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_ 왕따는 안돼요!
오늘은 시험이 끝나는 날인 월요일이야. 어린이날때문에 이틀이나 깎여서 주말낀 시험기간이었거든.
주말동안 고생한게 보이는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로 들어왔어.
"어? 쌤 웬일로 여깄어? 나 보고 싶어서 일찍 왔구나?"
"우리 백현이 지각도 안하고 이쁘네. 그니까 그냥 자리로 들어가.ㅎㅎ"
이제 어느정도 저런 말들에 익숙해진 듯 해. 백현이도 이쁘다는 말만 새겨들었는지 함박웃음 지으면서 들어가고. 윈윈이지.
그거 알아? 아이들이 시험기간이라고 일찍 오는 모습이 너무 이쁜 거 있지.
원래는 1교시 중간이나, 밥먹기 전에 오는 아이들이었는데.. 요즘들어 이쁜 짓들만 골라하고.ㅎㅎ
"쌤 컴싸."
"여기있어.ㅎ"
종인이는 어떻게 시험보는 내내 컴싸를 안 가져올 수가 있을까?ㅎㅎ 그것도 참 신기해.ㅎ
오늘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서 인지 나도 기분이 좋더라고. 역시 난 감정이입이 심해.. 이거 고쳐야 할 정도야..?
"종인아 형아 왔다아! 종인이 좋아하는 초코 우유 사왔지!"
"헐!! 빡찬 나도오!!!"
"닌 꺼져. 종인이 꺼야."
찬열이가 아주 소란스럽게 들어왔어. 나 없을 때는 더더욱 종인이를 사랑하는구나..? 그래.. 개취니까..
"찬열이 왔어?"
"헐? 쌤 계셨어요? 얘기하죠. 바나나우유도 사올걸."
"그렇다고 쌤이 찬열아 쌤 교실이야.. 뭐 사 올 거 없니..? 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
"아, 그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 처먹어. 난 안먹어."
찬열이에게서 받은 초코우유를 종대에게 주는 종인이야. 츤데레라고 해석해도 되는 걸까?
종대는 신났지만 찬열이는 아닌가봐.. 잔뜩 시무룩해져서는 종인이에게 투덜대.
"왜? 초코우유 싫어해? 딴 거 사줄까? 딸기우유? 커피우유?"
"아 좀 소름돋으니까 꺼져."
그냥 일방적인 사랑인가봐..
"이 서울 초코우유가 싫은거야? 초코에몽 사다줘???"
"사다주기만해. 죽일거야 진짜."
종인이 말이 딱 끝나자마자 문이 쾅 소리나게 열렸어. 놀라서 보니까 민석이더라고.
그래도 민석이가 평소에 교복을 깔끔하게 입는 편이거든? 근데 오늘은 넥타이도 안 쪼여 있고, 윗 단추도 2개 풀어져있고, 소매도 걷어져 있는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볼이 살짝 까져있었어. 다가가서 걱정해줘야 하는데.. 알다시피 민석이는 폭주하면 막을 사람이 없어.
무리들 조차 가까이 다가가지도, 말을 걸지도 않아 반은 거의 정적만이 흘렀어.
"선생님."
그런 민석이가 처음으로 부른게 나야. 너무 놀라서 숨을 집어 삼켰다가 내뱉으며 빨리 대답했어.
"응?"
"시험기간에 학교 빠지면 어떻게 돼요?"
"아무 이유가 없다면.. 그 과목에서 최하점 받은 아이보다 1점 더 깎여서 들어가.."
"야, 오늘 2교시 지과야."
준면이가 한마디했어. 나가려고 문을 짚었던 민석이가 뒤를 돌아 준면이를 한번, 나를 한번 보더니 다시 들어와 자기 자리에 앉더라고.
아.. 숨막혀.. 선생님들.. 드디어 그 숨막힘이 뭔지 막내 선생인 제가 알게되었읍니다...★ 백현아.. 아무말이나 좀 해줘..☆ 얘들아 떠들어줘...★
"오늘 마지막날인데.. 지과들었네..ㅎ 중간에 시험지 이상하면 나 돌아다닐거니까 말해줘.."
"네에..."
"마지막까지 잘보고..! 화이팅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안 온 사람?"
"내 앞번호요..!"
"아? 아아.. 백현이 앞번호가.. 아! 왜 안오는지 아는 친구??"
"몰라요. 어디서 굴렀나보죠."
어느 아이가 대답했어. 그러면서 주변에서 킥킥 거리는거야, 뭔가 느낌이 이상했어. 친구들이 장난치며 웃는다기보단 비웃는 느낌?
반 아이들을 보았어. 다들 딴 곳을 보거나 나를 보며 싱긋생긋 웃고 있어. 뭘까.. 나 되게 찔리는 게, 그 아이란 말이야. 나한테 뭐라뭐라 했던 아이. 내가 예민한걸까..?
교무실로 달려가 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어.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거니까 받으시더라고.
"여보세요? 혹시, 현식이 어머니 되세요?"
"네? 네. 그런데요?"
"아, 저 현식이 담임입니다. 오늘 현식이가 아직 안왔는데, 혹시 아는 거 있으신가해서요.."
"아..? 그럴리가 없는데요.. 제가 연락해보고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네 어머니, 꼭 연락됐으면 좋겠어요.."
손이 막 떨리는거야. 내 제자인데.. 첫 제자인데.. 괜히 나쁜 생각만 들고, 안좋은 결말만 나고..
눈물까지 막 고이는 거 있지? 그러다가 고개를 숙였어. 그런 내 머리에 누가 손을 올리는 거야.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준면이야.
"뭐야. 진짜 우는 거였어요?"
"어? 아니야아.. 하품."
"아.. 뭐 때문에 하품 했는데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너 지금.. 1분 남았잖아! 빨리 가봐!!"
"1교시 자습이잖아요."
"아.. 그랬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한... 아니잖아!!
"아니잖아!!!"
"들켰네. 그럼 다음 쉬는 시간에 올게요. 그동안 울지마요."
뛰어 나가더라고. 아니.. 이 시간에 나오면 어떡해 저 바보가..! 그동안 울지마요라.. 운 거 알고 있나봐. 하긴 어린 아이도 아닌데 속을리가.
준면이가 나간 문을 보다가 다시 폰을 보는데 빤짝 하더니 현식이에게 전화가 왔어. 놀라서 받았지.
"여보세요??! 어디야?? 무사하지?!"
"늦잠잔건데 왜 난리에요."
"아.. 다행이다.. 그러게 왜..! 왜 시험기간에 늦잠을 자고 그래.. 흐으..."
안도감과 함께 눈물이 터졌어. 너무 걱정됐었나봐.
"금방 갈거에요."
전화가 끊어졌어. 그제야 난 펑펑 울었어. 1교시는 나만 시험 감독 없거든.
진짜 심장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잖아..ㅠㅠㅠㅠㅠㅠㅠ 한참 울다보니까 드디어 좀 멎더라고. 후.. 다행이야.
하마터면 계속 울뻔했네. 좀 기진맥진해서 냉장고를 열었어. 근데.. 근데 내 바나나우유가 없어.. 아..! 어제 종인이줬구나..!
오늘 아침에 사올껄.. 나 왜 안사왔을까..? 이럴때 가장 필요한데.. 가장 필요할때 없고 그러네... 아쉬워라..
"쌤!!!"
"어?!"
"쌤 울었다며. 어떤 새끼야. 내가 고자를 만들어버릴테니까."
"존나 잔인해 변백현.."
찬열이와 함께 들어온 백현이야. 시간을 보니까 1교시가 끝났더라고. 백현이의 말에 찬열이는 잔인하다며 울상을 지었어. 하.. 그냥 고대로 나가면 안될까??
"쌤쌤. 어떤 새끼냐고 물었잖아요. 어떤 새끼인지만 딱 말해."
"아 교무실에서 반말할거면 나가!"
"선생님. 소자 그 개 같은 새끼가 궁금하오니, 제발 말씀해주시옵소서."
"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 병신미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할 거면 나가!!!"
"우리 백현이. 좀 모자라보이는 구나.ㅎ"
아.. 진짜 머리아파. 순간적으로 욕도 나올 뻔한 것 같아.. 나 잘 참았지? 칭찬 좀..ㅎ
"아 됐어. 말해주기 싫으면 말아. 쌤 나 이것 좀 이해시켜줘. 막대한 임무를 가지고 온거야."
"뭔데??"
"우리반 애들 다 모르는 거예요. 내가 진짜 그딴 빠가새끼들을 데리고 어떻게 1등을 할 건지.. 아오.."
찬열이의 짜증에 백현이가 가리키는 문제를 보았어. 아, 이거.
또 바로 설명해주니 와, 우와.. 하며 듣던 백현이랑 찬열이가 박수를 막 쳐. 부끄럽게..ㅎ
"와아, 진짜 쌤은 교수하지 왜 여깄어요? 너무 아까운데요."
"아유, 그 정도 실력은 아니야. 비행기 띄우지 말고 그 시간에 가서 더 외워."
"아아! 가기 전에 할말 있어요 쌤."
주위를 두리번 거린 백현이가 내게로 다가와 귓속말을 했어.
"시집와. 잘해줄게."
그러고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더니 나갔어. 아.. 나.. 참나..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와.. 나 이제부터 강해져볼까? 막 센 선생님이 되는 거야. 주임쌤처럼 몽둥이 하나 구해다가 쾅쾅! 하면서 다닐까?
막 애들이 반말하면 인상 팍 쓰고. 어딜 이놈이!! 예끼!! 하면서 다녀볼까..? 그러면 애들이 안 그럴까?
물론 나도 답을 알아. 하나도 무섭지 않다며 비웃겠지...★
지과 시험 시간이야. 난 끝 반 부터 돌았어.
똑똑 문을 두들기고 들어가서 아이들 정신사납지 않게 얼굴만 빼꼼 집어넣어 물었지.
"이상한 문제 있니??"
아이들은 없는 듯 대답이 없었어. 그 반 감독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어.
다음은 우리반이야. 똑똑 하고 또 머리만 들어갔어.
"이상한 문제 있어??"
"쌤 풍화침속이 뭔가요? 배운적이 없어요."
"어디??"
"3번문제요."
"잠시마안.."
맨 앞에 앉아있는 아이꺼를 확인해 보았어. 워메 오타잖아...! 깜짝 놀라서 완전히 들어가 칠판에 썼어.
풍화침속 →풍화침식
"쌤 안녕히가세요."
"응. 열심히 해."
다시 끝 반에 들어가서 바꿔주고 중간에 앞반 쌤을 만나 말씀드렸어.
"많이 혼나겠죠..?"
"아니요. 뭔 오타가지고 혼을 내요. 이거 부장선생님이 오케이 한 거라 뭐라 못해요."
"아 그래요? 다행이다.."
"그러니까 걱정말고 교무실 들어가 쉬죠. 아, 이거 누가 질문한 거예요?"
"이거요? 민석이요."
"아? 의외네요. 작년에는 문제 보지도 않고 찍고 자던데.. 많이 나아졌네요."
"아.. 그런건가요..?
참, 아이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어. 뭔가, 남에게 피해주는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닌데..
자신에게는 피해가 많이 가는 그런 짓은 많이 했네.. 그래도 많이 나아져서 다행이다.ㅎ
종례시간이야. 준면이가 아까 가져갔던 답안지 맞히고 있나봐.
난 빈책상 끌어다 앉으면서 구경했어. 유독 시끄럽더라고 지과 채점하는데.
"아!!!"
"아!! 김준면 다시 말해봐! 그거 아니야!!!"
"맞아 병신아. 니가 틀려놓고 또 부르게 하고 지랄이야."
"아, 준멘.. 제발 3번에 4번이라고 해줘.."
"3번에 4번 맞아 븅신새끼야. 달팽이관에 진짜 달팽이 쑤셔 넣었냐?!"
결국 빡친 듯 준면이가 소리쳤고 백현이는 고멘..! 하며 뒤로 피했어. 참 인생 재밌게 살아, 그치?
"18번에 5번. 끝. 야 70점 밑은.. 단톡에 말해줄게."
"쓰읍, 협박하면 혼나. 자 자리 다시 맞추자!"
아이들이 책상을 끌어가며 원래 자리로 가서 앉았어. 어휴 이제야 앞쪽이 좀 남네.
교탁을 끌어서 자리 좀 넓히고 다시 아이들을 보았어. 빨리 끝내달라고 아주 눈을 빛내더라고.
"지금까지 시험보느라 너무너무 수고했고! 오늘 재밌게 놀다가 집에 가! 현식이는 선생님 아주 잠깐만 보고 갈까?"
"네."
"야 스탑. 청소 하고들 가. 그냥 튀면 갈아마실거야."
"말 좀 이쁘게 해줄래 준면아?"
"청소하고 가줄래 새끼..아니, 얘들아?^^"
차암.. 이쁘게 한다.. 감동이야 준면아.ㅎㅎ
나는 현식이가 날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고 상담실로 들어왔어. 난 지금 '아마도 그때는 아이가 좀 흥분했을 테니까.. 이제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라는 마음이야.
들어와서 자리에 앉으니까 현식이도 맞은편에 앉더라고. 교무실서부터 들고 온 현식이 자기소개서를 꺼내서 쭉 훑어봤어. 물론 초콜릿도 잊지 않고 줬지.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 아무런 행동도 없더라고.. 가져가지도, 밀지도 않고 정말 그냥 멍한 눈으로 바라만 보더라고.
"음.. 선생님에 대한 인식은 아직 그대로 인거야?"
"...네."
"아! 그럼 내일 보고 판단해줄래? 내일 선생님이 진짜 열심히 준비해서 갈게."
"그러든가요."
"그래! 그럼 내일 선생님 수업하는 거 보고 결정하는 거다? 알았지?"
"네."
너무 싱겁게 끝나는 거야. 뭔가 이상하잖아. 그래서 현식이 눈치를 좀 보았어.
아무 표정이 없더라고. 빈 표정에서 뭐라도 찾고 싶은데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물어봤어.
"혹시, 무슨 일 있어??"
"...없어요."
말은 저렇게 하는 거에 비해서 울 것 같은 표정인거야. 아무 표정도 없던 아이가 갑자기 눈물을 보이니까 너무 놀라서 뒤에 캐비닛에 티슈를 꺼내왔어.
내가 건네주는 티슈를 보더니 그제야 막 눈물을 흘리는 거야. 그 울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어.
그러나 금방 난 담임이라는 게 떠올랐어. 아이가 우는데 나도 옆에서 같이 울 수 없잖아. 난 달래줘야 하니까.
"왜그래.. 무슨 일 있구나? 쌤한테만 말해봐. 오늘 안 온 것도 그 이유인거지? 그치?"
우느라 정신이 없는건지, 말할 생각이 없는 건지 대답이 없어. 그래서 난 그저 티슈만 뽑아 줬지.
그렇게 한참을 울던 현식이가 드디어 좀 추스려졌나봐. 나한테 대뜸 사과를 하는거야.
"...쌤 죄송합니다."
"응? 나한테? 그거라면 괜찮아! 이미 다 잊었어!"
"아니에요.. 받아주세요.. 제발요.. 그리고 애들한테 제가 사과했다고 말해주세요.. 제발.. 제발.."
이상하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지? 나한테 사과를 받아달라고 '빌고' 있잖아. 왜?? 무슨 이유때문에??
다른 애들한테 말해달라.. 아! 아침에 막 비웃던거... 그게 좀 이상하다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설마 왕따같은 건가..?
"반에서 무슨 일 있구나..? 그치? 나한테 말해봐. 절대 너한테 피해 안가게 행동할게."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그 애들이 알면.. 그러면 전 진짜.."
그러면서 또 고개숙여 우는 거야. 와아, 우리반 진짜 왜 이렇게 드라마틱하니?
나한테 뭐가 있는 걸까? 그런 사람있잖아 혼자서 운 없는사람. 그거처럼 나한테 이런 운이 없는 거 아닐까?
"그 애들이 누군지만 말해줘. 정말, 정말 너한테 피해 안 가게 할거야. 선생님을 믿어봐. 딱 한번만.."
"...변.. 아니에요. 안 말할래요."
"그래. 말하지마. 쌤은 아무말도 못 들었어."
백현이구나. 우리반에 변씨는 백현이 밖에 없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해실해실 웃는 얼굴로 이런 짓을..!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말도 들어가. 그러면서 뻔뻔하게.. 자기 앞번호가 안왔다고.. 와아.. 이 배신감을 진짜 어떡해야 할까..?
일단 난 냉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현식이의 안위가 중요하잖아. 알다시피 백현이도 그 무리 중 하나인거고.
"현식이는 가봐도 좋아."
"네... 정말 죄송했습니다.."
나한테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가더라고. 그 뒷모습이 너무 작아보여서 안쓰러웠어.
강자는 약자를 괴롭히면 안 돼. 약자 일수록 더 감싸야 하는 거야. 우리 아빠가 항상 하시던 말씀이거든.
그래. 저 말이 딱이야. 지금부터 난 어떡해야 할까..
상담실을 나왔어. 민석이가 벽에 기대 있더라고. 진짜 이러면 안되는데..
선입견은 어쩔 수 없나봐. 백현이 친구고.. 하니까 분명 동조했을거야. 아니면 백현이는 팔랑팔랑 하는 아이니까
어쩌면 다른 아이들이 주도자일지도 모르는 일이지.
"할말있어요."
"할말? 어떤 말? 지금?"
"네."
나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더라고. 나도 따라들어가 문을 닫았어. 지금 바쁜데..
"무슨 일이야?"
"선생님 좀 모자라요?"
"뭐?"
"아니면 미련한거에요?"
"...들어나보고."
"왜 그렇게 심한 말 한 새끼한테 잘해줘요?"
"현식이 말하는 거니?"
"네. 내가 다 빡치는데 선생님은 어째ㅅ.."
"그렇게 말한 아이들은, 다 버려야 돼? 다 감싸고 가면 안되는 거야?
왜 그 찰나의 실수로 기회조차 주지 않아?"
"...찰나의 실수? 그렇게 포장이 가능한 말이었어요?
요즘 교권은 어딨는 거예요? 나만 못찾아요? 그게 애가 선생님한테 할 말이에요?"
"너네는? 반말하고, 자꾸 결혼하자며 장난치고. 그거는 교권이 있는 행동이었던거야?"
내가.. 화가나면 침착해지는 스타일이었나봐. 나도 처음 알았어. 민석이가 가만히 나를 보더라. 그러더니 정갈하게 매어있던 넥타이를 조금 풀더라고.
약간.. 민석이한테 옷차림새는 이성을 말하는 것 같아. 지금 저렇게 풀었다는 것은 이성을 놓았다는 걸로 해석하면 되려나..? 아니나 다를까..
"나는 애정이고. 애들도 애정이고. 그 새끼는 그게 애정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야?
씨발 선생을, 입에 담기도 힘든 소리를 하며 그 취급을 하는데, 그게 애정이고 그래? 선생님이 생각하기에도 그래?"
....할말이 없었어. 그건 여러 날이 지났어도 문득 떠오를 정도로 마음의 상처를 입힌 말이었거든.
"거봐. 말 못하지? 담임이다, 선생이다 라는 이유로 모든 걸 감싸 안으면. 선생님은 누가 감싸준데?
그래서 내가 감싸줄라했더니 뭐? 찰나의 실수라며 또 그 새끼를 감싸?"
"고마운데.. 난 괜찮으니까.."
"와.. 진짜 물러 터졌네. 그러다가 뒤통수 까여봐야 정신차릴거야?"
"적어도, 현식이한테 까일 일은 없어."
"하, 참나. 그래라. 기껏 걱정되서 그 새끼랑 상담 끝낼때까지 기다렸더니."
나를 노려보던 민석이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라고. 곧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나봐. 그게 백현이인듯 백현이 이름이 나왔어.
"어, 변백현. 그냥 가. 몰라 말 안 통해. 그럼 시발 니가 직접 설득하던지.
나는 질려."
일어나서 나를 내려다보더니 질린데. 이거는.. 상처를 안받아 내가? 그 심한 말만 상처가 되는 말이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진 말에는 내가 상처를 안 받는 거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숙였어.
아.. 나 진짜 그만두고싶다.
"야 끊어봐."
전화를 끊은 것 같아. 그나마 민석이가 통화해서 울음소리가 묻혔는데 나도 모르게 너무 크게 세어나온 울음소리를 막을 수 없었어.
"울어? 지금 울어?"
"흐으.. 안 우는데..?"
"와, 진짜 대박이다. 이렇게까지 물렀었어? 뭐 때문에 우는 거야?"
"..안 운다고..흡.."
"내가 한 통화가 왜 선생님을 울린건지 나 하나도 모르겠어."
"니가.. 니가 나 질린다며."
"선생님 말고 그 새끼 말한거야. 왜 오해하고 혼자 우냐?"
내 고개를 손으로 들어올리더니 가만히 날 보는거야. 그러더니 책상에 올려져있던 티슈를 뽑더니
직접 닦아주면서 말하더라.
"제발 좀 강해져. 한참이나 어린 애들 앞에서 울지말고. 애들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겠어?
그러니까 그 새끼가 그딴 말을 짓걸이는 거야. 알았어?"
"응.."
나 왜 대답을 하게 된거지? 뭔가.. 되게 익숙해.. 낮선 그에게서 우리 아빠의 모습이 보여..★
"그리고 나 선생님 안 질려. 매일봐도 새로워. 그리고 질리면 뭐 어때? 이런 마인드로 좀 살아. 뭐 질리다는 말 하나로 울어?"
"내 첫 제자가..! 내가 질린다는데.. 어떻게 안 우냐!"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첫 제자가 하는 말 좀 세겨듣고."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거야. 나 아마 이때 처음봤나봐. 민석이가 이쁘게 웃는 모습.
그 모습을 보다가, 반말하는게 뭔가.. 뭔가 좀 그래서 넥타이를 제대로 매 줬거든? 그리고 민석이를 보았어.
그런 나를 가만히 보더니 엄청 크게 웃는거야. 이것도 처음봤어.. 민석이가 크게 웃는 모습..
"존댓말 해달라는 거예요? 죄송해요, 화가나면 돌아서."
"어? 아니야.."
"아 진짜 웃기네. 다음부터는 이성 좀 잡아볼게요. 진짜 죄송해요."
죄송하다 말하면서도 피식피식 웃는거야. 그럴거면 그냥 크게 웃으란 말이야...
민석이를 노려보고 있는데 문이 세게 열렸어. 어오 놀래라.. 백현이야.
"김민석 이 새끼.. 쌤 울렸냐?!!!"
"내가 질린다 했다고 운다?ㅋㅋㅋㅋㅋㅋ"
"그거 쌤한테 한 말 아니잖아."
"그니까. 오해하고 운다고.ㅋㅋㅋㅋㅋ"
"누가 오해하게하래 개새끼야!!!"
"아 진짜 이 새끼는 말이 안통해."
"그럼 말 통하는 나는 어때?"
"꺼져 아오, 애새끼들 이것들밖에 없어."
문을 슬쩍 열고 들어온 준면이는 가볍게 무시하며 나가는 민석이야.
복도에서 민석이가 웃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저새끼 허파에 풍력발전소 설치했대냐? 존나 웃어대."
"ㅋㅋㅋㅋㅋ김준면ㅋㅋㅋㅋ시밬ㅋㅋㅋㅋㅋ존나웃곀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네? 왜요?"
"..나갈래?"
"아. 맞다. 쌤 그 새끼랑 무슨 이야기 했어?"
백현이의 말에 떠올랐어. 아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현식이 말로는 백현이가 주동자라며. 일단.. 일단은 모르는 척 해야지.
"그냥, 사과했어."
"그래? 딴 말은 안 해?"
"어? 어.."
와.. 진짜 뻔뻔하구나 백현이.. 소름이 돋아 팔을 문지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어.
자기소개서랑 출석부를 챙기니까 준면이가 들어주더라고.
"괜찮은데.. 집 가봐. 오늘 시험 끝났는데 왜 아직도 학교에 있어.."
"쌤이 학교에 있잖아. 쌤 퇴근하는 거 보고 갈게요."
"그냥 가서 노는 게 도와주는 거야. 오늘은 공부 다 잊고 놀아. 알았지?"
출석부랑 자기소개서를 뺏어들고 교무실로 향했어. 백현이가 날 부르기에 돌아보니까 손을 크게 흔들더라고.
나도 흔들어주고 뒤돌아 교무실로 향했어. 집에 가면 백현이 정보나 좀 봐야겠어. 백현이가 괜히 이 반에 진학한게 아닐거야.
팔랑귀라고 진학한거라기엔 성격도 두리뭉실한게 착하잖아.
집에 오는 길이 너무 길게 느껴졌어. 현관 한켠에 놓여있는 상자를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괜히 백현이가 안 그런거 같은거야.
그래서 괜히 인수포트폴리오 보기가 어렵더라. 아 인수 포트폴리오는 각 아이들 담임선생님들이 날 위해서 만들어 주신거야. 그게 내 집 책장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견출지에 적힌 백현이 이름을 찾아서 뽑아들었어. 파란색 파일을 열기가 두렵더라고.
그렇지만 난 꼭 확인해야했어.
음.. 그냥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적이랑 민석이랑 연류된 폭력 몇번, 찬열이랑 연류된 담배 몇번..
다 연류된거지 백현이가 직접 했다는 말이 없었어. 그러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열었거든. 그제야 난 깨달았어.
뒷통수는 이렇게 까이는 거구나.
왕따 주도로 인하여 7반 진학을 신청합니다.
신청서, 그 긴 글중에 가장 눈에 띄던 문장이었어. 왕따주도를 한적이 있어서 여기로 온 거지?
와.. 진짜.. 무섭다 진짜..
때마침 문자가 하나 왔어.
[쌤 안녕히주무시고 제 꿈꾸세요!!♥ 이왕이면 결혼 콜?]백현이
허.. 기가 차서.. 아니 그나저나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으아닛!! |
으아닛 백현아!! 이게 무슨 소리니..?!!!ㅠㅠㅠㅠㅠㅠㅠ(그나저나 벌써부터 매의 눈 발동하신 코난같은 독자님이 계시네요.. 조심해야겠다..☆) 아 여러분 궁금한게 있는데여.. 혹시 xx이요. 이름 지어주실 수 있으세요? 아님 그냥 xx이가 나을까요? 앞으로 이런 아이들 조금 더 나올 예정인데.. 음.. 여자이름도 나올텐데.. 댓글에 살포시 의견 좀 주세요..!
나으사랑 암호닉!♥(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똥잠/콜덕/쌍수/매매/라임/체리/게이쳐/모카/빵/바람둥이/죽지마 코끼리/구금/메리미/세젤빛/나호/스젤졸/안녕/양양/체블/Luci 꽯뚧쐛뢟/찌즈/우리니니/뭉이/도비/곰탱이/하트./삼디다스/바닐라라떼 허니/타오네엄마/똥강아지/오호랏/우유퐁당/민석아찬열해/우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