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몰래 만나면 되는거지
수정이랑 남준이는 각자 회사로 불려갔어. 요즘 여주랑 태형이랑 연애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하고 실장님이 말하자 수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 응? 회사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텐데요? 수정이가 묻자 실장님은 아니 팬분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돈다고, 라며 인상을 쓰셨어. 남준이쪽도 상황이 마찬가지였어. 태형이 여주랑 자주 붙어있지 말라해라, 가 실장님이 하신 말씀이지.
“너네도?”
- “응 너네도야?”
“어. 하… 여주에게 잘 말해줘.”
- “어 김태형에게도 잘 말해줘.”
수정이랑 남준이는 한숨을 쉬며 통화를 마쳤어. 수정이는 식스 숙소로, 남준이는 방탄 숙소로 달려갔지.
도착하자마자 둘은 너랑 태형을 가장 먼저 찾았고 보자마자 한마디 했지.
“김태형이랑”
“정여주랑”
“붙어있지마.”
***
연말무대는 끝났다고 해도 연초에도 무대가 있잖아. 대세 아이돌로 우뚝 서버린 방탄 그리고 걸그룹 원탑이라 불리는 식스는 같이 무대에서 많이 만났어. 그러나 태형과 너는 눈인사만 하고 지나쳐야했어. 팬들 사이에서 둘이 사귄다고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소속사에서 들었고, 기자들이 붙는 거를 막기 위해서 더 보안을 철저히 하기 시작했거든. 또 다른 경호원들이, 매니저들이 들어왔고 너는 태형과 톡으로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 방송에서 만나도 수정과 남준은 너와 태형을 자기 곁에 딱 붙여놓음으로써 저절로 떨어져있게 만들었지. 끝나고 대기실에 가더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어. 윤기랑 예리가 항상 너의 곁에 붙어있었고 태형은 지민이랑 정국과 붙어있었기 때문이지.
“너 태형이랑 싸웠어?”
“에? 아닌데여?”
“아니 나는 너네 싸운줄 알았지. 그렇게 맨날 붙어서 조잘조잘 떠들던 애들이 말도 안하니 이상하지.”
메이크업 담당 언니는 너를 보며 웃었어. 너네 싸운줄. 주변에서는 하도 너와 태형이 이야기를 안하니, 둘이 정말 크게 싸운거아니냐 라면서 말이 나오기 시작했지. 너는 그런 말을 들으며 웃었어. 나 안싸웠는데, 너가 웃으면서 말하니 주변 스텝들은 아 뭐야 너네 그러면 왜그러는데 라면서 궁금해했지. 태형도 마찬가지였어. 스텝들이 너 여주랑 싸웠어? 물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아니요 왜요? 하고 반문하니 사람들이 다들 궁금해했지. 맨날 붙어다니던 것들이 왜 갑자기 떨어져 지낸다냐.
“…진짜 오랫만에 대기실에서 만나는거 같다.”
수정의 말에 석진이 고개를 끄덕였어. 그러게 맨날 만나서 수다떠는게 낙이었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한다야, 석진이 웃으면서 웬디와 하이파이브를 했어. 정국이는 너의 옆에 앉아 핸드폰으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고, 너는 태형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톡을 하고 있었지.
- [불편해 진짜 싫어 아아아아아 빨리 그냥 여기 나가고 싶어]
[ㅋㅋㅋㅋ오빠 이제 곧 무대인데 왜그래여]
- [맨날 너랑 만나도 말도 못하고 이게 뭐야]
[랜선연애 뭐 낭만적이고 좋네요 안그래요?]
- [난 안좋아… 손잡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그런데 으으…]
태형의 문자에 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어. 태형이 그런 너를 흘끗 보며 웃었지. 주변에서는 - 숙면을 취하고 있는 슈가와 핸드폰 게임을 하는 정국을 제외하고 - 다들 열심히 오랫만에 만난 만큼 수다를 떨고 있었지. 다른 아이돌들도 대기실을 찾아오지 않았고, 식스와 방탄은 편하게 쉴 수 있었어.
- [오늘 무대 끝나면 데이트하자]
[실장님이 나가지 말라 했단 말이에요… ;-;]
- [우리 데이트 안한지 오래 되었단 말이야 ㅠㅠ]
[그래두 수정이언니랑 남준이오빠가 나가면 안된다고 말했으니 나가면 안되는 거에요]
- [아까는 실장님이라더니…]
[실장님도 그렇게 말했어요, 사진 찍히면 안되니까 조심하라구]
- [조심하라는게 데이트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잖아]
너와 태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며 액정을 톡톡 쳤고, 정국이는 그런 너의 모습에 태형에게 형 나 혼자앉고 싶어 자리 바꿔, 라며 자리를 바꿔줬지. 너의 옆에 앉은 태형은 너에게 말을 걸고 싶었는지 입술을 삐죽거렸어. 그런 태형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핸드폰만을 바라봤지.
- [그러니까 우리는 데이트 해도 괜찮다 이 말씀이지]
[안된다니까요]
- [나 노래방 가고 싶어]
[안된다구요 오빠]
- [오빠랑 노래방 가자]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되는데….]
- [오빠가 노래 불러줄께]
너가 웃으면서 답장을 하려는 순간 태형이 너의 손목을 잡았어. 갑작스러운 태형의 행동에 당황한 것은 너였고 다른 사람들이 들리지 않게 태형에게 말했지. 언니가 손도 잡지 말라고 했단 말이에요! 너의 말에 태형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어. 나 지금 손목 잡은거니까 괜찮아 손이 아니잖아. 태형의 말에 너가 아무말도 못하고 헛웃음을 보이자 태형이 해맑게 웃으며 속삭였지. 너 김동률 선배님 노래 좋아하니까 다 불러줄께 오빠랑 데이트하자 애기야.
***
“남자바퀴놈이 오늘 데이트 한다고 그러더니 진짜 갔네요.” - 조이
“어익후 살충제를 준비해서 돌아오면 뿌려야겠구만 헛헛.” - 홉
“살충제 뿌려도 바퀴들은 안죽어. 그냥 세스코불러야지.” - 슬기
“세스코 돈 들지 않아?” - 웬디
“아니 뭔 세스코타령이야 이 사람들이.” - 슙
“밥먹으러 갈래?” - 진
“형! 바퀴들이 도망갔는데요?” - 꾹
“야 잡아야해!!!” - 수정
“나랑 정수정이랑 혼난다고!!!” - 랩
“이미 바퀴들은 도망간거 같아여…” - 예리
무대가 끝나고 분명히 조이가 너의 손을 잡고 내려온거 같은데 대기실에 오니 너와 태형이 없었어. 수정과 남준은 너랑 태형을 무조건 찾아야 한다며 난리가 났고, 나머지 멤버들은 웃으면서 쇼파로 몸을 던졌지. 오랫만에 데이트 한다는데 알아서 잘 숨어 다니겠지 뭘 그리 걱정해, 윤기의 말에 수정이 아 오빠는 실장님에게 불려가지 않았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거죠, 라며 한숨을 쉬었어. 잘 숨어다니라고 바퀴커플이라 이름 붙였는데 알아서 잘 하겠지, 속편한 윤기의 말에 남준이 수정의 옆에서 한숨을 쉬었어. 잘 숨어다니라고 했는데 사진 찍히기만 해봐 가만 안놔둘꺼야, 수정이 핸드폰을 두드렸지.
너는 어리둥절했어. 분명히 아까까지만 해도 수영이언니 손을 잡고 있었는데, 태형이 너에게 쉿! 하고 말한 이후 너는 태형과 단 둘이서 복도로 빠져나왔어. 이게 무슨…? 너가 태형을 바라보자 태형이 웃으며 데이트 하러가자! 하고는 너의 손을 잡았지. 아니 옷도 안챙겨오고 지금 이게 뭐… 당황하는 너를 보다 태형이 미소지으며 말했어. 우리 차에 겉옷있으니까 그거 입으면 되지. 대기실에서 바퀴커플이 도망갔다고 수정과 남준이 당황하는 사이 너와 태형은 몰래 빠져나와 방탄소년단 차로 갔지. 어차피 오늘은 옷이 반짝거리지도 않고 그냥 평범한 의상으로 무대를 한거라 너는 다행이라 생각했어. 매니저가 실내데이트 할꺼냐 묻자 태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너에게 지민의 후드집업을 건네주었지.
우리 도망가는거 찍히면 끝이에요 오빠, 너가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톡톡 두드렸어. 태형은 여기 구석진 곳이라서 아무도 안올꺼야 괜찮아 라면서 먼저 너의 손을 잡았고 너는 그제서야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어. 매니저가 음료수들이 담긴 봉지를 건네며 한 세시간 있다가 데리러 올께, 하고 너와 태형을 내려주었고 태형은 그대로 너의 손을 잡고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
“들어가라.”
“땡쓰.”
노래방이었어. 너가 태형에게 우리 노래방가요! 하고 말했던 것을 태형을 기억해주고는 너를 데리고 온거지. 노래방 주인하고 아는 사이에요? 너의 물음에 태형이 웃었어. 응 친구야. 태형의 친구는 태형에게 방 번호를 알려주고는 - 너를 쳐다보지도 않았어 - 게임하느라 바쁘니 빨리 들어가라며 손짓을 했지. 그 덕에 너와 태형은 방으로 남들 모르게 들어올 수 있었어.
“자자자자 시작하자.”
“나나 그 노래 좋아하는데 그 보랏빛향기!”
“그거 빨리 불러! 나는 빨리 예약할꺼야!!!”
“아니야!! 나 그 SES선배님들꺼 암유걸!!! 너를 사랑해!!!!”
“나나나나 그 뭐냐 나 형들 싸이퍼 부를꺼야!!!”
“아 오빠 말고 나먼저!!!”
너와 태형은 노래방에 들어오자마자 후드집업을 벗고는 미친듯이 노래를 찾기 시작했어. 매일매일 노래를 부르기는 하지만 다른 가수의 노래가 아니라 너의 노래, 그것도 자기 자신의 파트만 불렀기에 이 시간이 왠지 모르게 기대되었는지도 몰라. 신이 난 너는 I’m your girl, 보랏빛향기, 분홍립스틱, 너를 사랑해, 나의 남자친구에게 등등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녔지. 태형은 너의 모습을 보면서 웃기 바빴어. 꿀이 떨어지는 눈으로 신이 난 너를 바라보며 그 모습을 오래오래 가슴에 담아두었지. 언제 이런 모습을 또 보겠어, 라는 생각으로 말이야.
“아 힘들어…”
“그렇게 뛰어다니니까 힘들지 바보네”
“으아 나 이거만 부르고 쉴꺼니까 오빠가 불러줘요!”
너가 장나라의 Sweet Dream을 선곡하고선 부르자 태형이 너를 가만히 바라봤어. 노래를 부를때면 신이 나는 너가 신기해서인지, 그 모습이 예뻐서인지, 가사가 좋아서인지 그건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거는 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는거야. 너가 쨘! 하고 웃으며 태형에게 마이크를 넘겼어. 그럼 가벼운거부터 시작해야지, 태형이 웃으며 너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어. 너는 나 무거울텐데, 생각을 하면서 태형의 품에 안기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태형의 무릎 위에 앉게되었지. 읏챠 오빠 노래 잘들어야해, 태형이 웃었어. 선배와 오빠사이, 고백합니다, 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를 태형이 부르고는 너를 봤지. 아마 너는 그 때 태형에게 다시 반했는지도 몰라. 가사도 너에게 너무 잘 전달이 되었고 태형의 목소리에 다시 한번 빠진 너거든. 태형은 아 맞아 너 이 노래들 좋아하잖아, 라면서 다시 번호를 꾹꾹 누르기 시작했고 너를 쇼파에 앉혀놓고서는 너의 앞에 섰지.
“잘 들어.”
너는 태형의 눈을 바라봤어. 부끄러웠는지 태형이 웃으면서 먼저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너는 그런 순간 마저도 너무 행복했어. 기억의 습작, 취중진담, 아이처럼을 불러주는 태형을 보다가 너는 웃었어. 남자친구가 노래방에서 나를 위한 노래를 불러준다는 그 자체가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너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태형에게 달려가 안겼지.
“아 뭐야 깜짝놀랐잖아.”
“으으으으 너무 좋아.”
“뭐가 좋은데? 노래? 김동률 선배님?”
장난스럽게 말하는 태형을 너가 올려다봤어. 태형이 그런 너를 보며, 너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웃었지.
“아니 그냥 김태형이라는 사람이 너무 좋아.”
너가 태형의 품에 얼굴을 묻자 태형이 푸흐흐 웃으며 너의 머리에 나도 너가 너무 좋아, 라며 입을 맞췄어.
***
좋았냐. 방탄소년단 매니저가 묻자 너는 고개를 끄덕였어. 정말 좋았다고 말하는 너를 보며 매니저오빠는 수정이 조금 화났으니까 갈 때 맛있는거 사가, 라며 웃었지. 태형은 남준이형 화났어요? 라며 물었고 매니저는 글쎄다 그건 만나서 이야기하는게 좋을껄? 라며 웃었어. 차에 탄 너와 태형은 계속해서 이야기꽃을 피웠고, 너가 먼저 식스 숙소로 들어간 후 태형이 방탄소년단 숙소로 이동했지. 너는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언니들에게 함부로 아무데나 가는 거는 절대 안된다며 약간 야단을 맞았고, 옆에서는 승완이 역시 바퀴커플! 이라며 손뼉을 쳤지. 아 맞아, 언니들에게 너는 태형이 ‘화분’이라는 노래를 마지막으로 불러주었다는 사실을 숨겼어. 왜냐고? ‘화분’은 너가 태형에게 ‘나중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불러줬으면 좋겠는 노래’라고 말했던 곡이고, 언니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야. 정말 태형과 너, 둘만의 비밀인거지.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네요 ㅜㅜ
항상 감사드리고 미안합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오지 못하는거 같아서 ㅜㅜ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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