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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벚꽃나무

벚꽃잎이 바람을 따라 흐드러지고 있었다. 그 벚나무 밑에서 나란히 앉아 흐드러지는 것을 구경하던 여자아이는 제 옆에 앉아서 같이 구경중인 남자아이를 콕 찔렀다. 남자아이가 왜에? 말끝을 늘이며 여자아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아이는 여전히 벚꽃잎이 흩날리는 것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공중에서 날리는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진짜?"


여자아이의 말에 남자아이가 눈을 반짝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일어나서 같이 잡자고 말했으나 여자아이는 새침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가 해봤는데 소용없어. 소원이 안 이루어지던걸."

"소원이 무엇이었는데?"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하려구."


여자아이는 뾰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같이 빌어줄게."

"응?"

"내가 한 번 더 빌어줄게."


남자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의 말을 듣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저 쪽으로 달려갔다.


"말 안해줄거다. 내가 또 잡아서 빌면 되는걸."


여자아이는 볼이 붉어진 채로 꽤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남자아이에게 말해줄 수 없는 소원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남자아이에게 말해주지않을 작정인데도 어쩐지 여자아이는 마자아이가 그녀에게 소원이 무엇인데? 하고 한 번 더 물어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의 말을 듣고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안해도 돼."


덤덤한 남자아이의 말에 여자아이는 당황했다. 어짜피 말 안해줄 것이었지만 조금은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왜 속상해. 어짜피 말 안해줄거였잖아. 여자아이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 말 안할거다 하고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게 말을 하려는 수간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향해서 또 히죽 웃는다.


"벚꽃잎 잡아서 네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달라하면 되니까. 그럼 세 번 소원 비는 거니까 이루어질거야."


그리고 때마침 봄바람이 벚꽃나무를 간질였고, 벚꽃잎이 둘 사이로 비처럼 내렸다. 남자아이는 내리는 벚꽃잎을 잡으려 손을 뻗었고, 그가 손을 뻗을 때마다 여자아이의 마음 또한 벚꽃나무처럼 간질었다.






벚꽃차


황제는 피곤해 보였다. 그는 이마를 짚고는 엄지와 검지로 감은 눈을 꾹꾹 눌렀다. 상궁은 내가 부탁한 다과상을 가져왔고, 나는 황제가 좋아하는 노란 꽃 모양의 과자를 집어 그의 입술에 가져다대었다. 황제는 입술에 무엇인가 닿자 눈을 살짝 떴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내가 싱긋 웃자 황제도 또한 웃고는 입을 벌려 과자를 입 속으로 넣었다. 나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상궁이 가져온 물에 따로 보관해두었던 말린 벚꽃을 몇개 띄워 차를 우려냈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자 벚꽃은 꽃잎을 천천히 피기 시작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하오?"


19살, 궐 안이 아닌 저잣거리에서도 한참 세자에게 후궁을 들여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이 무성할 때였다. 세자가 세자빈을 전혀, 찾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관료들과 황제까지 나서서 세자빈과 세자의 관계개선을 위해 애썼지만 세자는 얼어버릴 듯한 시선으로 세자빈을 볼 뿐이라고. 황제는 병이 든 몸이었기에 하루라도 빨리 제 손주를 안고 싶어 했다만, 세자는 세자빈을 들인지 4년이 지나도록 손 한번 잡아주지 않은 매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세자는 후궁조차 들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자가 직접 후궁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후궁을 들여도 세자빈과 같은 꼴이 나고 말 것이었다. 저잣거리에까지 그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면 궐 안은 난장판일 것이라고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나에게 다과상을 준비하라고 말씀하셨다. 다과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자 평소에 아버지께서 앉아계시던 자리에는 내 나이 또래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품에서 작은 보자기를 꺼내 차를 우려내기 시작했다. 차를 우려내는 동안 세자와 아버지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언뜻 들어도 보통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옆 국(國)과의 외교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와 같은 깊은 정치의 얘기였다. 이런 얘기를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해도 되는 것인지, 들으면 안되는 이야기같은데 내가 있는데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차가 다 우러나고 차를 담은 찻잔을 사내와 아버지의 앞에 조용히 놓는데 사내가 나에게 물었다. 놀라서 예? 하고 묻자 사내는 장난스런 표정으로 빙긋 웃으며 천천히 자신이 했던 말을 다시 내게 알려주었다.


"그, 그것이."


나는 쉬이 말하지 못했다. 감히 어느 여자가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함부로 말하겠는가. 사내가 나에게 그것을 물어본 질문의 의중은 무엇인가. 불안함에 내 눈은 저절로 아버지에게로 향했다. 아버지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해도 괜찮다는 말이었다. 나는 긴장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숨을 내쉬고 아까보다는 가벼운, 그러나 아직까지는 무거운 마음으로 말을 시작했다.


"자국(自國)은 몇 십년동안 많은 성장을 이루어내어 현재는 옆 국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자국이 제 옆에 나란히 설 것을 두려워하여 자국의 내부 상황을 알기 위해 더 많은 사신들을 더 자주 자국으로 파견하고 있습니다. 하여 내부 상황의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염려하여 외교를 줄이자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허나, 자국의 상황보다 옆 국의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옆 국은 머지않아 권력에 의한 피바람이 불 것입니다."

"권력에 의한 피바람이라…."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렇사옵니다."

"허나 그것은 단지 뜬소문이지 않소."


사내는 차를 마시며 물었다. 나는 입이 바싹 타들어가는 듯 했다.


"소녀가 궐 안에 직접 들어간 적은 없사오나 자국으로 들어오는 사신들의 수가 더 많아지고 알아가는 정보가 각자 다르다 들었사옵니다. 혹여 그 사신들은 각자 자국에 대한 태도 또한 다르지는 않은지요."

"다르긴하더구나."

"그것은 각자에게 그 임무를 부여한 뒷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옆 국의 황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낸 사신도 온다는 뜻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 다툼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뜬소문은 단순한 뜬소문이 아닌 진실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대는 그 기간을 얼마로 보시오."

"길게잡아 5년이라 생각하옵니다."

"5년…."


내 말을 들은 사내는 찻잔을 손에 들고 손목을 흔들어 안에 담긴 차가 조용히 물결치게 했다. 그러다가 또다시 나즈막하게 말했다.


"향이 좋군요."

"벚꽃차이옵니다."

"많은 차들중에 벚꽃차를 가져온 이유가 있을 터인데."


사내는 내게 차를 가져온 이유를 물으며 차를 한 입 다시 마셨다.


"벚꽃은 개화하고 1,2 주면 꽃이 떨어집니다. 만개하는 그 시점에 꽃을 따와서 소금을 풀은 차가운 물에 씻어낸 후 물기를 말려야 하지요.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그 후에 예열로 덖어주어야하는데 벚꽃은 온도에 민감하여 자칫하면 갈변하기에 조심해야합니다. 또한 차를 우려내야 할 때는 3분에서 5분 사이가 적당합니다. 시간을 적게 잡으면 그 향이 우러나질 않으며, 시간을 길게 잡을 경우에는 떫은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귀찮은 차로군."

"신경을 많이 들여야 하는 차이지요."

"그래, 그래서 이 차를 가져온 이유가 무엇이오."

"그만큼 신경을 써야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세자저하. 내 말을 듣자 사내는 소리내어 웃었다.


"왜 그리 생각하시오?"

"첫째로 앉아계신 자리이옵니다. 본디 자리는 직급이 높으신 분께서 방의 안쪽으로 앉으시는데 지금 방의 가장 안쪽에 앉아계시지요. 제 또래이면서 제 아버지보다 높으신 분은 세자저하뿐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로 사신들의 태도가 다르지않냐는 제 말에 다르긴 하다, 하고 대답하셨습니다. 소녀가 알고있기를 예조(禮曺)는 옆 국의 자국에 대한 행동변화로 인하여 인재를 뽑는 시험을 임시적으로 폐지한지 오래되었기에 제 또래의 관리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세번째, 세자저하께서 은연중에 나오는 말투로 알았습니다. 저에게 말씀을 하실 때 대부분은 하오체로 말씀하시었으나 중간의 하게체를 사용하시었습니다. 본래 제 또래의 사람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오체를 사용하나 저하께서는 또래이더라도 높으신 분이니 하게체를 사용하시는 것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나오신 것이지요."

"그래, 그러나 그것은 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알은 것이 아닌가."

"아버지께서 저에게 다과상을 들이라 하신 일은 여태 한번도 없었나이다. 높으신 분이라는 것은 깨달았으나 얼마나 높으신 분인지는 짐작이 되지 않았나이다. 그래서…,"


나는 품에서 또다른 보자기를 꺼냈다.


"차 잎을 두개 가져왔군."

"백모단이옵니다."


사내는, 아니 이제 황제가 될 세자는 묘한 웃음을 띄었다. 또다시 긴장감이 나를 휘감았다.

황제는 찻잔에서 꽃잎을 펴는 벚꽃을 감상했다. 꽃잎이 다 펼쳐지고 적당한 시간이 되었을 때 내가 벚꽃을 찻잔에서 빼어내자 황제는 그 찻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황제는 그 때처럼 묘한 웃음을 띄었으나 이제는 긴장감이 나를 휘감지않았다.


"여전히 향이 답니다."


오히려 그런 황제의 웃음은 이제 나를 휘감고 있던 긴장감을 풀어준다.







은장도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푸르스름한 색과 검붉은 색의 조화로 가득 물들었다. 건청궁에서 나와 채현당으로 돌아가는 와중, 종인과 마주쳤다. 우리는 맞춘 것도 아닌데 서로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었다. 난 너를 믿어.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가 어제 했던 말이 머릿속에 울렸다. 넌 아니지? 그의 눈은 다시금 내가 그의 말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제 했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 귓가에 속삭이는 듯이 선명했다. 나는 몸서리를 치고 그의 옆을 지나쳤다. 그는 길 옆으로 비키고 내게 고개를 숙였다.

채현당으로 돌아와 어제 그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가 없음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고민을 하는 이유는 그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내가 그 사실을 부정하려는 이유조차 그것이 명백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품에서 은장도를 꺼냈다. 그래, 이것 때문이었다.


"뭐해?"


저잣거리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의 소리가 한데 뭉쳐있어도 시끄럽다기 보다는 사람 사는 느낌을 주는, 묘한 곳이었다. 그 곳에서 있던 나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 들고있던 노리개를 떨어뜨렸다. 황급히 노리개를 다시 주어 흙을 털어내고 제자리에 두었다. 종인은 그렇게 놀랄 일이냐며 웃었고 나는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에 갑자기 나타나니까 놀라지 않냐며 괜한 종인 탓을 했다.

종인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은 운검이 될 것이라고 습관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주황색으로 칠한 어피가 감싼 칼집, 백은으로 장식한 별운검을 종인은 꼭 제 손으로 들고 말 것이라고. 그 원대한 꿈을 가진 이후로 종인의 아버지는 종인이 운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가했다. 처음에는 궁으로 들어간 무사들 중 몇 명을 뽑아 종인과 훈련을 하게 시켰다. 종인은 저보다도 머리 하나가 더 큰 사람과 거의 하루종일 연습을 하는데도 힘든 모습을 보이지않았다. 오히려 그 무사들이 힘들다는 것을 보였다면 보였지. 그렇게 그 무사들과 훈련을 하던 종인이 키가 크고 나자 그의 아버지는 전 운검으로 있었던 사람 중 한명과 훈련을 하도록 시켰다. 운검이 되는 것. 그것이 종인의 꿈이었고 전부였으며 그의 아버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가?"


후궁을 들이지 않을 것 같았던 세자가 후궁을 선택한 것이었다. 궐에서는 드디어 원자를 볼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물론 그것이 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궐 밖의 사람들도 드디어 세자가 세자다운 행동을 한다며 반겼다. 단 한 명, 나를 빼고. 

내가 그를 알고나서 처음 보는 눈빛이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내일 데리러 오겠다며 관군이 찾아왔고 그것을 본 사람들이 드디어 세자가 택한 후궁이 나임을 알게 된 것이었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종인은 그 소문을 듣자마자 마지막 밤인 지금, 내 앞에 찾아와 묻는 것이었다. 뛰어온 것인지 그는 숨을 헐떡였다. 땀도 송골하게 맺혀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은 한참을 굳어있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힘 없는 네 말을 듣는 순간 속에서 치미는 것을 억눌렀다. 사실은 종인아, 너에게 한 번도 말한 적 없지만 나는 너를 좋아했어. 아주 많이. 어렸을 때 벚꽃나무에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아서 네가 나를 좋아해달라고 빌기 위해서 매일 벚꽃나무 밑에서 꽃이 지기를 기다렸어. 매일 벚꽃나무 밑에서 흩날리는 그 많은 잎들 중 하나라도 잡으려고 팔을 계속 휘적였어. 나는 정말로 울고 싶어졌다. 자리에 주저앉아서 보기 흉하다고 할지몰라도 정말로 울고 싶었다.


"너한테 줄 거 있어서 왔어."


그리고 종인은 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려다가 멈칫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거 먼저 줄게, 하면서 내 손 위에 무엇인가를 올려주었다. 은장도였다.


"궐은 위험해. 특히 세자빈과 그 세력을 조심해야 돼."


이게 무엇이냐고 묻는 나를 보며 종인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오랜 시간동안 세자빈의 손조차도 잡아주지 않은 세자가 느닷없이 후궁을 들이겠다고 말했다. 그것은 세자가 원하는 사람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세자빈은 꿈도 꾸지 못한 손길을 후궁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만일에 후궁에게서 사내아이가 태어나기라도 한다면 그 아이는 바로 세자의 뒤를 이을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세자가 세자빈을 안을 일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세자빈과 그 세력이 후궁을 죽이겠다고 계획을 세워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물론 세자가 아끼는 사람이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니 대부분은 내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잘 봐주십사하며 아량을 떨 것이며, 제 함부로 죽이겠다고 나서지는 못하겠지만 정말 혹시 모르는 일이라고.


"그리고 이거…."


종인은 품에서 또 다른 것을 꺼내어 내게 주었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결국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노리개였다. 그 날, 내가 예뻐서 보고있다가 뒤에서 종인이 불러 놀라서 떨어뜨렸던, 그 노리개였다. 주려고 했는데, 한 발 늦었어. 종인은 그렇게 말하며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나즈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내가 지켜줄게."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동자에 내가 가득 어려있었다.

그 다음 날, 정말로 관군들이 찾아왔고 나는 궐로 들어가게 되었다. 후궁이긴 하지만 후궁 또한 세자의 여자이기에 나는 종인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세자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해서 마냥 무섭고 차가운 사람일 줄만 알았던 세자는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세자빈에게는 어째서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지는 모를 정도로. 세자는 나에게 많은 애정을 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내 침소인 채현당이다. 민석은 황제에 자리에 오르고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후궁인 나에게 침소를 하나 지어주고는 채현당이라 이름 붙였다. 빛 채(債)와 빛날 현(泫). 그는 나를 빛이라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종인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정리할 때 즈음이었다. 내가 후궁으로 들어온지 3개월 후인 어느 날, 황제의 장례가 치뤄지었다. 황제의 장례가 치뤄진 이후에는 세자였던 민석의 황제즉위식과 새로 운검을 뽑는 시험이 치뤄졌는데, 황제가 바뀔 때마다 황제를 보호하는 운검 역시 새로 뽑히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궐에서 종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를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는 그렇게 바라던 별운검을 들고있지도, 황제의 옆에 서있지도 않았다. 그는 황후의 옆에 서있었다. 내가 지켜줄게. 그렇게 바라던 운검의 자리가 아닌 황후의 옆자리를 그는 선택한 것이었다.

그는 항상 황후의 옆에 있었다. 그녀를 지켜주고,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그녀가 나로 인하여 화가 나서 자신의 침소로 돌아가 못된 손버릇을 부릴 때에도 그는 묵묵하게 황후의 옆에 있었다. 사람들은 황후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며 그를 높이 샀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까지 황후의 옆에 있었던 것은 충성심이 높아서도 아니고, 황후의 믿음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는 황후가 '그를 사랑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모든 일을 종인에게 털어놓도록. 그래서 내가 황후와 그 세력들로부터 안전하도록. 그리고 그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황후는 황제의 눈길조차 받지 못한다며 자신을 깔보는 궐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여전히 황후처럼 대접하는 그를 사랑한 것이다. 황후는 비밀스레 진행해야하는 자신의 모든 임무 중 대부분을 종인에게 부여했으며 그에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덕분에 나는 궐에서 황후가 바라는 만큼 다치지 않으며 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때 즈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는데, 그것은


"경하드리옵니다. 마마."


후궁으로 들어온지 1년 반만의 나의 회임이었다.

궐 안은 혹시 모를 세자의 탄생에 모두가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였다. 회임 소식을 듣고 당장이라도 채현당으로 쫓아들어와 내 머리채를 쥐어잡지는 않을까 했으나 의외로 황후는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가 몸을 사리면서 4개월이 흐르고, 약간 배가 불러올 때였다. 평소처럼 약을 먹고 침소에 들으려던 나는 갑자기 피를 토하며 혼절을 했다. 궐 안이 발칵 뒤집혔다. 나는 이틀 후, 겨우 정신을 차렸으나 뱃 속의 아이는 유산되고 말았다. 황제는 내가 혼절을 하자마자 약을 달였던 상궁들과 내관들을 그 즉시 처형시켰다. 하지만 그런다고 유산된 아이가 다시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를 잃은 충격으로 한 달을 꼬박 누워만 있었다. 계속해서 죽은 아이가 떠올라 울음만 반복했다. 겨우 기운을 차리고 걸을 수 있을 때가 되었을 때, 종인은 그제서야 나를 찾아왔다. 궐에 들어와 황후의 옆에 있으면서 내가 다치지 않게 보호하려했으나 종인은 그러지 못했다고 내게 말했다. 그 약 역시 황후가 한 것이 틀림없으나 증거가 될 것이 없어서 어떻게 하지 못했다며 종인은 내게 사죄했다.


"내가 지켜줄게."


종인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채현당을 나섰다. 궐에 들어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를 지키는 것. 그러나 그에게 그 날 이후에 또 다른 목표가 생긴 것이다. 황후를 무너뜨리는 것. 최후까지.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아편이었다. 그는 황후에게 옆 국에서 몰래 들여온 아편을 황후가 마시는 차에 담았다. 그렇게 황후가 점점 아편에 물들어갈 때, 그는 황후에게 아편을 내보였다. 황후는 자신에게 아편을 먹인 것이냐며 화를 냈다. 그렇게 화를 낸 적은 처음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러나 황후는 그를 죽이지 않았다. 황후는 이미 아편에 완전히 물들었기 때문이었다.

뱃 속의 아이를 죽였음에도 발각되지 않은 것 때문이었는지 황후는 그 이후로 나를 대놓고 협박하기 시작했다. 종인이 보는 앞에서. 종인은 그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자 종인은 나를 몰래 찾아와 말했다. 니가 죽이라면 죽일 수 있어. 그는 정말로 내가 말만 하면 당장이라도 황후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 날은, 황후가 죽기 전 날이었다.







황후 살인 용의자 명단


1. 황제 - 김민석

[EXO/징어] 크라임씬[crime scene] : 황후의 죽음 #02 | 인스티즈



2. 황후의 호위무사 - 김종인

[EXO/징어] 크라임씬[crime scene] : 황후의 죽음 #02 | 인스티즈



3. 사신 - 장예흥

[EXO/징어] 크라임씬[crime scene] : 황후의 죽음 #02 | 인스티즈



4. 황후의 오라버니 - 김준면

[EXO/징어] 크라임씬[crime scene] : 황후의 죽음 #02 | 인스티즈



5. 후궁 - 정빈

[EXO/징어] 크라임씬[crime scene] : 황후의 죽음 #02 | 인스티즈




: 배경은 가상의 국가입니다

: 프롤로그에서는 작가시점이다만 본편부터는 주인공(여러분, 정빈) 시점과 작가시점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 방송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방송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이 범인을 지목할 수도 있습니다 후궁이 범인일수도 있어요

: 범인 지목 투표는 한 화가 올라올때마다 글 맨 밑에 두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

궈노

꽂지

꽯뚧쐛

낭자

돌하르방

됴르르

디귿

랄라!

레모네이드

모카

몽실

바람개비

반짝

복동

승쨩

쓰밥

아가씨

아카시아

암호닉

얄루얄루

연두

에쏘

엑소영

우바우

잇치

쮸쀼쮸쀼

챠도르

황후아가

#므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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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오타가 있거나 암호닉을 신청했는데 없을경우, 암호닉이 잘못 입력되어 있는 경우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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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비비빅]으로 암호닉 신청할게요! 매 편마다 드러나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서 김장감도 넘치고 범인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그만큼 또 재밌고ㅜㅜ 작가님 글 항상 잘 보고 있어요!
8년 전
비회원54.52
꽃지입니다!
종인이와 정빈 사이에 역사가 있었군요!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헷갈리네요... 다른 인물들이 나와봐야 알 것 같아요ㅠㅠ
다음 편 기다리겠습니다!!

8년 전
독자2
아...뭔가알쏭달쏭하네요...ㅠㅠ일단전개를계속지켜보고 추리해봐야겠네요기다릴게요다음편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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