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04
w. 일공공사
[찜질방에 가야겠어. 찜질방 가자.]
뜬금없이 날아온 문자에 놀라 전화를 걸었다. 찜질방?
웃으며 응, 하는 목소리에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긴머리를 정갈히 묶고 편한 맨투맨과 반바지를 입은 그가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었다.
약속시간은 이십분이나 남아있었지만 그는 나보다 더 빨리 와서 기다린 듯 했다.
아직 더운 날에 그가 손으로 열심히 부채칠을 했다.
가자.
무작정 나를 끌고가는 정한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디가는데요?
나의 말에 정한이 씩 웃고는 손을 잡아왔다.
오빠 믿지?
장난스러운 말에 웃고는 받아쳤다.
언니 아니였어요?
들킴?
웃어보이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그냥 따라갔다.
도착한곳은 딱 봐봐도 비싸보이는 사우나였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아주머니에 학생증을 보여드리자 '성인만 입장 가능한데..' 라는 말에 풀이 죽어 나와버렸다.
날도 더운데 다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괜히 미안해져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내 풀이 죽은 말에 씩 웃어보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언제 클래."
웃음기 서린 말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목부터 뛰어오는 심장에 고개를 더 푹 숙였다.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앞장세워 밖으로 향하는 그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내 손을 잡고 이끈다.
땀이 베어나올것 같아 손을 떼니 더욱 꽉 잡아오는 손에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갔다.
역시나 신분증을 요구하는 아주머니에 그가 주머니에서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었다.
어, 잠시만요. 라며 나에게 아주머니 몰래 윙크를 보내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자 말한다.
"아 예 고모, 지금 애 데리고 찜질방 도착 했어요. 아, 아까 돈 주신걸로 낼게요. 아, 네. 그럼요."
고개를 연신 끄덕이던 그가 다시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보호자랑 입장하는건 괜찮죠?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키를 내주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자 나보다 먼저 카드를 꺼낸다.
"한시간 이따 보자. 씼기 싫으면 찜질방에서 오빠 기다리던가."
능청맞게 웃고 남자 사우나로 향하는 그를 바라보다 여자 사우나로 들어섰다.
씼고 나오자 화장품이 없다는걸 기억해 냈다.
어쩔 수 없이 공용 로션만 얼굴에 바르고 나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찜질방으로 향하는데 익숙한 모습이 보인다.
아직 삼십분도 안됬는데 벌써 씼고 나왔는지 기다리고 있는 정한을 보고 다가갔다.
왔어? 라며 보던 핸드폰을 내려놓는 그에 이어폰 한쪽을 빼내며 옆에 앉았다.
1인용 매트에 두 사람이 앉으려니 불편해 하나를 더 가져오려 일어서자 다시 앉힌다.
"그냥 앉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제일 좋아하는 노래에 입을 열었다.
"윤티, 노래 들을래요?"
내 물음에 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노래 들으면 너랑 얘기를 못 하잖아."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그를 가만히 쳐다보자 그가 씩 웃는다.
"아이스크림 사올게."
하며 일어서는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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