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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야구관람 | 인스티즈

 

루한 X 시우민

W.순백

 

 





 민석은 얼굴은 밀랍인형마냥 새하얀게 워낙 근육이 안 붇는 체질이라 야들야들한 몸을 가지고 있어 얼핏 보면 여자라 해도 믿을 정도로 예뻤다. 몸의 윤곽도 부드러웠고, 피부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민석이 눈은 게슴츠레 뜨고 입은 헤 벌린채 저에게 몸을 밀착한 루한의 콧잔등을 짜증스럽게 꾹 눌러 밀어냈다. 삐죽거리며 입술을 움직였다. 게이냐 저리 좀 껃여ㅡㅡ. 너라면 게이가 되도 좋아. 미친.. 시시콜콜하니 별 의미없는 농담이나 나누며 루한에게 깐 귤을 건넸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 헤헤 알겠습니다 공주님. 누구더러 공주님이래.



근데 루한. 심심하지 않아?
그러게. 좀 심심한 것 같기도 하다.
이른 아침 댓바람인데 야구나 보러 갈래?
야구 빠순이 새O..
누차 말하지만 난 남자라고. 빠돌이로 바꿔.



 민석에 의해 밀려난 머리를 그의 허벅지로 옮겨눕자 툴툴거리지만 절대 거부는 하지 않는 민석을 보며 엷게 웃었다. 아, 편해. 무거워 죽겠네 솔직히 말해봐 머리만 몇 키로냐. 밑에서 쳐다보니 민석의 얼굴선이 또렷히 보였다. 매끄러운 곡선들로 이루어진 턱선이 예뻤다. 오밀조밀하니 깔끔한 얼굴로 귤을 하나하나 까먹는 입술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조곤조곤 말을 꺼냈다. 야구, 보러 가자.






_





 조금 쌀쌀한 날씨에 두꺼운 후드티를 입었다. 잠시 놀다갈 계획으로 간편하게 입고 온 민석에게는 무엇을 입힐까 고민하다 결국 여분으로 사두었던 같은 종류의 후드를 입혔다. 왜소한 체구에 살짝 큰 후드티가 잘 어울렸다. 만족스럽게 웃곤 그를 데리고 야구장을 향했다.

 엄청난 함성 소리 사이를 뚫고 관객석으로 진입하자 커다란 경기장이 시야 가득 찼다. 야구에 미친O이라 불릴 정도로 야구, 야구, 하루종일 말끝마다 야구를 외치는 민석을 볼 때마다 꼴사나워 양손으로 귀를 꼭 틀어막았는데 그와 이 곳에 오게될 줄은 몰랐다. 젠장, 두세시간을 저 야구 폐인 새O와 버텨야 한다니. 야구를 보러온 것이 그렇게나 좋은지 얼굴 한가득 헤실헤실 웃음을 띄운채 눈웃음을 짓는 그를 보자 한숨만 절로 나왔다. 에휴….

 흥에 겨워 양 팔 한 가득 막대풍선을 든 채 '나 지금 기대돼요'를 이마에 떡하니 붙여놓은 민석이 귀여웠다. 볼을 붉게 상기시킨 그의 귀에 손을 모아 갖다대고 속삭였다. 아, 잠깐만 기달려.





 야구장 응원 머리띠를 두 개 샀다. 민석이 쓰면 어린 아이가 쓴 것 마냥 귀엽게 어울릴 것이라 짐작했다. 귀 바로 밑에서 살랑거리는 주황빛 머리카락은 그의 중석적인 매력을 돋보였다. 쌍꺼풀 없는 커다란 눈은 예뻤다. 워낙에 고운 얼굴인지라 머리띠까지 쓰고 여자라 오해받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잠시 뇌리를 스쳤지만 이내 그냥 여자라 하고 애인이라 하면 되지, 하는 안일안 생각으로 마음을 비웠다. 티도 커플틴데 뭐 어때.



…너 여자냐.
뭔 헛소리야 약 빨았냐?
왜 이렇게 예뻐…?
…감사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훨씬 예쁜 그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말이야 맨날 사귀자 예쁘다 공주님 거렸지만 전부 장난이었을 뿐, 그를 애인으로써 좋아한다거나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근데, 이 화창한 햇살에 찬란하게 빛나는 하얀 피부와 찰랑이는 엘라스틴 머릿결과 기대감에 부풀어 상기된 볼과 귀여운 머리띠가 조화를 이루자, 어머나 맙소사. 내가 동성애자였나? 동네 바보같은 표정을 지으며 헤..거리는 루한의 볼을 네 손가락으로 찰싹 찰싹 때리며 민석이 얄밉게 중얼거렸다. 정신 좀 차리시죠 아저씨? 어, 어 그래.


 민석과 똑닮은 그의 형의 신분증을 빌려 사두었던 맥주 몇 캔을 꺼냈다. 야, 역시 야구 응원할 땐 치맥..이 아니라 맥주밖에 없네. 루한이 뒷목을 살짝 긁적였다. 괜찮아. 맥주만 있어도 충분하지 않아?



등신아 빨랑 사와.
경기 시작했네요, 나가기 귀찮아.
빨랑 사오라고 미친O아.



나도 경기 보고싶다고! 루한의 소리없는 외침이 입 안을 울렸다.
말을 꾹 눌러 삼키곤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챙겼다.





 한 손에 치킨 봉다리를 들고 터벅터벅 민석의 옆자리에 앉았다. 경기에 정신이 팔려 열띠게 응원하는 민석을 바라보다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누군가를 좇거나, 누군가가 점수를 내고 있는 듯했다. 어떤 자식이 민석의 눈을 사로잡은게야? 계속해서 쳐다봐도 그의 눈길이 닿는 곳은 그저 경기장 자체였다. 아무래도 민석은 특정 인물이 아닌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왠지모를 안도감에 기분이 생소했다. 이건, 뭐지.

 한 게임이 끝났는데도 불구,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도대체 왜 이렇게 시끄러운거야?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눈치도 없고 시력은 1.5이지만 귀는 0.1인 저로서는 뭔 일인지 감도 잡을 수 없겠는데, 민석이 얄궂은 말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야. 이제 키스타임인데 우리 걸리면 웃기겠다.
너 남자라며. 당연히 안 걸리니까 걱정 마라.
…요즘 번외편으로 남남커플도 자주 잡아.
우린 커플 아니니까 괜찮아.
네 말에 따르면 난 예쁘고, 너랑 난 커플티를 입었고. 누가 봐도 우린 커플인데?



 물론 그가 예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앞에서 응원하는 치어리더 누나들보단 민석이 더 예쁜 것같다. 그렇지만 그것을 자기 입으로 말하다니, 이 얼굴에 철판을 얼마나 깔아야 가능한 말인가. 한심하다는 듯 그를 쏘아보곤 맥주 캔을 흔들었다. 근데 우리 청소년인데 이래도 되는건가. 민석의 어깨에 크게 팔을 두르곤 맥주를 한 모금 홀짝였다. 근데 비주얼만 보면 우리 둘이 이 경기장에서 제일 뛰어난 것 같아.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를 쳐다볼 때였다. 전광판에 저들의 얼굴이 비춰진 것은.



야 이 새O야 우리 안 찍힐꺼라며….
카메라맨이 훼까닥 돌았나 보지….
아오…. 근데 나 그렇게 예뻐?ㅎㅎㅎㅎㅎ
맞고싶냐?
ㅈㅅ.



키스해! 키스해!

앞 옆 뒤로 사람들이 외쳤다. 아니 이 사람들은 방금 전까지 서로 으르렁대던 다른 팀인데 왜 이렇게 단합력이 좋은게냐. 그냥 평소처럼 하세요들. 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대다 점점 커지는 함성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저희 둘 다 남자입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잠시 조용해지나 싶더니 아까보다도 더욱 열광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남남커플! 키스해! 키스해!


 루한이 낮게 욕을 읊조렸다. 뭐 어쩌란거야. 당황한 듯 민석이 꼼짝도 하지 않고 굳었다. 로봇마냥 뻣뻣하게 저에게로 얼굴을 돌리더니 입모양으로 외쳤다. 우리 어떡해. 그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얇게 대답했다.

ㅡ눈 딱 감고 그냥 할래? 선물도 준다는데.



 민석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의 턱을 한 손으로 받치고 입술을 갖다댔다. 입술이 부딫힘과 동시에 경기장 일시정지. 경기 때 두 번 연속으로 홈런했을 때보다 더욱 커다란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동그랗게 놀란 눈을 하던 민석이 상황을 파악한 듯 살포시 눈을 감았다. 그가 루한의 목을 오른 팔로 감싸안았다. 전광판을 가득 메운 남남커플의 키스신에 사람들이 열광적인 소리를 질렀다.

 

 

_

 

루민이 최애컾이었을 때 쓴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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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야구장 갈 계획이었는데 진짜 가야겠네요ㅠㅠ.. 야구장 루민이라.. 써주셔서 감사합니당 ㅠㅅ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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