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보이는 무당? NoNo 프로파일러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
To. 상처 받았을 너에게
너가 항상 궁금해하던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너를 떠날까 해. 나를 보는 것 자체가 곤욕일 너에게 대면하여 이야기하는 것보단 이렇게 편지가 낫겠다고 생각했어. 그런 내 생각이 옳았길 바라며 짧다면 짧을, 길다면 긴 이야기를 시작해볼게. 부디 나를 용서하지 말아줘.
아저씨는 18살 때 한국에 왔어. 고아였던 아저씨는 더이상 보호자 없이 그 나라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거든. 그 당시 돈이 없어서 합법적인 절차가 아닌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들어왔어. 한국어를 하나도 할 줄 몰라서 밥은 커녕 잠을 잘 공간조차 없었지. 그런 나를 발견한게 DO그룹의 사장이었어.
"내가 식사와 지낼 공간을 제공하겠네. 자네는 딱 한가지만 해 주면돼."
통역사까지 동원한 그가 부탁한 것은 정말 미친 짓이었어. 어느 남자를 죽여달라는 청부였지. 나에게 밑지는 거 없다고 말한 그는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어. 어차피 자신이 없으면 나는 죽을 목숨이였고, 그럴거면 살아만 난다면 미래가 보장되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된다는.. 절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 달콤한 말이었지. 나는 망설일 이유따위 없었어. 당장 살아야 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야.
대형 트럭에 몸을 실은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배운 대로 운전을 했어. 부딪히기 직전에 난 빠져나왔지. 속도감때문에 나도 꽤 다쳤었어. 하지만, 반대편 차량은 완전히 부서졌지.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근데, 조수석 뿐이더라. 난 분명히 운전석을 향했는데 부서진 부분은 조수석뿐이었어. 심지어 뒷좌석은 완전 그대로였지. 그렇게 나는 사장의 부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돌아왔어. 근데도 사장은 만족한 눈치였어. 그정도 했으면 정신차렸을 거라고 말하며 나에게 주소 하나를 던져줬지.
"잘 말해뒀으니 잘 해줄거야."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고 난 그 주소로 찾아갔어. 으슥한 그곳은 내가 지금 몸 담그고 있는 그 조직이었지. 난 그곳에서 훈련을 받고 배우며 조직원으로써의 생활을 익히고 있었어. 거기서 받은 나의 이름은 레이였지. 레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장이씽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날, DO그룹 사장이 다시 날 찾아왔어. 이 조직은 DO그룹 사장으로 인해 운영되고 있는지라 근근히 왔다갔다 했었지만 누구를 찾는 경우는 없었거든. 난 의아해하며 그를 따라갔어. 그는 다시 나에게 부탁했지.
"저번에 못 죽였던 그 남자를 다시 죽여줬으면 해. 이번엔 확실히 말이야. 보상은 확실하게 해 두지."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 느꼈지. 누구를 죽여달라 말하면서 웃는 경우는 또 처음 봤거든. 일단 알았다고 했어. 그때의 나는 레이였으니까. 죽이는 것에 죄책감따위는 없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난 누구보다 빠르게 그를 처리할 수 있었어. 그러고 나니 소리 소문도 없이 나의 통장에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들어왔지. 솔직히 그 돈이면 조직을 나올 수도 있었어. 근데, 한번 익숙해지니 이것만큼 편한 것도 없더라. 어느덧 나의 위치는 보스의 바로 밑이었으니까, 더더욱 편했지.
그런 나에게 개인폰이 있었어. 그건 DO그룹 사장만 알고 있었거든. 근데, 어느날 그 폰에 웬 모르는 번호가 뜬거야. 전화를 받았어.
"당장, 지금 당장 내가 말한 사람 그곳에서 빼내요.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까."
이게 뭔 경우인가 싶었어. 알고보니까 DO그룹 사장의 외동아들이더라고. 아빠 폰에 저장되있던 나의 번호를 몰래 가져갔던 모양이야. 필요할 때 쓰려고 했겠지. 그런 면은 자기 아빠를 똑 닮았더라고. 아무튼 돈을 준다니까 난 문자로 온 그 여자를 DO그룹 사장 아들이 말한 유흥가에서 빼냈어. 이제 눈치 챘지? 그게 바로 너였어. 어딘가 익숙한 그 얼굴에 난 의아해하면서도 그 사장의 아들이 마련한 집으로 널 데리고 갔지. 처음엔 그저 너가 불쌍했어. 나와 같은 고아이기도 했고 그 텅빈 눈은 그때의 나와 많이 닮았었으니까.
어느날 너에게 우리 조직원 한명이 찾아왔어. 근처에서 지내고 있던 나는 그를 불러세웠지. 그가 말하길, 너의 아빠가 죽기 전에 우리 조직에서 돈을 빌렸다는 거야. 하필이면 그런 곳에선 악덕인 우리 조직에게 빌렸다니 안타깝기도 했어. 아직 넌 어린데 말이야.. 무슨 바람인지 내가 널 맡기로 하고 그때부터 너의 전담 일수가 되었어.
"아저씨는 좋은 사람인가 봐요."
간혹 너가 해주는 말에 난 내가 진짜 좋은 사람이 된 줄 알았어. 어느덧 나는 너에게 뭐든 해주고 있었지. 내가 대신 맞아가면서 너에게 받을 돈을 조금 덜 받고. 너가 위험에 처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너를 구하고. 이게 무슨 감정인지 알아차린 그 날에 난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들을 수 있었어. 나와 같은 DO그룹 소속 법의관이 한 명 있어. 정식 법의관이었지만 돈만 주면 다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었지.
"그거 알아요, 레이? 당신이 죽인 사람있잖아요. 그 조수석 쳐서 죽인 여자랑 당신이 찔러 죽인 그 남자."
"아, 응. 그건 갑자기 왜?"
"엥? 완전 모르는 눈치네. 당신이 키우다시피 하는 그 여자애 부모잖아요."
둔기로 얻어 맞은 듯이 머리가 멍했어. 나의 마음을 이제 알았는데, 내가 널 그렇게 만든 사람이라니.. 자괴감에 살아갈 수가 없을 정도였어. 하지만 내가 죽게 되면 우리 조직이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 죽을 수도 없었지. 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너를 도와주는 수 밖에 없었어.
상처받았을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았어. 하지만, 나에게 일말의 감정조차 남지 않았으면 해서 이렇게 적어내려가고 있어. 너를 그렇게 만들고 뻔뻔하게도 마음을 품었던 나에게 감정이란 사치니까.
지금 이 편지를 보내면 난 바로 자수할 생각이야. 욕하고 원망해. 왜 그럼에도 죽지 않는 거냐며, 더럽다며 잊어버려. 안되겠지만 쓰레기 밟은 셈 치고 털어버려.
내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딱 한가지만 더 남기고 갈게. 그게 너와 나를 완전히 끝낼 수 있는 마지막이 될 것 같아. 그곳에 두고 왔어. 너의 자유지만 곧 알게 되겠지.
***
그곳..? 나는 당장 코트를 입고 내가 살던 곳으로 향했다. 아저씨와 나의 교집합은 그곳 뿐이었으니까. 솔직히 지금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이미 편지가 시작됨과 동시에 나의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욕하고 원망해, 더럽다며 잊어버려, 쓰레기 밟은 셈 치고 털어버려. 그 집을 향해 가면서 무수히도 반복되었다. 내가 이딴 애가 된 것이 모두 아저씨 때문이었다며 욕을 하고, 원망을 했다. 그런 아저씨에게 믿고 기대던 내가 더러워져 몸을 쓸다가 잊자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드는 그 역한 감정에 소름이 돋다가도 쓰레기 밟은 셈 치자며 털어버렸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그 집 앞이었다. 옷을 가지러 온 후 단 한번도 온 적이 없었다. 익숙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깨끗해진 느낌이었다.
아저씨는 계속 여기에 있던 건가? 신발을 신고 들어갔다. 깨끗해진 거실 테이블 위에는 통장 하나와 깨끗하게 접힌 편지지 하나가 있었다. 그곳엔 아주 간결한, 내가 여지껏 읽어서 익숙한 서툰 글씨체로 적혀있었다.
To. 00에게.
6년 전부터 차곡차곡 너가 준 돈을 모았어. 이미 내 돈으로 네 빚은 다 갚았었거든.
누구보다 빛나게 살아줘. 어두웠던만큼 빛나게.
욕하고 원망하라 했으면서, 더럽다고 잊으라고 했으면서, 이렇게 나에게 다 해주면 어떡하자는 거야.. 오느라 구겨졌던 편지를 펼쳐 테이블 위에 올렸다.
미련가득한 아저씨의 편지는 이별을 말하는데도 전혀 슬프지 않았다. 아니, 슬펐다.
언젠가부터 깨지던 믿음은 이미 일주일 전 그 일 때문에 완전히 부서져 잔정따위 남지 않았다. 아니, 남지 않은 줄 알았다.
10년, 그 세월은 무시할 수 없더라.
***
세훈이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통장도 그 자리에 두고 왔고 편지 또한 두고왔다. 무거운 마음을 안은 채 천천히 발을 떼고 있는 나의 앞에 무언가 섰다. 고개를 드니 보이는 것은 장현수였다. 하, 이 자식은 왜 심란한데 와서 지랄이야. 무시하고 지나쳐 걸으니 따라오며 말을 걸더라.
"편지가 인상깊던걸요."
"...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당신 반응도 인상깊구요."
"저도 참 신기하더군요."
"적어도 욕 한마디는 할 줄 알았습니다."
"속으로는 미친 듯이 했는걸요."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싶었다. 그러나 장현수는 나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당신도 미련이 있는 거겠죠."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섰다. 그런 나에게 여전히 빙글빙글 미소를 지으며 미친 말을 짓걸이는 장현수였다.
"어머니의 죽음. 당신의 아버지가 DO그룹에서 일했던 건 알고 있어요?"
"......"
"모르는 눈치네. 얼떨결에 당신 아버지가 DO그룹의 비리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었어요. 근데 당신 아버지가 핸들을 꺾는 바람에 당신 어머니가 심하게 다치게 되었네요? 죄책감에 어떻게든 더 살려보겠다고 발악을 하던 당신의 아버지는 결국 빚을 지게 되죠. 처음엔 은행이었지만 은행 이자도 만만치 않고 이대로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차압 될 것 같고. 방법은 하나. 검은 돈이었죠."
"......"
"왜 검은 돈이겠나요. 미친 듯한 이자에 돈을 빌리려 DO그룹 사장에게 비리건으로 협박을 합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죽고말았네요. 결론은 레이가 죽인 게 아니라 당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DO그룹 사장이 당신의 아버지를 죽인 거라구요."
"....하, 하지만 편지에..!"
"레이의 편지는 일부 거짓이라는 겁니다."
어디까지 무너져 내려야 하는 걸까, 이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 아득한 나의 정신을 깨우는 것은 마찰음이었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민석이가 서 있었다. 얘가, 여긴 왜 있는거지..? 왜, 여기서, 장현수를 때리고 있는 걸까..?
"엄한 사람 붙잡고 분풀이 하지마, 이 미친새끼야."
내 앞을 막아서는 그 등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왜..? 장현수는 곧 맞은 볼을 문지르며 민석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민석이가 고개를 돌렸다. 대체 왜..?
▶ Bonus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들어옵니다.
그 감정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다시 또 밀려옵니다.
감정을 온전히 느낄 새도 없이, 또 다시 밀려옵니다.
감정들에 잠식되어 갑니다.
와 | ||
오랜만이에요 여러분..(머쓱 이 놈의 작가는 약속을 지킨적이 없네요..8ㅅ8 들고있던 짱돌을 내려놔주세요..;ㅁ; 벌써 마지막으로 했던 저 공지가 20일 전이라니.. 짱돌을 다시 들어주세요..8ㅅ8 자세한 이야기는 요 밑에 눌러주세요..ㅎ
암호닉입니다♥(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체리/까만원두/뭉이/오호랏/똥잠/구름/쉬림프/레모네이드/범블비/악마 괴물/궁디퍽퍽/선크림/바람둥이/안녕/매매/진블리/무당인듯무당아닌/도경수부인/별다방커피 코끼리/(코)라코/요맘때/정동이/콜덕/피큐PD/달수정/마틸다/비비빅/양양 뿅아리/네티큥/여리/아틸다/개구락지/립밥/바람개비/손가락/우리니니/빵 GG/바닐라라떼/하트./까꿍이/청바지/진블리/젤라/순수합니다/메리미/포뇨 윤혜/선물/가글/익인/야메/징차/요정별/거인/사랑둥이/잇힝 구금/두두/JENNIFER/쫑쫑이/빌딩숲/뀨꺄/거뉴경/사랑현/이슬/매직핸드 엘도라됴/블랙체리/쿵쿠닥닥/초코파이/됴티즌/스젤졸/제이/나쵸치즈/코델리박/물만두 박듀/☆☆☆투기☆☆☆/넠넠/감귤/민트초코/훈훈/파인벨/냐냐냐냐/체리고데기/봄 봄날/유뇽뇽/종이니니/증원/은하수/레몬사탕/아오네코/별드리/리턴/민석의만두집 CR/폐퇴미/동도롱딩딩/경수4랑/허잇짜/니나니뇨뇽/며니슝/찬열아커몬/피치피치/민랑 lobo12/콩콩/뚜더지/애를도라도/홉/담요/법원가자 혹시라도 암호닉 빠지신 분 없으시죠..? 확인한다고 하긴 했는데..;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