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하아... 하아..."
"하.. 후우.. 한번 더 할까?"
"하아... 당연하지... 난 아직 만족 못했다고!"
................. (ㅇㅅㅁ).................
솔직히 말해봐라. 무슨 생각했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생각했는지 모르겠는데, (뻔뻔) 그건 아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흘러내리는 땀을 닦은 너징은 다시 허리를 곧게 펴고 크게 쉼호흡을 함.
옆에서 함께 땀을 흘리던 김종인도 숨을 고르고 다시 자세를 잡음.
너징이 잠깐 옆으로 빠져 재생버튼을 누르니 내레이션이 흘러나오고..
김종인이 그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며 안무를 시작함.
시간은 벌써 새벽 2시가 넘어가는데,
유일하게 불이 켜진 연습실에서는 너징과 김종인이 곧 서게 될 무대를 위해,
철야연습을 강행하고 있는 중이었음.
유명 케이블 방송사에서 새로운 예능을 대거 편성하면서,
아이돌 그룹의 메인댄서들을 모아 듀엣댄스경연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냄.
제작진은 첫판부터 호기롭게 도박을 시도함. 정규방송 편성소식과 함께, 엑소의 메인댄서인 김종인을 섭외하려고 한다는 의지를 기자들에게 먼저 알린 것.
'어렸을 적 무용을 배웠던 카이군이 무대 위에서 최고의 춤을 보여주었으면 한다.'는 프로듀서의 언급이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기사들이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했고,
네티즌보다도 뒤늦게 소식을 접한 기획사는 준비하던 콘서트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거절을 하려고 했으나,
섭외가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흥분에 휩싸였고 부디 김종인을 출연시켜달라는 성원이 빗발치면서 김종인이 고심 끝에 먼저 나가겠다고 함.
너징과 김종인이 댄스파트너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님.
섭외를 수락하는 대신 김종인은 한가지 조건을 내걸었음.
바로 파트너는 본인이 직접 정하고 싶다는 것.
애초에 만들어진 룰은 총 8명의 아이돌을 섭외하여 랜덤으로 파트너를 선정하고,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직접 노래를 선정하고 안무를 짜서 연습한 후,
생방송 당일 무대에서 관객들을 앞에 두고 선보이는 것이었지만..
김종인의 이 제안으로 인해 룰이 완전히 바뀌었음.
바뀐 룰에 의하면 제작진에서 섭외하는 아이돌은 단 4명.
나머지 4명은 섭외된 아이돌들이 각각 파트너를 선정하여 섭외까지 맡아 진행하게 됨.
김종인은 처음 그림을 그린대로 너징을 섭외하려고 시도했지만 너징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 없음.
"네가 날 섭외하겠다고? 도대체 이런 낙하산 느낌나는 룰은 누가 정한거야?"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는 너징의 돌직구 발언에 김종인이 움찔거림.
절대 자신이 만들었다고는 얘기하지 못하겠는 걸...☆★
대신 김종인은 듀엣 춤은 조금만 난이도가 높아져도 신뢰가 중요한 동작이 많아지기 때문에 파트너는 직접 선택하는게 맞는 거라며 너징을 설득하기 시작함.
춤을 오랫동안 춰본 너징으로서는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에 수긍은 했지만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임.
"너, 나 믿어?"
물론 김종인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음.
어떻게 자신있게 말할 수가 있겠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믿어주지 못하고 상처를 줬었는데..
그런 마음을 알고 일부러 물어본 건 아니었음.
너징은 정말 궁금했던 거임. 김종인이 정말로 자신을 믿어서 이런 제안을 해오는건지.
근데 대답을 못하는 걸 보니까 결정내릴 것도 없네. 이젠 더 관심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함.
"믿어."
등을 돌리려는 순간 김종인이 입을 염. 김종인이 고개를 들고 너징을 똑바로 쳐다봄.
"나 충분히 후회했어. 더 이상 후회하기 싫고. 그래서 널 찾아온거야."
"..."
"너랑 다시 춤 추고 싶어. 그러면 안 돼?"
새까만 눈동자가 은근하게 떨림.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엄청 애간장이 타나봄.
너징이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며 대답함.
"이왕할거면 우승해야지."
"당연하지!"
김종인이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임.
그렇게 두사람의 듀엣무대는 성사되었고, 제작진은 너징 섭외 소식에 의문이 듬.
그룹 내 메인보컬인 너징은 데뷔 후 노래로는 진즉에 인정을 받았지만, 춤으로서는 유명하지 않았으니까.
연습생 때야 독기품고 춤을 춰댔어도 다리를 다친 이후로는 격한 춤은 되도록 추지 않는 편이었음.
너징도 이러한 점을 걱정하며 김종인에게 미리 말은 해두었음. 그래도 김종인은 너징의 실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음.
반드시 최고의 무대를 보여줄거라면서 의지가 아주 대단함. 오히려 너징이 부담스러울 정도임.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면,
"야! 거기 약하잖아!!!"
독기 뿜어나오는 너징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무를 짤 때에도 너징은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내는데,
분명 김종인의 리드로 시작하였으나 어느새 주도권은 너징에게로 넘어가있음.ㅋㅋㅋ
그래도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율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
너징과 김종인이 선택한 댄스장르는 현대무용.
핫바디를 이용하여 춤선이 예쁘기로 유명한 김종인과 좋은 비율과 유연함을 자랑하는 너징이 만나 '사랑'을 주제로 안무를 짬.
생방송 3일 전에는 출연자들이 전부 모여 중간점검으로 짧은 리허설을 함.
지켜보던 다른 출연자들이 헉, 소리를 남발하면서도 숨죽여 그들의 춤을 지켜봄.
금방이라도 숨이 겹쳐질 듯 가까이 붙기도 하면서 과감한 스킨쉽이 난무하는데도,
손짓이나 표정이 보는 사람까지 절절하게 만들면서 절대 과하지 않아 보임.
동작이 멈추자마자 박수갈채가 쏟아짐.
물론 댄스경연대회인 만큼 다른 아이돌들의 실력도 쟁쟁함.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것이 너징의 눈에는 훤히 들여다보임. 그들의 춤을 보면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듬.
며칠 전만 해도 그저 다시 춤을 출 수 있는 것에만 감사하고 살았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도 저들처럼 춤에 대한 열정을 한없이 드러낼 수 있었으니까.
"고마워."
문득 옆에 앉아 진지하게 마지막 듀엣커플의 춤을 지켜보던 김종인에게 한마디를 던짐.
김종인이 놀란 표정으로 너징을 쳐다봤지만 입을 꾹 다문채 댄서들만 쳐다봄.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 보니 잘못 들었나 고민하는 듯 함.
확실하게 다시 말해줄 수도 있었지만 너징은 잠시 미뤄두기로 함.
어느 때보다 짧았던 일주일이 지나가고,
대기실에서 생방송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이번 예능에 관련된 기사들을 체크하고 있던 너징.
소리 없이 사라진 김종인은 찾을 생각도 않고 기사에만 집중하여 읽음.
거 참, 제목부터 콧방귀가 나오는 기사였음.
[엑소 카이가 뽑은 신데렐라는 누구?]
신데렐라 좋아하네. 난 캔디다, 캔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
[지난 ㅇ일 새롭게 편성된 예능 프로그램 '쉘 위 댄스'가 엑소 카이를 섭외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푼 마음으로 그의 무대를 기다리는 팬들은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인지, 어떤 인물이 그와 궁합이 잘 맞을지를 예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전 엑소 카이의 파트너로 레드슈즈의 징어가 선택되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옛 연습생 동료로 알려진만큼 두사람의 호흡이 기대된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세상에.. 케미폭발이다...', '징어가 노래에 이어 춤으로도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 '엑소 춤꾼이 선택한 파트너라니, 기대해볼만 하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무슨 춤까지 추겠다고 난리냐. 노래나 잘해라.', '실력도 없는 신인이 엑소를 등에 업고 날아다니는구나.' 라는 비판적인 반응도 보였다. 전반적으로 그녀를 응원하는 분위기지만 냉정한 네티즌이 과연 돌아설 것인가는 무대 위에서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다.]
너징이 우려하던대로 김종인의 선택이 일부 팬들에게는 달갑지 않게 느껴졌나봄.
그래도 응원하는 글이 더 많다는 건 의외인걸?
"뭐 해?"
"아, 그냥 좀.."
"떨려서 그래?"
언제 돌아왔는지 김종인이 너징에게 캬라멜 마끼아또 한 잔을 건네면서 물음.
일단 받고 김종인을 빤히 쳐다보던 너징은 커피를 한 입 먹고 고개를 끄덕임.
"넌 안 떨려?"
"응? 당연히 떨리지~"
"그게 떨려하는 사람 얼굴이냐?"
얼굴에 대놓고 ☆여.유.만.만★이라고 써있구만. 쳇.
김종인이 입을 벌려 하핳ㅎ하고 웃음.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맞춰보면 좋을텐데... 하고 너징이 중얼거리면,
김종인이 그럼 대기실에서 한 번 더 맞춰보자고는 함.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다 보니까 원래 움직이는 동선처럼 움직이니까 좀 더 강하게 밀착되는 감이 있음.
몇바퀴 돌아 김종인의 몸에 촥- 달라붙은 그 순간,
"... 아."
대기실 문이 열렸는데, 도경수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너징과 김종인을 쳐다보고 있음.
너징과 김종인도 갑자기 열린 문에 놀라서 그대로 굳어 도경수를 쳐다봄. ㅇㅁㅇ...
도경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문을 다시 닫아버리는데,
너징이 먼저 정신차리고 김종인을 밀쳐내자마자 문이 다시 벌컥 열림.
"문을 열었으면 들어가지 왜 다시 닫ㅇ.. 어? 종인아, 너 뭐하냐?"
"아.. 아니 이건.."
"아야..."
이번엔 변백현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아까 갑자기 밀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넘어져버린 김종인이 엉덩이를 문지르며 일어남.
변백현을 따라 김종대도 들어오고, 박찬열도 들어오고, 김준면도 들어오고..
그런데 도경수는 어디갔음...?
맨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린 채 들어오는 도경수의 모습에 괜히 변명을 해야할 것만 같은 이 기분.. ;ㅅ;
다행히 김종인이 먼저 춤 연습하다가 넘어졌다고 말해줘서,
연습하고 있던 중이었구나, 하고 도경수도 오해를 푼 모양임.
김종인이 너징의 귓가에 대고 '그렇다고 밀 것까진 없었잖아...' 하고 속삭임.
그러게... 도경수가 그렇게 나가니까 나까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버렸잖아...
김종인에게 미안하다 사과하고 대기실에 들이닥친 불청객들에게 왠일이냐고 물으면,
변백현이 시장에서 마주친 아주머니처럼 너스레를 떨며 대답함.
"왠일이냐니~ 당연히 우리 카이 응원하러 왔지~"
"거짓말하지 마요. 오징어보러 온 거면서..."
"앗, 티났어?"
김종인이 삐져서 입술을 쭉 내밀었고, 변백현이 웃으면서 장난이라고 엉덩이를 톡톡 쳐줌.
너징이 미소를 짓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찾음.
그걸 알아차린 박찬열이 너징 옆에 서서 오세훈에게도 같이 오자고 했는데 싫다면서 오지 않았다고 알려줌.
너징은 시치미 뚝 떼고 코웃음을 치면서 '안 물어봤거든?' 하고 말했지만,
쫓아와서 눈도장을 몇백번씩 찍어도 모자랄 판에 대놓고 거절했다는 게 좀 충격임.
괘씸하긴! -100점이다!
"카이씨, 징어씨. 준비할게요~"
비글들이 정신없이 떠드는 와중에 스태프가 대기실로 뛰어들어오며 외침.
너징과 김종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른 엑소들이 응원한다며, 잘하고 오라고 인사를 함.
그들을 뒤로 하고 막 대기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앗, 잠깐만요!!!"
"언니~!!!"
레드슈즈 동생들이 부리나케 달려오고 있음.
너징이 깜짝 놀라 동생들에게 어떻게 왔냐고 물으면 스케쥴 끝나자마자 달려왔다면서 활짝 웃음.
너징도 따라 활짝 웃어주고선 고맙다고, 잘하고 오겠다고 한명씩 안아주고서,
드디어 무대 뒤에서 준비하고 섰음.
너징과 김종인의 순서는 맨마지막이었음.
중간 리허설때와는 순서가 달라져서 조금 당황했지만 김종인은 처음부터 예상했었다는 듯이 무덤덤했음.
마지막 순서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음. 부담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똑같이 무대에서 즐겁게 춤만 추고 오면 되는 거니까.
앞선 출연자의 인터뷰가 끝나고, MC분들이 드디어 너징과 김종인을 소개하기 시작함.
관객들 쪽에서 들려오는 환호성도 확연히 커진 느낌임. 이게 바로 엑소의 힘인가... ;ㅅ;
약간 떨리는 두 손을 꼭 모아서 무대를 무사히 마치고 내려오기를 기도하고 있으면 갑자기 다른 손이 너징의 허리를 감아옴.
"야! 뭐하ㄴ.."
"함께니까 괜찮아. 떨지 말고 즐기자."
"..."
김종인이 한번 꽉 끌어안았다가 놔줌.
네이놈! 누가 백허그를 허락했지? 숨 참느라 혼났네. ;ㅅ;
그래도 긴장이 조금 풀린 것 같아서 이번 한번은 그냥 넘어가기로 함.ㅋㅋㅋ
사실 그럴 시간도 없었음. 바로 무대에 올라야 했으니까.
"징어야!!! 이쁘다!!!!!"
어떤 분이 외치신건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웃음이 나옴.
나란히 서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너징이 살짝 옆으로 빠짐.
도입부는 김종인의 독무로 시작하여 두사람이 섞일 듯 안 섞일 듯 이어지는 안무는 너징의 독무 후 더욱 격정에 치닫고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음.
'사랑'이 주제였지만, 끝에는 '이별'에 관한 느낌이 물씬 풍겨와 관객들도 침 넘기는 소리마저 아낌.
너징이 김종인의 얼굴을 조심스레 감싸며 음악이 멈추자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너징과 김종인이 몸을 추스리고 똑바로 서서 허리를 꾸벅 숙이면, 그제서야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옴.
"하아.. 하아..."
"헉... 헉..."
고르는 숨마저 온몸을 짜릿하게 만드는 기분.
너징과 김종인의 입가에 큰 미소가 걸려있는 걸 보니 최고의 무대는 성사된 것 같음.
-
전문가평가 50% / 무용과 100인 투표 30% / 실시간 시청자투표 20%
과연 결과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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