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런 사진만 찾아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남준이 사진을 가만히 찾다보면 참 웃는 사진이 많아요.
그리고 그 웃는 모습이 정말 너무 어울려서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합니다.
덕분에 대형견에서도 그 예쁜 웃음을 많이 짓는 다채로운 성격의 남준이가 탄생한 것 같아서 마음이 몽글해지는 느낌.
물론, 웃고 있지 않은 남준이도 좋아합니다. 그 분위기...
소나기 주제를 주신 독자님, 감사드립니다.
Shizuko Mori - Sunny
창문에 무언가 툭툭 떨어지는 소리에 절로 낮잠을 자고 있던 남준이의 귀가 움찔거렸으면 좋겠다.
그 소리에 옅은 잠이 깨어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는 사이
비가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켜 달려가
열려있던 창문을 닫았으면.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분명, 아까 자기 전까지 맑았는데.
시원하게 쏟아져내리는 빗방울에 슬쩍 창문을 열어 손을 그 틈으로 넣는 사이
작업실 문이 벌컥 열렸으면 좋겠다.
몸이 들썩일정도로 크게 놀란 남준이가 얼른 다시 창문을 닫고 고개를 돌렸으면.
그리고 바로 본 것은 급하게 현관으로 뛰어나가는 윤기의 뒷모습이었으면.
주인아! 어디가?
옥상. 빨래.
얼마나 급한건지 단어만 짧게 뱉어내고서 슬리퍼를 우겨신고 나가는 모습에
남준이도 우산을 챙겨 윤기의 뒤를 따라갔으면 좋겠다.
옥상으로 올라간 윤기가 이미 잔뜩 젖어버린 빨래에 인상을 찡그리며
남준이와 자신의 옷이 걸린 건조대를 질질 끌어 안으로 들어오려 했으면.
그사이 따라온 남준이가 한 손으로는 윤기의 머리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다른 한 손으로는 조금 벅차게나마 건조대를 들어올리는 것을 도와 같이 계단쪽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빨래는 아예 빼내어 남준이가 품에 안고,
건조대는 접어 윤기가 들었으면.
그대로 집으로 내려가 그 빨래들은 다시 세탁기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짧은 소나기에 온 몸이 젖은 윤기를 현관에 세운 남준이가
얼른 안으로 들어가 수건을 윤기에게 건네줬으면 좋겠다.
주인아, 씻을래?
으슬으슬 떨리는 몸에 윤기는 남준이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으면.
그리고 욕실 앞에 서서 저를 바라보는 남준이의 볼을 감쌌다가,
머리를 한 번 매만졌으면 좋겠다.
절로 남준이의 허리가 조금 숙여졌으면 좋겠다.
너도 젖었잖아.
응? 나 이정도는 괜찮아. 많이 안 젖었어.
너도 씻어.
같이 씻자고?
...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먼저 욕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잠시 서 있던 남준이가 웃으며 욕실 밖에서 제 옷을 벗어내렸으면 좋겠다.
욕실문을 잡고 잠겨있지 않아 그대로 열리는 것을 보고 그 안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하여튼, 솔직하지 못한 주인이라니까.
따듯한 물로 씻고 나와서 나른함에 윤기가 멍하니 아직 비가 쏟아지는 바깥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리의 물기를 얼추 털어낸 남준이가 다가와 윤기의 옆에 앉았으면 좋겠다.
마른 허리를 감싸안고,
어깨에 제 이마를 기대어 윤기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아직도 비오네.
남준이의 목소리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자세가 조금씩 바뀌고 바뀌었으면 좋겠다.
꺼져있던 티비는 어느새 윤기가 종종 보곤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여줬으면,
윤기는 소파에 편하게 등을 기대어 앉아있었으면,
남준이는 나른함을 이기지 못해 윤기의 허벅지에 얼굴을 부비며 누워있었으면.
이제 거의 다 말라 부드러워진 남준이의 머리를 윤기가 천천히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고개를 내려 눈을 감고 있는 남준이의 얼굴을 내려봤으면 좋겠다.
머리를 쓰다듬었다가,
얼굴선을 따라 손 끝으로 매만졌다가,
엄지로 볼을 한 번 쓰다듬고,
그 다음은 입술을,
그 다음은 목을,
그 다음은 어깨를.
단단한 어깨를 한 번 약하게 그러쥐었다가
다시 볼을 감싸면
고개를 돌린 남준이가 그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느릿하게 눈을 떠 윤기를 올려봤으면 좋겠다.
유혹하는거지, 지금.
누가.
민윤기가, 나를.
윤기는 남준이의 말에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도톰한 입술을 손 끝으로 톡 건들였으면 좋겠다.
입술로 윤기의 손가락을 장난스럽게 문 남준이가 덩달아 웃음을 보였으면 좋겠다 .
고개를 돌려 윤기를 올려보면서
손을 뻗어 윤기의 목을 그러쥐었으면.
그대로 잡아 내려
가까워지는 시선을 피하지 않다가 다가온 입술에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짧은 입맞춤이 끝나고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나누다가 윤기가 혀를 내밀어
그 사이 말라오는 것 같은 제 입술을 한 번 축였으면 좋겠다.
천천히 젖은 입술을 열었으면 좋겠다.
이게 유혹이면...
응?
넘어오던지.
윤기의 말에 기어코 웃음을 터뜨린 남준이가 몸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비로 젖어버린 바깥에 따라
서로의 입술부터,
남준이와 윤기를 감싼 모든 감각까지 천천히 적셔나갔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의 나른함이 찾아오면 그 속에는
아직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가
옅게 스며들어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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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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