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시간
같은 생각, 다른 시점
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항상 김남준보다 조금 일찍 일어난다.
정확히는 그 빌어먹을 알람때문에 일찍 일어난다.
저녀석 귀는 귀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건지 가끔 의문이 든다.
어떻게 이 소리를 듣고 안 일어날 수가 있는거지.
알람을 먼저 끄고 옷을 챙겨입은 다음에 김남준이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아직 이 집안의 모든 것들이 잠든 사이,
홀로 깨어있는 기분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바닥에 앉아 김남준이 자고 있는 것을 쳐다봤다.
침대의 한 켠에 자리한 김남준의 큼직한 손을 검지 끝으로 톡톡 건들였다.
꽤나 둔해서 주인의 머리만큼 따라주지 않아 종종 물건을 부수고, 망가뜨리고.
알바가서는 뭐 안 부시고 잘 하려나.
사람 귀찮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손.
다만
무슨 손에 그렇게 온기가 있는지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가끔 내 손목을 잡아줄 때,
더 가끔
내 어깨를 감쌀 때
자꾸 심장 괴롭게 만드는 손.
시선을 돌려 아직 잠에 빠져있는 김남준의 얼굴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검지로 볼을 꾹 눌렀다.
아, 뒤척인다.
놀라서 손을 뺀 채 눈을 뜨면 토끼로 변할 심산으로 가만히 있자니 깬 건 아니였는지 작게 미간을 찡그리며 칭얼거리다가,
금방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잠에 든다.
이렇게 보면
꽤
귀여울지도.
다시 한 번 손을 뻗어 한층 더 조심스럽게 김남준의 볼을 콕 찔러봤다.
찔렀다가,
쓰다듬었다가,
새끼손가락에 입술이 닿아,
나도 모르게 검지와 중지로 김남준의 입술을 살짝 내리눌렀다.
건조해서 그런지 살짝 메말랐으면서도, 부드러운.
입술이 눌리자 불편했는지 살짝 벌리는 탓에 손끝에 입술의 감촉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얼른 다시 손을 떼었다.
괜시리 숨까지 벅차질 것 같아 아예 등을 돌리고 침대에 기댔다.
슬쩍 다시 고개만 돌려 자는 것을 확인하고는
작게 한숨을 뱉어내었다.
아직 말랑한 감촉이 남아있는 손가락을 내려보다가
그 손가락을 멍하니 제 입술에 가져다대려다 화들짝 놀라 다시 손을 그러쥐었다.
변태새끼도 아니고 지금 내가 뭐하는거지.
손을 올려 제 머리만 헝클이다가 몸을 돌려 침대에 팔을 올리고 그 위에 얼굴을 대어 엎드렸다.
시선만 조금 올려 태평하게 자고 있는 김남준을 바라보았다.
좋아해.
이렇게 말하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오늘도 결국 자고 있는 널 향해 몇 번이나 목에 차올랐던 말을 겨우 또 한 번 조심히 네 옆에서 꺼냈다.
이제,
널 깨울 시간이 되었다.
알바를 쉬는 날에 알람을 맞추고 있지 않으면 항상 내가 먼저 일어나는 편이다.
토끼는, 그러니까 민윤기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알람을 맞추지 않으면 쉽게 일어나지 못 한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예민한데 쉬는 날까지 알람으로 일어나게 만들면 안 좋을까 싶어서
항상 자기 직전에 알람을 다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일주일의 대부분을 나보다 먼저 일어나 깨우는 모습을 보는 걸로 시작해서 그런지,
이렇게 자고 있는 민윤기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빤히 내려보는 건 꽤 색다르다.
아주 가끔, 잠잘 때 모습을 조절을 못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는지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새하얀 민윤기에 깜짝놀라 얼른 이불을 끌어 덮어주었다.
최대한 소리를 죽여 일어나 빤히 민윤기의 얼굴을 내려보았다.
그 사이 이불 한 켠을 꾹 그러쥔 손이 다부져보이기까지 해서 웃음이 삐죽 새어나왔다.
시트 아래로 늘어진 새하얀 귀,
못지 않게 새하얀 손,
새하얀 어깨.
이 사람은,
이 흰토끼는
햇빛을 받을 때 제일 하얗게 빛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조심히 그 하얀 살결을 만지게 된다.
마치
지금처럼.
부드러운 볼을 손으로 감싸 천천히 문지르면
잠결에 제 손에 얼굴을 부비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서늘한 인상에 표정이 내려앉고,
저를 향해 불만이나, 멋쩍음이나,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일 때면
이 마른 몸을 꽉 끌어안고 그 표정을 계속 눈에 담고 싶어진다.
깨지 않도록 조심히 볼을 쓰다듬다가
부드러운 머리를 한 번 헤집을 듯 쓰다듬은 뒤
저보다 얇은 입술을 가볍게 건들였다.
웃을 때 입동굴이 보이면서 개구쟁이같이 웃는 모습은 볼 때마다 사진이라도 남겨두고 싶은데,
이 까칠한 토끼는 자신이 기분이 좋을 때가 아니면 핸드폰을 들이대기만 해도 표정을 굳히며 물러난다.
약간의 얄미움을 담아 입꼬리 부근을 꾹 눌렀다.
아, 인상 쓴다.
손을 내저으며 작게 잠투정을 부린 뒤에 입술 근처에 맴돌던 내 손을 잡고 만족했는지 다시 새근새근.
뒤척이느라 드러난 어깨와 가슴팍에 다른 한 손을 뻗어 다시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주었다.
아직 방안의 모든 것은 잠들어있고,
오로지 나만 깨어 상대를 바라보는 건 역시나 기분 좋은 일이다.
나른함과,
충분한 여유가 아직 제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 손을 그러쥔 민윤기의 하얀 손을 내려보았다.
남자답게 마디마디가 불거진,
와중에 손 끝은 옅게 분홍빛이 도는.
민윤기의 손.
소매 끝에 삐죽 튀어나오거나,
스킨십을 싫어하는건지, 부끄러운건지
어딜 따라나설 때 제 소매를 조심히 그러쥐는
그런 손.
천천히 고개를 숙여 민윤기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자고 있는 민윤기를 내려보다가 절로 입꼬리를 올려버렸다.
좋아해요.
이렇게 말하면 형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오늘도 자고 있는 상대에게 겨우 용기답지 않은 용기를 내어 마음 한 켠에 언제나 자리했던 말을 꺼냈다.
이제,
윤기형을 깨울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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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
현 / 2반 / 미름달 / 아몬드 / 린찡 / 날개 / 진달래 / 하앙 / 침침 / 파닭 / 설렘 / 나비 / 작가님사랑해요 / 수조 / 쌍디 / 크롱 / 오월 / 레티 / 루미 / 레연 / 꼬맹이 / 뀨를 / 밐 / 윤기야 / 모카 / 오리 / 0418 / 엉엉작가님사랑해요결혼해 / 준아 / #pillowtalk / 현! / 쌈닭 / 용의자 / 슙슙이 / 매듭달 / 헤븐 / 기쁨 / 밀 / 굥기 / 하앙쿼카 / 슙피디 / 상상 / 몽글이 / 요요 / 탄콩 / 바너바너 / 슈팅가드 / 초코에몽 / 홉요아 / 솜사탕 / 준이 / 주제 / 그린티 / 참참 / 각슈가 / 편지 / 찹쌀떡 / 감자 / 쩨 / 쿠쿠 / 구름 / 헐랭 / 쿠키주주97 / 짐짐 / 가가 / 뜌 / 토토네 당근가게 / 금붕어 / 맹공자 / 귤 / 모찌 / 연나 / 변호인 / 하늘 / 빠숑 / 다라다라달당 / 국윈 / 대형견 / 인천 / 딸기맛 / 프우푸우링 / 라즈베리 / 윤이나 / 아슈머겅 / 낮누몽몽 / 민트슈가 / 라떼 / 가슴이 간질 / 마트만듀 / 병든피클 / 밤 / 올림포스 / 노란윤기 / 쥬 / 초밥 / ♥남준이몰래 / 태태랑 나랑 / ♡피오나♡ / 스틴 / 희망찬란 / 어른공룡둘리 / 로슈 / 어른 / 주커 / 비숑 / ☆요다☆ / b612 / 이연 / 개미 / 흑백설탕 / 한소 / 너나들이 / 설탕모찌 / 부메랑 / 두부 / 비요뜨 / 우타 / 제어판 / 멍뭉이 / 연화 / 설탕맛 / 츄츄 / 포뇨 / 다이오드 / 니나노 / 슈가행성 / 소년 / 백 / ㄴㅎㅇㄱ융기 / 청연 / 슈가야금 / 로봇 / 구구 / 또르르 / 고딕 / 전정국. / 414 / 신셩 / ♥옥수수수염차♥ / 라일락 / 기나주 / 맥반석달걀닮았대요 / 사랑꾼 / 세계 / 클라리넷 / 사발면 / 수조 / 딸기빙수 / 비상 / 매혹 / 허니비sss / 호빈 / 0622 / 진진 / 굥기 / 찐슙홉몬침태꾹 / 윤기꺼야 / 고무고무열매 / 먹이주머니 / lucki1y / 플레어 / 슈비누나 / 삼월토끼 / 설탕과자 / 퀚 / 고요 / 감자도리 / 이구 / 유운기 / 다섯번째 계절 / 셜록 / 솨앙 / 사과나무에 꽃이 피면 / 박짐뿡 / 마음 / 밤밤 / 쿠야쿠야 / 새우깡 / 620 / 릴리아 / 치명 Y / 호두 / 04랩슈 / 새벽하늘 / 제제감 / 아망 / 따슙이 / 뿌꾸 / 링링 / 버거킹 / 13월 / 배이 / 도키28 / 반짝손톱 / 코카콜라 / 꾸잉진 / 코넛 / 뚜루뚜뚜 / 진미진 / 우왕굿 / 돌돌 / 블루라임 / 솔선수범 / 석진센빠이♡ / 도식화 / 스카이 / 씨쏘 / 설렘사 / 이사 / 넌봄 / 딸기장미 / 이끼 / ★껌★ / 썸월 / 0622 / 봄바람 / 감자요정 / 낭자 / 52 / 지니 / 슈비두밥 / 사랑현 / 공중전화 / 시에 / 겨울의꽃 / 세븐판다 / 영감 / 나나뚜 / 똥맛카레 / 제리젤리 / 켓흐 / 아르망 / 미역 / 쀼쀼 / 민윤기 / 슈보 / 밤이죠아 / 만개 / 충전기 / 슈징슈징 / 빙그레 / 망개침 / 하나비 / 유지비 / 쿠잉 / 누누슈아 / 첸첸걸 / 쿨밤 / ♥자몽주스♥ / 이좋은걸왜안해 / 와다 / 달토끼 / 플라스틱 / 곰지 / 모닝빵 / 복분자 / 하늘토끼 / 빵빠레 / 망나니 / 바움쿠헨 / 페스츄리 / 1 / 에이블 / 츄파츕스 / 피자호빵 / 버블티 / 일게수니 / 랄랄 / 세상마상 / 망고 / 11시 58분 / 연두 / 777 / 태쮸 / 당근 / 사과폰 / 퐁당 / 굥기형 / 프레시 / 낮누 / 리리아 / 미키부인 / 베어베어 / 자몽소다 / 젤리말랑 / 노닝 / 아야어여 / 슈가 / 쿱쿱 / 슙뚜뚜루슙슙섀도 / 자몽 / 소리 / 감자감자의감자농심클레오파트라호잇 / 매직핸드 / 아담 / 소뿡 / 유리꽃 / 호루라기 / 1230 / 덜RUN / 꾸엉 / 모찌부 / 홈매트 / 707 / 돌이돌이돌이 / 버뚜 / 늉늉기 / 민꿉 / 준나 / 두둠칫 / 새벽 4시 / Ban / 챈 / 촤롸뢍 / 미학 / 광어회 / 몬무이 / 원늘보 / 앨리 / 미성년 / 마이홉 / 십칠원 / 비바 / 디기 / 홍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