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쯤은 필름처럼 기억 속에 짙게 남는 장면이 있다.
아직은 조금 추운 늦겨울, 흩날리던 눈싸래기들을 등진 채 아무도 남지 않은 빈 교정을 바라보던 모습.
천천히 뱉어내던 그 호흡들이 안개처럼 퍼져나갔고, 화려한 꽃송이를 꼭 쥔 손은 추운 날씨에 굳어 붉어져 있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그 모습을 한걸음 뒤에서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너는 이런 나를 알까. 너의 장면들에서 항상 배경이 되어왔던 이런 나를 알아줬을까,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