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경수는 나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비꼬는게 아니라
정말로 나를 안쓰럽게 봤다
속이 메스꺼웠다.
식은 땀도 나기시작했다.
아니야
난 불쌍하지 않아
행복해
'나는 행복해'
"그딴식을 쳐다보지마"
이를 짓누르며 도경수에게 경고 했다.
"그래, 차라리 날 불쌍하다고
불행한 녀석이라고 생각해"
그가 차분히 말을 이어 나갔다.
"시끄러"
"그런데말이야.."
"입 다물라고!!"
급하게 귀를 막고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그가 내뱉은 마지막 한마디가
내 귀에 또렷히 들렸다.
"정말 네 인생이 나보다 나을까?"
도경수는 내게 그런 엿같은 말을 남겨놓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아
주문을 외었다.
변백현이 알려준 주문
행복해 지는 주문
"괜찮아,... 괜찮아 ...
백현이가 있어
내 세상은 그걸로 충분해
분명히 행복하게 만들어 줄꺼야"
말도 안되는 주문
하지만 믿어야 내가 사는 주문
"징어야, 내가 찾았잔아
어딨었어?"
변백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이런 순간마다
나를 찾아내는 건 변백현 뿐이다.
"아...분리수거 하느라..."
"..누구랑 이야기한건 아니고?"
변백현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다른사람이 보기에는 비정상일 정도로 내게 다정하지만
나는 안다.
그는 미친것 뿐이란걸
이런 상황엔
거짓말을 해야 한다.
내가 도경수와 단둘이 있었다는 것을
변백현이 아는 순간
나도 도경수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기분 같아선 도경수야 어떻게 되는 상관없지만
내 목숨까지 걸고 싶지는 않다.
"응 혼자서 분리수거 했어
혼자서 하닌까 힘들더라
백현아 도와줄래?"
힘든척 못하는 척
변백현이 좋아하는
나의 예쁜짓들
"아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불길하다.
"왜 거짓말해?"
"거짓말이라니...진짜야
백현아, 나 힘든데 안도와줄꺼야?"
"도와줘야지...
징어 부탁인데"
그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긴장했던 어깨가 풀렸다.
"내가 도와야지
징어한테는 나밖에 없으닌까.."
그
나는 긍정의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천천히 손을 내게로 뻗었다.
내 팔을 스치며 올라온 그의 팔은
내 볼을 움켜 잡았다,
그의 숨결이 느껴질만큼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가 내 귓가에 내뱉은 한마디
그 한마디로 사지가 떨리기 충분했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을뻔했다.
변백현이 아플정도로 세개 날 끌어 안지만 않았다면...
"다시는 그 예쁜입으로 거짓말하지 못하게"
"......"
턱이 덜덜 떨려왔다.
"그치?"
"백,백현아 "
"아까 교실에서 징어가 경수랑 이야기하는 보고
내가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알아?
우리 징어가 또 나없이 무슨 나쁜짓을 할까...싶어서 말이야
화분을 떨어뜨려.. 경수머리를 맞추고 싶은 걸
엄청 참았다구..."
"도,도경수를 왜 맞춰"
"널 맞출 순 없잖아?"
그가 너무 예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