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솔솔 - 제이래빗
by.쮸쀼쮸쀼
서로 남이 된 지 한달.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랬던 내가 어리석었다. 3년간 내 옆에 있어줬던 그 애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컸고 상실감이 커질수록 그애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갔다. 둘 다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이맘때 쯤이면 꽤 많이 놀러갔었는데…. 결국 너와의 추억들을 회상하다 혼자서 야구장 티켓을 끊어 야구장에 놀러갔고, 경기에 집중하면 잊혀질것 같았던 너의 향수들이 내 머릿속에 더 아른거렸다. 그리고 대망의 키스타임. 우리도 이런거 걸려서 키스도 하구…. 어, 근데 잠깐만. 지금 저거 나야?
1. 김주영
키스타임 전광판엔 떡하니 내가 있었다. 그리고 더 놀랐던건 내 옆에 그 놈이 앉아있었다. 내 전 남자친구 말이다. 서로 놀란기색이 역력했다. 우리는 주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있었고, 나는 어색히 미소를 짓는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거 어떡하지…. 키스를 해야 돼 말아야 돼. 왜 하필 많고 많은 커플 중 나야? 아 아니 왜 헤어진 커플이야? 정말 이런 개같은 경우가 다 있어….
"그대로 눈만감아"
"…어…? 뭐, 뭘"
"아 쪽팔리니까 빨리 눈만 감아"
"…ㅇ…아니 잠깐ㅁ…"
얘가 감으라고 한건가? 키스하려고? 복잡한 마응이 정리되지 않아 도저히 눈이 감기질 않는다. 결국 당황한 내가 답답한듯 한숨을 쉬다 커다란 그애의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리고 그리고… 그리고 내 입술에 닿는 니 입술의 느낌.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 긴장해서 뻣뻣했던 내 몸은 눈녹듯 사르르 녹아내렸고 슬며시 눈을 감으려는 순간 내게서 입술을 떼고는 아무말도 안하고 경기에만 집중하는 너. 뭐하자는 거야 지금…. 결국 그렇게 경기가 끝났고 아무런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 애가 내 손목을 턱하니 잡는다.
"…야 넌 눈치도 없냐?"
"어…?"
"내가 키스까지 했는데, 넌 잡아야 하는거 아냐?"
"뭐, 뭐…?"
"너도 아직 나 좋으니까 안피한거잖아."
"………"
"우리 진짜 오래도 싸웠다."
"………"
"가자, 밥 먹어야지."
평소와 같이 내 손을 잡고 경기장을 나서는 김주영.
2. 김창수
왜 전광판에 내가 비춰지고 있으며, 하필 내 옆엔 왜 니가 앉아있는건데…. 정말 오늘같은 확률이라면 난 당장 나가서 로또를 사도 당첨됐을것 같을 정도로 기막힌 상황이었다. 이 많고 많은 자리 중 내 옆엔 왜 니가 앉아있는 거냐구…. 니 얼굴을 보니 또 가슴에서 울컥 한다. 그래, 이렇게 붙여준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그것도 엄청난 운명. 다시 붙으라는 하늘의 뜻일지도 몰라. 그리고….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널 보지 못할수도 있어…. 어색한 표정으로 나와 전광판을 번갈아 보는 니 목을 감싸안고는 확 키스해버렸다. 주변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부딪쳐 버렸고, 넌 놀란듯 하다가 살며시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전광판이 우리를 지나쳤음에도 우리는 진하게 키스하고 있었다.
"…잘…지냈어…?"
"…나갈래?"
"어?"
"지금 나가자. 빨리"
내 손목을 붙잡고 경기장 밖을 나서는 너. 이게 어떤 상황인건지. 쿵쾅대는 가슴. 니가 내 손목을 잡고 두리번 두리번. 어디 갈 곳도 없고…. 이제서야 창피해진 나 그리고 어색한 너. 어중간한 자리에 우뚝 서서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 힐끔 서로 눈이 마주치자 둘 다 풋 하고 터져버린 웃음. 눈녹듯 사라진 이별의 흔적이 말해주고 있었다. 다시 사랑하고 있음을.
"밥이라도 먹을까?"
"……"
"…나 안보고싶었어?"
"…몰라…"
"보고싶었다고 말해봐. 난 너 엄청 보고싶었는데…"
"……아 몰라 배고파. 뭐 먹을까?"
아무런 일도 없는듯 내 어깨를 감싸고 거리를 걷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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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죠? 주제가 없어 힘드네요. 흗ㄱ흑ㅎ긓그흑ㅎ그흑(눈물)
다음엔 댓망을 가져올 예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