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과 백현의 결혼발표가 있은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백현은 대부분의 시간을 왕실 예도 교육과 혼례준비에 보냈다. 훈육 기간동안 자신을 보필하는 상궁들과 나인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백현을 찾지 않았다. 차가운 말을 내뱉고 나가버린 찬열은 그 후로 자신의 존재를 잊은 것인지 어떠한 소식도 없었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혼인 발표 후 첫 등교날이 되었다. 백현은 전날 밤부터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아이들의 반응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찬열이라도 나서서 자신을 바라봐준다면 조금이라도 안심이 될텐데 함께 아침을 먹고 차량에 오르기까지 찬열은 백현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듯 핸드폰 액정만 바라볼 뿐이다."세자저하께서는 하교 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왕실의궤복원 행사 참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큰 행사는 아니지만 주상전하께서 몇년동안 힘써오시던 프로젝트라 세자저하께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또한 세자비마마께서는 오전 수업을 마치신 후 바로 혼례복 제단을 하러 이동하게 되실겁니다. 그 후엔 두 분 모두 대비미마와의 저녁만찬이 예정되어 있습니다.""김실장님. 할마마마께 저는 그 저녁만찬에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 전해주세요.""아... 따로 일정이 잡혀 있으십니까?""행사 참석 후에 따로 갈 곳이 있으니 호위 붙지 않으셔도 됩니다.""알겠습니다."김실장의 일정 보고가 끝나고 학교로 향하는 차 안에는 적막이 가득했다. 찬열은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듯 초조한 모습이었고 백현은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절부절 못했다.얼마 후에 호위 차량은 학교에 도착했다. 찬열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백현이 뒤따라 내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위가 시끄러워 졌다.'제가 그 찐따라고?''어. 변종우 국회의원 막내아들.''저 찐따 새끼가 세자비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야. 조용히해. 들린거 아냐?'백현은 찬열의 뒤꽁무니를 뒤따라 올라가면서 주위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더욱 기가 죽었다. 자신이 세자빈에 간택이 되었어도 찐따새끼라는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교실에 도착하자 찬열은 자신의 자리와 꽤 먼 곳의 본인의 자리에 앉았고 주위의 아이들은 찬열을 향해 모이기 시작했다. 백현은 여전히 혼자였다."부부가 같이 등교하네. 보기 좋다?""비꼬지마. 기분 더러우니까. 오늘 희주 등교했대?""아니, 그런 소식 없었어. 너한테도 연락없었냐?"찬열은 옥상에서의 만남 이후로 등교도 하지 않고 연락도 두절이 된 희주가 걱정되어서 미칠지경이었다. 매일매일 전화를 하고 문자를 넣어보아도 답장이 없었고 찬열은 애가 타서 죽을 것 같았다. 주변에서 자신의 비위를 맞추며 재잘되는 아이들을 모두 물린 후 찬열은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았다. 모든게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아침부터 눈에 띄는 백현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기죽은 어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세자비 마마, 라고 불러야 하나?""...""미천한 것들하곤 말도 안 섞는다 이거야?""...""하, 이 새끼가 세자비되면 니가 뭐라도 된 줄알아? 우리 아빠가 지원금만 끊어도 빌빌거릴 왕실주제에 뭐가 이렇게 비싸게 굴어."평소 백현을 못살게 굴던 무리의 아이들이 어김없이 백현에게 몰려 들었다. 백현은 아무 말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자리에 앉았기에 뭐라고 반박하기가 민망했다."야, 찐따! 빵 좀 사와라. 세자비가 사온 빵 좀 먹어보자."괴롭히는 무리들 중 우두머리 격인 아이가 백현에게 빵심부름을 시켰고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순간 시끄러워진 교실에 당황스러워진 백현이 주위를 둘러보자 찬열이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백현이 매점으로 가서 여러 종류의 빵을 사오고 교실로 돌아갔다. 그 잠시동안에 들려오는 수근거림은 백현을 더욱 불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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