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연애 中 : 부제- Give Love
요즘 종인이가 바쁘다. 학교에서 무슨 공연을 한다고 준비 중이랬다. 그래서 너무 완전 매우 very much하게 보고 싶은데 코빼기도 볼 수가 없다.
보고싶어ㅠㅠㅠㅠ 연락도 안돼ㅠㅠㅠㅠㅠ어엉ㅇ
카톡을 보내도 1은 사라질 생각을 안 했다. 며칠째 쌓여가는 1. 원래 카톡 답장을 잘 하지 않는 종인이지만 보내면 읽고 곧바로 전화를 해왔다. 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로 한다는 종인이지만 문자와 카톡 치기가 귀찮은 거란 거쯤은 잘 안다.
6년 된 내 남자친구 김종인은 무용과 학생이다. 어릴 적부터 춤에 대해 남다른 재능을 보인 그였기에 대학 역시 춤과 관련된 과로 진학을 하였다. 뭐, 김종인 하면 춤이란 수식어는 당연했다. 동네에서도 유명했으니까. 얼굴 잘생겼지, 몸매 핫 하지, 춤 잘 추지. 뭣 하나 빠지지 않는 한마디로 존잘남을 사귀는 나는 매일 불안함에 휩싸였다. 왜 나랑 사귀어 주는 거지? 어디 하나 예쁜 구석이 없는 나를.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종인이를 채가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으며 나를 괴롭혀왔다. 물론 종인이는 모른다. 자존감 높은 신세대 여성인척 했으니까.
읽지도 않는 카톡을 보내다 들어간 face book.
....난데? 이거 난데? 완전 공감인데.....
코끝이 찡했다. 다 내 얘기 같았기 때문이었다. 중학교때 처음 만난 종인이를 보고 반한 나는 무려 3년 동안이나 구애를 했다. 매일 따라다니면서 나를 어필한 결과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며 짝사랑 상대 김종인이 아닌 남자친구 김종인이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6년 동안 연애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은 나라는 것이다.
항상 종인이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나였고 기대하는 것도 나였고 질투 하는 것도 나였다. 6년이 된 지금도 말이다.
"...깼어? 미안 깨우려던건 아니었는데"
하도 종인이를 못 보니 꿈에 나온 모양이다. 옷을 갈아입는 종인이. 음, 역시 핫바디야. 그런 종인이를 꿈뻑 쳐다보니 어느새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내 머리를 기분 좋게 넘기며 '얼른 자자' 한다. 그가 나를 어루만져 주는 손길이 꿈같지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진짜 종인이가 내 옆에 있는 것 같아 영영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오전 수업이 일찍 끝났다. 오늘은 방금 들었던 수업이 마지막 이였기에 오랜만에 종인이네 학교에 깜짝 방문 좀 해볼까 싶어 신나는 마음으로 학교를 나섰다. 여초과인 무용과에 유일하게 있는 남자는 종인이와 종인이 친구인 태민이 뿐이었다. 당연히 그 둘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고 나도 꽤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런 태민이에게 종인이가 있는 곳을 살짝 물었다. 본관 뒤에 있는 벤치에서 공연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거라는 태민이의 정보로 종인이의 학교 본관에 다다랐을 때 내 눈에 보이는 종인이.
"......"
순간 나도 모르게 건물 안으로 숨어버렸다. 오랜만에 본 종인이인데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다. 낯설기만 할 뿐이었다. 어제 페이스북에서 본 글귀가 떠오른다. 항상 나만 그를 찾고 나만 기다리고 나만, 나만... 별것도 아닌 것으로 이렇게 질투를 하고 혼자 속앓이 하는 내가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차오르는 이 감정을 나는 주체할수가 없었다.
붕어 눈이 되었다. 종인이네 학교에서 돌아온 뒤로 쉬지 않고 울어댔다. 6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종인이는 이제 내가 익숙하고 편해질대로 편해졌을 것이다. 더이상 나에게 설렘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만 아직 설레어하고 수줍어 할지도 모른다. 오로지 나만 종인이를 원할지도 모른다. 또 눈물이 터질것만 같아 휴지로 코를 팽하고 풀었다.
Rrrrrrrrrrrrrrrrrrr-
".....여보세요."
- 나와 집 앞이야
"....집 앞?"
- ...뭐야, 목소리가 왜그래? 내가 올라갈까?
"아니! 내려갈게"
하여튼 눈치는 귀신같아가지고. 입고 있던 옷에 가디건을 걸치고 눈 마사지를 하며 계단을 내려가 1층에 도착했다. 그러자 코트에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 있는 종인이가 눈에 들어온다. 나를 보자 한번 인상을 찌푸리고는 내게 걸어오는 녀석. 또 얇게 입고 왔다고 잔소리를 해댈것이 분명했다. 내가 춥다고 했지. 그 가디건 얆으니까 입지 말라고 몇번을 말해.
"내가 춥다고 했지"
"........"
"그 가디건 얇으니까 입지 말라고 몇번을 말해"
"........."
것봐 그럴줄알았어. 내가 생각한 대로 말하는 종인이를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나조차도 어떠한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예상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났고 정들었고 익숙해 졌는데 종인이라고 안그럴까.
"어어ㅇ어엉ㅇ 흐아아아앙"
"야, 야 왜그래, 갑자기"
"으어어어엉"
"오랜만에 봐서 그래?"
당황한 종인이가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내게 둘러주며 눈물을 닦아준다. 그럴수록 눈물이 더 나온다. 어린아이가 길 잃은 것마냥 으아앙 하고 울으니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해 하는 6년짜리 남자친구. 진한 쌍커풀, 두툼한 입술, 푸릇한 수염자국을 차례대로 훑어 볼수록 울음이 멈추질 않는다.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아이의 여자친구라는게 나라서. 종인이가 나를 질려하면 나는 종인이를 보내줘야할까 보내줄수는 있을까 해서.
아예 고개를 치켜들고 엉엉 우니 내 눈물을 연신 닦아주던 종인이 어깨를 잡아온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우리 집 자취방으로 돌렸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흑흑 울어댔다. 종인이 우리집의 비밀번호인 자신의 생일번호를 치고 집으로 날 들여보냈다. 쪼그려 앉아 내 신발을 벗겨주고 나를 침대에 앉힌 그가 부엌에서 물을 따른 컵을 내게 건낸다.
"자, 이제 말해봐. 뭐 때문에 이런지"
"엉엉ㅇ 보고 싶었어ㅠㅠㅠ 보고 싶은데 볼수가 없어서 그랬어ㅠㅠㅠ"
자신의 품에 풀썩 안기며 엉엉 울어대는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어젯 밤에 너무 보고싶어서 꿈에서도 너가 나왔어. 삐져나오는 울음에 뚝,뚝 끊으며 말하자 응,응 하고 대답해주던 그가 푸흣 하고 웃었다.
"꿈 아닌데"
".......?"
"어제 보고 싶어서 새벽에 들러서 자고 갔어."
"정말....?"
코를 훌쩍대며 되묻는 내 얼굴을 보던 종인이 큭큭 웃어댄다. 뭐가 재미있는건지. 괜한 심술에 다다다 내뱉었다.
"그냥 불안했어ㅠㅠ 너가 이제 나 질려하면 어쩌나... 다른 예쁜 여자가 너 채가면 어쩌나..."
"또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셨구만"
"너네 과 여자들이 예쁘니까!!!ㅠㅠㅠ 맨날 나만 질투하고 그러니까ㅠㅠㅠ 나만 너 좋아하는 것 같구ㅠㅠㅠ 어엉ㅇ"
또 말하다 보니 벅차올라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잉잉 거리며 종인이를 마주보자 종인의 입술이 눈 앞에 다가왔다. 그로인해 눈을 꿈 감았고 종인이가 항상 바르는 립밤의 촉촉함이 내 눈위에 닿았다 떨어졌다.
"나도 해"
"...응?"
"나도 질투 한다고. 너네 과도 남초과잖아"
"......"
"너랑 친한 오세훈 자식 질투나. 김민석 선배 자식도 질투나고 도경수 선배 자식도 싫어"
"........"
"6년을 봤는데도 아직 모르겠어?"
"........"
"아직 믿음이 부족해?"
종인의 물음에 흡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사실 나도 다 알고 있다. 믿음이 부족해서가 절대 아니었다. 그저 나 혼자 불안해 하고 속 끓인 것이었다. 종인이는 항상 내 생각해주고 배려해주고 믿음을 주었다. 여초과인 무용과를 간다고 했을 때도, 여학우들과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를 하던 나에게 없는 애교 다 해가며 풀어주고 맞춰주고 했다. 그러니까.... 난 종인이에게 항상 어리광만 부렸던 것이다.
"미안해"
"....미안한건 알아?"
"......응ㅠㅠㅠ 너가 너무 잘났잖아ㅠㅠㅠ 그만 잘생기란 말야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쪽 쪽.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내 양쪽 볼과 입술 주변을 짧게 입 맞추던 종인의 눈빛이 어느순간 확 돌변했다. 아직도 난 이 눈빛만 보면 미친듯이 가슴이 뛴다.
"미안하지"
"........응"
"잘못했어?"
"..........응"
"그럼 벌 좀 받자"
내게서 물컵을 뺏어 든 종인이 점점 몸을 밀착해왔고 내 이마에 연신 키스를 퍼붓는 그의 빠른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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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음모드입니다.
오랜만이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