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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띠곤 찬열이 빙긋 웃었다. 그 날 아침 찬열은 유난히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유난히 가벼운 발걸음으로 화장실에 가 세수를 하고 본 거울 속 제 모습은 유난히 다른 날에 비해 멋들어보였다. 그 후 골라 입은 옷은 평소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스타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찬히 제게 꼭 들어맞아 유난히 좋은 맵시로 보였다. 길거리에 나오자 이상하게 유난히 예쁜 여자들이 많이 보였다. 도심에 들어서자 유난히 대쉬하는 여자들도 많았다. 그 여자들 또한 유난히 예쁜 여자들 뿐이었다. 

 

유난히 생경한 날이었고, 찬열은 유난히 좋은 예감에 기분이 한껏 업된 상태였다. 원체 잘난 제 얼굴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주목과 대쉬를 받은 것은 제 기준 제 인생 최고 리즈였던 시절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러다 진짜 대형건 하나 터지는 건 아닌가 몰라. 부푼 미래를 꿈꾸며 찬열이 제게 집중된 시선을 의식했다. 

 

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이다싶이 걷던 찬열이 잠시 걸음을 멈춰서곤 제 앞으로 와 번호를 기다리는 오늘로만 7번째 여자를 응시했다. 와, 봉 잡았다. 오늘 본 여자 중에 최고로 예뻤다. 유난히 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제 잘난 맛을 음미하던 그였지만 솔직히 그 많은 여자들 가운데 제 취향에 맞다, 싶은 여자는 없었다. 워낙 화려한 겉모습 탓에 그에 따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버린 눈높이 때문일까. 그런 와중 그마나, 객관적으로는 무척이나 예뻤지만, 제 취향에 가장 근접한 여자가 제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저……. 번호, 주실 수 있으세요?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웃는 여자에게 찬열이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반듯한 흰 색 핸드폰을 건네받은 찬열이 010-93까지 치려는 찰나였다. 마치 파노라마처럼 제 주변이 느릿하게 눈앞을 훑고 지나갔다. 모든 것이 정지된 기분. 그 사이에 홀로 움직이는 규칙전인 피사체가 보였다. 죄, 죄송해요. 찬열이 여자에게 황급히 핸드폰을 돌려주곤 당황한 여자를 뒤로 하고 제 눈이 향하는 곳을 향해 바삐 뛰었다. 

 

고운 걸음걸이가 자박거리며 길을 밟았다. 그 뒷태를 찬열이 좇았다. 주변의 일시정지와 동시에 세상의 시야가 좁아졌다. 신이 주신 기회인가. 달린다, 달려간다. 그럴 리 없는데도 괜히 뒤를 돌아봐줬으면 했다. 자연스레 말을 걸 수 있게 눈을 마주쳐줬으면 한다. 가까이 온 것만으로도 이렇게 숨이 헐떡일 정도로 멀리에 서있던 그 사람만이 보였다는 건 아마 연유가 있을 터. 

 

뭐라고 말을 걸까. 오늘 날씨 좋죠? 이건 좀 이상한가. 졸졸 뒷꽁무니를 쫓아가며 찬열이 홀로 골머리를 앓았다. 한번도 이렇게 약한 모습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새삼 제 모습이 우스워 찬열이 푸흐, 웃음을 터뜨리자 앞에서 걸어가던 남자가 뒤를 돌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찬열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확하게 저를 주시하는 그 모습에 찬열이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든 해보고자 입을 열었다. 

 

"어, 안…녕하세요." 

"네?" 

 

저가 말하고서도 바로 후회했다. 찬열이 수치심에 고개를 푹 숙였다. 안녕하세요가 뭐람. 그럼에도 상대방은 찬열에게 예쁜 미소를 보였다. 

 

"그쪽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아……." 

 

심지어 그 다음 멘트도 찌질했다. 유난히 좋은 날에 이런 신이 주신 기회를 얻었는데 연을 잇기는 글러먹었다 생각하며 찬열이 울상을 지었다. 새침한 눈꼬리가 왠지 저를 무자비하게 깎아내릴 것만 같았다. 같은 사내자식끼리 대쉬가 성공하면 그것도 웃긴 일이지. 괜히 침울해져 아랫입술을 꾹 물며 찬열이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구경할 심산으로 고개를 들어올려 본 곳에는, 

 

"좋아요." 

 

밝게 웃고 있는 그 모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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