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금연을 해요!
밤에 세훈이랑 그렇게 헤어지고 뭔가 되게 꽁기한거야.
그래서 사과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세훈이 번호로 문자를 보냈었거든?
대충 [세훈아 쌤이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약 꼭 바르고 내일 웃으면서 봤으면 좋겠어ㅠㅠ]
라고 보냈던 것 같아.
하도 답장이 안오길래 새벽 2시까지 기다리다가 잠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훈이 답장부터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찾았지.
머리맡에 있던 핸드폰을 키니까 문자가 2통이나 와있는 거야! 신나서 들어가니까 하나는 스팸이고 다른 하나도 스팸...인 줄 알았는데 세훈이 같았어.
[별일 아니었어요. 내일 웃으면서 봐요]
모르는 번호라서 스팸인 줄 알았는데 완전 다행이지?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아주아주 신나는 마음으로 준비했어!ㅎㅎ
아아.. 출근길은 역시 너무 힘들어. 그나마 자취하는 곳이 가까워서 다행이야. 10분거리의 위엄☆
그래도 난 선생님이니까 넉넉하게 30분 전에 출발을 하지.ㅎ
교문을 지나치면서 지도하고 계시는 김선생님께 인사를 드렸어.
"안녕하세요!"
"일찍 오시네요?"
"에이, 김선생님보단 아니죠. 아.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아침에 먹을려고 챙겨두었던 바나나 우유를 건네드렸어. 내 항아리.. 슬프지만 드세요..
"쌤! 날 위해 뭘 이런걸 다. 뭐요? 왜요?"
찬열이가 내 바나나 우유를 인터셉트하더니 김선생님을 보며 눈을 부라리는 거야.
"쓰읍! 너꺼 아니야. 넌 내가 하나 사줄테니까 그거 선생님 드려 빨리."
"아 왜요. 난 이거 먹고 싶단 말이에요."
"2개 사줄게!"
"아 싫어요 싫어요. 아 난 모르는 일이야. 이거 먹어도 되죠?"
기어이 김선생님께 반협박이 담긴 허락을 맡더니 신나서 앞서가는 찬열이야.
사과는 내 몫이구나..
"죄송해요.."
"아니에요. 왜 그걸 막내선생님이 사과해요."
김선생님은 좋으신분이야...♥ 아직 학교는 다닐만 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기서 기다리고 있던 찬열이에게로 뛰어갔지.
"나 기다린 거야 찬열아?"
"쌤 도끼병이 너무 심한데요? 야 변백현!! 빨리와 새끼야!!!! 나 백현이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렇구나. 하하. 교실에서 보자. 하하핳"
"아 뭐 또 장난인데 상처받은 눈빛이에요. 같이가요. 나 쌤 기다리던 거 맞아요."
또 어깨에 팔을 두르는 찬열이야. 너 이놈을 그냥..! 한마디 하려는데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들렸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찬열이가 머리를 쥐고 있는거야. 뭔일이지 싶어 그 뒤를 보았지.
주임선생님...!
"안녕하세요!"
"우리 막내 선생. 학생이 이러면 말려야죠."
"네? 아.. 네.. 그렇죠."
"이러면 애들 버릇 나빠져요."
"네.. 죄송합니다.."
"내가 올린 건데 왜 쌤이 사과해요? 내가 잘못한거니까 나 혼내."
주임선생님께 눈 똑바로 뜨고 대드는 찬열이에 내가 다 놀라서 찬열이 앞에 서면서 말했어.
"제 잘못이예요! 제가 제대로 교육했어야 하는건데! 제가 제대로 하겠습니다 주임선생님!"
"...부탁해요."
"네! 조심히 가세요!"
고개를 꾸벅 숙이다가 찬열이 팔을 잡아 내렸어. 같이 숙여지게 되었지.ㅎㅎ
"인사하니까 멋있네 우리 찬열이."
찬열이를 칭찬하고 앞서 들어갔어. 나 아까 괜히 울뻔한 거 알아?
나 저번화에 백현이가 말했듯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서 좋은것만 보고 듣고 자라왔단 말이야.
근데 꾸지람을 들으니까 괜히 막 울컥울컥 하는거야. 근데 막 찬열이가 그런 나 대신에 혼나겠다고 하니까 더 울컥하는거있지..
그래도 다행이야. 찬열이한테 울뻔한 거 안들켰어!ㅎ
"먼저 교실 가있어 찬열아. 교무실 들렸다가 갈게."
"네. 또 주임이 혼내면 말해요. 내가 더 혼내줄게요."
"아 맞다."
"왜요? 할말있어요?"
찬열이 너 담배.. 아 그건 오늘 상담으로 해야겠다 싶어서 찬열이에게 말했어.
"오늘 수업 다 끝나고 나랑 상담하자 찬열아."
"아? 아.. 알았어요."
뭔가 깨달은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쪽으로 향하는 찬열이야.
고등학생치곤 되게 큰 키인데 교복을 입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여려보이나봐.
이게 미성년자 효과인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교무실로 들어갔어. 내 의자에 누가 앉아있더라고.
누구겠어. 우리반 그 아이들 중 하나겠지.
"어? 왜 이렇게 늦게 와요 쌤?"
종대였어. 조금 예상치 못한 인물이라 당황 좀 하다가 정신차리고 대답했지.
"찬열이랑 같이 오느라. 무슨일이야 종대야?"
"네? 아 오늘 종인이 급한 대회가 있어서 못 온다고 미리 말씀드리려구요.
일찍 올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늦어져서 걱정중이었어요."
감동..♥ 겁나 감동적이지 않아..? 이런 맛에 교사를 하는 구나를 절실히 느꼈어.
"미안미안. 종대 기다리는 줄 알았으면 일찍 오는 건데. 대신 이거 줄게."
내 개인서랍에 내가 좋아하는 간식들 잔뜩 넣어뒀거든. 우울할때마다 까먹게.ㅎㅎ
그거 한주먹 집어서 종대에게 줬어.
"이거 선생님이 우울할때마다 먹는건데, 종대도 우울할때마다 먹어.ㅎㅎ"
"..감사해요. 잘 먹겠습니다."
고개를 꾸벅숙이고 반으로 돌아가는 종대야. 그나마 종대가 착해서 다행이야.
종대마저도 그랬으면 난 진짜.. 어후..
자리에 앉아서 조례때 줄 가정통신문을 준비했어. 이거랑 이거. 할 말도 있던거 같은데..
머리를 꽁꽁 쥐어싸고 생각을 해내기 위해 별 난리를 다 치고 있는데 옆자리 쌤이 의자타고 붕 미끄러져왔어.
"막내선생."
"네?"
"종대가 말이에요.."
"네."
"쌤한테는 되게 착하네?"
"네? 종대.. 원래 착한데.."
"에이 그 반 애들 중에 착한 애들 없어요. 도경수든 김민석이든 다.
아 뭐 도경수는 유명하고 김민석도 유명하니까."
멘붕. 지금 딱 멘붕이야. 우리 착한 종대도 다른 애들과 같단 말이에요..?!
내 뒤에 앉아 있던 쌤도 의자타고 미끄러져오며 말해줬어.
"자는 애들이 예쁜 거잖아요 그 반은."
"자요..?"
"에이 또 담임이라고 잘 하나보네. 에휴.. 그 반은 들어가면 숨이 막혀요."
"맞아. 애들 기에 눌려서 지고 들어간다니까요?"
두 선생님은 통하는 듯 이것저것 말씀하셨어.
저는 다 처음 듣는 이야기 입니다만..? 저는 통하는게 하나도 없지 말입니다..?
나만 안통하나봐. 아예 교무실 전체가 우리반에 대해서 말하더라니까?
"근데 왜 막내선생은 말이 없어?"
"저는.. 저에게는 그런적이 없어서.."
"선생님들. 조례시간인데 뭐 하십니까?"
주임선생님의 말씀에 시계를 보니 5분이나 지났더라고.
깜짝 놀라서 가정통신문을 챙겨 교실로 뛰었어.
문을 열고 들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아이들은 이것도 놓치기 싫나봐.
"쌤 야해요!!!"
"개소리야. 쌤 지각했으니까 나 야자 빼줘요."
"그게, 왜 그렇게 되는 지 선생님은 잘 모르겠네? 이거 가정통신문이야.
그나저나 오늘은 못 온다는 종인이 빼고 다왔네? 웬일이야, 완전 좋아!ㅎㅎ"
가정통신문 2개를 나눠주고 하고 싶었던 말들이 생각나서 급하게 말했어.
"우리 4일날 재량휴업일이야!!"
"와!!!!"
"토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안나와도 되는 거야. 알았지?"
"네!!!!"
쉬는 날 좋다아!! 아 시험!!
"시험 다음주 수요일인 거 알지?!! 연휴 끝나면 바로 시험이니까 연휴라고 놀지만 말고!"
"아아아!!!"
"오늘 선생님 시간에 문제 몇 개 찝어줄 거니까 자면 안돼!"
"오!!!!"
반응이 무슨 방청객이야.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와 조금 웃다가 시계를 확인하고 조례끝! 이라고 말하며 교실을 나왔어.
오늘 1교시는 없으니까 조금 쉬면서 느긋하게 수업 준비해야지.
교무실에 도착해 커피를 타면서 룰루랄라 했어.
이게 바로 여유로움이지. 역시 금요일은 좋아. 뭘 하든 다 용서가 되잖아?ㅎㅎ
"아 막내선생님!"
"네?"
고개를 돌려보았어. 이 분은 최선생님이라고 이제 교사생활 3년차에 접어들었데.
근데 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학교는 교사들도 옷에 대한 규정이 좀 있거든? 우리 학교가 특별히 좀 심한 편 같아.
여선생님 같은 경우엔 가슴골이 보이면 안되고, 너무 딱 달라붙는 옷들도 안돼. 스키니도 안되고, 짧은 치마도 안돼. 여기서 짧은 치마는 무릎 위 15cm야.
근데 이 최선생님이 딱 규정에 맞게 입고와. 오늘도 아슬하게 가슴골 안보이고, 치마도 좀 짧아보이는데 15cm위는 아닌 것 같고..
무튼 마음에 안 들어.
"오늘 나 대신 야자 감독좀 해줄래? 정말 미안해. 근데 내가 급한 약속이 생겨서.."
자기 4번째 손가락의 반지를 가리키면서 말하는 거야. 그럼 지 남친 만나느라고 나한테 야자감독하라는 거지?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네.."
응.. 난 그닥 힘이 없어. 왜냐면 난 막내선생이거든..★
"고마워 막내 선생! 집에 비싼 초콜릿 있거든? 난 단 거 안먹으니까 그거 쌤 가져다 줄게!"
신나서 나가는 최선생님이야. 비싼 초콜릿 맛있겠다.. 처음으로 최선생님이 호감이 되었지만 야자 감독 하기는 너어어무 싫어..
교무실 한켠에 있는 화이트 보드 판에 그 주 야자감독 적혀 있거든.
최선생님 이름을 지우고 내 이름을 적었어. 왜.. 이렇게 기분이 꿀꿀하지..?
초콜릿을 까먹으려 자리로 가다가 급 커피가 생각나 커피포트로 갔어. 어디갔지..?
"막내 선생 이거 찾아?"
"네? 아.. 네."
"미안.. 난 또 나 주려고 탄 줄 알았지."
"아니에요! 드세요!"
애써 체육 쌤께 웃어드리고 그냥 자리에 앉아서 초콜릿이나 까먹었어.
인생은 너무 쓰다.. 근데 초콜릿은 달다..♥
우리반 수업에 들어갔어. 5교시인데.. 알다시피 5교시는 식곤증이 쩌는 시간대지.
그걸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도 아는 거라 딱히 자는 애들을 깨우지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문제 찝어줄 때 깨우기 시작했어.
"얘들아 문제 찝어 줄테니까 일어나자!"
꿈적도 안하더라고.. 다시 깨우기위해 뭐라하려는데,
"일어나!!!! 개새끼들아!!!!"
"일어나라잖아 썅!!!!"
"왜 너희들이 그렇게 말해!"
백현이랑 찬열이가 고래고래 나쁜 말로 소리를 질러. 놀라서 뭐라 그러니까 되려 나한테 뭐라 하는거 있지?
"쌤 위해서 이러는 건데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아 몰라. 이제 쌤이 알아서 해요."
근데 이미 애들이 다 일어났더라고.ㅎㅎ
"고마워 백현아, 찬열아.ㅎㅎ"
"왜 변백현이 먼저에요?"
"몰라서 묻냐? 넌 나 보다 루져니까."
"뭐래 땅꼬마새끼가. 아랫공기는 평안하냐?"
"니가 뭔데 아랫공기 안부를 묻냐? 윗공기는 안 부족하냐?"
"나무가 니보단 커서 윗공기는 풍부한데 아랫공기가 걱정된다?"
"야 씨발 오늘 니죽고 나죽자."
"오냐 그래. 오늘 김종인도 없어서 존나 우울한데 니나 죽이자."
"얘들아. 시험 문제 찝어 줄테니까 좀 앉을까?"
중재를 시작하니까 서로를 노려보더니 앉더라고. 하.. 인생쓰다 진짜..
"지구계 순환알지? 그 그림 잘 외워야 돼. 그리고 판 구조론, 풍화작용, 대기대순환과 해류!
여기서 서술형 출제하기로 했으니까 자세히 잘 외워! 뭐라도 쓰면 부분점수 있으니까. 알았지?"
"네!!"
"학습지에 문제들 있지? 그거 잘 봐야 돼. 유사한 문제도 많이 나오니까.
그럼 질문 있는 사람?"
"그렇게 공부하면 몇점 나와요?"
"적어도 80점은 나올거야. 이번 시험 되게 쉽게 냈거든! 그렇다고 공부안하면 0점 맞는다.
헷갈리는 문제 대땅 많아."
"80점 나오면 뭐 해줄실 거에요?"
"음, 그거보다 우리반이 이번에 지구과학 1등하면 쌤이 치킨사줄게.
그럼 지금부터 자습! 열심히 해 얘들아. 물어볼 거 있으면 나와서 물어보구."
아, 앞에 빈 책상 없나..? 없네.. 계속 서 있기 힘든데.. 고개를 쭉 빼고 사물함 앞을 보았어. 헐 빈책상. 갖고 싶다 너란 책상..☆
그러나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시키기는 미안해서 걍 서 있었어. 이게 바로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란다 얘들아. 알겠니..?
"선생님."
"어?"
"책상 드려요? 남는 거 하나 있는데."
"헐, 응.. 고마워 민석아.."
감동이야 정말.. 너.. 민석이 너..
뒤에 남아있던 책상을 번쩍 들더니 가져다 준 민석이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학습지를 들고 나오는 거 있지.
날 더 감동시키는 너란 학생.. 멋진 학생..♥
"쌤 이 문제요. 왜 답이 3번이에요? 왜 디귿이 틀려요?"
"아.. 아! 지구 내부 에너지라 나와 있잖아. 이게 말 그대로 지구 내부 변동을 일으키는 에너지거든.
지진이나 화산폭발같은거. 근데 이 버섯바위나 곡류는 지구내부변동 때문이 아니라 풍화침식에 의해서 일어난 거야.
이 풍화침식의 주요 형성 에너지원은 태양복사에너지거든! 이해했어?"
"아, 그럼 이거는요?"
민석이는 생각보다 이해력도 빠르고 공부 욕심이 많더라고.
2학년 올라와서 처음 보는 시험이라 욕심이 생긴건가.. 실은 1학년때 성적은 이미 확인해서.. 이렇게 밖에 생각을 못하겠어..ㅎ
상상 그 이상.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점수였지. 다 찍어도 그거보단 잘 봤..★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들어가는 민석이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종이쳤어.
"5교시인데도 별로 안 졸아서 되게 뿌듯하다. 혹시 모르는 거 있으면 학기 초에 알려줬던 번호로
너무 늦지 않게 문자해줘. 그럼 전화로 알려줄게. 알았지?"
"네!"
"감사해요 쌤!"
"사적으로 전화해도 받아줘요?!!"
"그런건 안 받을거야.ㅎㅎ 아! 나오늘 야자 감독이니까 한명도 빠지지 말고 야자해라!!"
"아아아아!!!!"
아이들과 즐겁게 빠빠 하고 교무실로 돌아왔어. 짱 뿌듯해.ㅎㅎ
"막내선생. 힌트 어디까지 줬어? 우리가 미리 맞춘 곳까지 준거지?"
"네!"
"좋아좋아."
내 어깨를 다독이고 가는 앞반 선생님이야. 또 뿌듯뿌듯.ㅎㅎ
룰루랄라 신나게 초콜릿을 까먹으며 다음 수업을 준비했지. 아침에는 좀 별로 였지만 오후는 아주 즐거워.ㅎㅎ
종례가 끝나고 찬열이랑 같이 상담실로 들어왔어.
미리 예고했던 상담이라 간단히 먹을 거랑 마실 것도 들고 왔지.
항아리 바나나 우유라는 지극히 내 취향이지만, 뭐 애들 취향에도 맞겠지.
"쌤 이거 좋아하나봐요?
바나나 우유를 돌려보며 말하는 찬열이에 의해 난 부끄럽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어..
"맛있잖아.."
"하긴, 그래요. 근데 갑자기 웬 상담이에요?"
"아, 엄청난 소식을 접해서."
"무슨 소식이요?"
"너가 다시 담배를 핀다는 소식?"
"어떤 개썅일까요?"
"쌤 앞에서 어딜! 그건 몰라도 되고, 쌤이랑 프로그램 중이었잖아."
찬열이는 입을 꾹 다물었어. 무슨 말이라도해야 대화가 될텐데 저렇게 입을 다물어버리니까 정적만 흐르더라.
곧 찬열이가 바나나우유 껍질을 까서 꿀꺽이며 마시더니 내려놓았어.
이제 말하려나 싶었지만 말이 없더라고. 그래서 그냥 내가 먼저 말했어.
"담배 끊기 어려운 거 알아. 근데 프로그램 중이면 쌤한테 전화라도 해서
선생님 도저히 못 참겠어요. 라고 말해줄 수 있었잖아. 그치?"
"변백현이구나?"
"어? 아니야. 무슨 소리야아."
"나 그제 새벽에 핀 거라서 쌤한테 전화 못한 거란 말이에요. 나랑 김민석, 변백현만 있었는데
김민석이 말할 앤가? 그럼 백퍼 변백현이네. 그쵸?"
찬열이의 추리력에 말을 잃었어. 와우, 정확한데?
그래도 백현이의 안위를..
"아니야아. 백현이가 안 말해줬어."
"변백현 그 새끼 안 될 새끼네."
찬열이 눈이 순식간에 서늘해 지는데 내 등골도 서늘해졌어.
이게 소위 말하는 좀 나간다는 애들의 눈빛인가..? 나도 모르게 쫄게 된다는 그 느낌인건가..?
"백현이 아니라니까."
"쌤 그 새끼랑 뭐 있어요? 왜 이렇게 감싸고 돌아요?"
"그야 내 제자니까.."
"확실하네 변백현."
자리에서 일어나는 찬열이에 놀라서 나도 같이 일어났어.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막자는 느낌으로.
나를 힐끔 내려다 본 찬열이는 말 없이 문 쪽으로 가더라고. 그래서 보다 먼저 달려가 문을 막고 섰어.
"뭐해요? 비켜요."
"찬열아 잠시만. 프로그램 끝난 거 아니야. 한개비 정도는 다시 잘 하면서 돼!
쌤이랑 이야기 조금만 더 하자. 응?"
"다음에 하면 안돼요? 지금 존나 빡치는데."
"안돼에. 쌤은 지금 찬열이랑 말하고 싶단 말이야."
삐딱하게 서서 팔짱을 끼는 찬열이. 흐엉 팔짱 끼지마.. 그거 방어적인 자세란 말이야..ㅠㅠㅠㅠ
"꼬셔봐요. 그럼 넘어가줄게요."
꼬시는게 뭐야ㅠㅠㅠㅠㅠ 내가 학생을 뭘 꼬셔ㅠㅠㅠㅠㅠ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야시시한 눈빛을 보내라는 거니?ㅠㅠㅠㅠㅠ
고개만 저으면서 계속 막고 있으니 팔짱을 풀면서 다가오더라고.
내 뒤에 있는 문에 손을 딱 대더니 상체를 숙이는 거야. 겁나 놀라서 고개를 숙였어.
"꼬시기 싫어요? 그럼 변백현 죽이러 가고."
"아니이, 그게 아니잖아아.. 나는 선생이고, 너는 학생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하겠어어.."
"누가 몸으로 꼬시래요? 먹을거라든가, 밥이라든가. 이 쌤 음마가 장난 아니시네ㅋㅋㅋㅋㅋㅋㅋ"
큰소리로 웃는 찬열이야. 아예 주저앉아서 웃어. 하.. 나 지금 얼굴 터질 것 같아..
나만 그런 생각 한 거 아니지? 다들 이런 생각 했지? 아니 왜 갑자기 거기서 음마가 터져서는..
아오 이 망할 여자야 머리속에 든 거라고는 음란함 밖에 없냐아ㅏㅏㅏ!!!
"의자에 앉아있어 줄래 찬열아..?"
"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 시원하게 웃는 찬열이에 마음이 놓이는 한편 이건 평생 놀림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련해지더라.
창문쪽으로 가 창문을 열고 얼굴을 식혔어. 내 옆에서 인기척이 들리기에 옆을 보니 어느새 내 옆에 있더라고.
이내 찬열이가 또 내 어깨에 팔을 올리면서 말했어.
"몸으로 꼬시는 것도 이득이긴 한데 아직 난 학생이고 쌤은 선생이잖아요?
그니까 그건 나 성인되면 하는 걸로 하고. 쌤 말대로 한개비니까 다시 노력할게요. 됐죠?"
"응! 기특하네 우리 찬열이!"
"그럼 키스라도 해주시던지."
"상담끝! 어익후야 밥먹을 시간인걸? 석식 맛있게 먹고 야자 하고 가렴. 하하핳"
급하게 책상에 있던 찬열이 자료들을 챙겨서 상담실 밖으로 나왔어.
그리고 등을 기대고 붉어진 얼굴을 또 식혔지. 아오, 거기서 갑자기 상상은 또 왜 해가지고.
자책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라? 나 문에 기대고 있었지?
원래 드라마에선 안에서 안으로 여는 문이라 여주가 남주 품으로 쏟아지지 않아?
나는 왜 안에서 밖으로 여는 문이라서 앞으로 고꾸라지는 걸까?
"헐, 쌤 거기 계셨어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재빨리 내 앞으로 와서 내 안위를 묻는 찬열이야. 찬열아.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박으면.. 정말 아프다..☆
헬로우? |
해피 벌스데이 백현!!! 오늘 백현이 생일이네요!!! 생일에 맞게 늦게라도 올렸어요! 내용은 생일에 관련된 게 전혀 아니지만.. 실은 지금 집에 와서 바로 올리는 거에요..ㅠ 벌써 바쁘면 안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솨랑 암호우닉!♥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