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이 편성됨.
프로그램의 제목은 그 이름도 강렬하게, 막내onTop.
짧게 소개하자면, 아이돌 그룹의 막내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것들을 함께하는 내용임.
걸그룹의 리더이자 맏언니인 너징과는 전혀 관계없는 예능프로이지만,
막내를 황금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너징에게는 자신이 출연하는 것보다 더 떨린다는 거.
이 예능에 섭외된 라인업을 살펴보자면,
첫번째, 대규모팬덤을 자랑하는 우주대스타, 엑소의 세훈.
두번째, 외모가 가려지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핫스타계열에 오른 레드슈즈의 내새끼!
세번째, 연속으로 덕후들 심장저격에 성공하며 화려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정국.
네번째, 신인이 사고쳤다! 美빌보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세븐틴의 디노.
다섯번째, 무대든 예능이든 한바탕 즐길 줄 아는 마마무의 화사.
여섯번째, 프로정신이 돋보였던 무대를 보여준 여자친구의 엄지.
일곱번째, 충만한 똘기로 떠오르는 예능돌, 브이의 육성재.
요즘에 레드슈즈가 엑소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오세훈의 영입 소식을 듣자마자 팬들도 막내의 출연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서포트 준비에 나섰다는데...
마지막으로 레드슈즈와 같은 소속사인 육성재의 출연까지 확정이 되고,
레드슈즈의 팬들은 방송은 커녕 녹화를 하기도 전에 세훈-막내-성재의 럽라를 기대하는 망붕이 늘었다고 하더라.
"누나!!"
"어, 왔어?"
"이야~ 누나가 나만 따로 불러내고 왠일이에요?"
"일단 앉아. ^^"
3일 후, 막내의 예능 첫녹화를 하는 걸로 알고 있음.
그래서 너징은 미리 육성재를 따로 불러내 여러가지 교육 좀 시켜볼까함.
아무것도 모른 채 시켜준 음료수를 맛있다고 마시는 순수한 육성재를 보며 미소를 지음.
사실 교육이라고 해도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님.
미션명. 오세훈에게서 막내를 지켜라!
절대절대 막내가 오세훈과 엮이는 일이 없도록 잘 관리하는 것. 이 뿐이었으니까.
육성재와 막내는 어차피 같은 소속사이니까 육성재가 챙긴다 한들 의심의 눈초리가 적을 뿐더러,
정말로 럽라가 형성되어 스캔들까지 나더라도 오세훈보다는 훨 나았음.
아무리 요새 300만명의 엑셀들이 레드슈즈에게 관대해졌다고 해도 대놓고 럽라가 그려진다면 어떻게 나올지 모를 일임.
"가만보면 누나도 걱정을 달고 산다니까."
"그게 아냐. 우리 막내는 아직 오세훈 무서워한단 말이야."
"막내가요? 무슨 일 있었구나."
"말하자면 길다~"
"알겠어요. 대신 맨입으로는 안되는거 알죠?"
"당연하지. 소원 한가지는 꼭 들어줄게!"
너징의 대답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음료를 쪼로록 빨아들인 육성재가 아! 하고 뭔가를 떠올림.
모종의 거래를 마치고 여유롭게 앉아있던 너징은 육성재를 쳐다봄.
"그거 들었어요?"
"뭘?"
"요새 우결 물갈이 준비중이던데."
"그래?"
"관심없구나?"
"나랑 상관없는 일 같아서."
심드렁한 대답에 육성재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함.
제작진 쪽에서 만약 우리 회사에서 한명을 데려가겠다고 나서면,
아직 고정 예능이 없는 너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우결출연자로서, 거절을 받아줄 확률은? 하고 의견을 묻자 육성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음.
하지만 여전히 남일만 같은 얘기에 턱을 괴고 멍하니 있다가 무언가 깨달음.
"그러고보니 부인있는 남자한테 우리 막내를 챙겨달라는 부탁은 좀 아닌가..?"
"나 이혼 당할 것 같으면 누나 부를 거예요."
"그래! 불러! 내가 잘 얘기해줄게!"
대답과 동시에 유리잔에 들어있던 얼음이 미끄러지며 덜그럭- 소릴 냄.
뭔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 같아서 육성재와 서로 마주보고 웃음을 터뜨림.
아무튼 잘 부탁한다면서 몸까지 일으켜 육성재의 머리를 폭풍 쓰다듬음.
그러자 육성재가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면서 물어봄.
"첫 녹화, 구경올거죠?"
"어?"
"왜 놀라요? 당연히 올 줄 알았는데?"
"글쎄.. 괜히 갔다가 유난떤다는 소리 들을까봐.. 우리 막내 힘들어지면 어떡해.."
또, 또 쓸데없는 걱정한다면서 막내도 못지 않은 리더덕후 아니냐면서 좋아할거라고 말해주는 육성재.
그렇게 말한다면야.. 샌드위치 100인분만 만들면 될까...?
벌써부터 도시락을 몇개나 싸가야 할 지 개수를 가늠해보는 너징임.ㅋㅋㅋㅋㅋ
녹화 당일날.
아침부터 숙소에서 나가야하는 막내를 모른척 배웅해줌.
너징이 녹화장에 찾아가는 것은 막내에게 비밀로 함.
사실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는데 육성재가 먼저 제안을 했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너징도 동참하기로 함.
막내가 나가자마자 너징은 부랴부랴 부엌으로 들어가,
어제 미리 사놓은 재료들을 식탁 위에 잔뜩 꺼내놓고 앞치마를 두름.
원래 주문을 할까 했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이 더 좋을 것 같아 직접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함.
둘째와 셋째에게는 미리 말해놓았기 때문에 도와주겠다면서 각자 할 일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그 모습을 보는 너징은 엄마의 마음으로 코끝이 찡해짐. 이런 이쁜것들..ㅠㅠ
"둘째, 그만 좀 먹어!!"
"언니.. 이거 개수대로 맞춰놓은건데..."
"아, 미안! ㅎㅎ"
둘째 입이 계속 부풀어있는 것 같다 했더니 준비해놓은 재료들을 야금야금 입에 넣는 둘째를 딱 발견함.
셋째가 허무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둘째가 사과를 하면서도 또 손을 움직이려는걸 너징이 막고 손등을 찰싹찰싹 때림.
시무룩해진 둘째를 보고 잠깐 마음이 약해질 뻔 했지만 겨우겨우 수량을 맞추고 난 뒤에 남은 재료들은 전부 둘째에게 몰아줌.ㅋㅋㅋ
둘째는 다른 스케쥴이 있는 관계로 셋째와 함께 녹화장에 방문하기로 함.
카페에 들러 미리 주문해놨던 음료를 받아서 녹화장으로 향하는 길은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안녕하세요~"
"어.. 이게 누구야~ 막내 응원하러 왔어?"
"네! PD님. 저희 막내 잘 부탁드려요!!"
샌드위치와 음료를 건네며 꾸벅 인사를 드리니까,
웃으면서 뇌물도 받았으니 신경 좀 써야겠네, 라고 장난치는 pd님.
뇌물이라뇨?! 이건 저희들 마음이라구요~
어느새 막내를 위해 애교도 불사하는 몸이 되어버림...ㅎㅎㅎ
"언니!"
"막내야!!"
"꺄~ 어떻게 된 거예요~ 이거 다 언니들이 만든거예요?"
막내가 언니들을 발견하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안김.
감동은 받은 표정으로 안겨있던 막내가 샌드위치를 먹고선 엄지를 척 올림.
너징과 셋째는 뿌듯해하며 음료수도 손에 쥐어줌.
육성재까지 불러 모여앉아 녹화는 어땠냐고 물었더니,
재밌게 하고 있다 대답하는 막내의 표정을 보니 정말 신나보이는게 진짜인가보네.
너징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한 사람을 찾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오세훈이 혼자 의자에 앉아 폰만 만지고 있는게 보임.
쟤는 왜 저러고 혼자 있어? 라고 물어보면 육성재가 볼을 긁적거리며 대답함.
"생각보다 다들 많이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엑소가 워낙 팬이 많은 그룹이니까."
"그게 정말이야?"
"정말이에요.. 제가 다가가도 반가워해주지도 않으시고..."
막내의 말을 듣고 육성재를 쳐다보니 고개를 끄덕거림.
아무래도 너징이 잘못 판단한 것 같음. 오세훈이 관계회복을 위해 막내에게 접근할 줄 알았더니..
육성재의 말에 따르면 오세훈은 녹화 내내 막내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웠다고 함.
전에 있었던 일을 나름대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나보네...
그렇다고 저렇게 혼자서 궁상떨고 있을 건 없잖아... ;ㅅ;
빤히 바라보고 있었더니 너징 쪽을 힐끔 쳐다보려던 오세훈과 눈이 딱 마주침.
움찔하며 바로 시선을 피해버리는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고 손에 각각 샌드위치와 음료를 들고 일어남.
오세훈에게 다가가 내밀자 당황한 눈으로 올려보는데 툴툴거리며 한마디를 던짐.
"챙겨주는 사람도 없냐?"
".. 내가 거절한거야..."
이게 또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네.
"왜? 내가 만든건 먹기 싫어?"
"누가! .. 나도 염치가 있지.. 그걸 어떻게 먹냐..."
"왜 맛 없을까봐?"
"야! 넌.."
"난 여태 염치없는 놈인 줄 알았는데?"
"..."
짧게 혀를 차고 오세훈 옆에 앉아 손수 샌드위치 포장을 뜯어 손에 쥐어주니까
오세훈은 머뭇거리다가 왜 챙겨주냐면서 따짐. 이게 챙겨줘도 지랄이야...
노려보다가 먹기나 하라면서 앞에만 하염없이 보고 앉아있으면,
배는 고팠는지 곧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하는 오세훈임.
금세 샌드위치 하나를 뚝딱 해치우고선 남은 하나마저 직접 너징의 손에서 뺏어감.ㅋㅋㅋ
음료까지 쪽쪽 빨아먹고 비운 오세훈은 짠내나는 목소리로 고맙다고 중얼거림.
"야. 오세훈."
"왜.."
"우주대스타, 그거도 되게 힘든거네."
"뭐?"
"인기가 많으면 많은대로 피곤하구나, 싶어서."
"무슨 소리야.."
너징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덤덤하게 말을 하면 오세훈이 피식 웃음을 터뜨림.
너징은 고개를 돌려 오세훈의 얼굴을 빤히 쳐다봄.
오세훈이 민망해하며 왜 그렇게 보냐고 손으로 얼굴을 가림.
그런 오세훈을 보고 너징은 다시 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염.
"솔직히 너 진짜 미웠다."
"..."
"아무리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떠났어도 그렇지. 우리가 몇년을 같이 지냈는데.."
"미안해..."
"그 말이 더 화나거든? 왜 서로 미안해야할 상황까지 왔을까 싶다."
"..."
"네가 날 제일 많이 괴롭혔어. 알아?"
"..."
"분명히 구미호에 대한 것도 다 들었을텐데 나한테 감히 먼저 사과하라고 해? 네가 그러고도 내 친구냐?"
"그건.. 야, 나도 바로 미안하다고..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그러고도 네가 내 친구 맞냐고."
너징의 말에 오세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굳어버림.
무릎에 턱을 괴고 계속해서 넌 친구도 아니라면서 하소연을 늘어놓으면,
오세훈이 친구라는 단어를 계속 반복하면서 중얼거림.
잠시 말을 멈추고 오세훈을 힐끗 바라보자 오세훈이 중얼거림을 멈추고 눈을 똑바로 마주침.
"우리.. 친구냐...?"
"아닌 것 같다니까. 나쁜 새끼야."
"친구지."
"이게 또 사람 말 안듣네."
"그래. 아직 친구였어!!"
윽. 오세훈이 갑자기 껴안는 바람에 하마터면 혀 깨물 뻔 했음.
"야!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뭐하는거야?!"
얼른 밀어냈더니 오세훈이 눈이 새빨갛게 물들인 채 쳐다보고 있음.
이거 금방 울겠다고 놀려대면 오세훈은 눈가를 소매로 벅벅 문지르더니 안운다고 우김.
안 울긴. 내가 눈에 달린 물방울들 다 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나 아직 용서해준다고 안했다."
한마디에 또 다시 시무룩해져서는 '... 친구잖아...' 라고 그러는데, 그게 뭐.
"야.. 그만 용서해주라.."
그렇게 쳐다보지마. 하나도 안 불쌍해보이거든?
어딜 그냥 쉽게 넘어가려고. 내가 앞으로 지켜볼거야, 너.
"너 우리 막내한테는 사과했어?"
"어..?"
"이럴 줄 알았어. 너때문에 우리 막내가 얼마나 울었는데, 당장 가서 사과하지 못 해?!"
"... 미안.."
"나한테 말고 막내한테 하라니까!"
갑자기 울컥해 오세훈의 등을 떠밀어 일으킴.
맘같아선 엉덩이를 뻥 걷어차버리고 싶은데, 사람이 많아서 꾹 참음.
얼떨결에 막내 쪽으로 걸어간 오세훈을 보고 막내가 벌떡 일어나 맞이함.
오세훈이 머뭇거리다가 너징쪽을 힐끔 쳐다봄. 뭘 봐?! 당장 사과하라니까!!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오세훈이 머리를 긁적이며 막내를 향해 사과를 하는 것처럼 보임.
막내의 눈이 커졌다 싶더니 곧 웃으면서 손을 내젓는 걸 보니,
저 착한 것이 또 괜찮다고 물 흐르듯 넘어가준 것 같음.
사과하고 오세훈이 돌아서자마자 조연출이 예능멤버들을 소집하셨고,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는지 오세훈이 너징을 빤히 바라보고 서있길래,
얼른 가지 않고 뭐하냐고 손짓을 해줌.
끝내 용서하겠다는 말은 안했지만,
휴식이 끝나고 다시 녹화에 들어가는 오세훈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보였음.
pd님께서 바로 가지말고 구경하다 가라고 하셔서 잠깐 옆에 앉아 막내들이 노는 걸 구경했는데,
이전에는 어떤 모습으로 촬영을 했는지 몰라도,
지금 보고 있는 오세훈은 몇년 전에 알고지냈던 개구쟁이의 모습이 잔뜩 묻어나오고 있었음.
"뭐야. 괜히 봐줬나?"
드립을 날리고 괴상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서,
멀게만 느껴졌던 오세훈에게 친근감이라도 느꼈나? ㅋㅋㅋㅋㅋ
다른 사람들도 곧잘 받아주며 금세 친해지는 것 같음.
육성재가 거짓말을 했나 싶을 정도로 멀쩡해보여서 억울해진 너징은,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면서도 미소를 지은 채 오세훈을 지켜봄.
겨우 몇마디 나눠줬다고 저렇게 신나서는... 애도 아니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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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들 모아서 예능 좀 만들어주세요.
본방사수할게요. 플리즈.
이렇게 오세훈과도 Clear.
그나저나 떡밥이 두개나 떨어졌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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