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더웠던 8월의 끝자락, 나는 너를 만났고 너는 나를 만났다.
넌 나를 단숨에 알아봤다.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내가 말못하는 벙어리가 아님을 알았고, 기분을 숨기지 못한다는것 또한 알고있었음이 분명했다.
나 또한 너를 알았다.가시를 잔뜩 세우는 이유까지도 파악하고있었다.
우린 서로를 알고있었음에도 그저 지나쳤다.
누구하나 용기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그 이유는 저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있었을것이다.
이 커다란 지구안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보듬는것이 제일 힘들다는것을.
*
18살의 늦여름, 그 즈음에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되었다. 유학이라 칭하기도 어려운 도피수준에 생활이였다.
비가오면 천장을 뚫고 흘러내리는 빗물과 밤이되면 온갖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얇은 천장은 내 생활을 설명해주기에 충분했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돈으로 버티기에는 턱없이도 부족해 생활고에 시달렸다.불평은 할 수 없었다. 그 돈도 저 먹을것 안먹고 입을것 안입고
최대한 끌어모아 내게 보내준 돈이란걸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내 끼니는 라멘으로 시작해 라멘으로 끝났다.라멘 살 돈이 부족하면 마지막 라멘 국물을 아껴놨다가 거기에 밥을 말아먹고 그 마저도 부족하면
꾸역꾸역 잠을 청해 배고픔을 잊기 일수였다. 잠을자려 눈을감으면 눈물이 쏟아져나와 나를 덮쳤다.
눈물은 닦지 않았다. 그냥 흘려보냈다. 이대로 눈물이 방을 꽉 채워 질식해 버렸음했다.
내일 다시 눈을떴을땐, 내가 영원히 잠들어 있기를 바라길 소망했다.
"おはようございます。わたしは 이여주です。
집안이 풍비박산나도 부모님은 내 학업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값비싼 학원에 보냈으며 값비싼 교육을 받게했다.
일본에서도 부모님의 학구열은 식지 않았다. 일본에서 열손가락 안에 뽑히는 사립학교에 보낸다는것 자체가 참 얼토당토없었다.
집은 쓰레기장을 능가하고 철거 직전인데, 학교는 명문사립학교라,내가 생각해도 참 어울리지않는 처사였다.
"かんこくなの?"
여기저기서 내 국적에대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개 한국인인 내가 어떻게 이학교에 들어왔는지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는것 같았다.
몇교시가 지난 지금 나에 대한 소문은 겉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라 전학교에 소문이 퍼져나갔다.
모두가 나를 보러와 한마디씩 내던졌고, 그 모든말들의 대부분은 입에 담을수 없는 더러운말과 수치스러운 말뿐이였다.
"どうしたの?"
시끌벅적했던 복도에 갑자기 정적이 맴돌았다. 나에대해 수군거리던 이들은 눈치를 보기 바빴으며 각개 반으로 들어가기 급급했다.
아이들이 모두 들어간후 너는 네 무리를 이끌고 유유히 내가 있는 그곳으로 걸어들어왔다.
"야"
툭툭- 마치 더러운거라도 만지듯이 검지를 길게 뻗어 내 머리를 치는것이였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올려 그를 쳐다보니
허-하고 헛웃음을 지어보인다
"왜?"
그는 한참동안 나를 쳐다볼뿐이였다.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하는것같진않았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있긴 한것같았다.
가끔씩 헛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누구하나라도 움직이면 끊어질것 같던 분위기를 먼저 깬 사람은 그였다.
"별 거지같은년이-"
그와 나를 제외한 모두는 알아 들을수 없는말이였다. 그의 말은 내게 화살처럼 날아와 뇌리에 푹 박혀버렸다.
거지년, 반박할 수 없었다. 난 정말 거지니깐. 그가 나간후 교실은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아니 그와 내사이까지 더해
재미난 잇슈거리를 문 기자처럼 여기저기서 탐문하고 살을 붙였으며, 저들끼리 떠들기 바빴다.
나는 그사이에서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아무일도 없을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