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선 향기가 나, 짜증날 정도로 달콤한 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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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학교에 소문이 퍼졌다.
권순영이 입을 열었대. 권순영이 웃었대. 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여자 손목을 잡았다니까? 소리가 안들릴거라고 생각하나본데 너무 시끄럽다.
그리고 그 시끌벅적대는 애들 사이에서 꿈쩍도 않고 내 앞에 앉아있는 권순영이 있다. 아무 말도 없이 턱을 괴고 나를 쳐다보는데, 솔직히 죽을맛이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뭐에 홀린듯이 정신을 놓게 될까봐 눈을 피해 필사적으로 책 읽는 척을 하고 있다.
아침부터 이어지던 애들의 화제는 자연스레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으로 바뀌고, 권순영 얘기를 하던 내 친구는 다가오지도 못하고 멀찍히 떨어져 나를 걱정하고 있다. 안 돌아봐도 표정이 선하다.
권순영을 데리러 왔던 무리들도 권순영이 자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가 내 앞에 앉아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라 교실 입구에 서서 비속어만 남발하고 있다.
"야"
으악, 권순영 말한다. 난 끝까지 책을 주시한다. 절대 눈마주치지 말자.
"책 거꾸로 폈는데"
망할. 얼굴 빨개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책을 뒤집고 다시 읽는척을 시작하지만 이미 글러먹었다.
권순영은 한동안 조용한가 싶더니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는 아예 엎드려 나를 올려다 본다.
돌겠다. 얘는 뭘 먹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도저히 안되겠다.
"야"
이번엔 내가 말한다. 물론 눈은 책을 향한채.
"니 자리로 가"
말이 생각보다 싸가지 없게 나왔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근데 화를 낼거라 생각했던 권순영이 생각보다 조용하다. 오히려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럼 냄새맡게 해줘"
"미쳤어?변태도 아니고 내 냄새를 왜 맡아?"
"나 변태 아닌데"
"그럼 뭐..."
"니 향기에 반한건데"
하마타면 눈을 마주칠 뻔 했다. 얘가 돌은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말을 이렇게 뻔뻔하게.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 덧붙이는 권순영.
"근데"
"..."
"왜 내 눈 안쳐다봐?"
할말이 없다. 이걸 솔직하게 말할수도 없고. 니 눈을 보면 아무말도 못하겠다고. 안 쳐다보는게 아니라 못 쳐다보는거라고. 안되겠다. 내 혼자 힘으론 도저히 못 해결해. 뒤에 기다리고 있을 친구를 찾아 고개를 획 돌렸다.
그때 , 누군가 팔목을 덥썩 잡아 왔다. 놀라 쳐다보니 권순영이다.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돌리며 조용히 읊조린다.
"시발, 못참겠다."
동시에 나를 잡고 앞서 걸어 간다. 지금 이거 뭐지? 얘는 뭘 못참겠다는 거야?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고. 이 상황 뭔가 데자뷰다. 그래 어제 복도에서. 누가 두번이나 이럴 줄 알았겠어.
근데 나 끌려가서 맞는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나도 자존심이 있지. 복도 중간쯤 와서 권순영의 손을 뿌리치고 단호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손목이 안풀린다.역시 남자라 그런지 아무리 뿌리치려고 해도 꿈쩍도 안 한다.
"야! 놔 보라고!"
들은 척도 안 하지, 뻔뻔한 자식. 이쯤 되니 사실 좀 걱정 됐다. 권순영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다고. 권순영이 지금까지 얌전했다고 해서 앞으로 얌전할거란 보장이 어디 있어. 막 싸가지 없게 굴었다고 구석에 묶어놓고 때릴지도.
세상에, 제발 권순영이 정상적인 사람이기를. 근데 내 냄새를 맡겠다는것 부터가 이미 정상은 아니잖아?
그러는 사이 도착한 곳은 계단 끝 애들이 다니지 않는 구석 쪽. 여기서 남자애들이 담배피다가 걸리곤 하던데 설마 나 담배빵 그런거 당하는거니?
아니야. 아닐거야.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있는데 어느새 계단 끝 벽에 등이 닿는다.
권순영은 나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더니 내 목을 향해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는, 숨을 크게 들이 마쉰다. 눈을 감고 어지러운 듯 인상을 찡그린다. 어제도 본적 있는 표정.
눈을 뜨고는 나를 향해 마주친다. 이번엔 피할 수 없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 권순영의 눈빛을 마주하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 길게 뻗은 눈매와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쉬는 것 밖엔.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권순영은 천천히 입을 연다. 한마디씩 천천히.
"와 진짜....사람, 미치게 한다. 너"
권순영은 뭔가에 취한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난 물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권순영은 또 깊이 숨을 들이 쉬더니.
"니가 머리를 그렇게 돌려 버리면"
눈을 감는다.
"나보고. 어떻게 참으라고."
나는 순간 숨을 쉬는게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권순영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호흡이 닿을까봐 였을까.
아니면 내 향기에 안달이 난, 권순영이 섹시해서였을까.
권순영은 눈을 뜨고 뭔가 말할듯이 입술을 들썩이다가 멈칫 하더니. 나에게서 살짝 떨어져 숨을 고른다.
잠시 후 권순영은 조심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말한다.
"놀라게 해서 미안. 교실 가자"
싱긋 웃는 미소와 함께 권순영은 앞서 걸었고, 난 멍하니 그 뒤를 따랐다.
권순영에 대해 알게 된 사실 두가지. 하나는 나한테 무슨 냄새가 나는지는 몰라도, 내 향기는 권순영을 미치게 한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난 권순영의 눈빛에 꼼짝할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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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럽 독자분들께♡ |
안녕하세요 독자님들!우선 암호닉 신알신 모두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런거 다 처음 받아봐서 지인짜 신기해여....일단 생각보다 반응을 너무 좋게 보여주셔서...저 감동했쟈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솔직히 소리소문없이 묻힐줄 알았는데 응원해 주시는 이런 천사분들이 계시다니ㅜㅜㅜㅜㅠㅡ흐긍구ㅜㅜㅜ♡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제가 1편 언제 들고올지 모른다고 했었는데 댓글보고 감동해서 어제 새벽을 불태웠어유... 아 참 어제 올린 00편은 어색하다고 느낀 부분들 약간 수정하고 글 간격 띄웠습니다!물론 전개상의 변화는 없어영!! 그리고 제가 모바일로 틈틈히 글을 썼다가 올리는거라 앞으로도 연재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려여ㅠㅠㅠㅠ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남겨주신 사랑스러운 댓글 하나하나 다 잘 읽었구요!!짧은 댓글도 저한테는 울트라캡숑왕짱 큰 힘이 돼영♡ 암호닉은 조만간 모아서 올려드리겠습니다!! 다들 진심으로 너무너무너무너무x1700 사랑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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