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이 엄마가 생겼다구요! 미안한 아빠와 괜찮은 엄마 - 5
어느새 제 옆으로 걸어온 윤기씨는 자그만한 어깨를 들썩거리며 보는 사람이 마음 아플 만큼 힘겹게도 울고 있는 정국이의 등을 느리게 쓸어주었다. 우는 소리가 줄어들었고 퉁퉁 부은 눈을 하고선 내 볼에 뽀뽀를 하는 정국이에게 어제처럼 망설이지 않고 정국이 볼에 뽀뽀를 했다. 아빠와 저를 번갈아보며 눈꼬리에 대롱대롱 눈물을 단 채로 배시시 웃는 정국이에 윤기씨는 날이 춥다며 집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이제 정국이 혼자서 걸어가야지 하는 윤기씨의 말에 나에게 더 꼬옥 안겨오는 정국이를 팔을 바꿔 고쳐 안았다. 그런 정국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는 윤기씨의 표정을 보며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어떡하지, 아무래도 정국이한테 제대로 발목을 잡힌 것 같다. 내가 윤기씨 집에 또 오다니 말이야. 제게 떨어지지 않으려 제 옷자락을 잔뜩 힘주어 쥐고 있는 정국이의 머리에 턱을 올렸다. "어디 안 갈꺼니까 걱정마, 정국아." "엉마야 오늘으은 쿠키랑 가치 자자, 가치 자요...-" 어떻게 말을 해주어야 될지 모르겠다. 정국이의 말을 듣고 제 옆에서 나란히 발을 맞춰 걷고 있는 윤기씨를 올려다보자 윤기씨도 곤란한 표정을 하고서는 나를 쳐다봤다. 집에 도착해서도 정국이는 껌딱지라도 된 듯, 제게 착 붙어있었다. 윤기씨가 정국이를 좋게 타일러도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숨을 쉬며 미안하다 말해오는 윤기씨를 쳐다보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어린데 엄마한테 얼마나 어리광 부리고 싶겠어요. 제 얼굴을 작은 두 손으로 조물거리며 장난을 치는 정국이의 눈가가 아직도 붉다. 제 다리에 앉아서 떨어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는 정국이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혼자서 조잘거리는 정국이를 내려다보며 바람을 맞아 엉킨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피곤한 건지 고개를 못 가누며 졸고 있는 정국이의 머리를 받치며 일어나자 화들짝 놀라며 정국이가 깼다. 울먹거리며 제 옷을 꼬옥 쥐고 놓아주질 않는 정국이였다. "엉마아, 또 쿠키 코야할 때 가지마.." "정국이 침대에서 코야하게 침대로 가자, 응?" "쿠키 지금 코야 안 할꺼야..." "배 안고파?" 웅얼웅얼 해오는 말과 다르게 눈을 느리게 떴다 감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정국이의 이마에 짧게 뽀뽀를 했다. 윤기씨는 저녁 준비라도 하는 것인지 주방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정국이가 잠을 자면 어제처럼 몰래 집에 가기라도 하겠지만, 제가 일어나려고 하거나 조금이라도 움직이기만 해도 놀라서 번쩍 눈을 뜨며 울어버리는 정국이에 화장실도 못 가겠다. 벽에 몸을 기대어 정국이와 같이 꾸벅꾸벅 졸다가 나를 부르는 윤기씨에 느리게 눈을 떴다. 정국이와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윤기씨는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요, 정말. 탄소씨 힘들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일이 이렇게 돼버렸어요. 저녁 아직 못 먹었죠. 제가 저녁준비를 하긴 했는데 너무 조촐해서 부끄러운 정도예요." "아니예요, 피곤하실텐데 저녁까지 차려주셔서 감사해요. 윤기씨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 날이 다 있네요." "오늘 얼마나 애먹었는지 모르겠어요.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었거든요, 받았는데 정국이가 혼자 갈꺼라며 고집을 부리면서 집까지 걸어왔데요. 듣고 가슴이 철렁했었어요. 누가 정국이 잡아가기라도 할까, 집은 혼자서 잘 찾아 갔으려나." "...." "불안해서 집을 가보니까 정국이가 없더라구요. 유치원 가방만 소파위에 있고, 놀라서 다시 집을 나왔는데 놀이터에서 혼자 울고있더라구요. 저를 보고 엄마가 아직도 안 왔다고 말하는데 미안했어요. 들어가자고 사정을 해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더라구요. 죄송해요 탄소씨,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요, 어제 정국이한테 계속 같이 있을꺼라고 거짓말을 쳤었는데 그것때문에 더 고집부린걸지도 몰라요." "미안해요, 계속 미뤄왔지만 정국이한테 말할꺼예요. 엄마는 없다고, 아마 내일이 될 것 같아요. 이럴때마다 매번 탄소씨한테 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힘들더라도 말 해야죠." "아직은 어리잖아요. 준비가 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머리가 크면 차근차근 말 해줘요. 그 준비가 될 때까지는 정국이 옆에 있어줄께요." "아뇨, 그러실 필요 없어요. 지금도 탄소씨한테 미안해 죽겠는데 어떻게 그럽니까." "당분간만요. 저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그래요." 윤기씨의 말에 제게 안겨 잠이 든 정국이를 내려다 보았다. 옷자락을 얼마나 세게 쥐고있었던 것인지 정국이가 잡고 있던 옷 부분이 잔득 구겨져 있었다. 윤기씨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배우 민윤기보다 아빠 민윤기가 훨씬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기씨는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는 나에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이게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디 정국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였다. 안겨있는 정국이와 똑같은 박자로 숨을 쉬었다. 조용한 방을 울리는 윤기씨의 전화 벨소리에 정국이가 꼼질거리며 눈을 떴다. 손을 뻗어 저의 얼굴을 더듬거리더니 배시시 웃으며 엄마라고 옹알거린다. 정국이의 엉덩이를 팔로 받치며 일어나자 정국이는 내게 폭 안겨왔다. 잠꼬대를 하는 것인지 토끼같은 입으로 무어라 옹알거리는 정국이에 웃음이 났다. "쿠키 코야 안하니까아, 엉마 어디 가디마아.." "엄마 여기 있잖아, 정국이 침대에서 자자." "엉마 또 가디말라구웅.. 우으...-" 정국이가 잠이 들면 집에 가려고 했었다. 내일 출근을 하면서 정국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퇴근을 하면 정국이를 만나려는 계획이였는데, 침대에 눕히려자 되려 제게 더 꼬옥 안겨오는 정국이였다. 에구, 이걸 어쩌면 좋아. 저와 떨어지지 않으려 찡찡거리는 정국이와 사투를 벌이던 중 전화를 끝낸 윤기씨가 나를 불렀다. 오늘 정국이 때문에 스케줄을 새벽으로 미루게 되었다며 지금 가봐야 될 것같다고 말해오는 윤기씨였다. 정국이를 봐 달라는 말을 하고싶었던 걸까. 머뭇거리는 윤기씨에게 윤기씨가 올 때까지만 정국이를 보고있겠다고 대답했다. 윤기씨의 표정에서 미안해하고 난감해하는게 느껴졌다. 정말 괜찮아요, 저 말고 부탁 할 사람도 없으시잖아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뭐지, 윤기씨한테 인사를 하고 여전히 찡찡거리던 정국이를 달래줬었는데 왜 나는 정국이랑 같은 침대에서 자고있는거야.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침대 아래에 떨어져있는 핸드폰을 켜보니 8시였다. 문자와 부재중전화 표시가 휴대폰 상단바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민윤기씨한테 온 문자와 전화가 다였다. 새벽1부터 오고있던 문자를 이제야 확인하다니. 문자를 보자마자 윤기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국이 잘 자고있죠? 1:29 am] [저 새벽 3쯤 도착예정 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탄소씨. 2:13 am] [진짜 죄송해요. 저 늦을거 같아요 ㅠㅠ 탄소씨 자고있어요? 3:34 am] [탄소씨 일어났어요? 정국이는 일어났어요? 8:01 am] "여보세요? 윤기씨, 저 방금 일어났어요. 윤기씨 가고나서 바로 잠들어버렸나 봐요." [정국이는 아직도 자고있어요? 아 탄소씨 어떡하죠, 지금 드라마 촬영중인데 아무래도 집 가기는 틀린 것 같아요.] "정국이 어린이집 몇 시 까지예요?" [9시까지예요.] "출근길에 데려다 줄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일 하세요. 저녁에 또 정국이 보러 갈께요." [미안해요. 진짜.] "어쩔 수 없는데요, 괜찮다니까 자꾸 미안하다고 하지마세요. 정 미안하면 맛있는거라도 사주세요. 아님 저희 회사사장님한테 제 칭찬 좀 해주시던가요." [두개 다 할께요, 탄소씨 정말 고마워요.] 정국이의 어린이집 가방에 써져있던 어린이집 이름이 침침이 어린이집이였나.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있는 정국이를 깨웠다. "정국아 일어나, 어린이집 가야지." "우우.... 엉마....-" "으쌰! 쿠키 일어나야지!" "쿠키 일어나떠어..." 엉마, 어디 안갔네에.. 쿠키 뽀뽀.. 누워있던 정국이를 억지로 앉혀놓으니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안겨온다. 정국이 말대로 볼에 뽀뽀를 해주니 앙증맞은 웃음소리를 내며 박수를 친다. 아침부터 이렇게 귀여운 정국이는 심장에 매우 해롭다. 나를 올려다보며 생글생글 웃는 정국이를 안아들어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세워놓았다. 폴리가 그려져있는 칫솔에 치약을 짜주고는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왔다. 어제 윤기씨가 차렸다고 했던 저녁이 식탁에 그대로 있었다. 어제 한참을 칭얼거리던 정국이 때문에 이제야 보았다. 벌써 씻고 나온건지 정국이가 내 다리에 매달리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정국이 다 씻었어?" "웅, 쿠키 로션도 발라떠어" "아이구, 잘했어요. 정국이 어린이집 원복 찾아서 입을 수 있어?" "우웅! 쿠키 혼자서 잘 입을 수 이써" 자기 방으로 뽀르르 달려간 정국이는 원복을 찾아 척척 입었다. 노란색 원복을 입은 정국이는 삐약거리는 병아리 같다. 식탁에 있는 찬거리를 그대로 데워서 다시 식탁에 올렸다. 밥을 새로 퍼 담으며 나도 급하게 출근 준비를 했다. 노란색 원복을 입고 걸어오던 정국이와 나란히 식탁 의자에 앉아 아침밥을 먹기 시작했다. "정국이 편식하지 말고 오른쪽 왼쪽 열번씩 꼭꼭 씹어먹어, 알았지?" "알아떠어, 엉마야랑 같이 밥먹으니까 하늘만큼 조아" "엄마두" 가방에 챙기고 다니던 칫솔이 이럴때 빛을 보는구나, 식탁을 치우자마자 씻고 정국이의 어린이집 가방과 내 가방을 챙기며 집을 나왔다. 어제와 똑같은 옷이 좀 걸리지만 지금 집에 들렸다 회사를 가면 백퍼센트 지각이다. 내 손을 잡고 신나서 콩콩 뛰어다니는 정국이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났다. "정국이 왜 그렇게 신났어" "다른 친구들은 엉마가 어린이집 데려다 줘떠. 그런데 쿠키는 맨날 아빠야랑 갔는데 오늘은 엉마야랑 가니까 기분이 조아, 조아!" 배시시 웃으며 저를 올려다보는 정국이는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제 손을 꼬옥 잡고는 신나서 저보다 먼저 앞서 걷는 정국이의 뒷모습을 보니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다. 뛰어다니느라 이리저리 흩어지는 머리카락 마저 귀여우면 어쩌자는 건지. 제 앞을 앞장서 콩콩 뛰어가던 정국이의 걸음이 어린이집에 가까워 질 수록 자꾸만 더뎌졌다. "정국이 왜 그래?" "쿠키, 엉마야랑 계속 있고시퍼 어린이집, 가기 시른데에" "엄마 이제 어디 안가, 정국아." "이잉- 그래두우" "엄마는 어린이집 안 간다고 고집부리는 사람 싫어하는데." "알아써...- 쿠키 어린이집 가꺼야" "엄마가 뽀뽀 또 해줄께" 어린이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생님이 정국이를 반겼다.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쪼그려 앉아 신발을 벗고 있는 정국이를 그대로 안아 약속대로 뽀뽀를 해주니 꺄르르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엉마야, 빠빠이" "잘 다녀와, 정국이" "아, 정국이 어머니세요?" 녜! 쿠키 예쁜이 엉마예요! - 항상 감사합니다 -♡ 4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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