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나나 이제 나온다. 어딘데?”
- “바로 앞에 있지. 기다리는 중이야. 나와.”
“응응!”
16살의 우리는 모두 20살이 되었다.
“여기!!! 여주야!!!”
“승완이 오랫만이야.”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 인천 국제공항에 서있다.
“어쩜 그리 예뻐지셨습니까?”
“또또 손승완 또 그런다.”
“아니 진짜 너 점점 예뻐진다니까? 우리 모르는 사이에 남친 생겼어?”
“아니야… 너랑 정호석만 봐도 나는 진짜… 하…”
“왜 뭐 내가 여친있다는데 너가 뭔 상관이야.”
5월 말에 졸업식을 한 후,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잠시 다녀왔다. 나 홀로 여행도 다녀오고, 친한 친구들이 사는 나라로도 한번 가보고. 그러다보니 금방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대학 입학을 위해 곧바로 들어온 한국. 솔직하게 말해서 애들하고 연락을 자주 한 거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애들이 단톡방을 부활시키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시뿐. 모의고사와 수능에 치여서 사는 애들과 달리 국제학교를 다닌 나는 뭐, 그렇게 빡세지… 않은게 아니야! 나도 시험 엄청보고 레포트 자주 쓰고, 진짜 너무 힘들었다고. 무튼, 거의 매일 연락한거는 정호석 정도였다. 그런 정호석이 대놓고 나 여친생겼다고 말해서 누군데? 물으니 이 미친자식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손승완이랑 사귄단다. 아이고? 고3이면 공부할 시기 아니냐고 했더니 둘이 같이 공부해서 A대를 함께 들어가자 약속했단다.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내가 졸업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 정호석은 손승완과 그렇게 원하던 A대학교에 들어갔다. 정호석은 경제학과, 손승완은 약학과로 들어갔다. 그렇게 원하더니 원하는 대로 다 붙더라. 그리고 나도 서류로 원서접수를 했고 - 나도 원했다 A대를 가는거 말이야 - A대학교 사회심리학과에 붙었다. 이게 무슨 우연일까나. 오랫만에 보는 단톡방에서 - 박지민은 탈퇴했단다 공부한다고 톡을 지웠다나 뭐라나 - 애들이 말하길, 다들 A대 옆인 B대, C대에 들어갔단다. 오랫만에 다같이 모이기로 했는데 박지민은 오려는지, 잘 모르겠다. 잊은거는 아닐까.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믿으면 내가 바보다! 그래 내가 바보다.
EP 15: 그리고 다시
“이건 이탈리아에서 사온거고. 아 맞아 승완아 내가 너 줄려고 일부러 이거 사왔어.”
“헐 야 신부님들 너무 잘생긴거 아니냐… 솔직히 조각… 와…. 하…”
“남친이 여기 있는데 어? 다른 남자에게 눈이 돌아가?”
“응 돌아가는데.”
“얼씨구? 손승완 너 나에게 그러는거 아니야! 호시기 슬프다구!”
“…아 토나와…”
변한거는 없었다. 다들 방학이라 여행을 갔다며 해외에 있단다. 유일하게 국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정호석과 손승완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정호석과 손승완, 둘과 함께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는 중이다. 나는 아무래도 학교를 6개월 늦게 들어간거니까 - 국제학교는 9월에 1학기가 시작되니까 - 애들은 나보다 1년 선배다. 장난으로 아이고 선배님 저 잘 봐주세요~ 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되니 약간은 웃겼다.
“으아아아 맛있겠다!”
“맛있게 먹어라 우리 꼬맹이. 오늘은 이 오라버니가 쏜다!”
“호석 오라버니 너무 멋진거 아니세요? 진짜 오빠 짱짱맨.”
금방 나온 음식을 포크로 쿡쿡 찌르는데 정호석이 볼에 파스타를 빵빵하게 채워넣고는 말한다. 너 그거 아냐 정수정이랑 김남준이랑 아직도 사귀는거?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헤엑? 하고 답하자 정호석은 픽 웃으며 말했다. 둘이 이번에 B대학 경영학과 들어가서 CC잖어. 와 대박 진짜 오랫동안 사귀는구나 싶어서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이번에는 승완이가 말한다. 배주현 남친 생겼다? 윤기쌤만 바라보고 살던 배주현이 언제 남자친구를 사귀었나 싶어 승완이를 가만히 바라보자 승완이가 웃었다. 아니 신입생 OT갔는데 윤기쌤하고 똑같이 생긴 애가 있더라는거, 근데 걔는 이름이 윤민기래! 진짜 애들이 대학생이 되자마자 연애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아 무튼 우리 여주 A대 온거 환영하구여 이 선배님들 보고 본받아서 열심히 생활 하세여?”
“네 선배님들. 저 정여주 잘 부탁드립니다.”
***
“쌤! 여기요!”
“아 진짜 시끄럽네 넌 변한게 없냐 아주.”
“아이 쌤도 진짜, 문학소녀 왔습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을 드린 선생님은 윤기쌤이었다. 윤기쌤은 몇달에 한번 정도 나에게 잘 지내고 있는 건지를 물어보셨고 그럴때마다 아 한국가면 꼭 연락드려야지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호석, 손승완과 점심을 먹고 나서 윤기쌤과 커피 한잔 하기로 했다는 말에 정호석은 오랫만에 둘이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승완이도 그래 오랫만에 소꿉친구끼리 밥 먹으라며 웃었다. 윤기쌤이랑 이야기 끝나면 전화하라는 정호석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선생님이 말한 카페로 왔다. 오랫만에 보는 선생님은 얼굴이 어… 뭐라 해야할까 살이 조금 오르신 거 같았다. 그래도 그 예전의 미모는 역시 유지하고 계시더라.
“다른 애들은 안오고 너만 왔냐. 너처럼 중학교 쌤 찾아오는 애는 없을꺼다.”
“저는 쌤이 한국에서 마지막 쌤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러게. 잘 지낸거지? 호석이에게 들었어. 너 그 A대 들어갔다고. 열심히 했나보다.”
“진짜 열심히 했죠. 원하던 대학교도 들어갔고 뭐.”
“수고했네. 적응도 잘한거 같더만. 정말 수고했다.”
“쌤 그러면 이제 다른 중학교…?”
“어 그 옆에 아미중학교로 갔어. 애들 정말 시끄러워. 너네가 딱 좋았는데.”
“그죠? 저만한 제자 없죠?”
“…아니 그건 아닌거 같아.”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는데 선생님이 물었다. 지민이는 잘 지내니? 그 말에 저 박지민이랑 연락 많이 안해요 끊겼어요, 하고 답하자 쌤이 갸우뚱 거렸다. 너랑 지민이랑 제일 친한거 아니었어?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지어지는 거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 말에 그건 중학생 때구요 지금은 아니잖아요, 하고 말하자 선생님은 아 그래, 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
“너 술 못하니까 술은 마시지 말고 어 그러면 이모!!!! 여기 사이다요!!! 사이다 한 병 주세요!!!”
이게 뭐야, 난 둘이서 밥먹자길래 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라도 가려나 싶었는데 정말 정호석 답게 삼겹살 집으로 왔다. 아니 다행인 거는 둘만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방으로 들어왔다는건가. 열심히 고기를 굽는 정호석과 점심때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지민이랑 나랑 손승완이랑 셋이서 같이 아미고등학교로 갔거든? 그런데 박지민 공부 겁나게 잘하는거야. 손승완도 잘하는데. 나는 그 둘에게 꿀리지 않으려고 겁나 열심히 했지. 크아… 봐라봐라 이 오빠 크으… 정말 열심히 해서 대학교 뙇!!!! 붙은거 아니냐.”
“얼씨구? 승완이 뭐라고 꼬신거냐.”
“아니 뭐 그 전부터 뭔가 있긴 했는데 내 로망인 CC를 이루기 위해서는 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지. 그래서 질렀어. 고3이 되자마자 사귀자고 했더니 애도 당황하더라. 그래도 뭐 잘되면 된거 아니냐. 해피해피엔딩인데?”
“아 그래?”
“너 크리스마스 때마다 박지민에게 연락했다며. 그런데 박지민 번호는 안바뀌었는데 그 뭐냐 톡은 안만드나봐. 톡 만들라고 해줄까? 그러면 너 그 친구추가에 뜨지 않아?”
“…어… 아니 괜찮아.”
오기전에 핸드폰을 바꾸면서 박지민 번호를 지웠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나만 마음 접으면 되는 거니까. 주변 사람들 중에서 나랑 박지민의 사이를 아는 거는 정호석과 배주현 정도? 아 손승완도 포함 되려나. 사랑을 하는 커플들이 생겨나는 가운데 나는 그대로 멈춰있었다. 한국으로 가서 박지민을 멋진 모습으로 만나겠다는 그 생각 만으로 공부에 매진했던 나는 박지민에 대한 마음을 거두기 위해 번호를 지웠다. 그래도 나는 한국 핸드폰 번호를 바꾸지 않았다. 어쩌면, 진짜로 어쩌면 박지민이 먼저 연락해주지는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너 설마 박지민 번호 지웠냐.”
새끼 눈치는 겁나게 빨라요.
“와 나는 너 오자마자 박지민에게 연락할 줄 알았다? 그런데 너는 나에게 먼저 연락하더라. 그러고는 윤기쌤. 다른 애들도 섭섭해 하겠다, 안그러냐? 단톡방에는 나에게 연락하고 나서 나 한국이얌 이라고 올리지를 않나, 핸드폰 번호 바뀌지는 않았지만 너네 번호들 몇개 사라졌다고 하질 않나. 그거 동기화 시키면 되는건데 너가 일부러 지운거잖아 바보야. 진짜 바보 맞나보네.”
“아 뭐, 이제 박지민에게 미련… 미련 없어.”
“미련이라니 개뿔. 너 박지민 이야기만 나오면 되게 우울해지는거 알아? 내가 그러게 박지민에게 가기 전에 다 말하고 둘이 데이트라도 하고 가라고 했잖아.”
“아니야 미련 없다니까? 나 맨날 웃고다니잖아 안그래?”
“박지민 이름 나오면 너 되게 뭔가… 아 모르겠다. 박지민이 너에게 한국오면 데이트하자고 했다며.”
“그건 기대하지 않아야지. 기대하지 않아야 하는게 맞는거야.”
“도데체 박지민이 너에게는 뭐냐. 그냥 친구? 중학교 동창?”
글쎄. 정호석이 묻는다면 말은 해줘야겠지.
“그냥 스쳐지나간 인연이겠지.”
그냥 스쳐지나간 사람이라고 말이야.
***
“스쳐지나간 사람이라니 너 진짜 너무한거 같아.”
“뭐.”
“그지 배추? 내가 생각해도 정여주 진짜 너무함.”
“너 박지민이 첫사랑 아니야? 너가 남자때문에 처음 운게 박지민 때문이잖아. 엉엉어엉 지미나아아아 이러면서 울었잖ㅇ”
“아니거든!”
“내 기억속으로 너는 맨날 지미나아앙 이러면서 울었어.”
저녁을 먹고 치킨집으로 달려간 정호석은 - 도데체 삼겹살을 먹고 나서 치킨을 왜 먹는지 모르겠다만 - 배주현을 붙잡아왔다. 이제 곧 여주는 입학하는거네? 웃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배주현은 내 두 볼을 잡고는 헤실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새내기 어쩌면 좋니, 헤헤 웃는 배주현을 정호석이 떼어놓고는 웃었다. 너가 우리 후배라는거 자체가 나는 안믿긴다. 나도 안믿긴다고 말을 하니 쨋건 한국에 온것을 축하한다는 배주현의 말에 웃음이나왔다.
“아 맞아 너 그 뭐지 그 신입생 되면 막 소개팅 하라고 하거든? 내가 우리 대학교가 어디냐 어? 잘생긴 남자들이 쫘아아아아악 깔려있다는 그 마성의 B대! 아니여? 그러니 내가 너를 소개시켜주도록 하마!”
“야 안돼!”
술에 취해서 나에게 웃으며 말하는 배주현의 모습이 너무나도 웃겨 미소를 지었는데 갑자기 정호석이 그건 안된다며 소리쳤다.
“아 뭐! 아 왜!”
“그건 안된다! 내가 우리 꼬맹이 소개팅 먼저 시켜줄꺼거든!”
“왜애! 나 그 누구야 너 전원우라고 아냐! 겁나 우리 B대 경제학과의 킹카! 우리 여주에게 소개시켜주겠다는데 너가 뭔상관이야!”
…저기 얘들아 나는 그 사람들 다 모르는데…
“야 B대만 잘생긴 사람들 많냐? 우리도 많다 알배추야! 우리 과에 권순영이라고 있거든! 겁나 마성이다! 매력 쩐다고! 그런 애에게 우리 여주 소개시켜줄꺼야!”
“나 알배추 아니거든!”
“맞거든?”
…정호석은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래 입학을 하면 새내기들은 막 소개팅 자리가 들어온다고 한다. 정호석은 자연스럽게 배주현의 폰을 들어 배주현의 남자친구 - 그래 그 누구냐 윤민기라던가 - 전화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술에 취했으니 데려가라는 정호석의 말에 배추의 남친 - 그래 줄여서 ‘배남’이라고 하자 - 배남은 금방 달려왔고 배주현을 데리고 갔다.
“…나도 소개팅 막 해서 남친 사귈꺼다.”
“너 첫번째 소개팅은 내가 시킨다 두고봐라.”
“너 내 직속 선배 아니잖아.”
“야 뭐 왜 불만 있냐. 진짜 내가 너 괜찮은 사람 알아봐 줄께.”
“그 뭐지 권순영인가 뭔가 하는 사람?”
“더 좋은 사람일수도 있잖냐.”
자기는 술을 안마셨기 때문에 괜찮다며 정호석은 굳이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너 차 기스나면 내 탓 아니야, 내 말에 정호석은 웃으며 말했다. 꼬맹이가 왔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인가?
***
“야아! 너무 오랫만이잖아!”
대학교는 나쁘지 않다. 딱히 많은 친구가 없다는 사실을 빼면 - 그래 나 OT 날짜를 놓쳐버려서 친구가 없다 - 괜찮다. 정호석과 손승완이 밥을 같이 먹어줬고 하교도 같이 해줬고 -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나와 같이 다녔다 - 불편한 거는 없다. 옆 B대학의 유명한 CC 김남준과 정수정은 커플들끼리 밥을 먹자며 연락을 했고 정호석은 무조건 나를 데려가야 한다며 우겼다. 이른 저녁이니 그래도 좀 좋은 곳으로 가자며 정수정은 자기가 아는 저렴한 레스토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정수정과 김남준은 변한게 없었다. 정수정이 조금 더 예뻐졌다면 김남준은 더 키도 크고 잘생겨졌다는 거? 나를 보자마자 오랫만이라며 달려온 정수정에게 안겼다 - 키 작은 내가 안겨야지 뭐 어쩌겠어.
“국제학교에서 돌아오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아 괜찮은거 같아요. 학교도 좋구요 뭐 친구들도 금방 생기겠죠.”
“야 너네가 하도 여주 데리고 다녀서 애가 친구가 없는거야.”
“생기겠지 뭐, 안그래?”
“응응.”
내가 없는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다들 이야기를 하는데 박지민 이야기만 없다. 아 맞아 얘네 서로 다른 고등학교 다녔지? 오랫만에 윤기쌤을 만났다는 내 말에 애들은 다들 헐? 이라며 관심을 보였고 결국 이야기는 커플들로 흘러갔다. 윤기쌤이 곧 결혼을 하신다는 말에 - 그래 선생님도 서른 다섯이다 - 정수정과 손승완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전정국 이야기도 들었다 - 아 이거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아 맞아 너 그거 기억하냐.”
“뭐”
“내가 너 소개팅 시켜주겠다고 한거?”
갑자기 애들이 씨익 웃어보인다. 도대체 얘네는 뭘 꾸미는 걸까 싶은 생각에 갸우뚱 거리면서 물었다. 그래 대상은 정한거니? 내 물음에 손승완과 정수정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너 무조건 그 사람이랑 잘된다에 내가 손목을 건다.”
“헐 정수정 손목 내껀데? 그러면 나는 내 머리카락을 건다.”
“나 김남준 머리카락 갖기 싫어. 난 내 심장을 건다.”
“미친놈들아니야? 나는 돈을 건다.”
무조건 커플이 된다는 말에 픽 웃으면서 나는 아무것도 안걸테니 누구인지 말을 해달라 했다. 내 말에 정호석은 직접 가서 만나는게 좋지 않겠냐며 헤실거렸다.
“아니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가서 만나라고?”
“그래 가서 막 이야기 하다보면 좋을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이름 정도는…”
“애기야 애기야 우리 애기야… 통성명을 통해서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는 거란다… 통성명을 하면 되지 않겠니?”
“아이씨… 어디 대학ㄱ…”
“A대다!!! 우리 대학교!!!”
내 소개팅인데 도대체 왜 지들이 더 신난건지 모르겠다. 김남준도 뭔가 알고있다는 듯이 너 맘에 쏙 들거라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누구길래 그러는 거냐고 정수정에게 물었지만 정수정은 너가 맘에 들어할 만한 사람이라며 웃는다. 내 이상형 샤이니 온유인거 알지? 내 말에 손승완이 당연하다며 약간 스타일은 달라도 너가 맘에 들어할만한 스타일이야, 라고 말한다.
“학과라도 알려줘. 그래야 내가 뭐 가겠다 말겠다 말할거 아니야.”
“어허 우리 여주 학벌 따지는 여자였나?”
“그건 아니고! 아 그냥 말해주면 뭐 덧나냐?”
“경찰행정학과. 거기까지만 나는 말해주겠어요.”
정호석은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서는 쉿- 하고 웃었다. 얼씨구.
***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 이 상황은 굉장히 어이가 없다. 그래 어이가 없다고. 다짜고짜 연락이 온 정호석은 오늘 수업이 몇시에 끝나냐며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응 3시에 끝나, 하고 답을 하자 정호석이 웃는다. 이번 주 주말에 만나기로 한거 당겨서 오늘 만나도 될거 같은데 만날래? 하고 말이다. 그래 오늘 그냥 만나고 맘에 안들면 주말을 나 홀로 보내면 되는거지, 라는 생각에 그렇게 하자고 했다.
[오후 4시 30분, 학생회관 앞 커피숍. 알지? 그 큰때림커피샵. 거기서 만나면 될꺼야.]
[예쁘게 하고 나와라. 오랫만에 뭐 치마도 입고. 소개팅이니까 응?]
[그 사람이 너 찾을꺼니까 너는 암말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어라잉?]
- [그 사람이 날 어떻게 알아.]
[나랑 승완이랑 너 사진 줬지롱 잘하지 않았니vv]
- […자랑이냐]
[응! 그러니까 예쁘게 하고 나와!]
전화를 끊자마자 무지막지하게 오는 문자들에 답장을 해줬다. 내 허락도 없이 사진을 줬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뭐지 싶었지만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치마라, 봄이기는 하지만 쌀쌀한데. 치마를 입어야 하나 싶었지만 첫 인상이 중요하니까 싶어 플레어 스커트를 입기로 했다. 단정하게. 그래 나는 단정하게 입는거야.
…는 무슨!!! 치마를 입은 거는 내가 잘못한거다. 겁나 춥다. 추위를 워낙 잘 타는 나는 봄에도 긴 바지를 입도 다녔는데 - 치마를 여름에 많이 입었다 - 오늘 꽃샘추위라뇨. 이건 진짜 운명의 장난이겠거니 싶어서 받아들였다. 그래 소개팅만 끝나면 어떻게든 되겠지. 아침 수업이 없어서 느긋하게 준비하고 나와 오후수업을 들어갔다. 그래 그래서 호르몬이 행동에 끼치는 영향이 뭐라구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수업은 끝났고 나는 그 길로 바로 카페로 달려갔다 - 왜냐고? 그 교실에 남아있을 이유도 없구요, 밖은 너무 추운데 갈 곳이 없는거 같아서 그냥 카페로 갔습니다.
경찰행정학과라니, 나중에 경찰 관련 쪽으로 가는 건가 싶었다. 뭐 써야하는 레포트 초록과 서론부터 쓸까 싶은 생각에 좋아하는 코코아를 홀짝이며 노트북을 켰다. 지금 시간 3시 10분. 1시간 20분만 있으면 만난다.
***
벌써 4시 25분이다. 어느정도 정리된 자료들을 보며 흐뭇하게 앉아있었는데 다 먹은 코코아가 생각났다. 아 상대방 음료도 시켜놓아야 하나? 뭐 좋아하는지 모르는데. 내거만 시키기에는 좀 아닌거 같고. 아 그러면 음… 어쩐다? 가방을 정리하고서는 앉아있던 자리를 조심스레 정리했다.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데 알아보기 쉬우려면 문 가까이에 앉아있는게 좋겠지? 몸이 살짝 떨렸다. 으슬으슬하네. 소개팅 뭐 한시간 정도면 되겠지. 그러면 집에 가자마자 전기장판 켜놓고 이불 안으로 들어가야겠다. 기분 좋은 상상을 하는데 카페 종이 딸랑거린다. 또 다른 사람들 이겠지. 아직 30분 되지 않았으니까. 아 집에가면 밀린 드라마 봐야지, 연기자 중에서는 박해진이 짱인거 같아. 부르르 떨리는 핸드폰을 보자 정호석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꼬맹이 좋은 시간 보내 ^3^]
좋은 시간은 개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랑 어떻게 한 시간씩이나 말을 할 수 가 있지? 정호석의 문자를 보다가 그래도 이모티콘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아 이제 곧 오겠구나 싶은 생각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래 정여주 밉보이지만 않으면 되는거야 그냥 잘 웃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면 되는거지. 도데체 누굴까 하는 생각에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는데,
“…정여주.”
오랫만에 듣는 목소리에 저절로 고개가 올라갔다. ...그래 너는 딱히 많이 변하지 않았다. 키는 조금 더 커졌고 턱 선도 날렵해졌고. 눈웃음은 그대로다. 목소리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
내 앞에는 나를 보며 웃는 박지민이 서있었다.
##작가사담##
여러분 늦어서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끄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 많이 보고 싶었고 미안해서 진쨔ㅠㅠㅠㅠㅠㅠㅠㅠ으앙 유ㅠㅠㅠㅠㅠ 기다려줘서 고마워요!ㅠㅠㅠ
학교 일이 너무 많아서ㅠㅠㅠㅠ 그래요 저 졸업반이에ㅛ... 고딩이긴 하지만 졸업반....ㅎ....
그래서 그런지 더 할일이 많네요 수행평가라던지 시험이라던지 많이 겹치고.....후....
날씨 아직도 추워요! 몸 조심하시길 바랄께요. 태형이 아육대 글 찌고 있어요.
태태 아육대 글이랑 침침이 번외들! 다 찌고 있고
판타지아도 다 찌고 있으니 언제 제가 호르르르를 한번 닥칠 지도...ㅎ...
이번 편은 약간 기네요. 처음에는 도데체 이 이야기들이 왜 필요한거지? 싶으셨겠지만
저는 지민이에 대해서 여주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잇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더이상 좋아하지 않는다고 상관없는 사람이라 말하는 여주의 진짜 마음이 뭘까 싶은 생각을 한번 해보시는 것ㄷ...ㅎ...
암호닉은 계속 받습니다.
곧 공지로 (아마 태태랑 침침이 글 완결이 된다면 판타지아가 나오기 전에 + 특별이야기와 함께) 여러분들 찾아뵐거 같아요.
항상 함께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독방에서 제 글 추천 올라온거 한번 보고 겁나 설레서 엉엉 거렸어요 진짜
와.. 그리고 여러분이 원하시던 지민이와 여주의 만남이 드디어 이루어 졌네요!
쓰고 싶은 글은 많지만 일단 쓰는 글에 충실할 예정입니다! 곧 공지+특별글+판타지아+완결글들 이렇게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몸 조심하시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빨리 빨리 오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하튜)
@너를 사랑해 정말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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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판타지아는 침침이 글이나 태태 글 둘 다 완결이 나면 하나하나 올라올 예정입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3 작품이 글잡에 올라올 것이며 암호닉 분들께 나머지 멤버들 4명 이야기를 메일링 할까 생각중입니다.
암호닉은 항상 열려있으니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