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BY april21
죽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려니
긴장이 되고 떨려서 받기를 주저했다.
'주인님♥️'
애꿎은 발신자 이름만 노려보고 있을 때
전화 벨소리가 끊겼다.
아,전화를 받지 않으려 한 건 아닌데..
다시 전화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뭐야 애인이랑 밀당 중?"
"시끄러"
박찬열이 아까부터 고작 휴대폰 하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나를 재밌게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전화를 할까?
'부재중 1통'
화면에 떡하니 보이는 부재중 알림에 자꾸 신경이 쓰여
차라리 다시 전화하자 싶은 나는 신경질 적으로 휴대폰을 잡아챘다.
그 순간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오세훈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나는 한숨을 한번 쉰 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예쁜아,
녀석이 맞았다.
"예쁜이...라 하지 말랬지..."
이를 짓이기며 녀석에게 말했다.
통화내용을 듣던 박찬열은 사례가 걸려 켁켁 거리며 웃어 재꼈다.
저 새끼 전화끊고 보자
-그럼 '종인아'라고 불러 줄까?
오세훈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니
그건 그것대로 소름이 끼쳤다.
-응? 예쁜아 말해봐 뭘 원하는 거야?
"됐어, 맘대로 해.. 근데 왜 전화한거야?"
-예쁜이를 집 밖에 내보내니
벌써 다른 남자를 찾아서 꼬리를 흔들고 있지는 않을까 ..
하는 생각에 미치겠어서 일이 손에 잡혀야지
"웃기지마"
-그래서 전화를 하니 예쁜이가 전화를 받지 않잖아?
한번 만 더 안 받았으면 괜히 잘못도 없는
휴대폰을 부술뻔했어
"그,그건 받을까 고민하다가 .......
그럼 넌 휴대폰 부수는게 취미냐?"
순간 내가 애인에게 변명하 듯이
오세훈에게 전화를 못받은 이유를 변명하는 모습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녀석에게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걸기를 잘한 것 같네
"......"
-그런데 예쁜이는 나와 진한 모닝키스를 나눈 지
몇시간이 지났다고 벌써 딴 남자와 어울릴까?
"모,모닝 뭐?? 너 설마 내가 자는 사이에?
자,잠깐 딴남자는 무슨 소리야"
-예쁜이가 딴 남자랑 웃으면서 얘기하닌까
질투심에 미칠 것 같잖아
" 예쁜이가 딴 남자랑 웃으면서 얘기하닌까
질투심에 미칠 것 같잖아"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던 목소리가
내 뒤에서 들렸다.
등골을 타고 오싹하는 전율이 일련의 긴장을 타고 올라왔다.
"안 그래? "
"너...."
"예쁜아"
검은 롱코트에 선그라스까지, 세련되게 차려 입은 녀석의 모습은
등장 만으로 나를 압도 했다. 아니, 이 공간을 모두 압도했다.
벌써 흘긋 쳐다보는 여자들의 시선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여기로 쏠렸다.
휴대폰을 코트 속으로 넣으며
나를 향해 오세훈이 걸어왔다.
매끄럽고 신속한 그의 발걸음이 어젯밤의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노골적인 여자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검은 선그라스 넘어
녀석의 매서운 눈은 나만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가 내 앞에 서서 선그라스를 벗었다.
그의 드러난 외모에 여자들의 짧은 신음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그의 서늘한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와
뒷머리를 만졌다.
"설,설마 여기서? 하지마"
이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녀석과 키스를 한다면
나는 내일 싸늘한 사체로 발견되고 말거다.
그럼에도 직접적인 반항은 못하고 오세훈을 올려다 봤는 데
그가 귀엽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더니 내 옆자리에 앉았다.
자연스레 다정한 연인처럼 내 허리를 감싸안으며
귓가에 속삭인 그 녀석의 목소리가 또렷히 들렸다.
'겁쟁이 연인을 위해 키스는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