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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국뷔] UNIGNORED : 불청객,일 | 인스티즈






UNIGNORED : 불청객

당도 Sweet_how

@sweethowrps









  "이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잃게 할 것입니다."



학도병 무리는 사열이라도 받는지 경직된 자세로 늘어서 있었다. 맨 앞에서 경고 아닌 경고를 던지는 학도병장조차 스무 살을 겨우 넘긴 어린놈이었다. 등 뒤에서 매섭게 총이며 칼을 철컥거리는 늙은 군인들은 비정상적으로 학도병의 출병에 집착하고 있었다. 눈을 뒤룩거리던 정국이 백발이 성성한 한 군인과 눈을 맞대었다. 잔뜩 부라리던 붉은 눈알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정국은 차마 그 눈을 마주하고도 포부를 부릴 수가 없었다. 잽싸게 돌린 시선 끝에서는 학도병장 김 군이 부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출병 선언서를 낭독하고 있었다. 무리 끄트머리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작지만 높은 소음이 오가더니 한 발이 총성이 터져 나왔다. 정국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싶더니 낮은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다. 김 군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표정으로 기계처럼 선언서를 읽어 나갔다. 옆에 서 있던 최 군이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정국은 속으로 그의 나잇대를 가늠해 보았다. 많이 쳐도 열 살하고도 한두어 살이 나가 보였다. 그는 공포에 질려 아주 정신이 나간 모양이었다.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린 총기가 금방이라도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았다. 정국은 손을 뻗어 좁은 어깨로 총을 끌어올려 주었다. 앞에서 박수 소리가 퍼져 나왔다. 정국도 건성건성 손뼉을 치며 짝다리 짚던 다리를 바로해 섰다.


전쟁통 속이라지만 이 선언식의 현장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사실상 여기서 대여섯 명이 죽어 나갈 줄로 예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이 곱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여기 모인 예순셋의 학도병 중 한 사람이라도 전쟁통 속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라면 정국은 단호히 고개를 내저을 것이었다. 이미 수많은 학생이 죽어 나갔다. 더이상 나라에서도 말릴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아주 죽은 목숨이야. 앞줄의 병사가 속삭이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은 허무한 심정으로 대열을 맞추어 섰다. 옆자리의 최 군은 아직도 울고 있었고, 이제는 정국도 달래 줄 마음이 없었다.


정국이 속한 부대는 송골매 제1부대, 학도병 부대 중에서도 그나마 몸이 자란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었다. 그렇다고 최 군처럼 어린 병사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부대보다 그 수가 적다뿐이지, 정국이 보기에는 저도 그들도 모두 어린 애들이었다. 같이 징집되어 온 지민과 호석, 그리고 남준은 모조리 떨어져 버렸다. 머리가 좋던 남준은 제2부대  전략 구성이며 수색 같은 일들을 한다더라.  로, 그냥저냥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이던 지민과 춤을 추던 호석은 제3부대 정국은 그게 뒤쪽 전열에서 서포트를 하는 등의 잡다한 일을 맡은 부대란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로 떨어져 나갔다. 정국은 등에 붙여 맨 총기의 아가리 부분을 만지작거리다 호각 소리에 맞추어 발걸음을 옮겼다.


예순세 명의 병사들을 스물하나씩 딱 세 부대로 나누어 놓은 정성에 감탄할 지경이었다. 신형 차들은 군인들이 차지해 버리고, 송골매 부대원들은 낡아빠진 구형 군용 트럭에 몸을 싣고 전투지로 출병해야 할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 트럭들은 부대원들이 오르고 있는 산길의 중간 초소에 대어져 있었다. 묵묵히 걸어 올라가던 정국의 이마에서 굵은 땀줄기가 흘러내렸다. 콧잔등에서 뚝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소리가 부풀어 올랐다. 그러자 마자, 열의 맨 앞에 서서 병사들을 데리고 가던 젊은 대대장의 심기 불편한 목소리가 온 산 천지를 에일 듯 불거져 나왔다. 배가 불렀나, 빠릿빠릿하게 따라붙도록 한다! 그 말이 옳았다. 정국은 그 투정마저 배부른 소리로 여기고 있었다. 평소에 훈련하느라 단단히 써 두었던 허벅지마저 슬슬 저리고 있었다. 10kg이 넘어가는 군장을 진 어깨가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정국은 꽉 문 잇새로 고통 어린 소리를 뱉어가며 자리를 지켰다. 여기서 낙오된다면, 그래서 적군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난도질이 될 몸뚱이였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부대원들의 불평 소리가 잦아들고 괴상한 소리가 이 길을 따라 흘렀다. 최 군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쟁쟁했다. 이런, 씨팔. 정국은 속으로 욕지기를 뱉어내었다. 그런 부류의 얽매임은 이쪽에서 사양이었다.



  "늦게 도착한 병사들은 이쪽으로 늘어서도록 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대대장은 낙오 인원들을 골라냈다. 정국의 뒤에 뚝 끊긴 대열은 대대장의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구석으로 물러났다. 입으로 호흡하느라 바싹 마른 입구멍이 낯설었다. 금방이라도 선혈을 토해낼 것만 같은 입을 틀어막으며, 정국은 낙오자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앞쪽으로 바싹 붙어 섰다. 전쟁이 있기 전에는 그래도 운동하는 남자에 속했었는데, 어쩐지 앞으로 갈수록 괴물 같은 놈들만 모인 것 같아 숨이 막혔다. 정국은 아픈 가슴께를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미친, 새끼들. 정국의 중얼거림은 대대장에게 닿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다행인 일이었다.


문득 쳐다본 낙오 대열의 맨 앞에는 놀랍게도 최 군이 붙어서 있었다. 마주친 눈에 대고 꾸밈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던 최 군은 결국 대대장에게서 주의를 받았다. 정국은 칼같이 시선을 거두며 떫은 표정을 지었다. 앞으로도 쭉 엮일 것만 같았다. 사양이라고 몇 번이나 되뇌었는데도, 사람 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더니 꼭 그런 모양이었다. 정국은 흙바닥에 침을 뱉으며 작은 욕지기를 같이 뱉었다. 대대장의 날카로운 외침이 꼭, 학교 다니던 시절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같았다.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듣는 사람들이야 남 보이기 부끄럽고 간 조이는 말투라지만, 구경꾼 처지에서는 정말이지 재미없었다.



  "……하니 앞으로는 잘 따라붙도록 한다. 거기, 앞에 보이는 군 트럭에 올라타지 않고 뭐 하나! 동작이 그렇게 느려서 도움이라도 되겠나 모르겠다, 씨발."



결국, 끝마무리는 욕이었다. 걷는 걸음에 맞춰 총기들이 덜컥거렸다. 오발 사고라도 날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정국은 제 총구를 일부러 대대장 쪽으로 맞추며 걸음을 옮겼다. 만약 그런 사고라도 난다면, 대대장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제 머리가 화약으로 뒤덮여 졸아들겠지만, 상관은 없었다. 아직 예전 평화를 잊지 못한 소년의 발악쯤 되는 것이었다. 어이없게도 대대장에게 돌아가는 분노의 화살이 심상찮았다. 비단 정국뿐 아니라 모든 학도병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표정마저 같은 소년들은 공장에서 찍혀져 나온 것 같았다. 정국은 팔에 힘을 주고 군용 트럭의 짐칸에 올라탔다. 저 끝에서부터 빼곡히 들어찬 병사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간신히 자리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정국은 등에 받치는 총기를 돌려 품에 감싸 안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아빠 다리를 한 무릎이 옆자리 병사의 무릎과 부딪혔다. 정국은 고개를 푹 숙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뇌까렸다.



  "아닙니다. 아까 끝에 서 있던 분인 것 같은데, 맞습니까?"



뜻밖에 돌아온 것은 장난기 어린 질문이었다. 정국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옆 병사와 눈을 마주쳤다. 노랗게 탈색한 그 병사의 머리가 흔들렸다. 어색하지 않은 다나까 말투가 특이했다. 정국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쌍꺼풀 없이 세모난 눈이 특징적인 얼굴이 미소지었다. 전쟁통 속에서도 변할 것 같지 않은 미소였다. 괴상한 소리와 함께 트럭이 비탈길을 내려갔다. 작게 웅얼거려지는 불평불만과 돌 밟히는 소리 사이에 그 병사가 내미는 손과 함께 인사를 건넸다. 정국은 얼결에 그 손을 마주 잡았다.



  "반갑습니다, 송골매 제1부대 부대장을 맡은 민, 윤, 기, 라고 합니다."

  "……아, 예. 전정국입니다."

  "군대에서 그렇게 웅얼거리시면 바로 폭력이 돌아옵니다. 이름자 말할 때는 꼭 힘을 붙여서 또랑또랑하게 말씀하실 수 있도록 합니다."

  "저, 그런데 부대장이라고 한다면,"

  "군 생활을 좀 했습니다. 직급은 상병이고, 나이는 스물셋입니다. 학도병 전우들을, 어쩌다 보니 통솔하게 되어 상당히 죄송할 뿐입니다. 나라를 지키지 못한 저희 잘못인데 말입니다."



날카로운 눈매가 품은 것은 부드러운 성격이었다. 원래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죄송하다는 말끝에서 유약한 표정이 드러났다. 정국은 한참을 민 상병만 쳐다보다 옅은 한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 드러나는 것을 다 믿을 수 없었다. 이 중에서도 적군에게 매수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게 눈앞의 민 상병일 수도 있었다. 군인 아버지에게서 끊임없이 배워 온 경계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정국은 머리를 최대한 굴려 그럴듯한 거짓말을 내놓았다. 눈이 떨리는 순간이 포착되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정국은 눈도 뜨지 않았다. 자신도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은 아까 말씀드렸으니 생략합니다. 학교 다녔을 때 체육을 좀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1부대로 들어온 것 같고, 나이는 이제 열여덟 살입니다. 내년엔 열아홉 살이 됩니다. 징집되어 온 거라 딱히 받은 직급은 없습니다."

  "체육 특기생이었나 봅니다?"



정국은 놀란 속을 감추며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입 안쪽이 아팠다. 보통 사람은 아닌 게 틀림없었다. 쟁쟁한 눈치 전쟁이 이어졌다. 민 상병의 평온한 말투가 더 거슬렸다. 정국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떴다. 이번엔 민 상병이 눈을 감고 있었다. 정국이 뭐라 입을 열어 보려던 찰나에 민 상병이 기회를 채가듯 말을 걸었다.



  "제가 1부대 프로필을 조금 읽었는데,"

  "……."

  "체육 특기생은 있어도 체육을 좋아했다는 사람은 없었지 말입니다."



치밀했다. 완전히 속아 넘어간 느낌에 허, 하는 숨을 토해냈다. 트럭은 여전히 우리가 걸어 올라왔던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속도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민 상병은 여전히 의뭉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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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당도입니다.
국뷔인데 태형이가 안 나와서 많이 당황하셨죠...?(동공지진)
UNIGNORED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팬픽이며, 현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남침을 기반으로 한 글은 아닙니다.
국가 역시 한국이 아닌, 한국과 비슷한 동양 어딘가로 추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년병 정국이가 겪게 될 전쟁과 태형이 이야기를 그저 즐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읽어 주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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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작가님 글 ㅂ분위기가...bb다음편도얼른 보고싶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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