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기를 추천해드립니다♡)
"뭐야, 너 또 다쳤어?"
"아니... 뭐."
"얘는 맨날 다쳐!"
점심시간. 밴드 붙이고 있는 내 손가락을 보던 친구가 놀라 묻는다. 얘는 맨날 다쳐! ... 그래. 내가 많이 다치긴 하지. 이상하게 고등학교 입학 후 부터 넘어지고 베이고 까이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한의사인 엄마는 너가 기력이 부족해서 그런거라며 온몸에 침을 놓고 한약까지 지어주시지만 영 효과는 없었다. 그 생각도 잠시, 옆에 앉은 친구에 말에 화제가 돌아갔다. 오늘 전학 온 김한빈 얘기였다.
"근데 잘생기지 않았냐, 걔? 김한빈이였던가 ..."
"아 맞아. 내가 맨날 오징어들만 보다가 걔 보니까 눈이 다 편하더라."
"왜, 너 구준회 잘생겼다며."
"야 그건 짝피구 때 나 지켜주길래...!"
귀는 빨개져서 변명 아닌 변명 하는 친구를 보며 깔깔 대고 웃다, 뒷뒷 테이블에 앉는 김한빈이 보임에 그 쪽으로 시선이 갔다. 구준회, 김동혁 이랑 같이 앉네.
"야야, 저기 전학생 보인다."
"야 암만봐도 잘생겼다."
우리 셋의 눈길이 느껴지기라도 한건지 김한빈도 슬쩍 이 쪽을 본다. 아, 또 마주쳤어 눈. 이번에는 내가 먼저 눈길을 아래로 피해버렸다. 눈길을 아래로 하자마자 보이는 내 손가락.
'... 조심해, 다치지 않게.'
아까 내게 하던 그 말이 생각나다보니 베인 상처가 욱씬거리는 것만 같다. 엄지로 밴드 위를 살짝 어루어만지다,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김한빈은 여전히 날 보고 있었다. 뭐, 나를 보던 옆에 있는 친구를 보던 그건 알 수 없지만, 그냥 사람이란게. 느껴지는 시선이라는게 있잖아?
"아 그럼 오늘 체육쌤한테 짝피구하자 해야겠다."
"짝피구?"
짝피구라는 소리에 고개가 바로 그 쪽으로 돌아간다. 짝피구라니, 짝피구라니! 안그래도 운동신경 없는 나는 매번 짝피구 때마다 나와 짝이 된 남자애한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붙으래도 안붙고, 피하래도 못피한다고. 아니 공이 쟤한테 있구나, 하고 눈깜빡하고나면 맞고 난 후더라니까는? ... 뭐 변명아닌 변명이긴 하다만. 하하.
"싫어, 완전 싫어."
"왜, 이번에도 젤 먼저 탈락될 것 같아서?"
"아 그것도 그렇고, 그냥... 아 몰라."
"그럼 이번 짝은 김한빈 쟤랑 하면 되지."
"뭐 만난지 하루만에 싸울 일 있냐 ..."
김한빈이랑 짝하면 된다고 이미 저들끼리는 결정까지 해버린 것에 어이없음 반, 김한빈 경기 끝나고나면 다른 남자애들처럼 나한테 한소리 할까봐 시무룩함 반인 마음으로 한숟갈 남은 밥을 떠먹었다. 맛도 없는 급식 억지로 꼭꼭 씹어가며 먹다, 괜한 걱정에 불안하기 시작한다. 겉보기엔 체육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 ... 아닌데.
"몰라, 될대로 되라."
"한빈! 우리랑 같이 밥먹자"
"어, 그래."
"우리 학교 급식이 진짜 똥이라 해외파 입맛에도 맞을지 걱정이네."
"뭐, 괜찮아 난."
여기 쯤 있을텐데. 새로 사귄 이 아이들하고 급식실로 향하다가도 눈길은 자꾸만 오른쪽 복도쪽으로 향한다. 저 쪽 기운이 뭔가 안좋아. 조금 있다 혼자 가서 봐야겠네. 1층에 있는 급식실에 도착해 밥을 받는데, 저 첫줄에 아까 짝이던 성이름이 보인다. 쟤 기 되게 약해보이던데. 아직 악귀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것 같지는 않고. 뭐, ... 지켜봐야할 정도.
"이야, 오늘 급식 그나마 나은거 나왔네. 밥, 국, 김치 에 바나나우유 나온거면 이건 무슨 진수성찬이다, 야."
허술한 급식판에 잠깐 인상이 찡그려지다, 이내 미간을 폈다. 그래, 내가 여기서 무슨 맛있는 음식을 바란다냐. 그리고, 몇 십년 전에 비해선 진짜 나아진거다 이 정도면. 감사해야돼, 요즘 애들은. 한 숟갈 떠볼까, 할 때 쯤 옆에서 구준회가 우리만 들릴 정도로 말을 걸어왔다.
"저기에 성이름 보여?"
"... 아, 어."
"쟤 어때?"
뜬금없이 쟤 어떠냐는 말에 당황하다가도 표정을 숨긴 채 그냥 아무렇지않은듯 답했다. 뭐, 귀엽네.
"헐 쟤가 귀엽다고?"
"너 눈 이상한건 아니지?"
내 말에 구준회는 물론 김동혁까지 황당하다는듯 묻는다. 맨 처음 눈 마주쳤을 때에도, 종이에 손 베였을 때에도.
'... 고마워.'
"... 난 그냥 귀엽던데."
".......... 세상에."
"....... 미친..."
혼잣말하듯 읖조리는 것에 아까 지었던 표정 그대로 날 바라보는 둘이다. 그들에 피식 웃어보이며 내 밥 한술을 뜨며 손짓했다. 시끄럽고, 밥이나 먹어. 식는다.
어쩌면 그 오랜 시간동안 이렇게 지내며 감정이란 것에 조금 무뎌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누가 다치거나, 아프거나 한다면 걱정되는 마음은 당연히 가지고 있다. 뭐 내가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그런 감정까지 무시하지는 않지. 그냥 단지, 뭐랄까. ... 순수한 감정같은? 말그대로, 지금 내 옆, 내 앞에 앉아있는 이 녀석들은 금방 사랑에 빠질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거다. 무뎌졌으니까. 많이.
'한빈씨, 좋아해요.'
'김 사장님, ... 저 사실..'
'오빠 저 말하고 싶은게 있는데요 ...'
안들어본 호칭이 없을거다, 아마 그동안. 나리 부터 시작해서 사장님, 감독님, 오빠, 경호원, 판사, 변호사 ... . 열심히도 살았네, 진짜. 본업은 망령들 데리러오고, 데려다주고. 세상에 설치고 다니는 악귀들 잡는 일이건만, 발전하는 세상에서 그냥 있을 수는 없다며 어쩌다보니 사신들도 지상에서 남모를 직업 하나씩은 갖고야 말았다. 그러다보니 고백도 자연스레 많이 받게 되었다. 아직도 그 여인들 생각하면 마냥 안타깝기만 하다. 어떤 사람은 나 때문에 잘사귀고 있던 남자친구랑도 헤어졌으니. 그렇게 한들, 내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미안, 미안해요."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거든.
'... ... ... 너랑 이루어질 수가 없으니까.'
'... 그럴 수 없으니까.'
만약 내가 누구를 좋아하거나, 사랑한다면. 내 예전 그 사람한테 너무 미안해지잖아요. 그 사람한테도 못한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안돼요, 더더욱.
"자 오늘은 전학생이 오기도 했고! 너네가 바라기도 해서!!"
... 아, 제발 쌤.
"짝피구다!!!"
"훠우!!!"
... 아... 진짜. 진짜 하는거야? 수업 시작 1분 만에 울상이 되어버린 얼굴로 친구를 바라보니 그저 좋다며 깔깔댄다. 야, 나는 우울하거든 지금?
짝을 지어야한다며 각자 얼른 짝을 지으라는 것에, 멀뚱멀뚱히 서있는데 남자애들은 죄다 나를 피해가기 일쑤다. 아 저것들이 진짜. 나는 누구랑 하나, 김한빈도 나 피했으려나? 하는 생각에 더 우울모드로 가려는데, 누군가 내 옆에 떡하니 서는 것이 느껴져 옆을 보는데, 헐. 김한빈.
"... 너, .. 나랑 짝하게?"
"뭐, ... 다들 너랑 하라던데?"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구준회, 김동혁 그리고 친구 두년까지 좋다며 지들끼리 모여있는게 보인다. 어이가 없네, 진짜.
"나 먼저 말해두는데, 정말 운동신경 없고 ... 그래서 너 짜증날 수도 있..."
"알아."
"... 그것도 쟤네가 말했어?"
"아니, 그냥 왠지 그럴 것 같아서."
보통 내가 이런 말하면 다른 남자애들은, '야, 너가 나 지킬 것 같거든?' 막 이러면서 한대 쥐어박아야 정신차리던데. 김한빈 얘는 처음부터 날 그렇게 봤다는건가? 다른 애들은 자기 운동신경없어보인다는 얘기들으면 열폭부터 하던데, 나는 제발 다른 애들이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랬던 터라 지금 김한빈 말에 감동받을 정도로 기쁘기까지 했다. 고마운 놈, 이 누나가 언제 한번 학교 앞에 떡볶이라도 사주마.
"나 꽉 잡아."
".. 응."
꽉 잡아. 그 얘길 아마 그동안 짝피구하면서 얼마나 들었더라. 세기도 귀찮을 정도로 많이 들었었지. 매일 같이 대답은, 응! 이였지만 제대로 잡은 적이 있어야말이지. 아니, 잡으면 뭘해. 지들이 공피해서 쏜살같이 달아나는데. 그 생각도 잠시, 어느샌가 공을 잡고 있는 김한빈이 보여 순간 당황했다. 뭐야뭐야. 얘 언제 공까지 잡았대?
"자, 던진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공 던지는건 얜데, 내가 왜 긴장해 바보야. 고개를 도리도리하다, 상대편 쪽이 잡은 공에 두 눈을 깜빡였다. 저저, 왠지 나한테 날라올 것 같은데.
"... 어어!!!"
그 생각은 역시나, 적중했다. 내 쪽으로 힘껏 공을 날리는 것에 언제나 그랬듯 두 눈을 꼭 감곤 멈춰서고야 말았다. 맞겠지? 이제 좀 있으면 나 맞겠지? 그 생각에 김한빈 옷을 잡던 손을 스르르 놓으려는데, 김한빈 손이 내 어깨를 감싸오며 자기 품 안에 넣어버리는 행동에 깜짝 놀라 눈이 확 떠졌다. 탕- 공이 튕겨지는 소리가 들리고, 굴러가는 공은 우리 팀의 구준회가 잡았다. 나도 모르게 김한빈 품에 안겨버린 것에 숨을 가쁘게 쉬며 어쩔 줄 몰라하니 위에서 아침에도 들었던 그 목소리가 들렸다. 부드럽고, 조용한.
"... 그러게 나 꼭 잡으라 했잖아."
그 목소리에 아까처럼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나다. 이상하게 김한빈 목소리만 들으면 왜이리 몸이 그대로 얼음이 돼버리고, 그대로 들어야만 할 것 같은지 모르겠다. 근데, 그 느낌이 싫지가 않다. 다른 남자애들이 그러는건 화나고 그럴텐데, 김한빈은, 지금 내 앞에 김한빈만큼은 불쾌하지가 않다.
"지금부터는 꽉 잡아, 알겠지?"
"..... 응."
"놀라지는 않았고."
"... 응."
그 목소리가 또 나를, 찌르르 떨리게 만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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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고등학교가 어디랍니까? 네?! (자기가 쓰고서 자기가 가고싶어함) 아 부럽다 여주... 어떡하지... 너무 부러운데... ㅋㅋ
그나저나 벌써 일요일이네요! 분명 오늘까지 밀린 과제를 끝내기로 했건만 ... 과연 할 수 있을까요? ㅋㅋㅋㅋㅋ (울고싶다) 저에게 힘을 주시겠어요 우리 독자님들? ㅠㅠ
6화도 초록글!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 사랑해요, 사랑하고 ...
암호닉! (암호닉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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