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가 끝나고 더 바빠졌다 - 기말고사가 코 앞이었다. 1등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윤기쌤은 너네 기말 얼마 안남았어, 라며 웃으셨고 그 말에 우리반은 분위기가 축 가라앉았다. 기말고사 전에 자리를 바꾸자던 윤기쌤은 이대로 앉아도 괜찮을 것 같다며 1학기 말까지 쭉 이렇게 앉자고 제안하셨고, 자리를 바꾸기 귀찮았던 애들은 거기에 동의했다 - 난 귀찮아서가 아니라 박지민이랑 앉고 싶어서 동의한거다. 박지민도, 승완이도, 김태형도 모두 공부모드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게 뭐냐 물으면 나는 첫째도 공부요, 둘째도 공부요 그리고 셋째도 공부라 말을 할 것인데 공부 빼면 내가 잘하는 것은 없기에 여기에 매달리는 거였다.
“담주 월요일부터 시험이니까 마지막으로 공부한다 치고 다같이 도서관 가서 공부할래?”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우리 반으로 올라와서 박지민 자리에 엎드려있는 수정이의 말에 김남준이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 누가 커플 아니랄까봐 공부를 핑계로 데이트하려는 거 같은데 말이다. 어차피 내일 주말이니까 다같이 가보자며 슬기는 웃었고, 그에 예림이는 학원에 감금되어있을 신세이기에 못간다며 거절했다.
“미안.”
“어? 너 진짜 안가?”
“어 나 집에서 혼자 할께. 나중에 시험 끝나면 다같이 밥먹자.”
그리고 박지민도 안간다고 했다. 박지민의 말에 내가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정호석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서 열심히 공부하자며 말이다. 김태형은 나에게 평생 같이 공부해야한다며 내 팔을 잡고 낑낑거렸고, 그런 김태형은 승완이가 대신 챙기기로 했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믿으면 내가 바보다! 그래 내가 바보다.
EP 10: 보지마 신경쓰지도 말고
아침부터 우리 집에 와서 초인종을 눌러대는 정호석 덕분에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이미 자기는 가방을 다 챙겼다며 - 나는 아직 가방을 챙기지도 않았는데 - 우리 집 거실에 떡하니 들어와 엄마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를 보니 내가 딸인지 정호석이 딸인지 모르겠다.
“어머니! 그러면 여주 잘 데리고 다녀올께요!”
“어어 호석이 우리 집에서 저녁 먹을래?”
“에이 아니에요! 저희 늦게 들어올거 같으니 어머니 먼저 드세요! 아버지 저 가겠습니다!”
생글생글 웃으며 부모님께 - 내 부모님이다 - 인사를 하는 정호석을 끌고 엘레베이터를 탔다. 오랫만에 다같이 모여서 공부하는거 아니냐며 좋아하는 정호석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박지민에게 연락하면 방해되겠지? 하는 생각에 핸드폰은 가방에 넣었고, 엘레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정호석은 내 팔을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 우리가 제일 늦었을거라면서 말이다.
그리고 정호석은 맞았다. 나 때문에 늦었다. 다들 왜이리 늦게 왔냐며 한마디씩 하다가 빨리 들어가서 자리를 잡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 또 달려야 하는거잖아. 커다란 공용 책상이 있길래 여덟명이서 앉았더니 딱 맞는다. 자기는 이번에 진짜로 열심히 공부할꺼라며 승완이를 김태형이 자기 옆에 앉혔고, 역시나 커플인 수정이와 김남준은 딱 붙어서 앉았다. 그런 모습이 보기 싫다며 인상을 쓰던 슬기와 주현이가 같이 앉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 왜 자연스러운지 모르겠다만 - 정호석과 앉게 되었다. 분명히 아침 10시부터 시작을 한건데, 어째서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반인지. 정말 기말고사가 얼마 안남아서 그런건가 싶어 주변을 보니 정호석은 교과서를 읽고 있고, 승완이는 김태형에게 문제 설명을, 슬기와 주현이는 엎드려 자고 있었다.
“밥”
“어?”
“밥 먹으러 가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를 알아챈건지 정호석이 밥을 먹으러 가자며 애들을 깨우기 시작했고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정말 대박이라며 도시락들을 다 가져오려는 슬기를 말리는 주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너는 이거지? 자연스럽게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를 나에게 건네주는 정호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난 이거 먹어야지. 웃으며 제육볶음 삼각김밥을 집어드는 정호석에게 너는 또 그거 먹냐며 타박을 하자 정호석이 웃었다. 너도 맨날 삼각김밥 먹으면서 왜그러냐, 고 말이다.
다같이 편의점에서 나와 깔끔히 점심을 해결하고는 들어가려고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 순전히 김태형 때문이었다.
“저거 박지민 아니냐.”
“뒷모습만 봐도 박지민인데?”
“야 헐 맞아 고개 돌린거 보니까 맞네맞아! 박지민이네!”
김태형의 말에 승완이랑 슬기가 저건 박지민이 맞다며 맞장구를 쳤고, 나는 고개를 자연스럽게 김태형이 보고 있는 쪽으로 돌렸다. 박지민은 혼자 집에서 공부한다더니, 여자와 팔짱을 끼고 걷고 있었다. 허, 이상하게 실소가 나왔다. 박지민은 그 여자랑 굉장히 친한 것처럼 보였다 - 딱 붙어서 둘이 이야기하고 웃었거든. 한 손에는 뭔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다른쪽 팔로는 그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걷는 박지민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누군가 내 눈을 손으로 가렸다.
“보지마.”
“…”
“신경쓰지도 말고.”
정호석이 내 눈을 가려줬다.
***
“…하”
“…”
“…허”
“…”
“…후우…”
한숨이 나왔다. 그래 나는 뭐한거지. 박지민처럼 성격좋고 어느정도 인기도 있는 애가 여자친구가 없다는게 말이 되나. 여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는데 좋아한 내가 잘못한거지. 아니 먼저 물어볼껄 그랬나, 너 여자친구 있어? 라고 말이야.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고 집중이 하나도 안되었다. 국어 지문을 보면 박지민이 그 여자랑 팔짱을 꼈던게 생각이 나고, 샤프를 보면 둘이 같이 걷는게 생각나고. 아 진짜 정여주 미쳤나보다.
“야.”
“어.”
“나와.”
한숨만 푹푹 쉬는 내가 불쌍했는지 - 아니면 한숨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는지 - 정호석이 내 손목을 잡고는 나가자고 한다. 어디가? 수정이의 말에 정호석이 웃으면서 답했다. 데이트간다 짜식들. 데이트는 무슨, 이라는 생각으로 정호석을 바라보니 그저 웃으면서 나를 질질 끌고 나간다.
“자”
“고마워”
“나밖에 없지?”
“그러게 정호석밖에 없네.”
정호석이 바나나우유를 건네주고는 웃는다. 자기는 졸려서 커피를 마셔야겠다며 캔커피를 마시면서 말이다.
“그거 때문인거야 아니면 박지민 때문인거야?”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나에게 정호석이 묻는다. 그거, 아 맞아 너 오늘 우리 부모님이랑 엄청 대화 많이 나누고 왔지. 글쎄, 그거보다는 박지민같은데. 내 말에 정호석이 흐음 하고는 커피를 입에 탈탈 털어넣는다.
“아닐 수도 있는건데 너가 너무 많이 생각하는거 아니냐.”
“그런가.”
“오해는 금물이라는 말도 있잖냐.”
“그런데 물어보기는 그렇지?”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이 오빠가 나중에 물어봐 줄테니 오빠만 믿어라.”
정호석이 내 머리에 자기 손을 얹으며 말한다. 나는 커피 하나 더 사고 갈꺼니까 먼저 들어가. 편의점으로 들어가려는 정호석이 붙잡고 무슨 애가 하루종일 커피를 달고 사냐고 말하자 정호석이 웃으면서 말했다. 누가 챙겨주니까 좋네, 들어가자.
***
기말고사를 본다. 아침부터 다들 초콜릿을 먹는지 달달한 향기가 반을 가득 채운 거 같았다. 가방 속에는 오늘 아침 정호석이 시험 잘보라며 준 초콜렛과 박하사탕 두개, 정국이가 누나 시험 잘보라며 건네준 박하사탕이 세개 들어있었다. 언제 다들 준비한건지, 받으면서 웃음이 나왔고 빨리 들어가서 정리노트나 보며 사탕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다. 시험이라 자리배치를 바꿨기에 박지민은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었다. 주말동안 생각해봤는데 물어보는거는 예의가 아닌거 같았다 - 만약 기분 나빠하면 어떻게하지, 그리고 내가 시험에 집중 못할 수도 있잖아.
“자.”
자리에 앉아 노트를 꺼내는데 박지민이 박하사탕을 내밀면서 말한다. 이거 너 먹어. 멀뚱히 박지민을 바라보니 박지민이 웃는다. 너 시험보기전에 박하사탕 먹는다며. 내가 박지민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나? 말해준 적이 없는거 같은데.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 전에 박지민은 내 손에 박하사탕을 내려놓고는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아 고맙다는 말 깜빡했다.
공부만 하면 다 맞는다고 누가 그랬을까. 공부를 해도 모르는게 있으니까 좀 틀리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히 먹었다. 가채점을 하면서 소란스러워진 반으로 윤기쌤이 들어와 오늘 시험 잘 봤냐 하고 물었고, 애들은 제각각 다른 답을 내놓았다. 망했다고 하는 애도 있었고, 대답을 안하는 애들도, 생각보다 잘 봤다는 애들도 있었다. 오늘도 혼자 공부할꺼야? 김태형이 박지민에게 묻자 박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완이는 김태형을 공부시켜야한다며 빨리 나가자고 했고, 나는 윤기쌤을 만나러 교무실에 가야한다 했다.
“꼬맹이 오빠왔다.”
정호석이 뒷문을 열고 들어왔다. 빨리 가자며 나를 잡아끄는 승완이 덕에 다같이 반을 나왔고 - 2층 교무실은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하는 곳이어서 - 다같이 교무실 쪽으로 향했다. 들어갔다와. 정호석이 내 가방을 툭툭 쳤고, 나는 먼저 가있어, 하고 말하고는 교무실로 들어와 윤기쌤에게 갔다.
***
“먼저 가. 나 여주 기다리고 같이 갈께.”
호석이 지민에게 말하자 지민이 웃었다. 나도 같이 갈래. 지민의 말에 호석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지민을 돌려세웠다.
“그냥 가라. 꼬맹이 내가 챙길께.”
그런 호석을 지민이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 나 먼저 갈께, 내일 보자. 먼저 걸어가는 지민을 호석이 가만히 바라봤고 그제서야 벽에 기대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어? 호석이 아직 안갔어? 누구 기다려? 선생님 불러줄까?”
2반 담인, 김석진선생님이 호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호석은 친구가 교무실에 있어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라며 웃었고 자연스럽게 대화는 오늘 본 시험으로 이어졌다. 내일 과학이니까 잘보라는 선생님의 말에 호석은 아이 걱정마세요 제가 과학 하나는 기똥차게 잘보잖아요, 라며 웃었다.
“아 그러면 그 누구지, 그 여주 기다리는거야?”
“아 네!”
“들었어. 여주 가면 너네 되게 심심하겠다. 막내 막내 거리면서 놀리는거에 맛들렸었잖아.”
“아무래도 그렇겠죠?”
“같이 시간 좀 많이 보내고. 나중에 만나자- 하고는 못만날 수도 있으니까 그 전에 연락처 정리 잘 해놓고. 아니 내가 담임도 아닌데 왜 서운하고 그런다냐.”
“지금 윤기쌤이랑 이야기하고 있는거 같아요. 그 뭐지 서류 정리할거 있다고 그러던데요? 당분간은 학교 끝나고 같이 하교하고 어 등교도 같이하고 그럴까 생각중이에요.”
호석의 말에 선생님이 웃으며 호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류 많을거 같은데 들고가는데 무겁다고 그러면 너가 좀 들어주고 그래. 호석이 웃으며 답했다. 그럴께요.
##작가사담##
이번에 지민이 글이 - 아주 - 자주 올라올꺼에요
사정이 있어서.....ㅎ..... 답글 자주 못달지만 그래도 여러분 항상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계속 받아요!
음...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나중에 할께요.
많이 감사합니다.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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