요. 그 흔한 물조차 없고."
"...그러게.. 사올까?"
"아뇨 됐어요. 금방 갈거에요."
"예끼! 너 또 차끌고 갈거지?! 쌤 폰 빌려줄테니까 다른 뭐.. 형님들..? 그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가져가라고 그래."
"그럼 뭐 여기서 자라고요?"
그.. 그건 또 아닌데.. 그렇게 가면 분위기 이상해지잖아..!
"...대.. 대리 불러줄게!!"
나이스한 대처였어. 역시 난 선생님이 맞는 거지. 나 혼자 대처에 취해 만족스럽게 웃고 있다가 경수 다친게 보이고 나서야 급하게 구급상자를 찾았어.
아.. 빨랫감 넣어놓은 그 서랍 끝에 있는데.. 이런 쒯..
"경수야."
"네?"
"30초만 눈 감아볼래?"
"하.."
경수 너 나 만나고서 그 1시간 만에 한숨을 몇번이나 쉬었는지 알아..?
눈물이 나지만 애써 참으면서 서랍으로 달려가 열어서 빨랫감을 다 꺼내고 그 끝에 있던 구급상자를 꺼냈어.
다시 빨랫감을 다 집어넣은 다음에 경수를 딱 봤는데 눈이 마주치더라고.ㅎ 손에 있던 구급상자 놓쳐서 발등 아야할뻔;
"선생님도 사람이구나."
아니야ㅠㅠㅠ 아니라고ㅠㅠㅠ 오해하지 말아줘ㅠㅠㅠ 원래는 이것보다 더 심한데ㅠㅠㅠ
몰라. 이왕 이렇게 된 거 걍 살지 머. 구급상자를 내려놓고 경수를 앞에 앉혔어. 면봉에 약을 짜면서 물었지.
"어떤 녀석이 이런거야?"
"알면요? 때려주시게요?"
"...응. 아주 혼꾸녕을 낼테다."
"됐어요. 그냥, 굴렀다 쳐요."
"...속상해. 때릴 곳이 어딨다고 온몸을 다 때려놨어.."
경수는 말없이 눈만 감고 있더라고. 약간 주름진 미간에 내가 감정이 담겨 조금 세게 바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아이고야.. 미안해라..
다시 살살 발랐지. 손도, 팔도, 다리도, 무릎도. 이제 얼굴 하려고 고개를 드니까 눈이 딱 마주친거야.
"왜 그렇게 봐?"
"왜, 왜 선생님은 우리 안 무서워해요? 난 조폭과도 연관있는데."
"글쎄, 쌤은 어려서부터 너무 귀하게 자라서 조폭이 뭔지도 모르고 자랐어. 아직 그 위험성을 모르나 보다.
그리고 니가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나 해코지 할 거는 아니잖아. 그치?"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미 너가 날 보고 있는 눈이 그래. 눈 감아봐. 눈 두덩이도 바르게."
애를 어떻게 때리면 눈두덩이도 까져? 아.. 아프겠다.. 나 지금 경수의 온 상처가 내가 아픈 것 마냥 약을 바르고 있나봐..
근데 진짜 내가 다 아픈 느낌이야.. 엄마가 그랬는데 나는 감정이입이 너무 심하데. 영화볼때 특히 쩔거든. 조금이라도 슬픈 부분 나오면 울고,
조금이라도 잔인한 부분 나오면 잔인했던 부분(팔이 절단 됐다면 팔)을 감싸쥐어. 근데 이게 거의 무의식중에 일어나. 완전 몰입하거든.
지금도 그래.
"선생님?"
경수 상처에 몰입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나봐.
"아.. 아..! 아 미안! 갑자기 눈에 모기가 들어갔나봐!"
하필 모기야. 하필. 아오.. 날파리도 아니고 무슨 모기냐고.. 모기가 할 짓도 없나보다. 내 눈에 들어오고..
흐른 눈물을 닦으면서 아련해졌어.. 대처 잘한다고 혼자 취하던 애가 나였니? 잘하긴 무슨.. 하.. 한숨밖에 안나온다 진짜..
"모기향 피워요."
이 와중에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 주는 경수야. 너 이.. 이 멋진 녀석..!
"아! 저녁 안 먹었지? 으아.. 해줄게.. 딱히... 아! 라면 먹고 갈래?"
급 미간을 찡그리는 경수야. 순간 쫀 나는 조용히 찌그러져서 약 뚜껑이나 닫았어.ㅎ
역시 요즘 애들은 무서워..ㅎ
"선생님 저랑 교육 좀 할래요?"
"뭐? 지구과학?"
"아니요. 선생님 말이요. 그거 나라서 참은거지 개새끼들이었으면 벌써 달려들었어요."
"응?? 뭔 말???"
"어디서 부터 해야할지. 순수한 척이라고 믿고 싶네요."
여전히 미간을 찡그린 채 였어. 뭘, 내가 무슨 말을 했으면 순수라는 말이 나오는 거야..?
나를 뚫어지게 보던 경수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어.
"하긴, 나를 여기 데려온 것 부터가. 아 됐어요. 대리나 불러주세요."
"그치만..! 너 밥 안먹었잖아.. 거기서 밥 먹으면 얹힐 것 같던데..
완전 조폭들처럼 말투도 막 괜찮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조폭 맞아요."
아.. 말실수 했다. 아이 멍청아. 아오..! 준면이가 괜히 그 소리한게 아니야..ㅠㅠㅠ난 미련하고 바보 멍충이야ㅠㅠㅠㅠㅠ
"그.. 그렇지..ㅎㅎ 그래서 라면 먹겠다고?"
"아.. 답답하다."
"왜?? 물 줄까? 아, 물 없지.. 사올게! 조금만 기다려!!"
"내 어딜 믿고 나가겠다는 거예요. 내가 선생님 돈 다 털어서 나가면 어떡하게요?"
"너네집 또 쳐들어갈거예요. 난 너 믿으니까 기다려. 요 앞이라 금방 다녀올 수 있어!"
어두운 창문 밖을 확인하고 겉옷을 입으려고 봤는데 그것도 서랍에 넣어두었나봐.ㅎ
나 왜 사는 걸까?
"경수야, 10초만 눈 감아봐."
"이미 다 봤으니까 그냥 꺼내세요."
"응!ㅎㅎ"
신나게 겉옷을 꺼냈어. 너무 구겨져서 못입겠다.. 경수 가면 하루종일 다림질이나 해야겠다..
아유.. 인생아.. 걍 다시 집어 넣고 일어섰어. 무릎에서 뼛소리나... 아.. 늙은 티 내지 말라구 무릎아..
"펭귄 붙여요."
"...아니야. 나 되게 건강해.."
애써 부정을 하고 나가기 위해 신발을 신었어. 아. 지갑. 신발 이미 신었는데..
"경수야 거기 가방에서 지갑 좀 꺼내서 던져줄래?"
소파위에 있던 가방을 뒤적이던 경수가 지갑을 꺼내서 가져왔어.
"다녀와요."
와, 이런생각하면 안되는거 나도 아는데. 백현이 말에 뭔가 공감이 가.
존댓말이 뭔가 사람 나쁜 마음을 먹게 하는데... 미안.ㅎ 고멘! 이렇게 보니까 나 진짜 선생 자격 없는듯..
그렇게 배우면 뭐하니.. 남은게 없는데..☆ 나에게 남은 것은 행성과 지구..?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서 고민했어. 그래서 경수가 라면을 먹겠다고..?
왜 대답이 없던거지..? 이게 뭐.. 다른 뜻이라도 있나..? 고민하다가 라면 대신에 짜파게티샀엉.ㅎ
짜파게티도 라면인가..? 헐?! 라면이네?! 짜장라면이라고 하잖아..! 아 몰라, 이미 계산했어..
그래도 제자가 왔다고 나름 고민해서 메뉴도 고르고 음료랑 물도 계산해서 신나게 올라갔어.
2칸씩 올라가는 난 신세대야. 아직 젊어. 그러나 3층에 다다르니까 숨이 차더라. 말이 되는 체력이야?
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갔어. 누워있던 경수가 벌떡 일어나 앉더라고.
"오셨어요?"
잠시 멍하던 경수가 일어나서 다가왔어.
"..안 아파? 그냥 앉아 있어."
"앉아 있는게 더 아파요. 도와드릴게요."
짜파게티를 꺼내면서 짜잔 하는데 동시에 내 폰이 울렸어. 소파위에 놓여 있던 폰을 보니까 백현인거야.
또 모르는게 생긴건가 싶어서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
-집 주소 불러 빨리. 그 새끼가 어떤 새끼인 줄 알고 단 둘이 집에 있어? 미쳤어?!
좀 흥분한 말투였어. 평소에 나한테 이렇게까지 언성을 높이는 애가 아니라서, 당황해서 말이 안 나오는거야.
그게 또 백현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나봐.
-여보세요? 쌤? 내 말 들려? 대답 해봐. 무슨 일있어?!
"어? 아냐아냐. 별 일 없어. 갑자기 왜 이래, 무섭게.."
-무서운 거고 뭐고 당장 도경수 내쫒아. 쌤은 무슨 생각인거야 대체..!
-여보세요? 쌤? 지금 도경수랑 같이 있으신 거에요? 경수 많이 다쳤어요?
준면이 목소리야. 고개를 끄덕이다가 전화인 것을 깨닫고 응. 이라 대답했어.
그러다 문득 경수를 보았는데 식탁에 기대서 날 보고 있는 거야. 근데 아까랑은 뭔가 달랐어. 아무 표정이 없다고 할까?
그게 조금 무서운거야. 이제서야 좀, 겁이 났어. 조폭이, 괜히 조폭인게 아닐거란 말이지.
"아, 경수.. 경수 많이 다쳤어. 안 다친 곳이 없어 지금..."
반동을 이용해 몸을 바로 세운 경수가 나한테 다가왔어. 불과 몇 걸음일뿐인데 길게 느껴지도록 사고가 멈췄었어.
겁을 먹고 잔뜩 움츠러 드는데 경수는 내 폰이 목적인듯 폰만 빼가더라고.
"나야 도경수."
-야 시발 이따위로 할꺼냐?!!! 당장 안나와?!!!!!
"왜 니가 그래. 짜증나게 하지마라."
-그럼 내가 그러지 여기 멍청한 김준면 새끼가 그러겠냐?!!! 그 집에서 나오라고!!!
왜 니가 거길 가냐고!!!!!!
핸드폰 스피커 찢어지게 소리치는 백현이에 의해 경수는 귀에서 핸드폰을 땠어. 곧 가만히 화면을 쳐다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끊기를 누르더라고.
"진짜 시끄럽네요. 그쵸?"
"어? 어."
"오바하는게 특기잖아요. 신경끄세요."
"신경.. 아..! 그 반성문 그거 뭐야??"
"학기 초 반성문이요. 제 마음 그대로 담은 거였는데, 아무튼 다시는 집에 오지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진심 같았어. 그렇다고 널 팽개쳐 놓기엔 내가 너의 담임이잖아.
언제 부터 이렇게 교사로서의 사명감에 휩싸였는지 모르겠는데 비밀많은 이 아이들 때문인 것 같아.
난 고개만 저었어.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경수가 한숨을 쉬더라고.
"난 담임이잖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 경수야."
"그래서 드리는 부탁이었어요. 담임선생님인 선생님이 위험하니까.
나 다치는 건 괜찮아요. 이까짓거 더 맞을 수 있어요. 근데 선생님은 아니잖아요. 많이 다칠지도 몰라요."
하려던 말이 들어갔어. 반박하려고 했는데 경수의 표정이 울 것 같았거든.
난 어쩔 수 없이 고개만 끄덕였어. 이것도 뭔가가 있는 걸까..?
경수가 집에 갔어. 짜파게티도 먹였고 음료수도 손에 쥐어 주었고 대리도 불러 줬어. 대리비도 쥐어 줬고 대리기사가 운전하고 가는 것까지 봤어.
근데 왜 나의 불안함은 가시질 않을까..? 다림질을 하며 나를 다스리려 했거든? 근데, 도저히 다스려지지 않아. 오히려 나 멍때리다 데일 것 같아.
다리미를 꺼놓고 소파로 굴러가 누웠어. 어째서, 거의 남같은 나를 위해 그렇게 진실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걸까?
또 핸드폰이 울려. 테이블에 있던 핸드폰에 손을 뻗어 집어서 번호를 보았어. 아, 세훈이다.
"여보세요?"
-경수 갔어여?
"응. 아까 갔지. 왜?"
-경수네 집에 갔던 거예여 쌤?
"응."
-함부로 가지마여. 위험해여. 우리도 위험해서 안 가는 곳들 중 하나가 거기예여.
"위험해서 안 가는 곳들 중 하나? 다른 곳은?"
-비밀이여. 갔으면 됐어여. 안녕히주무세여.
"어? 아.. 응. 너도 잘자고 좋은 꿈 꿔."
-쌤은 제 꿈 꾸세요. 꿈에서 좋은 일 하자.
통화가 끊어졌어. 하여간 못하는 말이 없어. 그나저나 그렇게 위험한 곳이였어?
수요일이야. 아이들의 2학년 첫 시험날이기도 하지.
선생님들은 평소보다 일찍와서 감독하기 위한 회의를 조금 하고 화이팅도 하고 시간되면 시험지를 받아서 반으로 들어가.
나는 우리반에 배정이 절대 안 되고, 그래서 조례시간이나 종례시간 아니면 우리반 아이들을 볼 수가 없지.
그러므로 조례시간.
"우와! 첫 시험이다! 잘 봐 얘들아. 오늘 문학이랑 생과지? 화이팅해!!"
"쌤."
"응?"
"오랜만인것 같은데 할말없어?"
"종인이 시험 잘봐.ㅎㅎ"
종인이에게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해줬어. 아이들을 둘러보는데 그때 그 아이는 나를 보지도 않고 1교시인 문학을 공부하고 있더라고. 마음이 좋지 못했어.
그냥 그 아이를 바라보다가 나와서 교무실로 왔어. 책상에 얹어져 있던 시험지를 가지고 내가 맡은 반에 들어갔지.
"컴싸 다 있지? 10분 딱 되면 책상 서랍 말고 사물함 위나 의자 아래로 다 숨겨!"
"네에!"
나는 재적이랑 지각, 결석한 아이들 수를 쓰고 나눠줄 준비를 했어.
그때 앞에 앉아 있던 한 아이가 묻더라고.
"지과쌤. 쌤네 반에 유명한 애들 있잖아요."
"응? 아, 응."
"걔네들이랑 쌤이랑 썸 탄다는 거 사실이에요? 아, 이거 진짜 순수한 마음에서 물어보는 거예요! 로망이잖아요!"
정말 순수한 물음같아 보였어. 근데 내 입장에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물음이기도 했지.
"썸은 무슨, 그런거 아니야아."
"아.. 아쉽다.. 로망이었는데.. 쌤은 그럼 걔네들한테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거예요?"
"관심은 있지! 근데 이게 사랑이 아니라 애정인거지. 제자에 대한 애정."
"실망이다.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종인아?? 너 왜 여깄어? 2분 남았는데.."
"컴싸 빌리러. 나 컴싸 하나만."
어이구야... 하려던 말도 들어가게 만드는 종인이의 그 행동에 진짜.. 어이가 없더라고.
내가 가져왔던 컴싸를 건네주니까 그것을 받아드는 종인이야. 종인이는 곧 내 앞에 있던, 썸타는 거냐고 물었던 아이에게 말했어.
"그딴 거 묻지마. 당황하잖아. 그리고 썸이 아니라 짝사랑이야. 쌤 나 간다. 아, 쌤은 다리 안아파? 앉아서 감독보면 안 되는 거야?"
"어? 어.. 안 되지. 아 빨리 시험보러가. 곧 종쳐."
"응."
종인이가 나가고 난 문을 닫기 위해 문 쪽으로 갔어. 근데 종인이가 아직 안 갔더라고.
그래서 물었지.
"무슨 할말 있어 종인아?"
"나랑 오늘 상담하자."
"응? 아, 그래."
"끝나고 먼저 가 있을게. 할 거 하고 와."
할 말 딱 하고 드디어 반에 가더라고. 가는 길에 종이 쳤지만 절대 뛰지 않는 여유로움이 있는 아이야, 종인이는..
제발.. 종치면 빨리 가란말이야..
감독을 시작했어. 같이 온 감독선생님은 나랑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분이셨지.
눈 마주치면 웃는 정도? 그 어색함을 말로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아이들이나 구경했어.
앞에서 보면 되게 웃긴거 알아? 고민하고 있는게 다보여ㅋㅋㅋㅋ 모르는 문제 나오잖아. 멈칫하고 동공지진 나는 것도 다보여서 너무 귀여웤ㅋㅋㅋ
그 모습을 보다보니까 종이 치더라고. 뒤에서 걷어온 시험지를 잘 정리하고 봉투에 넣어서 교무실로 갔어.
가는길에 누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는 거야. 안봐도 훤해.
"박찬열. 쌤이 어깨에 올리지 말라고 했지."
"와, 나 보지도 않고 아네요? 냄새나나?"
팔을 내 어깨에서 치우면서 코로 가져가 킁킁 냄새를 맡아봐. 아무 냄새도 안나겠지.. 난 나한테 팔 올리는 건 너밖에 없어서 그런거니까.
"교무실 출입금지야. 뭐 물어볼 거 있어?"
"네. 쌤 이 문제요. 나 이해 좀 시켜줘요."
"...어? 다음 시간 생과잖아. 아침에 말해줬는데..?"
"지금 생과가 중요해요? 쌤은 지과 쌤인데? 빨리 이거 알려줘요."
"아 싫어. 생과 공부해. 하나라도 더 맞아. 응?"
미간을 찌뿌리는 찬열이야. 그 모습에 또 쫄았지. 그러나 찬열이는 곧 해사하게 웃으며 말했어.
"쌤은 내가 생과를 지과보다 더 잘 봤으면 좋겠어요?"
"어? 이왕이면 다 잘보면 좋지..."
"에이, 아닐텐데. 어짜피 다음 시간 자습 시간이라 그 시간에 공부하면 되잖아요. 이거 하나만 알려줘요."
"알았어.. 봐봐."
내가 학습지를 다 외울 정도로 봤어. 그래야 잘 설명하고 잘 교육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문제 읽지도 않고 설명을 했거든? 그게 찬열이는 신기했나봐.
"쌤, 쩐다. 못하는 게 뭐에요?"
"사실, 쌤은 문학을 못해.."
"솔직하고 좋네. 그럼 전 가볼게요!"
"이해 다 된거야?"
"네. 워낙 설명을 잘해주셔서."
이쁘게 웃더니 손을 흔들고 갔어. 정말.. 뭐라 해야할지.. 이걸 좋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나쁘다고 해야할까..?
내 과목이라 열심히 하는 것은 좋다만.. 그래.. 좋은거겠지..
종례시간이야. 준면이가 들어오더라고. 반 키 꽂혀 있는 곳에 선생님들이 답안지 넣어놨거든. 그거 가지러 왔나봐. 말했나? 준면이가 반장이라고?ㅎ
"준면아!"
"네?"
"고생이 많네. 이거 먹을래?"
"네."
내 간식서랍에서 초콜릿하나 꺼내서 건네줬어. 가만히 보더니 감사하다 인사하고 나가더라고.
옆 선생님은 준면이도 착하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저는.. 선생님이 이해가 안됩니다..☆
반에 들어갔어. 답안지로 답 맞추고 있더라고. 준면이가 답을 불러주고 있었어.
"11번에 2. 12번에 3. 13번에 3. 14번에 3. 15번에 3. 16번에 1."
우리반은 신기하게 되게 조용해. 원래 다른 반은 아 왜 3번이 저렇게 많아!! 야 12번에 뭐라고?
막 이런말들이 나와야 하는데 진짜진짜 조용하게 답만 딱 부르고 끝나. 그래서 엄청 빠르게 답을 불러준 준면이는 자리로 돌아갔어.
"이거 찍어서 단톡방에 올려줄래? 채점 이상하다 싶으면 그거 보고 채점 하고, 종례는 딱히 없어.
내일은 자습하고 수학하고 가네? 일찍 끝나서 좋겠다 얘들아.ㅎㅎ"
"네에!!"
"그래. 종례 끝. 시험기간에는 쌤이 청소할테니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점수 받아야 돼!!"
"네에에ㅔ!!!!"
이럴때만 더 우렁차게 대답하지? 하여간.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더라고. 웃다가 해산! 이라 말하니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
근데 그 아이들은 남아 있었어.
"안가고 뭐해?"
"...왜 청소를 쌤이 해요? 쌤 특권이잖아. 학생들한테 청소 시키는 거."
"에이, 그게 무슨 특권이야, 아니야 백현아. 아! 종인이는 상담실 가있어. 쌤이 교무실 들렸다가 바로 갈게."
"청소한다며."
"너 상담 끝내고 청소하고 업무 하고 집 가야지!"
"...미련해가지곤."
"아 왜 또 그래.. 저번에 준면이한테 그 소리 듣고 내가 얼마나 자책을 했는지 알아?"
"뭘 그런걸로 자책을 하고 그래요. 장난이었는데."
"몰라, 내가 보기에도 나 좀 미련하고 멍청한 거 같아.."
"아 그 소리할꺼면 집어 쳐. 가 있을 테니까 빨리와."
"응? 응..."
집어치우고 교무실로 향했어. 쥬륵.. 너무행..
출석부를 내려놓고 종인이 줄 간식을 챙겼어. 무슨 초콜릿을 좋아할까나.. 물론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거 챙기지.
교무실 냉장고도 털어서 내 바나나우유를 챙겨갔지.ㅎ 아! 가장 중요한 종인이 자기소개서도 챙겼어!
상담실에 들어가니까 가만히 앉아있더라고. 다른 애들마냥 핸드폰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다가
내가 다 들어오고 나서야 나를 보았어.
"일찍왔네?"
"응! 급하게 왔거든! 짜잔. 이거 먹어."
초콜릿이랑 바나나우유를 건네주니까 받더라고. 바로 까먹지는 않고 그 앞에 내려만 놓는 종인이야. 초콜릿 싫어하나..? 바나나우유도 싫어하나..? 다양하게 가져올걸..
나도 자기소개서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어. 자리에 앉고 있는데 종인이가 자기 자기소개서를 가져가서 읽어보더라?
"너가 학기 초에 낸건데..?"
"알아. 기억이 안나서."
"아, 그래?"
"근데 쌤은 왜 다른 거 안 적어놔? 새로 알게 된 거. 다른 쌤들은 다 적어놓던데."
"아, 그건 다른 파일에 있어!"
"그건 어딨는데?"
"집에! 쌤만 볼거지이."
"애야?"
....쥬륵. 하도 들어서 익숙해진 내가 밉다..☆ 그냥 종인이가 들고 있던 자기소개서를 빼와서
앞에 놓고 종인이를 보았어. 나는 보지도 않고 계속 자기소개서만 보더라고.
"종인아."
"어?"
"우리 종인이는 언제쯤 존댓말을 할까..?"
"내가 언제 존댓말 한 적 있어?"
"...제발.. 한번만이라도 해주면 안돼?"
"응."
"내가.. 어려보여서 그래? 하는 짓들이 막, 어려보여서?"
"아니. 이유없어. 이게 익숙해."
"다른 선생님들께도 이러니?"
"가끔."
"왜 나는...?"
"아 됐어. 그거 말고 다른 거 말해."
역시 종인이는 무서워.. 금방 쫄아서 다른 거를 물어보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살폈어. 아. 춤.
"금요일날 대회는 잘 하고 왔어?"
"응. 은상탔어."
"응?? 왜??"
"뭐가?"
"금상이지! 왜 은상을 줬데??"
"지각했거든."
.....그래. 너라면 충분한 이유야. 정말, 너무 충분한 이유라서 할말도 없다..
"이번주 토요일날 또 대회있지?"
"그 스케줄표 좀 버리면 안돼?"
"응. 안돼. 종대가 준 소중한 데이타야. 됐고, 그때는 꼭 1등해야 돼!"
"응."
"지각하지 말고!!"
"응."
"네 라고 한번만.."
"응."
젠장. 그만뒀어. 그리고.. 또 할 말 없나..? 자기소개서를 살피고 있는데 종인이가 나를 불러.
"쌤."
"어?"
"쌤 애들 좋아해?"
"애? 아기? 응! 쌤 완전 좋아해!!"
"아, 그래?"
"왜?"
"미래 아내가 될 사람이니까. 난 축구단을 꾸릴거거든. 난 준비가 돼 있으니까 쌤만 되면 돼."
"...헛소리 하지마라."
"왜? 뭐가 헛소리야? 12명 만들거야."
"응? 11명이잖아."
"감독도 넣어. 아 그럴거면 코치도 넣자. 13명."
....넌 정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오더라. 아이고야.. 인생아...
"긍정인거야? 난 당장 할 수 있어."
"응 종인아 헛소리는 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언젠간 성공할꺼야."
다짐에 가득찬 종인이야. 제발.. 그런걸로 눈 반짝이지 말라고오..
하.. 내가 뭘 잘못한거니 얘들아..? 왜 하나같이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고..ㅠㅠㅠㅠㅠㅠ
"상담 끝."
"응? 이게 끝이야? 아니 그리고 그걸 왜 너가 정해..?"
"내가 하자고 했으니까."
"그런게 어딨어.. 난 종인이랑 더 말하고 싶단 말이야아.."
"됐고 토요일날 일 없으면 내 공연이나 보러와."
"그래!! 꼭 갈게!! 근데.. 그런데 가려면 응원봉 같은 거 사가야돼?"
"봉말고."
"그럼 뭐?"
"혼인신고서에 도장 찍어와. 그게 룰이야."
겁나 진지하게 말하더니 웃지도 않고 나가. 다시 들어오더니 초콜릿이랑 바나나우유 가지고 나가더라. 다행이다.. 좋아했나봐.
근데 진짜로 요즘은 다 그런거야..? 진짜 혼인신고서가 응원도구고 막 그래..?
상담실 정리 좀 하고 교무실로 돌아가서 자기소개서 놓고 청소를 위해 다시 교실로 돌아왔어.
근데.. 진짜 놀랍게 다 청소되어 있더라? 엄청 깨끗하고 줄도 가지런히 맞혀있어. 너무 놀라서 가만히 바라보는데 교탁에 뭐가 있는 거야.
교탁을 꽉 채우는 크기의 상자였는데 내꺼인 듯 윗면에 내 이름이 적혀있었어. 뚜껑을 열자마자 눈물 터질뻔한거 알아?
왜 저번에 경수네 집에 갔다가 구두 걸걸이가 태워먹었잖아. 그 구두랑 비슷한 모양의 구두가 있는거야..
그리고 옆에 잘 접어진 a4용지가 있었어. 펼쳐 보니까 편지? 쪽지? 인거야. 눈물나게도 경수 글씨체야..
선생님 물 사러 나갔을때 신발장 뒤져서 치수만 쟀어요.
딴 건 안 거드렸으니까 걱정말아요. 맞을지는 모르겠는데 죄송해서요.
(Feat. 돈 협찬 김준면)
ps. 청소 애들이랑 같이 했으니까 그냥 집 가요
아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누가 우리애들 나쁘데ㅠㅠㅠㅠㅠㅠㅠ어떤 삐리리가 우리애들 나쁜애라고 그랬어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착하고 이쁜애들인데ㅠㅠㅠㅠㅠㅠ 나도 모르게 막 눈물이 나는거야ㅠㅠㅠㅠ 와중에 협찬 밝힌 준면이도 귀엽고ㅠㅠㅠㅠㅠ
내가 진짜ㅠㅠㅠㅠㅠ이 맛에 교사하는 거라고 뼈저리게 느끼면서 구두를 신어 보았어. 심지어 딱맞아ㅠㅠㅠㅠㅠㅠ
오늘 신고갈꺼야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야ㅠㅠㅠㅠㅠㅠ아까워서 어떻게 신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간신히 추스리고 구두를 벗어서 다시 상자에 넣었어. 편지는 고대로 다시 접어서 손에 꼭 쥐고 교무실로 갔지.
편지는 내 지갑에 잘 넣어놓고 상자는 옆에 잘 올려놓고 업무 볼 거 없는 거 확인하고 신고왔던 신발을 신었어.
아무래도 이거 신기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볼때마다 감동의 눈물이 날 것 같거든.
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게 퇴근할 수 있었어. 그리고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지.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쑥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서 더 즐겁게 집에 갈 수 있었어.
[전 안했어요 애들이 한거지]민석이
[돈 협찬 봤죠? 앞으로 생색 낼거니까 조심해요]준면이
[그거 신고 시집와 물론 내가 산 건 아니지만]백현이
[청소가 뭐 대수라고(뿌듯)]찬열이
[괜찮아요! 조심히 집 들어가세요!!♥]종대
[다시는 우리 버릴 생각 마요 그거 뇌물이니까 그만 두거나 하지도 마요 떠나지 마요]경수
[나한테는 왜 보낸거야 한 거 없구만 보고 느끼라는 거야?]종인이
[그럼 야자 7주일간 빼주는 건가여?]세훈이
7주일은.. 약 2달이니 세훈아..? 1주일아니고...? 확실해...?
세훈이는.. |
1주일을 잘 못 말한 거라 합니다..☆멍충아....★ 오, 근데 오늘 분량 장난 아니죠? 유후★
아 그거 아세요? 저 생각해보니까 내일이면 글잡에서 글 쓴지 딱 1년 되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룰루★ㅋㅋㅋㅋㅋㅋㅋㅋ
놰사랑 암호닉!♥(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죽지마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뭉이/도비/곰탱이/하트./삼디다스/바닐라라떼 허니/타오네엄마/똥강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