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 profiler ]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 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귀신이 보이는 무당? NoNo 프로파일러 : 어른이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
경수가 날 말렸던 이유. 그렇게도 나를 말렸던 그 이유. 난, 이제야 알았다. 내 곁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아저씨보다 더 이전에.. 아빠가 날 떠나기도 그 이전에.. 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무단 외출까지 하면서 나에게 달려와 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난.. 뒤늦은 지금에서야 알았다. 경수는.. 날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던 경수는.. 나와 같은 세상에 없는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쓰러져 난 큰소리에 여기 있던 모두가 날 돌아보았다.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아무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오로지 경수 뿐이었다.
"오, 오형사님.."
"네..?"
"저, 저.. 잠.. 잠시만.. 아, 아니. 나중에.. 나중에 다시 보도록 하죠."
식탁에 올려져 있던 핸드폰과 옆 의자에 있던 가방을 챙겨 그곳을 나왔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 어느때보다 다급했다.
***
문을 열자마자 경수 이름을 불렀다. 경수는 나의 부름에 현관으로 나와보았다. 왜, 난 너의 겉모습만 보았을까. 명색에 프로파일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사람이.. 왜.. 내 가장 가까이에 있어주었던 너의.. 겉모습만 보았을까. 지금 이렇게만 봐도 웃고 있는 너의 뒤에 그리움이며 진심이 담긴 사랑이며 애정이며.. 이딴 감정들이 모두 보이는데..
"늦었어.. 내가.. 내가 너무 늦었어.."
"다 알고 왔나봐요. 그러게.. 내가 말 했잖아요. 누나가 힘들거라고."
경수가 나의 볼을 감쌌다. 근데, 그 손이 오늘따라 더 싸늘하다. 다정한 표정. 그에 대비되게 싸늘한 손길. 움찔하는 것을 느낀건지 경수가 급히 손을 치웠다. 그런 경수의 손을 잡았다. 짜증나게, 눈물이 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경수의 한이, 자신의 사랑을 내가 알아줬음 한다는 거라면.. 그런 거라면 경수는 승천을 하게 될 거였다.
"..너, 너 한 뭐야..?"
"이렇게 쉽게 안 승천해요. 그나저나, 누나 생각보다 둔하네요."
"뭐.. 뭔 소리야.."
"나름 엄청 티냈는데. 누나가 말하던 그 오형사가 세훈인 거 안 뒤로, 계속 돕지 말라고 말했었는데."
아, 그때. 웬 악령하나가 우리집에 왔던 그 날. 경수가 분명히 말했었다.
"...뭐, 종대 형이나, 찬열이 형.. 김준면형사님도 그렇고, 프로파일링 굳이 그 팀에서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요즘 누나 그, 오형사님도 도와준다며요. 평소엔 안 그러던 분이 왜 갑자기,"(-8편 中)
오형사만 따로 말하면서 은근히 강조를 했었어. 지금 생각해보니 뭐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 넌 이렇게 티를 냈었는데.. 난 그것도 이제야 알았다. 그, 그럼.. 아저씨는..?
"아저씨는..?"
"그사람이 내가 시킨 사람인 걸 안 건, 그 사람이 팔 다쳐서 온 날. 그 날 알았어요. 누나가 말하던 키다리가 그 사람이라는 걸 그때 알았으니까."
뭐.. 뭐가 이렇게 꼬였어.. 머리 아프게.. 바닥을 보고 있던 눈을 올려 경수를 보았다. 왜, 오늘따라 더 귀신같고 난리야.. 그런 경수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눈치없게 폰이 울렸다. 살짝 내려다 본 폰엔 [김형사님]이라고 적혀있었다. 또.. 또 수사 난항인가보네. 근데, 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핸드폰의 전원을 꺼버리고 다시 경수를 보았다. 경수는 내 손에 들린 폰을 보고 있었다.
"도경수.."
"네?"
"내가.. 너 사건 파헤치면.. 넌.."
"승천안해요."
경수가 슬쩍 웃었다. 뭘 웃냐며 타박인 나에게 그 웃음을 머금은 채로 말했다.
"누나, 많이 사람다워졌네요."
"뭐래.. 너야말로, 갑자기 분위기가 변했어."
"이제 감출 필요 없으니까요. 내가 예전부터 누나 아는 사람이라고 더이상 감출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이없어 진짜. 그 전날부터 너가 내 옆에 있었으면, 어쩌면 우린 지금 행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경수가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런 경수를 보았다.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입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더 힘들었을 수도 있어요. 누나가 의지하던 둘이 사라지는 거니까."
"둘? 왜 둘인데?"
"누나 아버지.. 누나 떠나기 전엔 좋았잖아요."
"...그 사람 꺼내지도 마. 나 버리고 간 사람.. 아버지라 칭하지도 말고."
입을 꾹 다문 경수는 곧 계속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허전해진 손에 앞을 보니 여전히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근데, 어째서, 불안하지..?
"내가 또 누나에게 예전에 아는 사이였다고 말하지 않은 이유."
"...."
"누나의 목표가 흐려져요."
내 손목을 가져간 경수는 팔찌들 사이로 희미하게 남아있는 흉터를 바라보았다. 비틀어 빼내서 뒤로 감추니 그 손을 따라가던 시선을 올려 나를 보는 경수였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돈을 갚는 것에만 매진하던 누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그 순간부터 다시 전처럼.. 내가 죽고 나서 누나를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누나는 그렇게 변해버릴지도 몰라요. 난, 그 끝이 두려운 거예요."
경수와의 첫 만남. 그것은 우리집.. 그러니까 지금 이 집 화장실에서 였다. 아빠가 날 버리고, 유흥가로 들어가게 되고, 아저씨가 날 구원해주며 나의 시간이 다시 흐른 그때. 난 수치심에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을 지경까지 왔었다. 죽자고 마음 먹고 손목을 긋던 그날 경수를 처음 만났다. 그러고보니 넌 그때도 나에 대한 애정이 있었네.
"누나는 살아야해요. 그게 나의 한이에요. 누나가, 만약 나와 같은 상태가 된다면 난 더이상 미련이 남지 않아 이승을 떠나겠죠."
뭐..? 넌.. 내가 너한테 뭘 해줬다고.. 너의 한이 내가 죽지 않는 건데..? 난 너를 알아보지도 못했다며. 매번 도와줘도 매번 처음인 것처럼 대했다며. 근데 어째서 너의 한이 그런건데..? 나의 표정을 찬찬히 살피던 경수는 곧 나에게서 눈을 떼며 돌아섰다. 나를 보지도 않은 채 말하는 경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누나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에요.. 내가 처음으로 애정이 아닌 사랑을 느낀 사람이에요.."
"..."
"그러니까 누나는 누구보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어디.. 갈 거 아니잖아. 왜.. 왜 갑자기 이렇게 갈 것처럼 말해..! 사람 불안하게!!"
불안함.. 또 누군가가 날 버리고 갈 것이라는 그 불안함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수도 뭔가 눈치를 챘는지 급하게 뒤로 돌아 나를 보았다. 그 눈이 붉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우는 모습 들키지 않으려고 뒤 돈 모양인데, 차라리 우는 걸 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한결, 편안해졌다.
"안가요. 그냥, 분위기 탄 김에 말하는 거예요. 언제 또 누나한테 이렇게 용기내서 말하겠어요. 누나랑 약 9년인가.. 그 정도를 함께하면서도 여전히 난 떨려요."
"하, 진짜..."
"누나를 처음봤던 날 처럼. 어쩌면 그때보다 더."
나를 달래려 내 어깨를 토닥이는 경수는 날 안심시키려 웃어주었다. 나도 그 웃음을 따라 웃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이 막연한 불안함이 사라지고 더 편해질 것 같았다.
***
그로부터 며칠 후. 난 지금 오형사와 경수 어머님이 하신다는 반찬가게가 잘 보이는 카페에 들어와 앉아있다. 오형사는 막 나온 커피를 들고와 앉으면서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분이 경수 어머니세요."
"아, 닮았네."
"그렇죠? 경수가 아줌마 똑 닮았거든요."
나는 어느새 말끝이 편해졌지만 오형사는 굳이 말을 놓진 않았다. 그래야 자기가 편할 것 같다나 뭐라나. 아메리카노를 들어 마시면서 가만히 경수 어머니를 살펴보았다.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나면 곧바로 보이는 저 피곤한 얼굴. 일이 고되보였다. 하, 고민되네. 괜히 들쑤시는 거 아닌가 몰라. 실은 사건을 빠르게 종결낸 검사를 찾아가려 했는데 얼마전에 교통사고가 나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해서 그곳엔 못 찾아갔다. 참, 신기하지, 하필 이때. 의도하기라도 한 것 마냥. 머릿속에 그 법의관이었던 험악남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시게요?"
"고민중이야.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어서. 그리고 남편이 그런건데 저 분이 모르고 있던 거라면."
"...원래는 그런거 신경도 안쓰셨으면서."
"이게 다 늬들 때문이야. 늬들때문에 성격 변하잖아."
입을 삐죽이던 오형사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손끝에는 험악남이 있었다. 양반은 못 되는 양반이네. 커피를 들고 그곳을 나와 당장에 반찬가게로 들어갔다.
"이봐요."
나의 부름에 하던 이야기를 멈춘 험악남이 빙글 돌아 나를 보았다. 곧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은 그가 말했다.
"이런 곳에서 또 보네요. 우연히."
능구렁이 같은.. 우연히? 참 우연히 이런 곳에서 다 만나겠네. 험악남은 눈에 띄게 경수 어머니를 자신의 뒤로 감췄다. 이러면 또 흥미로워지잖아.
"그분이랑 잠시 말할 게 있는데. 비켜주시겠어요?"
"새치기인가요? 제가 먼저 왔는데."
"아, 그래요? 그럼 먼저 말씀 나누세요. 전 나가있죠."
세훈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어쩔 생각이냐는 세훈이의 말에 이를 뿌득 갈았다. 서로가 말리고 말리네. 짜증나게. 험악남 말들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 짜증이 난다. 난 그저, 경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거잖아. 끓어오르는 화에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반찬가게 안을 보았다. 이야기 더 길어지면 내가 불리할 텐데. 때마침 험악남이 나왔다.
"들어가시죠."
싱긋 웃은 그가 멀어져갔고 곧 반찬가게 안에서 나오는 경수어머님에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보았다. 경수어머니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져있다. 험악남한테 무슨 말을 들은건데 저렇게 거리감을 두는 걸까..
"안녕하세요?"
"아, 예.."
"어.. 머니. 혹시 저 기억하세요??"
"....세훈이..? 세훈이니..?!!"
반가움에 가득찬 경수어머니가 세훈이의 손을 잡으며 붕붕 흔들었다. 경수 어머니가 손을 놔주자 조금 뒤에 있던 나를 끌고 와 자신의 옆에 둔 오형사가 내 소개를 해주었다.
"이분은 제 동료에요. 저 경찰됐거든요!"
"오! 잘됐다 정말!! 경수도 좋아하겠어.."
"제가 얼마나 자랑했는데요. 대학 들어가서도 자랑하고, 경찰신분증 발급받으면서도 자랑하고.."
"경수가 아마 진심으로 축하해줬을 거야.."
대충, 보니까.. 아직 어머니는 뭘 모르는 것 같아. 하지만 이게 연기라면..? 험악남이 협박해서 나오는 연기라면..? 그 생각이 딱 들자마자 경수어머니의 손을 보았다. 불안한 듯 까딱이는 검지. 흐음, 표정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묘하게 굳은 눈. 입은 방긋 웃고 있지만, 눈은 굳어있다. 연기가.. 언뜻보면 진짜 완벽할 정도네. 10년차 내공이라 이건가.
"아, 저희가 여기 온 이유가.. 아..?"
오형사를 막았다. 영문을 모르겠는지 나를 보는 오형사에 조용하라는 눈짓을 주니 곧 입을 다물었다. 난 오형사를 보던 눈을 돌려 어머니를 보았다.
"반찬 좀 사러 왔어요."
"반..찬..?"
"네. 세훈이가 소개해줘서요."
"아.. 어떤 걸로 드릴까요? 다 맛있어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는 경수어머니. 공범인 것은 확실한데, 우리가 여기서 다 캐물었다간 이분이 험악남에게 다 말할 수가 있어. 그렇게 되면 우리는 험악남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상태가 될 거고 험악남은 우리에 대해 다 알게 될거야. 우리가 다음에 뭘 하는지 알게 되는 것만큼 수사에 난항을 주는 일은 또 없겠지.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검사처럼. 대충 아무 반찬을 고르고 그곳에서 나왔다. 말 없이 날 따라오던 오형사가 내 손목을 잡아 멈춰세웠다.
"해결.. 가능할까요..? 우리.."
"당연하지."
"난.. 나아가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00님은 이렇게 당당하신거죠?"
"나아가는 게 없어보여? 난 너무 많은데. 험악남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어. 캥기는 게 있는 거겠지. 그리고 경수 어머니가 연기를 하잖아. 공범이란 거야. 검사가 갑자기 교통사고래. 죽을지도 모른데. 뺑소니래. 어느부분이 우리가 멈춰있는 것 같아?"
"...."
"너는 딱 해결이 나는 것이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런식이면 괜히 의지만 약해져. 우린 지금 많이 나아가고 있어."
"....잘알겠는데요.. 저, 이 말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이 말? 나도 누구한테 들어서 하는 말인데. 아무튼 그래. 그러니까 우린 잘하고 있는 거야."
기지개를 켰다. 솔직히 나도 장담할 수는 없다.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지도 가늠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난 의지만큼은 강하다. 반드시 경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것이다.
***
"아니, 갑자기 왜?!!!!"
"그 검사가 죽었다며!!!"
"죽을 위기라고!! 죽은 게 아니라!!!!"
"그럼 너도 죽을 위기라는 거 아니야!!!! 그 검사같은 피해자가 한 명일 것 같아?!! 또 띨빵한 거 자랑하냐?!!!!"
내가 지금 언성을 높이는 이유. 종인이가 갑자기 경수 사건에서 손 떼라고 말한 것 때문이다. 분명 경수 사건에 대해 제대로 돌입할 때에는 화장이 과한거 아니냐며 농담이나 날리고 방관만 하던 애가 갑자기 이러니까 나도 짜증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왜!!! 내가 왜 죽을 위기인데?!!!!"
"그 사람이 너한테 해코지하면?!! 그럼 도경수가 두 발 뻗고 잘 지내겠다?!!!"
"그럼 어떡해!! 난 니들한테 상처 주기 싫은데!! 그럼 애당초 나한테 정을 주지 말던가!!!!"
나도 모르게 나온 속말에 화내려던 종인이가 멈칫했다.
"...갑자기 그건 무슨소린데..?"
"내가 악몽을 꾸면.. 다른 사람들이 아닌 너희들이 먼저 와서 날 위로해. 그리고 다시 편하게 잠들때까지 곁에 있어줘."
"...."
"내가, 안 좋은 과거있는 거 너네들은 다 아니까..! 다 아니까 그에 관련된 말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내 눈치를 살펴..! 사람 불편하게!!"
"...."
"근데, 난 너희들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잖아..! 너희들이 어디서 뭘 해먹다 온 애들인지 하나도 모르니까 알게모르게 상처 주잖아..!!!"
나의 말을 가만히 듣던 종인이가 나를 살폈다. 그러더니 갑자기 풋. 하고 웃는 거였다. 지금, 비웃어..? 나는 지금 내 성격으로 하기 힘든 말을 내뱉고 있는데 웃어??
"비웃냐?!"
"아니. 기특해서."
"..뭐?"
"기특하잖아. 이제 이런말도 할 줄 알고."
"...장난하지마. 나 지금 진지해."
진지하다고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종인이는 입가에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하아, 짜증나 진짜. 답답함에 숨을 내쉬고 다시 종인이를 쳐다보니 종인이가 웬일로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너만 위험한게 아니야. 너랑 지금 같이 수사를 하고 있는 오형사도 위험해져. 경수 사건을 위해 얼마나 노력한 지 알지? 그런 오형사도 위험해진다는 거야."
"그럼, 나 혼자서라도..!"
"그건 내가 싫어. 말 했었잖아. 너가 우리를 이용하듯 우리도 너를 이용하는 거라고."
"...그럼, 어떡해야 하는데.."
"간단해. 너는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알잖아. 다른 수사팀에 넘겨. 강력 1팀 팀장이 유명한 CEO아들이라며. 그런 쪽으로 넘겨버려."
"난..!"
"알아. 너가 해결하고 싶다는 거. 그래야 니 직성이 풀린다는 거. 그걸 오세훈도 원한다는 거. 근데.. 난 너가 위험한 거 싫어."
"...갑자기 그건,"
종인이가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곧 종인이도 숨을 내쉬더니 마음 속에 있던 말을 내뱉었다.
"우리가 안지 4년 됐나? 그 시간동안 너가 나에게 정이 든 만큼 나도 너에게 정이 들었어. 맨날 나쁘게 돌려말하지만, 걱정되는 게 사실이야."
"...."
"너가 물론 해결하면 좋겠지. 근데 그러다 다치면, 나도 내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알다시피 나 다혈질이잖아."
종인이는 또 돌려말했지만 난 알 수 있었다. 자기가 악령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순간 겁이 났다. 저번에 있었던 그 일(내 앞에서 악령이 된 여자)도 생각나니.. 더 겁이 났다.
"알겠어.. 니 말대로 할게."
"착하네. 이제 들어가자. 춥다."
"먼저 들어가. 오형사랑 통화 좀 하고 들어갈게."
"그러던지."
뒤늦은 부끄러움이라도 밀려 왔는지 후다닥 내려가는 종인이를 보다가 핸드폰을 들어 오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뭐라고 말을 전하나..
-여보세요?
"아.. 세훈아."
-경수한테 말은 들었어요. 우리 위험하다며요.
"어? 아.. 알고 있었어..?"
-경수가.. 싫데요. 자기때문에 우리가 위험한 거.. 그니까 경수 말대로 수사권 넘겨요.
"괜.. 찮아..?"
-경수가 잘 컸데요. 그 말이면 전 됐어요. 아쉽지만.. 경수가 싫어하는 짓 하긴 싫으니까..
"아.."
-오세훈형사!!!!! 빨리 안와?!! 농땡이 까 지금?!!!!
-이형사님이 불러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금방 가겠습니다!!! 나중에 또 봐요.
악토버(OCTOBER)-설중화(雪中花)
전화가 끊어졌다. 하.. 찝찝해. 위험하더라도 내가 해결하고 싶었는데.. 뭐라도 해야겠다. 이딴 기분 싫어. 통화기록에서 김형사님을 찾던 중 발견한 종대의 부재중 기록. 뭐야..? 나 이거 왜 못 봤지..? 순간 느낌이 싸해서 날짜를 확인했다. 종대 만나기로 했던 날이 오늘로부터 이틀 전이었다. 저번에.. 오형사의 과거 이야기 듣다가.. 진짜 새하얗게 까먹고 있었다. 난 부리나케 종대에게 전화했다. 왜.. 왜 안받아..! 불안함에 깨물던 손톱은 신호음이 끊기고서야 멈췄다.
"여, 여보세요??!"
-아, 누나!
"...종우?"
-어? 바로 아네.
"종.. 종대는? 종우야, 종대는??"
-걔 씻을 걸요. 근데 무슨 샤워를 1시간이나 해. 물 아깝게.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전화를 끊고 미친듯이 계단을 내려갔다. 숨이 턱 끝까지 찼지만 멈출 수 없었다. 종대가.. 만약 종대가.. 안 좋은 생각을 했으면 어떡하지..?
***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곤 바로 현관문으로 직행해 두드리니 문이 열렸다. 종우였다. 비아냥 거리는 표정과 함께 현관 앞을 막아서는 종우에게 소리쳤다.
"비.. 비켜..!"
"싫은데? 내가 왜?"
"비켜!! 시간 없다고!!!!!"
종우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장 화장실로 직행해 문을 두드렸다. 왜.. 대답조차 없어.. 물소리는 이렇게 나는데..!!
"종.. 종우야 열쇠. 여기 화장실 열쇠 어딨어??"
"나야 모르지. 뭔 취향이야. 가정도 있으신 분이."
"장난 아니야 지금!!!!"
"어? 선생님..? 무슨 일로..?"
가정부 아주머니였다. 당장 화장실 열쇠 좀 달라고 하니 서둘러 방 키가 가득 달린 열쇠꾸러미를 가져오셨다. 정리가 하나도 되어있지 않고 몽땅그리 있는 그곳에서 모든 열쇠를 꽂아보았다. 왜 다 안되고 지랄이야..!!! 드디어 맞는 것을 찾았다. 문이 따지는 소리가 들리고 바로 문을 열려고 했다. 했는데 순간 덮쳐오는 불안감에 옆으로 비켜섰다.
"뭐야? 안열어? 그럼 왜 달라고 그랬데?"
종우가 문고리를 잡더니 문을 열었다. 불안함 때문에 감은 눈에 예민해진 다른 감각. 그 중 후각이 먼저 반응했다. 녹슨 철 냄새.. 아니. 피비린내. 그리곤 청각이 반응했다. 도련님!!!! 아주머니가 종대를 부르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떴다. 피로 온통 붉어진 화장실 안. 안 돼... 안 돼...
"핸드폰 들어. 당장 119에 연락해."
종인이 목소리였다. 거의 로봇처럼. 119에 전화를 걸었고 이곳 주소를 대었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도 난 손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 내 손을 잡아 내린 김종인이 내 앞을 막아섰다. 난 그런 종인이를 보며 말했다.
"나.. 나 때문이야.."
"아니야. 너 때문이 아니야."
"아냐.. 나 때문이야.. 내가.. 외로운 종대를 혼자 뒀어.. 내가.."
"그만 자책해!!!"
"내가 외롭지않게 해주겠다고 말했는데.."
"그만하라고 ㅇ00!!!!"
내 양 어깨를 잡은 종인이에게 흩어졌던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 내 코로 계속 맡았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피 비린내가 흘러 들어왔다. 제발.. 이게 꿈이라고 말해줘..
경수 사건은 강력 1팀으로 수사권이 넘어갔습니다.
경수때문에 중요한 것을 잊고 있던 당신에게 펼쳐진 이번 사건은
당신의 기억에 영원토록 잊지 못할 비극적인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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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네요.. 암호닉입니다.(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체리/까만원두/뭉이/오호랏/똥잠/구름/쉬림프/레모네이드/범블비/악마 괴물/궁디퍽퍽/선크림/바람둥이/안녕/매매/진블리/무당인듯무당아닌/도경수부인/별다방커피 코끼리/(코)라코/요맘때/정동이/콜덕/피큐PD/달수정/마틸다/비비빅/양양 뿅아리/네티큥/여리/아틸다/개구락지/립밥/바람개비/손가락/우리니니/빵 GG/바닐라라떼/하트./까꿍이/청바지/진블리/젤라/순수합니다/메리미/포뇨 윤혜/선물/가글/익인/야메/징차/요정별/거인/사랑둥이/잇힝 구금/두두/JENNIFER/쫑쫑이/빌딩숲/뀨꺄/거뉴경/사랑현/이슬/매직핸드 엘도라됴/블랙체리/쿵쿠닥닥/초코파이/됴티즌/스젤졸/제이/나쵸치즈/코델리아/물만두 박듀/☆☆☆투기☆☆☆/넠넠/감귤/민트초코/훈훈/파인벨 오랜만에 와주신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은데ㅠㅠㅠㅠ 바쁜 와중에도 와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 고3독자님들! 오늘 제 동생도 발표나서 몇글자 적어보아요..! 조심스럽고 또 늦은 거 아는데, 그래도 꼭 원하시는 대학 붙으셨으면 좋겠어요..! 간절히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