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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변백현] 10년친구 변백현이랑 입장정리 하는썰 00 | 인스티즈















저는 자퇴생입니다. 18살이고, 입시미술을 하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는 혼자 자취방에살고, 남은 가족들은 제 고향에 살아요. 제 고향은 되게 시골이라서, 공부를 하려면 어쩔수가 없거든요. 자취하기엔 어린 나이지만 그럭저럭 잘 살고 있어요. 근데 지금은 검정고시 한달남아서 딱 죽기 직전입니다. 공부가 좆나 안되거든요. 아니 그보다 요즘 자꾸 제 속을 태우는 얘때문에 더 죽을 지경입니다. 이름은 변백현. 저와 동갑인 열여덟이에요. 백현이는 제 고향에서 코찔찔이였을때부터 만나 같이 싸우고 틱틱대면서 볼거 못볼거 다 보고 정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에요. 백현이네 가족은 다같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저는 혼자 자취를 하게 되었지만. 저를 아껴주시는 백현이 부모님 덕에, 하루도 안심심하게 저희 집에 찾아오는 변백현 덕에. 안 외롭게 그럭저럭 잘 살고 있어요. 근데 요즘 얘때문에 하루하루가 막...아, 되게 이상해요. 요즘 얘가 예전이랑 많이 달라진거 같은 기분을 느끼거든요. 제가 달라진건가 하고 의심도 가져봤지만, 아 잘 모르겠어요. 

마전이였어요.



" 아 덥다. "



백현이는 예고를 다니는데,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가도 모지랄 판에 저희 집으로 옵니다. 항상 오는시각에 칼같이 벨이 울리면 저는 문을 열어줘요. 여름이잖아요. 더위에 땀에 쩔어서 녹초가 된 그애는 들어오자마자 저를 스치듯이 지나가 누구는 전기세 아까워서 못트는 에어컨을 지네 집인냥 18도로 맞춰놔요. 저는 그래 학교 갔다오면 더우니까.. 양보해주는 셈치고 그냥 가만히 넘어가면 아니나 다를까 제 침대에 누워요. 맨날 땀에 젖은 옷으로, 밖에서 입은 옷으로 눞거든요, 그러면 저는 기겁하면서 다리를 잡고 끌어당기고 걔는 버티고. 수많은 날을 그렇게 으르렁대며 싸우다가 결국 본 타협점이 양말이랑 하복셔츠라도 벗고 누워있으라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까지 한덕에 흰티 한장이랑 교복바지 하나만 걸친채 침대에 죽은듯 누워서 에어컨 바람을 맞아요. 


" 아... "


요즘 밖이 많이 더운가봐요. 특히 낮엔. 비가 오다말다 해서 습하기도하고. 저는 밖에 잘 안나가거든요. 그렇게 변백현을 보다가 다시 앉아서 공부를 할라치면 5분도 안되서 언제 일어났는지 제 의자를 잡고 짤짤 흔드는 손에 가슴에 참을인자를 새겨요.


" 야 재밌냐? "

" 응 "

" 나랑 놀면 안되냐? "

" 응. "

" 야 나중에 하면 안되냐? "

" 응. "


진짜 요즘은 공부를 빡세게 해야되는 시기거든요. 진짜 1분1초가 아까운 시점인데, 그것도 모르고 변백현은 이렇게 치대요. 의자를 흔들다가, 책상에 걸터앉아서 엉덩이를 들이 밀었다가, 제 머리를 잡아당겼다가. 


" 건들지마. "

" .... "


제가 좀 짜증이나서 까칠스럽게 말하면 그제서야 조용해져요. 아니 조용해지는척을 해요. 


" 애애ㅐ애ㅔ베베베 "

" 아!! "


그러곤 애처럼 제 교과서를 덮고 필통을 엎거나...의자를 더 세게 흔들거나..머리고무줄을 당겨서 풀어 헤치거나..

그러면 제가 입술을 꾸욱 깨물곤 다시 참을 인자를 새겨요. 그리고 다시 공부할 태세를 갖추고 '건들면죽여버린다' 라는 선전포고를 한뒤 연필을 잡으면, 한 30초 가만히 있나.다시 제 신경을 살살 건들여요. 


" 야 넌 미술하는 애가 손이 그게 뭐냐? "

" ... "

" 족발. "

" ...뭐? "


저는 계속 무시하면 될텐데. 낄낄 웃으며 제 신경을 긁는 변백현을 가만히 놔두지 못하고 결국..


" 뒤질래? 야 그거 하나 가만히 못있냐 넌? 어? 어디 문제 있어? 발달이 덜됬냐? "

" ..아! 아 그만! 아아아아! "


그러면 저는 항상 똑같은 패턴에 또 당한답니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화를 못참고 변백현을 뚜까뚜까 패요. 그러면 변백현은 아픈척 하지만 존나 성공했다는 행복한 표정으로 침대에 쳐박혀서 먼지날리듯 맞아요. 그렇게 뚜까뚜까 변백현을 패면 제가 지쳐 씩씩 거려요. 그러다가 결국, 


" 아 몰라. 망했어. 내일부터 해야지. "


그렇게 공부는 내일로 미뤄져요. 다 이런거 아닌가요? 제가 그렇게 순순히 나오면 변백현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해요. 


" PC방 가자! "

" ..... "


그렇게 저는 항상 똑같은 수법에 당해 콧노래를 부르며 PC방으로 가요. 방실방실 웃는 변백현을 옆에 매단채.제 자취방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시내거든요. 그래서 한번 나갈려면 절대로 집에서 하고있는 대로 하고 나갈수가 없어요. 근데 그날은 옷이, 옷이 없는게요! 다 집에서 입는 잠옷들 뿐이고. 밖에 입고나갈 옷들이다 빨래통에 있고, 여름옷들은 다 본가에 있어서 난감해 하는 도중에 그냥 지금 잠옷처럼입는 티랑 바지도 좀 짧고 얇은 감이 있지만 괜찮을 거 같은 거에요. 항상 변백현은 땀에 쩔어서 집으로 들어왔으니까. 그래서 결국 머리 위에 모자만 눌러 쓰고 거실에서 기다리는 변백현한테 가자고 말했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겁을 하는 거에요. 


" 너 그렇게 입고가게? "

" 응. 옷이없어. 밖에 더운거 아냐? "

" 야 장난해? "


애가 미간을 확 찌푸리곤 성큼성큼 제 앞으로 걸어오는거에요. 갑자기 확 진지하게 말하니까 놀라서 벙찌는데, 제 양 어깨를 잡곤 저를 아래위로 훑으면서 나무라는거에요. 


" 아니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지금 해가 벌겋게 떠있는데 이게뭐야. "

" ... "

" 바지봐. 너 계단이라도 올라가면 어쩔려고? 아니 그냥 걸어다녀도 다 보여. "

" ... "

" 위에 옷도그래. 너 팔이라도 올리면 다보이는데, 이럴바엔 다 벗고 가는거랑 뭐가달라. "


근데 막 성질 부리듯이 말하는게 아니고 조곤조곤 꾹꾹 한글자 한글자 힘줘서 말하는데 그 말투에 벙쪄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어요. 엄마아빠한테도 안당해본 고나리질을 친구한테, 그것도10년지기 남자친구 한테 듣고 있자니 뭔가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괜시리 기분이 이상해지는거에요. 얘가 이런 성격이 절대 아니거든요. 그래서 입안만 꾸욱 씹고 있었는데 잡힌 어깨가 아려와서 어깨를 쳐다보니까 걔도 자기가 그렇게 꽉잡은줄 몰랐나봐요. 화들짝 놀라면서 손을 떼더니 한숨을 푸욱 쉬는거에요. 


" 너 잠깐만 기다려. "


가 꿍하게 고개만 숙이고 있었는데, 어딜가는지 제 어깨를 한번 툭 치고 신발을 구겨신더니 그대로 뛰쳐 나가는 거에요. 여기서 부터 기분이 좀 이상해졌어요. 항상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애는 맞는데, 크게 오지랖이 넓은 편은 아니거든요. 진지하게 말하는 성격은 더 아니고. 뭔가 평소보다 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기분이 좀 나쁜건 맞았지만, 그것보단 그냥 이상하다. 이런 생각. 듣고나서 입고있던 옷을 다시 보니 티가 지나치게 소매던 뭐던 짧긴 짧더라구요. 팔만들어도 배꼽이 보이는걸보니. 바지는 그냥 여름되면 다 입는 짧은 트레이닝복 팬츠였는데. 듣고보니 좀 짧은거 같기도하고. 그제서야 고맙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라구요. 저는 엄마아빠도 없이 혼자 사니까. 걱정해주는건 얘밖에 없구나 싶기도하고. 그렇게 입술을 삐죽이다가 얘는 어딜갔나 멍하니 현관문을 바라보는데 거짓말 처럼 벨이 울리는거에요. 당장 열어줬죠.  

" ....하...아... "

" 뭐야, 뛰어왔어? "

근데 애가 더운데 뛰어왔는지 흰티가 땀으로 다 젖어가지고, 턱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거에요. 이마엔 머리카락이 막 붙어있고. 숨은헐떡이고. 근데 손에는 옷가지가 막 들려있는게, 아니 설마

" 나 주려고 가져온거야?? "

" .. 그래. 너 빨리, 입어. "

애가 무릎을 집고 숨을 헐떡이는데 너무 미안한 동시에 아까 막 고나리질 했던 그 말들 때문인가 평소엔 와 고맙다 변백현 역시! 이러고 넘어갔을 기분이 점점 멜랑 꼴리 해지길래, 건네받은 옷을 쥐고 우물쭈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막 숨을 거칠게 내쉬는 애를 보면서 가만히 있었는데, 변백현이 뭐하냐는듯 저를 쳐다보면서 피식 웃는거에요. 

" 왜, 너무 고마워서? "

" ...아니...뭐.. "

그제서야 숨이 좀 골라졌는지 허리를 짚더니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웃더라구요. 

" 고맙냐? "

" ..... "

저는 그냥 그때까지 가만히 우물쭈물 있었어요.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될거 같은데 입은 안떨어져서, 그냥 모르는척 옷이나 입으러 방에 들어갈까, 하고 허공에 있던 시선을 변백현한테 옮겼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변백현이 한손으로 제 한쪽 뺨을 감싸고, 한쪽손으론 제 어깨를 쥐는거에요. 거기서 부터 미친듯이 심장이 쿵,쿵 뛰는거에요. 

" 으이그. "

" ... "

" 이제 짧은 옷입고 밖에 나가지마? "

한손으로 제 뺨과 뒷목까지 감싸더니 한껏 달래는 표정으로 저를 보면서 응? 알겠지? 이러는거에요. 순간 변백현이랑 닫는 살들이 다 뜨거워지고 애가 저를 내려다 보면서 웃는 얼굴이랑 눈빛이 너무 설레서,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빨개질거 같은거에요.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그래서 어버버버 거리면서 눈도 못마주치고 동공지진 일으키는데, 얘가 더나아가 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막 웃는거에요. 베시시. 그때 저는 완전 멘붕이 와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변백현한테 들킬새라 고개만 끄덕이고 방으로 도망가듯이 뛰쳐 들어왔어요. 마지막에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는 저를 보면서 변백현이 피식 웃은거 같은데. 설마 들킨건가 싶어서 방문에 기대 쪼그리고 앉아서 끙끙 거렸던거 같아요. 일단 설레는 맘을 가라앉히는게 그때는 먼저였고, 자괴감은 변백현 옷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저를 깨달음과 동시에 찾아오더군요. 

" 미쳤어 미쳤어.. "

자그마치 10년 친군데 설렘을 느껴버린 제가 미친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안될애한테 설레임을 느껴버린 기분. 얘는 순전히 나를 걱정해주는 차원에서 그런거고, 볼이랑 머리는 뭐.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스킨쉽이 였지만 아무생각이 안들었어요. 남녀사이에 그런 스킨쉽이 충분히 변백현이 내게 마음이 있어서 나온다. 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떨렸거든요. 머리는 자주 쓰다듬어 줬던거 였기도하고. 그냥 친구사이에 충분히 나올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너무 설레인 마음에 이성이 없었거든요. 결국 밖에서 ' 안나와?'하고 소리지르는 변백현에 부랴부랴 변백현의 반팔티랑 트레이닝 바지를 주워입고 나갔죠. 


" 뭐야 얼굴 왜그래? "

" ㅇ,왜. 뭐, 나 원래 이렇게 ㅅ,생겼는데? "

" 아.. "


순간 얼굴이 지나치게 빨개졌나 싶어서 동공지진이 일어났지만 원래 이렇게 생겼다는 말에 측은하게 바라보고 마는 변백현이였어요. 개새끼. 


" ... "


근데 얘가 거실 벽에 기대가지고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거에요. 저만 빤히 올려다 보면서. 안그래도 변백현이 숨만쉬어도 거슬려 죽겠는데 자꾸 위애래로 훑어보니까, 애꿎은 머리만 귀뒤로 넘기면서 쭈뼛대는데 걔가 씨익 웃더니 한마디 하더라구요. 


" 예쁘네. "


그렇게 그날을 종지부로 저는 변백현이 미친듯이 신경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저 한마디만 안했어도 그냥 하룻밤 자면 그땐 내가 미쳤었지 그래! 하고 넘길수 있었을 텐데.. 진짜 강조하지만 변백현은 평소에 저한테 예쁘다느니, 귀엽다느니의 저를 이성으로 보는 말은 단한번도 한적이 없었고, 그런 행동들도 잘 하지 않았어요. 애가 남을 생각해주는 배려가 좀 넘쳐서 매너 있는 행동을 할땐 많았지만, 남녀사이의 예의만 지키는 정도가 다였거든요. 변백현이 그러고 방실방실 웃으면서 가만히 앉아있길래 더 있다간 진짜 뭔가 큰일이 나버릴거 같아서 혼자 후다닥 현관으로 가서 신발을 구겨신었죠. 그러면서도 변백현의 말이 신경쓰여서, 현관에 붙어있는 거울을 통해 제 꼴을 봤는데.


" ....하.. "


원래 목이 위로 올라오는 옷인지 남자옷치곤 조금만 신경쓰면 어깨가 흘러내리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어깨선은 저 아래에 가있고, 트레이닝 바지 밑단은 신발을 먹어버린거에요. 허리도 헐렁하고 머리도 혼자 발악을 하면서 비빈탓에 막 출산을 끝낸 산모머리.. 딱 비주얼이 국제 결혼하러 베트남에서 팔려온 비주얼..이대로 시장에 나물팔러 가면 될꺼같은...도대체 어디가 예쁘단 건지 하나도 모르겠는...


" 가자. "


그렇게 뒤에서 재촉을 해대는 변백현 덕에 그렇게 거지같은 꼴을 하고 PC방에 갔답니다. PC방에선 별일 없었어요. 컵라면 입에 물면서 욕하고, 싸우고, 게임하고의 반복. 그렇게 좀 심신이 괜찮아 진것 같았는데. 게임을 한창하다보니 시계가 10시인거에요. 청소년들 나가라고 알바가 잡는 시간. 그렇게 게임을 끝내고 둘이서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어둠이 진득하게 깔려있더라구요. 까만밤하늘엔 왠일로 별도 몇개 콕콕 박혀있고, 달은 진짜 새하얗게 노오란 빛을 띄는데, 너무 예뻤어요. 집이 서로 먼편은 아니였어요. 걸어서 10분? 방향이 어짜피 같아서 같이 걷는데, 게임을 너무 오래해서 그런가, 기분도 몽롱하고 멍해서 아무말도 없이 걸었던거 같아요. 바지 밑단이 질질 끌리는게 눈이 보이는데도 걷을 생각도 못하고.


" 내일도 갈꺼다. "

" ...알아. "


백현이는 목소리가 참 좋아요. 깨달은건 꽤 됬는데, 감정적으로 절절히 느껴지는건 얼마되지 않았어요. 그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내일도 올꺼라는 말에 제가 뚱하니 대답했는데 애가 갑자기 바람빠지는 웃음을 갑자기 뱉는거에요. 그래서 뭐냐는 듯이 백현이 얼굴을 봤는데, 그냥. 그냥 웃은거 같더라구요. 모르겠어요 잘. 하얀 얼굴에 애굣살이랑 광대가 올라와서 베시시 웃길래, 그냥 빤히 보다가 밤 하늘만 보면서 그냥 아무렇지 않게 걷길래 그냥 저도 하늘보면서, 따라 걸었던거 같아요. 근데 그게 화근이였죠. 


" 아..! "

" 야! "


진짜 이나이 먹고 허공보면서 걷는다는게 말이 안되는데. 너무 정신이 몽롱하고 하루가 정신이 없어서. 아무생각이 없었나봐요. 큰 턱이 있었는데 그만 못보고 발을 삐끗하면서 접질러버린거에요. 무의식적으로 백현이를 잡았는데 백현이가 진짜 반사신경 쩔게 잡아줘서 넘어지는건 막았지만. 진짜 아프게 발목을 접질러서, 눈물이 핑도는거에요. 일어서지도 못하고 백현이 옷자락만 꾹 쥐고 아픈소리만 내는데, 백현이가 저한테 막 뭐라고 하는거에요. 

" 야너 미쳤어? 앞에 안보고다니냐? "

" 아...아야.... "

 안그래도 아파죽겠는데 막 나무라니까 서러워서 눈물이 막 나오길래, 입술만 꾹 무니까 그제야 얘가 심각성을 느꼈는지 제 앞으로 와서 자꾸 다리가 풀려서 아래로 푹푹 꺼지는 저를 잡아주면서 완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걱정을 해주는 거에요. 

" 많이아파? 어디? 발목? "

" ...으...아파... "

" 걸을수 있겠어? 저기까지만.어? "

일단 어디가서 앉아야되는데, 제가 아파가지고 쩔쩔매니까 결국 애가 뜸들이면서 생각하다가 저한테 묻지도 않고 저를 번쩍 안아 드는거에요. 

" ...아..! "

" 일단 저기좀 앉아있어. "

그러더니 공원쪽으로 걸어가더군요. 저는 그때 아프기도 너무 아픈와중에 무거우면 어쩌지 몸에서 땀냄새 나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을 했던거같아요. 그렇게 공원 안으로 들어온 변백현이 벤치에 저를 내려다 놓는거에요. 저는 그때 진짜 너무 아파가지고 울지도 못하고 눈만 꾹 감고 이고통이 없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변백현이 그런 제 앞에 쪼그려 앉더니 무릎위에서 꾹 옷자락만 쥐는 제손을 마주 잡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놀라서 눈뜨고 변백현을 내려다 보니까 저를 올려다 보면서 다급하게 그러는거에요. 

" 나 약국가서 약사올테니까 혼자 있을수 있지? " 

안될게 있나 싶기도하고 걱정해주는게 고마워서, 저도 끄덕끄덕 고개만 끄덕이니까 애가 벌떡 일어나서 제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 뛰어가더라구요. 바쁘게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니까 이제 발목의 고통도 점점 익숙해져가고, 점점 이성이 돌아오는듯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제서야 아까 발목 접질렀을때 변백현이 저를 안듯이 지탱해 줬던거랑, 안겨서 여기까지 온게 점점 실감이 나면서 변백현의 걱정가득한 표정이 떠오르는거에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어요. 오늘 따라 참 이상하다고. 그게 변백현이던, 나던. 그렇게 머릿속의 감정들이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은채 설레는 감정만 둥둥 떠다니는데 저기서 부터 헉헉 거리는 숨소리랑, 바쁘게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더라구요. 그래서 앞을보니 거짓말처럼 변백현이 아까 제 옷을 가지고 제 앞에 섰던것과 똑같은 표정과 자세로.

" 허...억, 헉... "

" ..아... "

" 빨리, 이거.... "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약봉지를 그대로 뒤집어 내용물을 쏟아낸 변백현이 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제 발목을 잡고 신발을 벗기더니, 스프레이를 뿌리고, 파스를 붙이고. 붕대를 감고. 

" ...진짜, 여자애가, 정신을 어디다가, 하, "

입으로는 밭은 숨을 내쉬면서 할말은 또 다하는데, 발목을 만지는 손길은 너무 조심스러워서. 까만 머리통을 보면서 혼자서 베시시 웃었던거 같아요. 어둠이 짙게 깔려서 서로 얼굴은 잘 안보이기도하고. 뭔가 이렇게 제 발목을 쥐고 저를 나무라는 변백현이 고맙기도, 좋기도해서.  

" ...미안.. "

아까는 하지 못했던 사과를 이제서야 하는데, 그 말을 들은 변백현이 바람빠지는 웃음을 내뱉더니 제 발을 양손으로 감싸는 거에요. 그러더니 곧 저를 올려다 보면서 말하는데, 

" 미안하긴 무슨. 우리사이에. "

" ... "

" 업어줄까? "

그렇게 변백현 눈을 맞추기 힘들었던 적은 그날이 처음이였던것 같아요. 우리사이가 무슨 사이일까.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저를 빤히 바라보는 눈길에, 싫다고 하기도 뭐해서 고개를 끄덕이니까 금새 제 신발 한쪽을 손에 쥐고 너른 등을 제 앞에 들이 미는 거에요. 그때는 무슨 정신이였는지, 무슨 용기가 있어서 고개를 끄덕였는지 지금은 도대체 이해를 할수가 없어요. 조심스레 변백현 등에 업혀서 양 팔로 변백현 목을 감싸니까 변백현이 읏챠, 하면서 일어나더라구요. 

" ... "

" ... "

그렇게 서로 아무말도 안했어요. 저는 변백현 목덜미에 코를 박고 생각에 잠기느라 말을 하지 못했고, 변백현은 어, 잘 모르겠어요. 그날 변백현 목덜미엔 땀냄새가 났는데, 되게 좋았던거 같아요. 그냥. 결국 그날 있었던 모든 복잡한 생각들에 사로잡히는게 싫어서, 되게 소중한 시간인데 방해받는게 싫어서 그냥 아무생각없이 변백현 등짝에 업혀 그 상황에만 집중했어요. 백현이 젖은 머리칼. 너른 등 같은 것들. 발목이 아린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부끄럽단 생각도 하나도 들지 않았던거 같은데. 왜 그랬나 몰라요. 그냥 밤하늘이 너무예쁘고, 변백현이 너무 좋다. 그 두가지 생각만 공존했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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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백현이 핥어택쩐다 ㅠㅠㅠㅠㅠ 둘이 그냥 사겨라!사겨라! ㅠㅠㅠㅠㅠㅠㅠ 아 이런소재 너무 좋아요 신알신 하고가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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