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 profiler ]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 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귀신이 보이는 무당? NoNo 프로파일러 : 증오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공허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 아주 공허했다. 분명.. 남은 게 있을텐데도 난 나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공허해졌다.
"누나.. 괜, 찮아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누가 나의 마음을 알아줄까? 아무말 안해도, 눈빛만으로도 소통이 되던 나와 종인이었는데.. 이젠 누가 나와 그렇게 대화를 해줄까..? 이렇게 비어버린 내가.. 프로파일을 할 수나 있을까?
"야. 또 그 눈빛이지. 너한테는 김종인 뿐이냐? 나랑 백현이랑 경수도 있잖아. 그리고, 박찬열도 있네. 아, 오세훈도. 더 읊어?"
"...야."
"어?"
"툭 까놓고 말해서, 내가 믿던 종인이가 사라졌어. 그런 종인이가 내가 가장 믿던 아저씨는 위험하대."
"......"
"너네 섭섭할 거 알아. 근데, 이게 내 솔직한 지금 심정이야. 전혀 괜찮지도 않고 남은 것도 없어."
또 차오르는 눈물에 백현이가 손을 뻗었다. 그 차가운 감촉에 또다시 움찔하게 된다. 그래, 내가 왜 이들에게 정을 안줬는데. 애초에 이들은 한만 풀면 승천할 귀신들이었어. 언젠가 다들 내 곁을 떠날 귀신들인거야. ...아닌 것을 나도 안다. 그게 문제인 거다. 정을 이미 주고 그들의 마음도 종인이 덕분에 잘 알게 되어서, 그래서.. 쉽사리 그들에게 차가워질 수 없었다. 걔는 왜.. 왜.. 나한테 이딴 감정을 가르쳐놔선..
"미안.. 잠시만 혼자 있을래."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바로 침대로 들어가 이불을 목끝까지 덮었다. 그리곤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난, 이제 뭘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갈 수 있을까..? 왜.. 다들 내 주위만 있으면 떠나가는 거지..? 엄마도, 그 사람도, 경수도, 종대도, 종인이도... 내가.. 문제인걸까..?
"누나! 오랜만이에요!!"
아주 밝은 목소리에 놀라서 눈을 떴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 목소리는, 놀랍게도 종대였다. 내 눈앞에서 밝게 웃고 있는 종대를 보았다.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데 그런 내 앞으로 종대가 더 다가오며 다시 나를 불렀다.
"누나!! 왜 보고도 모른 척이에요? 섭섭하게.."
"종.. 종대야..?"
"크으, 드디어 불러주시는구만! 그리웠어요 누나!!"
"....야, 너.. 김종인이랑 짜고 쳤지..? 그치..?!"
"헐, 어떻게 안 거지..? 역시.. 누나 프로파일러 맞구나?!"
김종인 진짜.. 종인이는 이미 자신이 경수 사건 마무리 되면 떠나게 될 것을 알고 있는 아이였다. 그럼 누구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종인이는, 내가 힘들어 할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 나 때문에 종인이는 일찍이 나를 찾아오려던 종대를 막고 자신이 사라지게 되면 나를 찾아오라고 종대에게 말했을 거였다. 끝까지 종인이는, 나를 위해주었다. 나와 종대의 요란한 대화에 우리집 귀신들도 놀라서 들어왔다. 종대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저마다 웃음을 짓더라. 너네도, 뭔가 눈치 챘나보다..?
"김종인이 수써놨다 했더니, 이거였구만?"
"...가만보면 진짜 대단한 형인 것 같아요."
"종대야!! 나야 변백현!!!"
"우와!!!!!"
하, 이 상황이 어이없어 웃음이 나온다. 종인아, 넌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귀신이야. 부디 좋은 곳에 가길 빌어.. 너라면 충분히 좋은 곳에 갈테지만..
***
"그래서, 아저씨에 대해선 너네들도 들은 게 없다고?"
"네.. 난 아예 그사람 본 적도 없는데.."
"아, 뭐.. 종대 너는 이해해. 너네들은?"
"응. 난 없었어. 일단 나도 그 아저씨란 사람 얼굴 본 적 없어. 잘생겼냐? 나보다?"
"...아저씨라고 이 화상아."
그럼, 얘네들로는 알 수가 없는거네. 아저씨는 주위에 관련된 사람도 없는데.. 뭘로 알아야 하나.. 근데, 진짜 위험한 거 맞아..? 위험하면 왜 여태까지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매년 엄마 기일마다 챙겨주고, 수금도 내 편의를 봐가면서 해주고.. 타의 였다지만 그래도 날 거기서 꺼내줬잖아. 하, 진짜 모르겠네..
"누나, 전화오는데.."
경수의 말에 집중하니 진짜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렸다. 누구래, 이 시간에. 방에 들어가 폰을 보니 도민준팀장이었다. 강력 1팀 일은 이미 마무리 된 거 아닌가..? 왜 또 전화지?
"여보세요?"
-아, ㅇ00씨. 급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합니다만, 장현수가 탈출했습니다.
....장현수면.. 그 험악남 아니야..? 시발, 도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면..!! 좁혀진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 무섭도록 빠르게 차오른 두려움에 그대로 거실로 나가 문을 잠갔다. 아씨, 소름돋아. 이래서 귀신보다 산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거야.
-괜찮으십니까..?
"아뇨. 전혀요. 아, 전화들어오네요. 일단 알겠습니다. 주의하도록 하죠."
-네, 죄송합니다. 최대한 자택 주변으로 인력 배치하겠습니다. 너무 염려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도민준 팀장과의 전화가 끊어지니 뜨는 번호는 김형사님이셨다. 뭐래.. 갑자기. 난 세훈인 줄 알았네.
"인기많다, 우리 ㅇ00."
"쫌. 여보세요?"
-어, 어디세요?? 무사하시죠???
"네? 아, 네. 보시다시피요."
-소식들었습니다. 장현수 그 새끼 탈출했다고.
"정확히 어떻게 빠져나온 거래요?"
-법원으로 이송 중, 담당 경찰들이 잠깐 한눈 판 사이에 탈출했다고 들었어요. 피해자, 그러니까 도경수 아빠랑 엄마, 담당했던 경찰들은 전부 이송 완료했구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00씨랑 세훈이 지킬거니까.
"어, 저는 아마 무사할 텐데요.. 세훈이부터 지켜주세요."
그래, 아저씨가 곁에 있다면 나는 무사할 것이었다. 언제나 위험에 처하면 내 곁에서 날 지켜주던 아저씨니까. 아, 이젠.. 아닌가..? 그래도 나보단 세훈이가 우선이지. 그나저나 여동생을 보복범죄때문에 잃었다고 했었나? 그래서 그런지 더 격하게 반응하시네..
-세훈이든 00씨든 제가 꼭 지킵니다. 걱정하지마세요.
"아, 네..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아니요, 요즘 한산해요. 그러니까 걱정 말...
"...? 여보세요..? 팀장님?? 여보세요???"
-어떤 미친 놈이..
전화가 급하게 끊어졌다. 뭐.. 뭐야..? 어떤 미친 놈이..? 뭐지..? 누가 장난친건가..? 머리를 빠르게 굴려보았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아씨, 걱정되게 왜 저렇게 하고 끊은 거야..
"왜요? 무슨 일이래요?"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끊어져서.."
"일단 누가 문 두드리면 우리가 대신 나가볼게! 누난 위험해..!"
"어, 알았어.. 아, 다시 전화온다...? 도민준..?"
돌아가면서 왜 지랄이야.. 지금 강력계가 왜 비상이지..?
-ㅇ00씨. 지금 장현수로 추정되는 사진 하나가 본청으로 왔습니다.
"예..? 설마, 죽..었나요?"
-현재로써는 그렇게 보입니다. 어딘가에 목매달려있는 것으로 추정되고요, 죄수번호가 일단 같습니다."
빼박이잖아. 아씨, 복잡하게 되네.. 일단 알겠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만약, 진짜 만약 죽었다고 치자, 그리고 귀신이 되었다면.. 날 찾아오려나..? 그러면... 날 보고 증가하는 살기에 또 내 앞에서 악령으로... 아니야, 억울하게 죽은 것일 수도 있어. 그럼.. 바로 악령이 되겠지.. 아니다. 애시당초 그 사람 주변엔 귀신들이 많이 붙어있어서 바로 승천할 수도 있어. 날 찾아올 일 없을 거야..
"죽었어? 그 사람?"
"응. 확실해보이던데. 근데 문제가 있어. 누가 죽였으며, 어떤 미친 놈이 그걸 찍어서 본청으로 보냈느냐야."
"...키다리."
"...아저씨가?? 야, 말도 안돼..! 아저씨는 수금 담당이지, 절대.. 아니야."
"니 지금 그 사람 믿으면 안돼. 김종인이 한 말 잊었어?"
"똑똑히 기억하거든? 위험하다고 한 거, 그치만.. 넌 모르잖아. 경수 너는 오랫동안 봐왔잖아. 알지?"
"저도, 종인이형 말에 동감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누나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 하나도 없잖아요. 그쵸?"
아저씨를 두둔하느라 계속 벌어지던 내 입이 굳게 닫혔다. 이건, 진짜 반박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난 아저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에 섭섭하기도 했었으니까..
뭐가 진실이던 간에, 아저씨를 향하던 나의 믿음이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
사진 뒷쪽에 쓰여 있던 주소로 가니 실제 사진과 똑같은 모습의 장현수가 목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런 시체를 수습했다. 바로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알아보았는데 존나 웃기게도 자살이었다. 이해가 안되네. 여태까지 그딴 일을 저질러놓고 잘 지냈으면서 한번 들켜서 교도소 가게 생겼다고 탈출을 해서 자살을 했다? 분명 이건 타살일 것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랬다.
"00씨 많이 놀랐겠다.. 괜찮으세요?"
"네? 아, 뭐.. 괜찮긴 한데.. 전 아무리 생각해도 타살 같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부검 결과가 이렇네요."
"흐아, 종인이가 없어서 이런 걸까요..? 도대체 이렇다 할 해결이 안 나네요."
"아니요. 종인이가 그랬잖아요. 딱 해결이 나는 것이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식이면 괜히 의지만 약해진다. 우린 지금 많이 나아가고 있다!"
"아, 그거 종인이가 한 말이었구나.."
진짜, 깊게도 박혀있다. 미치겠네. 지금 이렇게 내가 앉아 있는 이 곳에 너하나 빼고 모든 게 똑같았다. 저기서 허당짓 하고 있는 이영웅 형사님도, 그런 이영웅 형사님께 꾸지람 듣는 세훈이도, 그리고 내 앞에서 녹차를 건네주는 김형사님도. 왜, 너 빼곤 다 똑같을까..
"너무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저희가 진짜 최대한으로 찾아보고 있으니까."
그것 참 믿음직 하네요. 자기들끼리 해결이 잘 안나서 자문인 내가 있는 거구만. 으아아 몰라. 난 피해자야. 몰라몰라. 다 때려치고 편하게 앉아 녹차를 마시며 세훈이를 보았다. 영웅형사님께 다 혼났는지 화이트 보드 앞에 가만히 서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아, 김형사님이 저런 모습이 종인이를 닮았다고 한 건가.. 하긴, 종인이도 뭔가 메모하면서 수사하던 애는 아니었어. 순전히 그 천재같은 머리로 수사했지. 그러고보니 이제 수첩같은 거 안 쥐고 있네. 경수 만난 후 부턴가, 그때부터 세훈이는 완벽히 외향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 세훈이를 분석하고 있는데 갑자기 세훈이가 뒤돌며 물었다.
"진짜 어떤 미친놈일까요..?"
난 고개만 저었다. 내가 알면 거기 서서 열심히 수사하고 있겠지. 솔직히 지금 의욕도 안 나. 가장 두렵던 그 사람이 죽었으니 이제 난 무서운 것이 없어졌거든. 그리고.. 이렇게 의욕없이 앉아있으면 종인이가 항상 일어나서 뭐라도 보라고 닦달했을텐데.. 이젠 그런 것도 없거든..
"경찰에 도발하는 것도 목표가 아니고.. 굳이 이걸 본청에 보낸 거면.. 무슨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한 걸까요..?"
세훈이의 혼잣말같은 물음에 뭔가 번뜩였다.
"...우린 앞으로도 안전하다."
"네??"
"어차피 장현수는 곧 나올 거였어. 부검 잘못한 것만 혐의가 인정되었으니까. 그럼 결국 교도소에서 장현수가 나오면 우린 위험해지는 거였어. 근데, 그런 장현수가 죽으면..? 그럼 우린 평생 안전해지는 거 아니야?"
"...아, 그럼 누가 우리의 안전을 바래서, 사람을 죽였다는 거예요..?"
"...나, 잠깐 누구 좀 만나고 올게."
"같이가요..!"
"아니, 혼자가야 할 것 같아. 위험할 일 없어."
무슨 배짱일까, 종인이 너가 그렇게 위험하다고 말한 아저씨를 만나러 혼자 가겠다고 하고. 종인이 너는 한번도 틀린 적이 없는데 말이야..
***
t 윤미래 - 사랑이 맞을거야
아저씨께 연락을 드렸다.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보자는 아저씨께 알았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은 직후였다. 기다리는 내내 초조하고 두려웠다. 원래 아저씨를 만나면 이런 감정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박살날 듯 우리 사이의 믿음이란 감정은 위태로웠다.
"찾았군요."
낯이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장현수...? 집 앞에 서 있던 차에 기대어 있는 그 모습은 장현수가 확실했다. 자신이 귀신이 되었다는 것을 자각 하자마자 달려온 듯 옷은 죽을 당시 그대로의 죄수복이었다.시발.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넘어갔던 내가 병신이었다.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두려움이 나에게 잠식했다. 곧 온 몸에 두려움이 퍼져 한 발자국도 움질 일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나를 비웃듯 비소를 지은 그가 예의 그 평온한 말투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고 있으면 올 줄 알았죠."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웃기죠. 그 사람은 당신 어디가 좋다고. 큭, 새파랗게 어린 애한테 말입니다."
"...누구, 말씀하시는 겁니까?"
"누구긴 그 개새끼지!!!!"
갑작스럽게 그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원한이 있어. 일단 나는 아니야. 그렇담, 누구인 걸까..? 그는 곧 자신을 다스려 살기를 지웠다. 벌써, 저렇게 감정을 잘 다스리다니.. 다른 면으로 두려웠다. 내가 생각하기에 신생 귀신들은 정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그런 보잘 것 없는 귀신이었다. 그런데,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저 귀신은 너무도 쉽게 감정을 다스렸다.
"하, 그 개새끼 오기 전까지 대화나 좀 할까요?"
"...할 말, 없습니다."
"없다구요? 그쪽이 도경수 사건 뒤쑤셔서 지금 이 사단이 난 거 안 보이십니까?"
그의 얼굴 가득 채워진 혐오. 그 혐오에 난 또 두려움을 느끼며 몸을 움찔했다. 나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비웃는 그 모습은 보기보다 무서웠다. 시발, 내가 언제부터 귀신을 두려워하게 된 건데..?
"아아, 도경수 사건은 이미 끝난 것이니 다른 이야기 하죠. 그것보다 더 재밌고 흥미있는 이야기가 저에겐 있습니다. 어디, 뭐 들어가서 할까요? 그쪽 지금 사람 눈치보일텐데."
"아뇨. 괜찮습니다만. 그냥 말씀 하시죠. 듣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그쪽 레이랑 친하시죠?"
"누군지 모릅니다."
"장이씽이라 말하면 알겠습니까?"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다. 그 이름 하나로도 안정이 되는데, 왜 긴장되는지 모르겠다. 아저씨.. 나 진짜.. 무서워요.. 아저씨에 대한 나의 믿음이 깨질까봐. 아저씨가 알려준 그 믿음이란 감정이 식을까봐. 난 그게 너무 무서워요..
"아는 눈치네요. 그럼 계속 하죠. 당신 어머니가 죽었을 때, 그의 나이 18살이었습니다."
"씨발 그게 지금 왜 나옵니까. 우리 엄마랑 아저씨랑 무슨 연관이,"
"당신 어머니를 죽인 게 레이니까요. 아, 장이씽이니까요."
순간 욱하는 느낌이 들었다. 속이, 매쓰꺼워졌다. 아니야, 아저씨는 수금업자야.. 그 착한 아저씨가 사람을 죽이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나, 내가 여지껏 악몽을 계속 꾸면서 언뜻 느끼고 있던 그 생각들. 엄마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오던 상대편 차, 의도적인 차사고 였다는 그것이.. 저 사람의 말과 맞아 들었다. 그래, 이 사람이 애초에 나의 엄마가 죽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겠어..? 뭔가, 진짜 알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 그게 진짜든 아니든..
"어? 벌써 눈물 고이면 어떡합니까? 욕하던 기세는 어디가고."
"......"
"대꾸 못하실 만 하죠. 저도 당신이 그 여자였다는 거 죽기 직전에 알았으니까."
"....그 여자라니요. 그건 무슨 소리입니까?"
"레이의 그녀 말입니다. 그새끼는 지 보스를 죽이고 지가 그 조직을 먹으면서까지 당신에게 잘해주데요. 별난 놈입니다. 이미 죄는 씻을 수 없으면서."
크게 다쳐서 찾아온 날... 그러고 보니 그 날 이후에 내가 빚 갚는 거 깜빡하고 자동이체 못하고 있을 때, 이제 괜찮다고 아저씨가 말했었어. 씨발, 진짜 다 맞아 떨어지고 있잖아.. 나의 표정 변화를 살피던 장현수가 크큭대며 웃었다. 뭐가 웃겨..?
"당신에겐, 이 이야기가 재밌습니까?"
"그럼 재미가 없겠습니까? 그쪽이 레이의 실체를 알았으니 곧 올 레이가 무슨 표정을 지을 지가 너무 기대되고 흥분되는데. 오, 마침 왔네요."
눈에 힘을 주고 있어 뻑뻑한 눈을 감았다 뜨니 그새 고여있던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저 멀리서 걸어오던 아저씨는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와 내 앞에 섰다. 진짜 짜증나게도 아저씨는 그대로였다.
"무슨 일 있는 거야?"
"...아저씨."
"응? 왜?"
"아저씨가 엄마.. 죽인 거예요..?"
"......"
당황스러움이 가득 찬 아저씨의 눈을 보니 지금까지 아니길 빌었던 모든 말들이 확실해지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그 장면에 잔인함이 추가 되었다. 엄마를 향해 달려오는 상대편 차에 아저씨가 타있다. 그 잔인함이 내 심장을 미친듯이 난도질 하는 것 같았다. 주저 앉는 나를 잡지도 못하는 아저씨는 눈을 감았다. 마치 모든 말을 들을 준비가 되있다는 해탈한 표정이었다.
"더럽게 웃기네요.. 여태까지 난 아저씨, 아니, 그쪽보고 믿음이란 감정을 배웠다며 설레했어."
"......"
"벙어리야? 왜 말을 못해?! 시발 왜 그게 당신인데?!! 어?!!!"
"......"
"내가 지금 어떤 지 알아? 비참하고 끔찍해.. 소름끼치고 짜증나. 심지어 역겨워."
"......"
끝까지 아저씨는 말이 없었다. 언젠가 이런일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눈을 감은 채 나의 말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있었다. 난 그거에 더 화가 났다. 차라리 변명이라도 하면 그 뻔뻔함에 더 화가 나서 뭐라고 쏘아 붙일 텐데, 간간히 뜨는 눈에서 느껴지는 상처에 하려던 말들이 숨어버린다. 귀신들과 지내면서 배운 배려라는 감정이 무의식 중에 작용하는 듯 했다. 그게 왜 지금 작용해야 되는 지 모르겠다. 난 지금 너무 화가 나는 데, 그래서 이 화를 표출하여 뿜어내야 하는데, 하려던 말들이 다 숨어버려 울음만 차오른다.
"미안해.."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을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이 상황조차도 어이가 없었다. 다리에 힘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껏 나온 말이 미안해다. 씨발, 내가 사과를 바라고 말한 게 아니잖아. 또 다시 감정이 격해진다. 요동쳐 오르는 그 감정에 장현수가 기름을 더 부어버렸다.
"이 새끼 당신 앞에서만 착한 척 한 거예요. 뒤로는 사람 죽이는 거 일도 아니었죠. 청부업자 알죠? 돈만 주면 다 죽여주는. 그런 새끼입니다, 이 새끼."
"청부업.. 이젠 어이가 하도 없어서 울음도 안 나오네.."
"......"
"죄책감이었나? 엄마 죽여놓고 너무 미안해서 나한테 잘해주던 거였나? 그게 아니면 그 어린 아이한테서 사랑이라는 감정이라도 느꼈었나?"
"......"
"하, 생각보다 더.. 아프네. 내가 가장 믿던 게 아저씨였어. 어떡할 거예요, 나? 나 이제 뭘 믿고 살아가지?"
"내가, 어떡하면 좋겠니..?"
"그 착한 척 좀 집어치워..! 그리고 내가 그거까지 말해줘야 해요? 알아서 사라져요. 내가 빚은 어떻게든 갚을 거니까, 나한테 더이상 보이지도 말고 나한테 더이상 관여도 하지 말고 그냥, 그냥 알아서 꺼져요."
아저씨를 등지고 집으로 들어왔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생각이 들더라, 이 집조차도 아저씨 것이었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방향을 틀었다. 아저씨는 나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아저씨를 재치고 장현수가 나를 따라왔다. 씨발, 저 새끼는 왜 또 지랄이야. 답답하기도 하고 눈물이 차오르기도 해서 숨을 크게 내어쉬었다. 그런 나의 한숨에 장현수가 말했다.
"생각보다 강력하게 안 나가시네? 잔 정이라도 남으신건가요?"
"지랄 말고 꺼져주세요."
"그래. 이렇게 말을 했어야죠. 그래야 더 재밌지 않겠습니까?"
여전히 그의 입은 웃고 있었다. 또 화가 난다. 혼자 있고 싶은데, 진짜 너무나도 혼자 있고 싶은데 이새끼가 날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그런 그를 씹으며 내 갈길을 갔다. 딱히 목적지도 없었다. 그냥 정처없이 걸을 뿐이었다. 어느정도 걸었나, 장현수가 급히 다른 곳으로 가더라. 그제야 난 완벽히 혼자가 될 수 있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갑자기 너무 많은 충격을 받으면 머리속이 비어지는 느낌이 든다. 지금 딱 그랬다.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데 머리속이 계속 하얗게 변한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하나는 확실했다. 아저씨는 더이상 나의 믿음이 아니다. 그런데, 자꾸 미련이 남는다. 거지같게도.
▶ Bonus
장현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장현수는 당신에게 원한따위 없습니다.
그저 이씽의 불행함을 위해 당신을 이용하는 것 뿐입니다.
으아닛 |
확인차 0편부터 들어가봤는데 사진들이 다 어딜간거죠..? 왜 다시 올리려해도 안나오는 거죠..? 사진도 복선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러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인티야 아프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참고로 장현수는 백현+경수입니다! 요즘 이름은 이렇게 썪어서 지어내고 있어욬ㅋㅋㅋㅋㅋㅋ 외전이요,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았어요! 최대한 써드릴 거니까 생각나는 거 계속 추가해주셔도 돼요!ㅎㅎㅎ 여러분들에게 미안해서 드리는 늦은 새해 선물 겸사겸사니까..♥ 저번편 답글 못 달아드려서 뎨동해요ㅠㅠㅠㅠ이번편에 달아드릴게요ㅠㅠㅠㅠㅠㅠ 저 진짜 밤새워서 쓸 겁니다..!(의지 날 믿어봐요(박력 암호닉입니다♥(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제로콜라]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체리/까만원두/뭉이/오호랏/똥잠/구름/쉬림프/레모네이드/범블비/악마 괴물/궁디퍽퍽/선크림/바람둥이/안녕/매매/진블리/무당인듯무당아닌/도경수부인/별다방커피 코끼리/(코)라코/요맘때/정동이/콜덕/피큐PD/달수정/마틸다/비비빅/양양 뿅아리/네티큥/여리/아틸다/개구락지/립밥/바람개비/손가락/우리니니/빵 GG/바닐라라떼/하트./까꿍이/청바지/진블리/젤라/순수합니다/메리미/포뇨 윤혜/선물/가글/익인/야메/징차/요정별/거인/사랑둥이/잇힝 구금/두두/JENNIFER/쫑쫑이/빌딩숲/뀨꺄/거뉴경/사랑현/이슬/매직핸드 엘도라됴/블랙체리/쿵쿠닥닥/초코파이/됴티즌/스젤졸/제이/나쵸치즈/코델리아/물만두 박듀/☆☆☆투기☆☆☆/넠넠/감귤/민트초코/훈훈/파인벨/냐냐냐냐/체리고데기/봄 봄날/유뇽뇽/종이니니/증원/은하수/레몬사탕/아오네코/별드리/리턴/민석의만두집 CR/폐퇴미/동도롱딩딩/경수4랑/허잇짜/니나니뇨뇽/며니슝/찬열아커몬/피치피치/민랑 lobo12 새로운 암호닉 여러분 반가워요!!ㅎㅎㅎ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까지 함께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