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채셔
어제는 화장실을 들락날락, 난리도 아니더니 오늘은 다르다. 팔베개도 해주고, 책도 읽어줬다. 한 번 애기라고 부르더니, 이제 애기 취급하는 데에 재미가 들린 모양이다. 그치만 정말 자존심 상하는 건, 그 책을 읽어주는 나른한 음성에 졸려서 눈을 천천히 꿈뻑거리고 있다는 거다. 이내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책의 말들이 뚝 끊겼다. 어구, 우리 자기 졸린가 보네. 나를 바라보던 지민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까의 뜬금없는 고백 이후 한결 마음이 편해진 건지, 지민은 헤드보드에 기대고 있던 제 몸과 내 몸을 뉘여주곤 꼭 안아주기까지 했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준 지민은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가 귓속을 맴돈다. 어쿠스틱하고 달달한 멜로디에 나는 노곤한 몸을 녹이며 서서히 잠에 들었다. 잠의 세계로 빠져들기 전, 내 머릿결을 따스하게 쓰다듬어주던 손길과 함께 '잘 자요, 자기.'라고 말해준 지민 덕에 오늘은 정말 좋은 꿈을 꿀 것만 같다. 그리고 정말 지민이 내 꿈 속에 등장했다. 망개떡 분장을 하고.
알람에 후다닥 눈을 뜨고 일어났더니 옆에 지민이 없었다. 잠에 취한 눈으로 눈을 비비적대며 열심히 지민을 찾았다. 으응, 하고 기지개를 펴자 지민이 죽 두 개와 김치 한 개가 놓인 다용도상을 침대 위에 쿵 놓았다. 푹신한 침대에 다용도상이 묻히자 지민은 울상을 지으며, 다용도상을 침대 옆에다 놓았다. 이내 나를 그대로 안아 올린 지민은 다용도상 앞에 놓아주고, 그 마주 편에 제가 앉았다. 죽을 한 번 다시 끓였는지 뜨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자 지민은 숟가락으로 죽을 퍼 후우- 하고 분 뒤에 내게 먹여주었다. 식혀서 그런 건지 딱 적당한 온도의 죽이 내 입 속에 가득 찬다. 내가 꿀꺽 삼키자 허겁지겁 죽을 먹던 지민은 다시 내 죽을 숟가락으로 퍼 먹여주었다. 애기 기르는 싱글 대디 같아. 왠지 딸을 기르고 있는 완전 초짜 지민 아빠가 눈에 그려져서 막 웃음이 났다.
"맛있어요? 오구오구."
이내 죽을 한가득 퍼 먹여주던 지민은 내가 울상을 짓자 짐짓 무서운 체를 했다. 곧 '마지막까지 잘 먹으면 뽀뽀해준다!'하고 혀를 내밀며 섹시한 표정을 짓기에 결국 나는 마지막 숟갈까지 깨끗하게 먹어야 했다. 완전 남자 여우야, 남자 여우. 지민이 반인반수였다면 무조건 여우였을 거다. 잉….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나를 홀릴 수가 업써…. 죽을 꿀떡 넘기고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헤헤, 하고 웃던 지민은 내 볼을 잡고 달콤하게 키스해주었다. 자, 이제 씻을 시간! 그릇들을 치운 지민은 다용도상을 접은 뒤에 나를 끌어 올렸다. 화장실 앞에 나를 데려다주고 앞에 서 있기에 의문스레 바라보았는데, 어제보다 더 갑작스럽고 본능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망개떡 같은 얼굴에 음흉함이 가득 담겨 있다.
우리 애긔, 어빠가 씻겨줄까~ㅎ
13. 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完)
회사에 도착하기까지 지민의 엄청난 치근덕거림을 참아내야 했다. 그러니까 어제 그렇게 고백한 이후로 행동이 엄청나게 능글 맞아졌다는 거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시시때때로 내 책상 앞으로 지나가면서 하트 남발을 하질 않나, 잠시 눈을 마주치면 입술을 쭉 내밀질 않나, 여사원들이 다들 힐끔거리는데 윙크를 하질 않나. 결국 내가 창피해서 지민을 마주치면 고개를 푹 숙여야 할 정도였다. 어제 도대체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여주 씨."
"네에!"
"이거 랩몬 인터뷰 기사니까 갖다주세요."
"…네에."
"이 인터뷰 기사는 포털 상단에도 올라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고."
팀장님이 인터뷰 자료를 건네주었다. 보도자료 담당에 당당히 홍보팀 김여주, 라고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자료를 받아들고 한참동안이나 보다가 남준의 작업실로 향했다. 들어가려는데, 마침 제 작업실에서 나온 지민이 나를 발견하고 윙크를 해왔다. 이내 내가 남준의 작업실로 들어가려는 것을 알았는지 지민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아, 하고 작은 탄성을 내뱉은 지민은 입술을 꽉 물었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지민은 생각 정리가 다 되었는지 활짝 웃어왔다. 내게 다가와 내 손을 꽉 잡아주며 제 엄지로 내 손등을 쓸었다. 그 손길이 괜찮다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믿어도 되죠?"
웃으며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지민의 미소에, 나도 웃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 대답에 만족했는지 살짝 안아준 지민은 제가 직접 남준의 작업실에 노크를 했다. 이내 '네, 들어오세요.'하고 피곤에 쩔은 남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지민은 내 등을 떠밀었다. 잘 해요, 하고 밝은 목소리로 말하기에 나는 속 깊 어딘가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말을 전했다. 고마워요, 내 남친이라서. 지민에게서 앓는 소리가 나온다. 으아아, 얼른 가요. 아, 지쨔 키스할 것 같아. 빨리, 빨리. 발을 동동 구르며 내 등을 더 밀기에 나는 웃으며 문 고리를 잡아 돌렸다.
"무슨 일이세요, 긴급 상황 아니면 왠만하면…."
"아, 저기…."
"……왔어?"
남준의 얼굴이 팅팅 부었다. 내가 인터뷰 기사를 제 앞에 내밀자 남준은 뒤늦게 '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많이 지쳐보였다. 읽어 봐. 이거 포털 상단에도 올라간대. 남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기사를 살폈다. 그대로 나가려다 다시 뒤돌았다. 남준이 나를 뻔하게 쳐다보기에 나는 엄지를 들어 올려보였다. 멍하던 표정에 갑작스레 웃음이 터져나온다.
"성공한 모습으로 와줘서 고마워."
"……김여주."
"실패했으면 네가 더 싫었을 텐데."
내 첫사랑이라 자랑스러워. 차근차근, 내 진심을 말하자 남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제 고개를 저었다. 하아, 하고 길게 한숨을 뱉은 남준은 고맙다고 말했다. 무엇이 고마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남준은 연신 정말 고맙다고,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많이 고맙다고 말할 뿐이었다. 미소를 지으며 나가려는데, 남준이 '잠시만!'하고 내 발길을 잡아 세웠다. 남준 쪽으로 돌아보자 다시 한 번 하아, 하고 이제야 안정된다는 듯이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이런 말 하기 싫은데."
"응."
"네 남친, 괜찮더라."
나 보고 연애 문제랑 음악 문제는 별개니까 친하게 지내자고 하던데. 나는 아아,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자기가 알아서 너 잘 지키겠대. 그러니까 걱정 말래. 지민의 말을 전하는 남준의 볼에 보조개가 깊게 파였다. 아련해보였지만 이제야 서서히 첫사랑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야, 나한테 완전 애교 부리더라. 남준의 말에 절로 지민의 행동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는 어쩜 이런 남자를 만났을까. 웃으며 나름 활기 차게 '작업 화이팅!'하고 애교 섞인 말을 전하며 밖으로 나왔다. 이제야 계속 자꾸 나를 툭툭 쳐오던 죄책감이 서서히 덜어진다.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를 고민하고 있는 주황색 머리가 보였다. 나는 그대로 직진해 지민의 등을 안았다.
#이삐들 #유혹 #날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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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누락되었다면 꼭 말씀해주세요! 바로 넣어드릴게요 T-T
*암호닉은 매화 받습니다! 그치만 빠른 정리를 위해 최근 화에 신청해주신다면 감사하게씁니다 '-'☆
*Ctrl + F 를 누르시면 암호닉이 빨리 찾아진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래 뵀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한 회가 남았네요.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처음 글 올릴 때 막 엄청 떨었었는데...T-T
그냥 재미로 독방에 서치했는데 제 글 추천해주신 탄소 분이 있어서 감동 먹어써요...
이런 비루한 글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엉엉... 하루의 낙이에요, 독자 분들 댓글 보는 게! 모든 게 감사해요.
아참, 내일 끌어왔던 메일링 태태 편 번외 진행할게요!
오늘도 반가웠습니다. 내일도 만나요!
-채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