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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이준혁 성찬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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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ion #04 ------------------------------------------------------------------------

"아니요 선배, 칼을 그렇게 쥐면 어떻게 해요.  지금 케이크 잘라요?"

"그게.... 이거 김치가 너무 쉰 것 같아서..."

"쉰 거랑 칼잡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데요, 아니 지금 칼날을 반대로 잡고 있... "

"아하...  어쩐지 잘 안썰리더라."

"어어, 양파를 그렇게 썰면 어떻게 해요!!! 그러다 다쳐요!"

"아, 맞다 맞다, 내가 사과 깎듯이 썰고 있었네;;"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사과를 먹어왔길래 저렇게 도마에 엎어 놓고 부싯돌 불붙이듯이 깎겠다는 걸까.





"안되겠다, 선배 내가 할께요, 내가 할께. 이리 줘봐요"

"응? 응... 응 그래;;"

"자, 잘 봐요"





나는 칼 날을 잘 살핀 다음 바로 양파를 썰며 따다다닥 칼소리를 냈다.  선배는 무슨 마술이라도 보는 것 마냥 눈이 휘둥그레해져서 넋을 놓고 내 손끝만 바라보았다. 학생 시절부터 온갖 종류의 알바를 해왔던 내게  이 정도 칼질이야 식은 죽 먹기지.  지금 회사에 취업하기 전까지 거쳐간 식당, 까페, 주점, 피씨방까지.  내가 알바했던 가게들을 젠가처럼 쌓을 수 있다면 아마도 아파트 단지 앞 상가 하나는 세우고도 남을텐데.  





"와... 너, 너 짱이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실시간 난타보는 거 같아. 너 난타 본 적 있어?"

"아니요. 티비에서만 봤어요."

"진짜 재미있는데. 언제 한 번 같이 보러가자."





언제 한 번 같이 보러가자. 나는 선배를 올려다보았다. 따다닥, 따닥. 선배는 입으로 내 손 끝에서 나는 소리를 따라하느라 내가 쳐다보는 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이걸 리듬으로 느낄 수는 있겠는데 그렇게 공연으로 레파토리를 만든다는 게 대단한 거 같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빈 손으로 칼질을 흉내내며 진지하게 리듬을 타는 선배를 보면서 긴가민가 싶었다.   





"뭐 이걸 가지고... 참치 통조림도 아까 장바구니에 있던데, 그거 이리 줘봐요."

"참치도 넣게? 안 넣으면 안되나? 나 비린 거 싫어하는데-"





파기름에 없는 삽겹살 대신 베이컨을 볶아놓고, 그 위에 다진 야채와 김치를 넣다 말고 선배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알던 선배는, 김치에 제일 잘어울리는 건 돼지고기가 아니라 참치통조림이라고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띄엄띄엄 올 거면 왜 집은 사놨대?

-산 게 아니라 빌린 겨, 몸이 아직 안 좋은가...





긴가민가 나를 헷갈리게 했던 종점할머니와 가게 아줌마의 대화가 떠올랐다.





"뭐해? 김치 타겠어"





선배가 차마 도와줄 자신은 없는지 옆에서 훈수 아닌 훈수를 두며 나를 재촉했다.





”남의 집에서 요리를 하려니까 잘 안되네요. 내 주방이 아니어서 그런가. 맛있어야 되는데 걱정이네."

"에이, 낯선데서 헤매는 정도야 누구나 하는 건데 뭐. 나는 내 주방인데도 헤매는데? 맛있어 보인다 나 한입 만"





-사람만 좋구만 뭐가 허술해





내가 쳐다보는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선배가 내 어깨 위로 고개를 걸치듯이 삐죽 내밀었다. 얼떨결에 한 수저 떠서 먹여주었다.





"맛있어요?"

"음, 맛있다."





딱 이정도의 높이로 쳐다보던 선배의 얼굴에서 익숙한 비누향이 났다.  이상하다.   내가 알던 선배가 맞는데, 또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야.

























"너 요리 진짜 잘하네. 잘 먹었다"

"....맛있었어요?"

"내가 여지껏 먹어본 김치볶음밥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것 같아"





나는 다시 선배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선배는 아쉬운 표정으로 빈 그릇을 숟가락으로 두 어번 더 톡톡 두드렸다.  내가 남긴 김치 볶음밥을 흘깃 보길래 그릇째 밀어주었더니 곧바로 표정을 바꾸며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돌렸다.





"할머니가 가져다 주신 김치가 좋은 거겠죠"

"그건 그래. 내가 도움 많이 받고 있다고 했잖아...... 아, 아까 할머니가 가져다주신 식혜도 있다, 식혜 먹을래?"

"그래요. 좋아요"





선배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가 커다란 패트병 하나를 들고 왔다.  그리고는 주방으로 가서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거실로 와 난로 위의 주전자를 가지고 갔다.  내가 아는 선배는 저렇게 행동하는데 있어서 필요 이상의 동선을 넣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쓸데없이 분주한 선배의 모습에 의심보단 의문이 먼저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해요 선배?"

"아... 식혜 좀 데우려고"

"식혜를 왜 뎁혀먹어요?"

"응? 응... 이게.... 이게 얼어서.... 좀 녹여야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식혜가 왜 얼었는데요?"

"그게... 밖에다 뒀더니 얼었어..."

"왜 밖에다 뒀어요?"

"좀 시원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저기 냉장고 있잖아요"

"그게... 냉장고가 망가져가지고...."





거실에 있던 커다란 난로처럼, 스메그 냉장고 역시 모양만 이쁜 장식용이었나.





"내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뭘 잘 망가뜨려가지고..."





 난로는 몰라도 얘는 좀 아깝네 싶어 냉장고로 가서 문을 열어보았다.





"아니, 산 지 얼마 안 된 건데 갑자기 안되더라고. 내가 봄가을만 있다 보니 꼭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왜 봄가을만 있어요? 선배 여기서 살고 싶다고.... "

"살아보니까 생각하고 다르더라고....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 수퍼까지 내려갔다만 와도 어우, 힘들어 힘들어."





도리도리 고개를 흔드는 선배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나왔다.  하지만 선배의 말 보다 더 어이없는 건 냉장고 뒤에 보이는 냉장고 연결 코드였다. 나는 코드를 주워들고 일어서서 선배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냉장고가 왜 망가졌는지 알 것 같아서요"

"와 어떻게 문만 열어보고도 알아?"

"문만 열어보고 안게 아니라 냉장고 뒤쪽에 연결 코드가 빠져 있는 걸 보고 안거죠."

"응?"





나는 냉장고 뒤쪽으로 몸을 낑겨 넣고 코드를 연결했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곧바로 냉장고에 불이 들어왔다.





"어우, 와, 너 되게 똑똑하구나. 그거 어떻게 봤냐. 우와-"

"..........."





나는 멍하니 선배를 쳐다봤다.





-하긴 어딘가 좀 허술한 게 아팠던 사람 같긴 해. 그치?





가게 아줌마 말이 맞는건가?  걱정스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배는 씨익 웃으며 패트병을 휙 들어 보였다.





"이제 이거 밖에다 놓고 안 얼려 먹어도 되겠다, 그치?"

"아니 식혜 꼭 안 마셔도 돼요, 괜찮아요."

"그래도 ..... 할머니 식혜 진짜 맛있거든. 맛보여주고 싶은데."

"아니에요 선배, 그냥 안 먹어도 돼요"

"물 많이 생겼다 이제 조금만 더 녹으면 될 것 같은데...""





조금씩 녹아나는 식혜가 담긴 패트병을 보더니 선배는 번쩍 들어 있는 힘껏 흔들기 시작했다.





"오오 이것봐 잘하면 쉐이크처럼...."





씩 웃으며 내게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패트병이 선배의 손에서 미끄러져 그대로 바닥에 퍽, 하고 떨어져 터져버렸다.  





"............은 못먹겠다. "





밥풀들과 함께 줄줄줄 새어나오는 식혜를 보며 당황한 선배를 보자니 웃기도 애매하다.  저렇게 힘 조절을 못할 정도로 장사인데.  아프긴 뭐가.  지저분해진 바닥을 정리하려고 싱크대 쪽으로 향하는데, 선배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좀 쉬어. 밥까지 네가 다 하고.  손님인데 시키기만 했네."

"재워주고 먹여주시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그래도..."

"선배 오늘 좀 피곤하신가봐요. 실수도 많이 하고. 제가 좀 귀찮았죠?"

"아, 아니야 그런 거...."





선배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하게 해 줘. 너무 미안해서 그래..." 





언제 이렇게 넉살도 늘었을까.  어색한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결국 나를 거실 난로 앞으로 반강제로 끌어다 놓은 선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안그래도 너무 긴 하루였다.  따끈한 난로 앞에 자리 잡고 앉아있자니 선배의 설거지하는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자장가 소리처럼 들렸다.  배도 부르겠다, 졸음이 솔솔 몰려왔다.  크게 하품을 하고 나니 소매끝이 눈에 들어왔다.  눈 밭에서 두어번 뒹구르며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해서 인가, 보기 싫게 얼룩져 있었다.  청바지도 불편하고...  갈아 입을 만한 옷이 있을까 싶어 나는 캐리어를 끌어와 난로앞에서 펼쳐보았다.  하지만 태국으로 갈 뻔한 그 안에 들어있는 옷가지는 뻔했다.  하아... 그냥 지금 옷을 입고 자야하나...  나는 캐리어를 닫고 다시 난로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새빨간 난로의 열기에 얼굴이 따끈하게 달아올랐다.  다시 한 번 크게 하품이 나왔다.  아직 자며 안되는데....... 선배한테 물어볼 것도 있고............





















톡톡.





"저쪽에서 자. 자리 펴놨어"





깜빡 졸았나보다.  선배는 주방 옆의 벽을 따라 보이던 좁은 계단에 쳐져있던 커튼을 펼쳐 보였다.  몇 개의 계단을 따라 시선을 올리자 그 위로 작은 다락방이 보였다.





"근데 .... 자리가 좀 안 맞을 수도 있어.  봄가을에만 오다 보니까 매트리스를 놓을 수가 없더라고.  전기 장판 틀어놔서 따뜻할거야. 일단 저기서 자.""





앉아서 만세-하고 손을 들면 천장에 손끝이 닿을까.  작은 다락방이 귀여웠다.  조그만 창이  운동장 쪽으로 나 있었고  그 밑에 작은 라지에이터가 보였다.  그리고 벽을 따라 주루룩 서있는 피규어까지.  다락방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침대 같았다. 그  한 가운데 침낭과 이불이 겹쳐 쌓여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놓여있는 선배의 옷가지도.  선배는 이마를 긁적였다.





“아까 봤는데... 갈아입을 옷이 없는 거 같아 보여서.  그나마 제일 작은 옷인데.  그래도 너한테는 좀 크겠지만...”





감사해야 하나 죄송해야 하나.  나는 난감한 마음을 다잡고 일단 옷을 갈아 입었다.  저렇게 큰 선배의 옷이 아무리 작아도 나에게 맞을 리가 없지.  십 년 정도 입으면  이만큼 늘어날려나 싶게  휑한 목과 소매가 어색하다.  오히려 옷이 헐렁해서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배 ...”





다시 다락방의 커튼을 젖히는데, 난로 앞에 또 다른 침낭을 들고 자리를 정리하는 선배가 보였다.  아, 이런...   나는 급하게 다락방을 내려가 선배의 옆에 섰다. 



그럼 저 다시 와도 돼요?  



내 질문에 머뭇거리던 선배의 모습이 떠올랐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어디있는가. 그저 하루 종일 추억 되찾기 놀이를 같이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하룻밤 신세까지. 이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톡톡, 내가 뒤에서 인기척을 내며 건드리자 선배는 뒤를 돌아보았고 바로 푹- 웃음을 터트렸다.





“아, 역시 옷이 너무 크네.”

“이거라도 어디에요, 진짜 감사해요 선배.”

“근데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아뇨, 그게 아니라, 선배가 저기서 주무세요,  제가 여기서 잘께요! "

"무슨 소리야"





선배는 웃음을 지우고 정색을 했다.





"여기 바닥 차가워. 다락방 올라가서 자."

"아니에요. 제가 여기서 잘게요"

"아니야. 진짜, 진짜 난 괜찮으니까 올라가서 자."

"아니에요. 저도 괜찮아요"

"고집피우지 말고. 어서 올라가ㅡ"





아무래도 선배는 뜻을 굽힐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선배의 단호한 얼굴을 보다가 이대로는 둘 다 여기 서서 고집피우다가 밤을 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락방에 올라가 이불을 정리하고 침낭을 들고 내려왔다. 후둑. 떨어지는 게 뭔가 봤더니 핫팩 이었다.  침낭 안에 핫팩까지 잔뜩 넣어놓은 선배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핫팩을 주워 선배의 침낭에 몇 개 넣어주었다.  그리고 나서  분주한 나의 모습을 따라 시선을 돌리는 선배의 맞은 편에 침낭을 펴고 자리를 잡았다.





"전 여기서 잘께요. 선배는 거기서  주무시든가 다락방으로 올라가시던가...."

"춥다니까..."

"원래 남녀는 평등한 거에요. 추워도 같이 춥고, 더워도 같이 덥고. 오케이?"

"너는, 참...."

"저는 뭐요?"

"참... 특이하네."





선배는 한참을 나를 보다가 안되겠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거 가지곤 안되겠다, 잠시만..."





그리고는 거실 중앙에 있던 커다란 난로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거 불 때도 되는거에요?"

"응, 그 난로랑은 비교가 안되게 따듯해. 조금만 기다려 불 피워줄께."

"근데 왜 이거 안쓰고 석유 난로 쓰는데요?"

"불 금방 피우는 데는 그게 더 편해서. 그러다 보니 점점 안쓰게 되더라고."

"아하.... 그럼 그냥 석유 난로 쓰고 말아요, 내일 갈 건데..."

"오랜만에 만난 후배한테 눈 내리는 밤 난로 앞에서 군고구마 정도는 구워줘야지."





선배는 비니를 쓱- 쓰더니 바로 밖으로 나갔다.  처마 밑에 벽을 따라 장식처럼 그냥 쌓여있는 줄 알았던 마른 장작들이 진짜로 땔감 이었나보다.





"뭔 눈이 이렇게 끝없이 오냐....  이래서 내일도 못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난로 안에 차곡차곡 모양을 내며 쌓여지는 장작들을 보았다.  그 앞에서 열심히 불을 붙이는 선배를 뒤로하고 이번엔 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방으로 가 아까 종점할머니가 가져다주신 고구마를 챙겼다.  같이 마실만 한 게 뭐가 있을까.  식혜는 사라졌고.  아 맞다.  율무차.





“선배 율무차 어디에 있어요?”

“그 계단 밑에 봐봐-”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 밑으로 차곡차곡 쌓여있는 플라스틱 통들이 보였다.





"그쪽 보면 보리 말린 거 있어. 옥수수도 있고. "

"이것도 종점할머니가 챙겨주신거에요?"

"귀신인데?"

"척하면 척이죠-"





선배는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아까의 석유 난로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릴 것 같았다.  나는 여유있게 주변을 뒤지며 야식거리를  더 찾아보았다.   플라스틱 통 옆에 놓여있던 빨간 유리병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도 종점할머니가 주신거에요?“





얼굴에 검댕이 자국을 잔뜩 뭍힌 채로 선배가 이쪽을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 그건....오미자...내가 담근 거."

"선배가요? 술도 담궜어요?"

"사실 반은 종점할머니가 담가 주셨지. 내가 그거 담그다가도 유리병을 깨먹어서..."

"어련하시겠어요. 만드시는 방법은 아시는거예요?"

"알지. 가르쳐 줘?"





다정한 모습은 그대로인데, 어딘가 변한 선배. 기억보다 엉뚱하고  필요이상으로 친절한.





"왜 그렇게 봐?"

"내 쓸데없는 질문에도 다 대답해주니까요."

"내가 그랬나? 그렇다면 질문은 이제 그만하지?"





눈이 오지 않는 게 좋았을까.  버스가 끊기지 않는 게 좋았을까.  두근거리며 막차를 타고 어두운 산길을 내려가며 그렇게 추억 속에 사는 선배의 모습으로 다시 한번 기억한 뒤 잊어버리는 게 나았을까. 





"선배가 담근 술은 맛이 좋을까 몰라."





다시 와도 돼요?라는 내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던 선배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싫다는 사람에게 들이대는 거, 어린 시절도 아닌 지금의 나는 상상도 못할 모습인데.  세상과 단절된 산골짜기, 흰 눈에 폭 파뭍힌 이 곳에서, 나는 술병을 들고 있을 뿐인데 이미 달콤하게 취해있는 것 같았다.





"눈도 오는데 한잔 할까요?"





맨 정신으론 물어보긴 애매할 것 같아서.  그 시절의 나처럼 애교 섞인 웃음을 흘렸다.  내가 아는 선배라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한번 털어 보이고는 밍밍한 웃음을 보일 것이다.  싫어도 좋아도 늘 사람 좋은 미소를 흘려주면서-.  그리고 말하겠지.





"뭐, 네가 원하면 하고 싶은 대로 해."





어색하게 낯선 모습을 흘리던 선배가, 이럴 때만 꼭 그 시절과 변함 없어보여서- 그게 더 서운하다.

























김남준선배.  



누구에게나 친절했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주지는 않았던 선배.  



세 학번 정도 위였던거 같은 데 나이는 확실히 모른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선배는 검정고시를 통해 나이보다 일찍 대학교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개인 사정으로 입학하자마자 휴학을 해서 동기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편입생들을 위해 따로 마련해준 낡은 학과사무실에서 자주 만나다 안면을 텄었다.  사정이 사정이다보니 선배도 본인 동기들보다 편입생 애들하고 더 친하게 지내 주었다.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애늙은이, 도인같은 이미지로 늘 어려운 책을 들고 다녔기에 설사 동기들보다 어리다 할지라도 만만한 인상을 주진 않았다.  어쩌다 말을 터는 사람들마다 혀를 내두를 만큼 아는게 많고 대화도 유연했다.  똑똑하면서 말 잘하면 얄미울 수도 있는데, 그것을 매력으로 바꿀만한 예쁜 말솜씨를 지니기도 했다.  휴학생이었는데 늘 학교 도서관에서 살아서  학과 사람들은 알음알음 선배를 다 알고 있었다.  소문에는 정말 잘나가는 집안 자제인데  부모님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대학, 학과에 들어왔다가 반항심에 휴학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유명 기업 아들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정치인 아들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대놓고 물어보기도 애매했고 물어봐도 예의 그 밍밍한 미소를 흘린 뒤 화제를 바꾸기 일쑤여서 정확한 사실 유무는 알 수가 없었다.   



한동안 소문은 차고 넘쳤다.  차고 있는 시계도 웬만한 자동차 한 대 값이라고 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흙바닥에 깔고 앉는 특이하게 생긴 재킷도 다른 남자애들이라면 덜덜 떨만한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고급 브랜드라했다.  하지만 비싼 소지품보다도 더 빛나보이는 건 선배의 애티튜트였다.  나이 답지 않은 조숙함, 어른스러움, 예의바름, 그리고 남다른 어휘 구사력을 지니고도 대할 때 불편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굳이 선배의 외면이 아니어도 학과 여자애들 모두 선배를 향해 눈을 돌릴 만했다.  내면에 차곡차곡 쌓인 것이 많은 사람.  구태여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흘러넘치는 특별함이 있었다.  



다음 학기면 복학한다, 그 다음 학기면 복학한다, 그렇게 일 이년인가를 마주치다가 어느 날 군대 간다면서 그대로 사라져버리기 전까지.  나는 선배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었다.  그림자 전법이 성공한 걸까,  언제부턴가 나는 선배가 편하게 웃어주는 몇 안되는 후배 중의 하나가 되어있었다.  물론 딱 그만큼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내 마음은 이미 고백도 전에 선배가 쌓아둔 벽에 부딪혀 그 앞에 주저 앉아 있었으므로.

























“울지마라”





선배가 읊어주던 싯귀가 그대로 내 일기장에 아직도 적혀 있었다.  선배는 다시 복학했을까.  졸업은 다 했을까.  아니면 그대로 사라져 이렇게 다른 곳에 삶의 닻을 내리게 된 걸까.  봄가을 머물기 위해 닻을 내리는 곳이 여기라면,  또 다른 계절의 닻은 어느 곳에 내려두는 걸까.  여기만큼 예쁜 곳일까.  달콤한 게으름, 그런 삶을 꿈꾸던 싯구절같던 선배.  있는 집 자제라서 할 수 있는 낭만 어린 방황이 부러웠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꽃잎처럼 붉은 술이 담긴 잔 너머 선배의 얼굴이 보였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장작이 불에 타는 소리에 화음을 넣듯이 나는 중얼거렸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선배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쳐다보았다.  나는 방긋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기억나요? 선배 처음 보던 날, 선배가 읊어줬던 시인데.”





술잔이 맞부딪혔다.  술잔 안에 오미자 알갱이들이 흔들렸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이 시는 기억하네."





선배는 술잔을 들이키고 나서 다시 난로 안을 살피다가 안에 장작 몇 개를 더 집어넣었다.  차가운 장작이 들어서자 불길들이 주춤거렸고 선배는 종이를 뭉쳐 그 안에 조심스레 던져넣었다.  그리고 다시 작은 조롱박으로 오미자 주를 술잔에 조심스레 따라 내게 건냈다.  둥둥, 미처 걸러지지 않은 검붉은 오미자 몇 알이 술잔 안에 떠있는 모양까지.  완벽하게 자유롭고 더없이 낭만적이다.  지금의 선배는 그 시절 본인이 원하던 삶을 후회없이 즐기며 살고있는 것 같았다. 





"부러워요"

"응?"

"선배는 좋겠어요.

"왜?"

"선배가 말 한대로 살고 있잖아요, 지금..."





타닥타닥, 새로 들어간 장작에도 조금씩 불이 붙기 시작했다.





"내가 그랬어?"

"또 그 소리."

"미안.."

"선배는 다 까먹었나 봐. 나 혼자만 기억하고 있었던 거지."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랐다.  아니, 생각보다 조금 많이 취기가 올라왔다.





"나한테 가르쳐준 김치볶음밥 레시피까지. 내가 다시 만들어줘도 기억 못 할 만큼."

"아... .."





선배의 당황한 눈빛이 나를 향했다.





"기억 잘 못해서 미안해... 사실 ...내가..."

"선배 많이 아팠어요?"

"...응?"

"아니, 옛날이랑 뭔가 좀 달라서.........  저 밑에 가게 아줌마 하시는 말씀 얼핏 들었거든요.  이상한 소릴 해서 처음엔 선배 아닌 줄 알았는데..."

"뭐라 그러셨는데?"

"무슨 수술이야기도하고... 많이 아팠어요? 얼마나 아팠어요? 언제? "





대답도 듣지 않고 혼잣말 같은 질문을 계속해대는 건... 진짜 궁금한 건 그게 아니니까.  물어보고 싶은 건 따로 있으니까.





"첨에 나 못 알아 본 것도 그렇고.  그러다 갑자기 알아보고.  선배 저 기억은 해요?  진짜로?"

"............"

"기억 못하면서 아는 척 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심각해보이는 선배의 얼굴에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아 뭐야 그렇게 정색하면 진짜 같잖아요"

".......미안."





선배의 미안하다는 말이 너무나도 서운하게 들렸다. 





"아니예요 ㅡ 뭐, 기억 못할 수도 있지.  나는 그냥 졸졸 쫓아다니던 흔한 후배 들 중 하나였을 수도 있고.  선배는 원래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라 내가 혼자 신나한 걸 받아준 걸 수도 있고. "

"저기..."





나 혼자 옛 기억에 신나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 거 였던건가.  생각해 보니 선배는 내 이름을 한번도 불러주지 않았다.





"그래도 나라는 후배가 있었던 건 기억은 하죠?  내 이름까지는 정확히 몰라도..."

"...."

"뭐야 정말 내 이름도 모르는거야?"





역시나, 나는 아무나였던건가.  아무나는 아니였지만 결국 잊혀진걸까.  기억도 안날만큼.  그럼 그건 아무나나 마찬가지지.  너무나도 서운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취기가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선배가 곤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 입을 뗐다.





"한...소라."

"...다행이네. 이름은 기억해줘서."

"......"





난로안의 타는 불길이 어지러워 보여서 한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그런데, 눈을 감으니까 사방이 깜깜한데도  더 어지러워졌다.





"선배는 하나도 안 변한거 같은데, 근데 이상하게 또,  막,  하나도 선배 안 같아서 이상해. 왜 그런거지?"





나는 술기운에 계속 중얼거렸다. 





"사실 변한 건 나라서 그런가. 내가 너무 변해서 선배가 나 첨에 못알아 보고 그렇게 쳐다봤던 걸까?"





옛날같으면 이만큼 취했으면 눈물부터 났을텐데.  그래,  변한 건 나였다.  그것도- 내가 닮고 싶었던 선배랑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직장후배가 지적했듯이 나는 칼 같고, 차가워져서 이런 작은 쉼표 같은 무전여행이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무모한 낭만보다는 시간 계산에 더 정확한 패키지여행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선배와의 추억을 만나  옛날처럼 까불거리고 아이처럼 군다해도, 이 산골을 나서는 버스를 타는 순간 나는 다시 그 모습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말 것이다. 





"나는 진짜 선배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때는 내 일인데도 제대로 나서지도 못하고, 정말 바보 같이 울기만했는데.... 선배는 편입생도 아니면서 우리들 대신 학교 조교님이랑 교수님한테 가서 막 따져줬잖아요.  편입생 차별하지 말라고.  진짜 멋있었는데."



"그런데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지금은 너무 잘 알거 같아요.  처음엔 선배처럼 조곤조곤 열심히 상대를 설득하고 말을 하는데 살다 보니 그런게 먹히는 사람은 얼마 없더라고요. "



"저 지금은 어떤 줄 알아요? 막막- 회사에서 조금만 수틀려도 정색하고 막말하는 거 일도 아니에요.  막 아무렇지도 않게 쌍욕도 해요.  옛날엔 상상도 못 했는데. "



"근데 그런 게 더 먹혀요.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내가 그런 존재가 되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럼 너무 짜증나요.  그런데 그렇게 행동해줘야 상대에게 먹혀요.  착하고 잘나고 정석대로 가면 피해 보는 게 세상살이더라고요.  더러운 세상에 맞춰서 내가 더러워지는 거 같아요.  나는 내가 정도에 맞게 올바르게 살다 보면, 내 주변도 바르게 좋게 변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게 먹히질 않는 세상이에요.  에잇 더러운 세상...."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나한테 짜증나는 게 더 화가 나요.  이게 길이 맞나, 내가 생각해왔던 내가 맞나...."





선배의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 게 느껴졌다.





"너를 찾아 가는 길은 방황이 아니지,  그냥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과정인 거야.  잘 살고 있네."





피식, 눈물이 차오는 걸 꾹 눌러 담았다.





"...많이 취했네. 이제 그만 마셔야겠다."

"그러게요 나 취했나 봐요.  아씨 취하면 우는 게 술버릇이라서 웬만하면 취할 만큼 안 마시는데.  난 아직도 꼴불견 같네요 선배 앞에선."

"술기운 빌려가면서 우는 거지.  속에 쌓인 게 많아서 그런거니까,  이럴 때 울면서 풀어도 돼.  괜찮아. 술잔만 내려놓자."





눈물보다 웃음이 먼저 터졌다.





"선배는,  안변한 게 맞네.  아... 미치겠다."





선배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쿨쩍, 눈물을 집어 삼키고는 다시 술잔을 들었다.  선배의 토닥임에만 기대기엔 나는 이미 너무 어른이다.





"아이고호... 우리 선배는 술도 잘 담그고....이제  장가보내도 되게따아...."





내 말에 선배는 다시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술잔을 맞춰 주었다.





"이럴 땐 배경음악으로 뭐가 좋을까?"

"음.... 선배꺼 골라 줘요..."

"나 보단, 네 배경음악이 듣고 싶어."

"제꺼요?"

"응.  왜...  들으면 안되는 거야?"

"아니... 왜 내껄 ....궁금해 ... 하는건데요...“

"난 그냥... 궁금해서..."





늘 선배를 따라 이것저것 흉내내곤 했지만, 그래서 선배가 되물어오면 난 이런 음악 저런 음악이 내 인생의 배경음악이 됐어요! 라고 말해주려고 했었지만, 막상 선배가 그런 나를 향해 다시 질문해 온 적은 없었다.  선배의 이야기는 늘 들려주는데서 끝이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그냥 영화 시놉시스 받아적듯이, 늘 완벽하고 멋졌던 선배의 이야기들을 일기장에 옮겨 적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난 변함없다며...  내껀 이미 다 알 거 아냐. "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예전과 변함없이 그대로다. 하지만 그 시절의 선배였다면- 내게 난타공연 같이 보러갈래? 하고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오미자주 담그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먼저 말하지도 않았을테고.  내가 그런 상황을 청해보기도 전에 먼저 난타공연 보러가는 방법을 설명해주며 잘 보고 오렴- 했을테고, 오미자주 담그는 레시피가 잘 설명된 사이트나 관련 서적을 추천해줬겠지.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시킨게 나뿐이겠는가.  다만 비슷한 듯 달라진 모습으로 비춰지는 선배의 다정한 모습이- 나를 기억 못한 채 보여주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평범한 친절함 같아서 서운했을뿐이고...  그래서 술을 마셨고... 결국 이렇게 취해버렸고. 나는 다시 꼴깍 술잔을 들이켰다.  아이고 이젠 진짜 어지럽다. 





"네 인생의 배경음악은 어떤지 궁금해. "

"음... 음흠...... 아까 로콩롤 골라준 거 처럼.... 선배가아... 골라주믄 앙돼여...?"

"풉..."

"애여... 시러여..?"

"아니,  안될 건 없지. 어떤 걸 원하는데?"





벌떡 일어나 책장 앞으로 다가서는 선배의 모습이 느리게 보였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 아직도 내 눈에 씌인걸까.  엘피판을 훑는 선배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나는 떠오를만한 곡명을 생각하려 애썼다.  그런데 너무 마셨나.  점점 선배의 모습이 빙빙 도는 것 같다.  고개를 작게 흔들며 눈을 부릅떴다.  고생 이라곤 1도 안해본 것처럼 곱게 뻗어 있는 기다란 손가락과 손 등에 하나 둘 작은 산맥처럼 솟아나있던 힘줄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ㅅ'모양으로 갈라진 저 핏줄을 꾹꾹 눌러보고 싶었던 기억이...............





"못 정하겠어? "





아, 그런데 이상하다.  저 모양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선배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 뭐지 저건, 선배의 손가락이 다섯 개가 아니라 여섯 개였나? 일곱 개? 눈을 감았다 떴더니 손가락 뿐 아니라 선배의 얼굴까지 두 개 세 개 분신술을 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 뭔가 이상한 게 한 두 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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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 이렇게 좋은글에 왜 댓글이 하나도 없을까요ㅠㅠ뭔가 심오하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였어요~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3년 전
글이 취향을 좀 타나봐여 친구리퀘로 쓴건데 친구도 엄청 좋아해줬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3년 전
비회원182.204
안녕하세요 작가님! 방금전에 프롤로그부터 4편까지 정주행 했는데요 새벽에 자기전에 읽기 너무 좋은거 같아요 ㅠㅠ 설마 소라가 만난 김남준은 김남준 쌍둥이 인가요...? ㅋㅋㅋ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
3년 전
이미 결말까지 다 썼고 얼마 남지 않았어여
금방끝나니 계속 재미있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3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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