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Main Theme
by.쮸쀼쮸쀼
'우느라고 시간을 얼마나 보내 버린거야. 이제 얼마나 남았지? 100일? 그래. 미련하게 울 필요 없어. 여행이라도 가보자.'
시작은 가벼운 위염 증세였다. 그렇게 넘어가니 위염이 위암으로 바뀌어 있었고. 나는 하루아침에 시한부 환자가 되어있었다. 무작정 가방을 챙겨 기차표를 끊었고, 기차 안에서 낯선 남자를 만났다. 가을색과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체크무늬 남방에 훤칠한 키. 세심한듯 잔잔한 성격에 웃는것마저 가을 단풍잎 같았다. 기차에서의 인연이 끝인줄만 알았지만, 우연인건지 운명인건지 여행지가 겹치게 되었고 점점 친해진 우리는 서로에게 깊어져만 갔다. 이러면 안되는데…나는 이제 살 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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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야 나타난거야. 왜…. 그 사람이 미웠다. 이런 때에 사랑을 하게된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죽을 날이 다가올수록 내 몸은 말라만 갔다. 축 늘어진 살들이 너무나 초라해서 거울을 다 가려버렸다. 가죽밖에 남지 않았구나. 이제…. 초라해지는 내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너무나도 아프고 괴로웠다. 그를 쳐다보는데 속이 쓰려오더니 뭔가 울컥. 그렇게 내뱉은것은 검붉은 핏덩이였다. 역겹도록 짜증나는 피비린내와 함께.
"…ㅇㅇ씨…괜찮아요?"
"……괘, 괜찮아요…"
"병원이라도… 아니 어디 아파요?"
"아, 아니예요. 괜찮아요. 오늘은…오늘은 이만 가줄래요?"
"…옆에 있어줄게요…"
대꾸할 수 없었다. 그가 옆에 있어주길 바랐다. 나를 만져주고 보듬어주길. 나는 태연한척 화장실로 향해 내 손에 가득 묻어있는 핏덩이를 닦아냈다. 나 너무 역하고 추해. 어쩌다 이런 꼴이 된건지 모르겠다. 손에서 가시지 않는 피비린내 때문에 손에 피가 나도록 닦아댔고, 이런 인생을 살게 된것에 비관했다. 손이 잔뜩 까져 피가나는게 마치 괴물이 된 기분이었다.
"…ㅇㅇ씨! 그만해요. 손에 피나잖아…"
" 놔요. 나 너무 더러워. 이거 하나도 안닦여. 너무 구질구질해"
"하지마요 그만해. 내가 다 없애줄게. 그만해요"
" 이거봐 아직도 손에서 비린내가 나. 더 닦아야 돼. 나 너무 역겹고 추해요. 그렇죠?"
"…ㅇㅇ씨가 왜 추해. 그만해요 제발…"
그는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상처투성이가 된 손을 축 늘어뜨리며 그에게 안겨있었다. 어깨가 축축한걸 보니 그도 울고 있는듯 보였다. 그래 이쯤되면 눈치챘겠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울지 않은척 태연히 내 얼굴을 보며 여전히 아릅답다고 말했다. 나는 울고 있었고, 그는 손가락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부드럽게 키스. 점점 격렬해 질수록 우리는 한걸음 한걸음 침대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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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였다. 그는 침대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손으로는 자신의 머리를 받치며. 생크림같은 이불이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잠이 오는거 같았다. 눈 앞이 흐려지는게…. 그에게 아직 굿모닝 키스도 하지 못했는데… 자꾸만 잠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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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녀는 눈을 뜨지 못했다. 편안히 잠이 든 모습으로. 그녀는 잠에서 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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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수 자유망상! 청량리 생각하고 쓴 글이긴 해요.. 부끄럽지만.
우울하네요. 글도 우울 마음도 우울 브금도 우울.
브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위로받고 싶을 때 듣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