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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한송이 전체글ll조회 1129l 2

    

    

    

    

    

나쁜 애 -1-   

    

    

    

    

코 사이로 실내의 텁텁한 향기가 몰려온다. 쾌적하지 않은 공기의 느낌보다도 더 불쾌한 건 목을 긁어내리는 듯한 쓰라림이었다.   

누군가 발로 짓밟고 있는 것처럼 뜨기 힘겨운 눈꺼풀을 힘겹게 열다가 보이는 건 켜져있는 밝은 형광등 불빛이었다.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이불을 둘러싸다 획하니 순식간에 앉아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젠장, 빌어먹을,"   

    

익숙해진 못된 말투가 다 쉬어 허스키해진 목소리를 뚫고 못나게 튀어나왔다. 제기랄, 김한빈.   

왕창 술을 퍼마시게 된건 순전히 김한빈 때문이었다.   

'못된 말 하지마, 너 그런 애 아닌거 알아.'   

'그냥 나 믿고 내 손 잡아주면 안돼? 행복하게 해줄게.'   

씨발, 씨발, 씨발. 내가 뭐라고 대답했더라?   

'씨발, 빌어먹을 소리하지마, 너 짜증나. 제발 좀 가라고. 뭐 빌어먹을거 있다고 나 같은 년한테 붙어있어?'   

그래. 이제는 지쳐서 못하는 그 얘기를 또 했고,   

'행복? 지랄하고 있네. 너랑 행복했음, 진작에 사겼을거야. 등신아"   

그 애 마음에 상처가 될 말을 또 다시 했다.   

또 안 그런 척 진짜 또라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내 머리를 그냥 슬슬 쓸던 놈이 나는 진짜로 밉다.   

진짜로 M(마조히스트)인가? 욕 쳐먹는게 좋은지, 어떤 욕도 안 듣고 바르게 자랐을 그 아이에게 나 혼자서 평생 듣지도 못할 욕이란 욕은 다 하는 것 같다.   

나 자신도 이제는 그 아이에게 왜 그런 취급을 하는지 이해못할 지경이었다.   

이때쯤이면 오기로 그러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그럴수록 머리 속에 각인이라도 되는걸까?  

그 아이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두려움만 늘어갔다.  

무릎을 끌어당겨 머리를 쳐박고 훅훅 거리며 한숨, 두숨을 쉬었다.   

다시 휴대폰버튼을 눌렀다. 1시 55분. 5분만 지나면 두시. 월요일. 나는 오늘 있는 오전 두개의 강의를 말아쳐먹었다.   

씨발.. 잇새로 익숙한 욕이 새어나왔다. 씨발, 다시 한 번 욕을 내뱉었다. 욕할 때마다 김한빈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짜증에 욕을 반복한다는게 아이러니했지만.   

술이 덜 깼나? 귓가로 '고운 입으로 욕하지마. 안 할 때 얼마나 예쁜 줄 알아?' 지치지도 않는 똑같은 목소리가 반복되는 것 같다.   

아아-. 정말 싫었다. 한빈이 덕에 평소보다 더 격하게 퍼마신 술이 따갑게 뇌를 찌르는 것만 같다.   

어두운 공간, 반짝이는 조명불빛, 훑어보는 시선, 허리를 껴안던 손길. 떠오르는 한 남자의 얼굴.   

눈웃음이 꽤나 예뻤던 것 같은데, 딱 봐도 갑(동갑)일 것 같았던 남자는 누나누나 거리며 잘도 따라다녔다.   

그냥 따먹고 싶었겠지- 나직히 말을 뱉고 침대 앞 화장대로 걸어갔다.   

손가락 끝으로 눈가를 훔쳤다. 술김에 화장기를 지운 덕에 눈가에 마스카라가 떡이져 있었다. 성마르게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욕실 거울께로 어제 클럽에서의 그녀석이 남긴 키스마크가 어깨와 목 사이에 적나라하게 남겨졌다.   

허리를 훑고 엉덩이를 만지는 손가락 스냅하며 당기고 밀 줄 아는 입술의 테크닉이 떠오르자, 한 번 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에 살풋 웃는다. 귀여웠는데.   

요즘 너무 얌전히 살았나? 나한텐 딱 걸레처럼 방탕하게 사는게 어울리는데 말야? 그치? oo아?   

상큼하게 지었던 미소는 이내 입가에서 핏기어린 비웃음으로 변했다.   

거울 안의 나는 꽤나 순진한 얼굴로 아랫입술이 깨물려 피가 흘렀다.   

금새 피어오르는 습기를 손바닥으로 닦고 그 언젠가 화장으로 가리는 순진한 이 얼굴로 준회에게 웃어주던 그 맑은 미소를 흘렸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가파른 심장의 박동이, 아직도 미련이 남았냐며 소리친다.   

    

아주 잠깐의 순진해빠진 감상을 접어들고 나는 빠르게 집을 나섰다.   

2시 45분. 높은 구두를 신고 날듯이 지하철로 달렸다. 수업시작시간은 3시 30분이었지만 가는 시간은 촉박해서 좀 더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럴 땐 가끔 한빈이의 차가 생각나곤 했다.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면 제 수업중에도 달려올게 뻔하다. 바보같이.   

택시를 탈 여유는 없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남아있는 재산은 야금야금 학비와 생활비로 빠져나갔으니까 그런 건 아껴살아야했다.   

그래도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는 몇몇 친구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나는 내 집이라도 있었고, 그네들은 월세며, 학비에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알바하러 다니기 바빴으니 말이다. 아까운 청춘들이었다. 물론 썩어빠진 내가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같이 술잔을 기울이면 왜 학교를 다녀야하는지 모르겠다며, 한 목소리를 모으곤 했다. 취업취업취업. 그 머리 아픈 얘기.   

앉은 채로 멍하니 앞만 바라보다보니 어느새 남자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힐끔힐끔 보는 눈초리가 여간 우스운게 아니었다. 딱 달라붙는 짧은 살구색 치마와 검정망사스타킹, 가슴을 들어내는 진분홍색 블라우스에 동물들의 시선이 모이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괜스레 혓바닥으로 아랫입술을 햝으면 또 한 번 시선이 몰려든다. 핏기어린 빨간입술과 키스마크가 동물의 중요한 부분을 건들테니까.   

평소보다 더 과하게 차려입고 나오긴 했다. 누군가에게 싸게 보이고 싶어였을지도 모른다.    

oo역-  익숙한 안내음성과 전광판에 내려야할 도착역이 떴다. 3시 15분. 조금 여유있게 걸어가도 될 것 같다.   

전공서적과 노트, 화장품 등등이 든 꽤나 무거운 가방이 거슬렸다. 할 수 없지. 곧 열린 투명한 유리사이로 인상을 찌푸린 내가 보였다. 손끝으로 미간을 꾹꾹 누른다. 그래도 못나보이게 살긴 싫다.   

    

"악!"   

    

눈 앞이 깜깜했다. 잠깐 술에 쩔었던 머리가 탄탄한 가슴팍의 클럽남을 떠올렸지만, 조금은 말랐고 익숙하다.   

놀라서 지른 목소리가 부끄러워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갑자기 튀어나온 인간은 몸을 꽉 끌어안았다가 어깨에 제가 입던 청자켓을 걸쳐준다.   

말 없이 그 말갛고 진지한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방해람. 평소와 다름없이 눈을 모으며 짜증섞인 말을 내려했지만, 잠깐 머뭇거린 찰나의 사이로 김한빈은 눈으로 목과 쇄골주변을 훑었다. 끝내는 상처난 입술에 시선이 촘촘히 파고들었다.   

들이마쉰 숨이 폐에서 나갈 생각을 안하고 가파르게 목을 조여왔다. 이게 뭔 짓거리야?   

미간을 좁힌 짜증섞인 눈으로 날 보는 한빈이 덕에 튀어나올 말이 막혀버렸다.   

    

"늦었어. 너"   

"야, 김한빈. 비켜, 수업있어."   

    

그래도 오늘은 꽤 마음에 들었다. 그 항상 짓는 사람 좋은 웃음은 입가에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S(새디스트) 같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엮다니 우스워서 웃음이 났다.   

빠르게 자켓을 벗어서 한빈이 손에 들려줬다.   

    

"이거라도 걸쳐."   

    

평소랑 다르게 목소리가 가라앉아있는게 느껴진다. 뭔데? 왜 그런 눈빛으로 보는데?   

다시 걸쳐준 자켓을 벗으면 화라도 낼 기세에 의아해서 한빈이 눈을 노려봤다. 역시나 짜증난다. 수업 들어야되는데.   

    

"왜?"   

    

왜라고 묻는 내 말에 한빈이가 물끄러미 날 바라본다. 오늘따라 얘가 잘못먹었나? 왜이래?   

설마 키스마크나 옷차림 때문은 아니겠지. 다시 한 번 어이털린 웃음을 지었다. 한 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설마,   

대답없던 아이의 분홍빛 입술이 입을 연다.   

    

"이제 이런 짓 하지마."   

"야!"   

    

방금건 내가 뱉은 음성이었다. 곧이어 올린 촥거리는 살 때리는 소리도 내가 낸 것이다.   

왜냐면 한빈이가 키스마크가 새겨진 곳을 엄지로 훑었기 때문이다. 차갑고 보드랍고 간질거리는 손길이 뱀마냥 지나간 자리를 간질인다.   

나는 빠르게 한빈이의 손길을 쳐내고 빠르게 두계단씩 올라 지하철을 벗어났다.   

떨리는 심장박동소리보다 내겐 수업이 더 중요했다. 학점을 유지해야 성적장학금이라도 탈 수 있으니까.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따라오지 않았는지 한빈인 없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렸다. 뭐, 김한빈 보고 맘 쓰린게 한 두번도 아니니까.    

그냥 술기운이 남아서 벌어진 환영은 아닌지 했지만, 따가운 햇볕아래에 갑갑한 청자켓이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바보 김한빈.   

꽉 잡은 휴대폰의 잠금화면을 풀어 문자메세지를 넣었다.   

    

-수업 끝나면 니 옷 찾아가.   

    

    

    

    

-   

    

    

    

오랜만이죠? 반가워요.   

다 잊어먹었겠다. ㅎ...ㅎ...(구슬땀)   

뒷편 보고 싶다고 하시길래 적어왔어요.   

너무 늦게까지 쓰지말라는 제 동생의 어택에 여기까지 쓸게요?   

오타없나?(...오타수니ㅠ)   

이제 그럼 또 사라지러..ㅎ..ㅎ..(구슬땀)   

아, 이성입니다! 이성(글은 처음 계획한대로 써야 잘 굴러가거든요.♡)   

    

암호닉-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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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 라니예요!! 신알신뜬거보고 놀라서 달려왔습니다ㅠㅜㅠ 이번글은또 무슨이야기일지 궁금하네요ㅠㅠㅠ
8년 전
꽃한송이
라니님♡ 반가워요!!! 당연히 기억하죠! 오히려 제가 기억해주시는걸 고마워하는게 당연한거에요♡ 이렇게 읽어주시고 댓글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8년 전
독자2
헐 내취향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하렇어허얼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꽃한송이
ㅠㅠ 취향 맞으셔서 다행이에요ㅠㅠ 이대로 써도되나 고민했었는데,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오ㅎㅎ재밌어요 작가님ㅎㅎㅎ
8년 전
꽃한송이
감사합니다♡ 얼마만의 댓글인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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