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
"여주야."
"…"
"여주야, 치마 늘리면 안돼?"
"…"
"추운데, 다리 차게하면 안 좋은,"
"내가 알아서할게."
"…그래도,"
오늘도 역시였다. 등교할 때마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정호석을 만나는 일이 말이다. 그러니까, 한달 쯤 됐나. 틱틱쏘아대는 내 말투에 기분이 상할만도 할 법한데, 그런 기색없이 내가 지각을 하던,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오던 집 앞 버스정류장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정호석이 말이다.
"그럼, 이렇게라도 하자."
곧 제 말을 끝내곤 제 가디건을 내 허리춤에 묶어주는 아이였다. 이런 정호석의 행동은 결국 내 말은 처참히 묵살되었다는 뜻이였지만 도통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 대꾸하길 포기하곤 한시라도 빨리 학교에 도착하길 바랄 뿐이었다.
"아, 벌써 다왔다."
"이거,"
"어?"
"가디건 가져가."
"오늘 날씨도 쌀쌀하던데, 그냥 계속하고 있으면,"
"괜찮아."
"…알겠어, 공부 열심히해 끝나고 집 같이가!"
내가 싫다고 말할게 저도 뻔한건지 항상 집에 같이가자는 저 말을 끝으로 황급히 발걸음을 돌려 제 반으로 내려가는 남자였다. 그렇게 남자와 하교를 하게되면 내가 집에 혼자 갈게 뻔한지 항상 우리반 교실 문 옆에 서있는 남자였는데, 그런 남자를 본 친구들은 그만하면 괜찮은 애 아니냐며 그만 좀 튕기라고 말하기 바빴다. 그에 내가 튕기는거 아니야. 하면 지랄. 좋으면서, 다 보여. 하며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누차 말하지만 튕기는 거 아니다. 밀당은 더더욱 아니고, 뭐랄까 정말 좋아하면 보통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지 않나? 얼굴도 붉히면서, 그런데 정말 나를 좋아한다면 나를 대하는게 저럴 수 있나 싶고, 무엇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에게도 저렇게 친절한 아이라는 걸 알아 저 아이의 진심이 와닿지 않았다. 그래, 그래서 저 아이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게 다다. 튕기는거 아니고, 정말 관심이 없는거, 그 뿐이었다.
*
"공부 열심히 했어?"
"몰라"
"자, 이거 다시해."
"필요없어."
"어, 비온다."
"…"
"우산 없지? 잠깐만 기다려. 잠깐만."
"야! 너도 우산없,"
예상대로였다. 우리 반 앞에서 종례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는 남자는 제 가디건을 내밀며 내게 다시 허리춤에 묶길 권유했다. 그렇게 몇마디 나누며 계단을 내려가자 곧 정문 앞에 다다른 우리였고, 추적추적 보슬비가 내리고 있는 바깥 풍경에 곧 우산 없냐는 남자의 물음이 돌아왔다. 그에 고개를 끄덕이니 잠깐만 기다리라며 빗속으로 뛰어드는 남자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남자를 보면서도 뭐 이정도 비야 학교 앞 버스정류장 까지가는데에 큰 지장이없겠지 싶은 마음이들어 교문을 나섰다.
호기롭게 교문을 나선 것과는 다르게 더 거세지는 비에 겨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거세지는 비에 맞아 젖은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는, 나를 버스에 타지 못하게하는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핸드폰을 보니 매 쉬는시간마다 핸드폰 게임을 해댔기때문인지 배터리가 나가있었다. 망했다.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 집에는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곧 오슬오슬 온 몸이 떨려왔다. 곧 자동적으로 딱딱. 소리를 내며 맞붙어쳐지는 이빨은 내가 추워하고 있음을 대변해주기 충분했다. 어제 아이스크림을 먹고잔게 잘못인걸까. 아님 소나기인 것 처럼 나를 속인 이 비가 잘못인걸까 아니면 정호석의 말을 안들은 게 잘못인 걸까. 으으. 다 됐고,
"으 추,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이게 다였다. 그만큼 나는 춥고, 춥고, 또 추웠다. 아, 미련하다 진짜. 그렇게 한창 내 자신을 자책하고 있을 때였다.
"…김여주"
남자였다. 남자는 한눈에 봐도 화가 나 있었다. 처음보는 남자의 모습이었다.
"내가 어디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잖아!"
"…정호석, 나 추워."
"…일단 업혀."
"…"
"우산은, 들을 수 있겠어?"
"응,"
춥다는 내 말에 화난 표정을 지워내더니 금새 걱정하는 투로 나를 캐뭍는 남자였다. 곧 남자가 나를 들쳐없고 데려간 곳은 다름이 아닌 남자의 집이었다. 남자의 집은 학교에서 가까운 듯 해보였다. 나를 업고 5분도 채 안되서 도착했으니 말이다. 남자는 나를 제 집 현관까지 업고 올라와 현관에서 내려주곤 욕실 문으로 보이는 문 하나를 열고 들어가서는 수건 두어개를 꺼내와 내게 건냈다.
"자"
"고, 고마,"
"잠깐만,"
수건으로 머리에 물기를 털어내며 고맙다고 말하는 나를 지그시 보고있다 이내 잠깐만, 이라는 말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방문으로 들어가 옷가지들을 꺼내와 내게 건내는 남자였다.
"그렇게 계속있으면 감기걸려"
"어?"
"일단은 젖은 옷부터라도 어떻게 하자, 욕실은 저쪽."
"아, 어, 응."
*
그렇게 욕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발걸음을 향하니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에 부가적으로 고소한 냄새까지 났다.
"감기약은 있던데, 생각해보니까 빈속이라."
"어?"
"약 먹자고, 밥 먹고"
"…고마워"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됐어. 남자가 저 말을 끝으로 다시 요리의 열중했다. 그런 뒷모습을 보고있자니 곧 남자의 핸드폰이 지잉 하며 울렸다. 주말에 영화볼래? 라는 내용의 카톡이었다. 그러한 카톡을 보낸 사람의 이름은 딱 봐도 여자이름이었고, 대체 왜 실망감이 드는건지, 주제넘게, 아,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남자의 핸드폰을 들어 아직까지도 요리하는데에 여념이 없는 남자의 뒷모습의 눈치를 보다 여자가 보낸카톡을 눌러 기어코 카톡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여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남자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는데 남자는 그런 여자의 메세지중 단 한개의 메세지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 기분이 이런 걸까. 남자는 누구나에게나 친절한 사람인데, 분명. 그런 앤데,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뭐해?"
"어? 어, 아냐."
"자, 먹어."
"어,"
"왜?"
"아니, …이거, 먹을 수 있는거 맞지?"
"어?"
"하하, 농담."
고소한 냄새는 고소한 냄새고, 남자가 내놓은 완성된 요리에 김치볶음밥이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궁금해졌다. 흐물거리는 김때문인가, 해서 물어보니 당황한 듯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들어왔다. 그에 농담. 하고 숟가락을 들으니 질색을 하며 제가 먼저 맛보겠다는 남자였다.
"왜, 왜. 진짜 농담한건,"
"먹고 너 탈나면 어떡해. 잠깐만, 먼저 먹어볼게. 아, 앗뜨거. 아."
평소 남자의 모습이었다. 온갖 오버란 오버는 다 하며 김치볶음밥을 먹는 남자에 웃어보이니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를 빤히 바라보는 남자였다.
"예쁘다."
"어? ㅁ, 뭐가."
"너 웃는거, 진짜 예뻐."
남자의 말과 동시에 남자의 빨갛다 못해 곧 탈 것 같이 벌게진 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정호석,"
"응, 여주야"
"나랑 사귈래?"
"…"
"응?"
"여주야, 어디 아파?"
"뭐?"
"아닌가, 그냥 꿈인가."
"싫음,"
내 이마를 짚어보다 아닌가, 하며 제 볼을 꼬집기 까지 하던 남자였다. 그런 남자에 말해놓고 아차. 싶었던 내가 싫음 말라는 말을 꺼내자,
"아니, 아니 누가 싫대?"
"…그럼?"
"그냥 꿈 같아서 그렇잖아 꿈 같아서, 갑자기 그런 말 하면 아, 진짜. 나. 너 때문에,"
곧 제 심장을 부여잡더니 구연동화 속 주인공의 독백마냥 한 몇분 하소연을 털어놓다, 그런 제 모습을 본체만체하며 비주얼과는 다르게 꽤나 맛있는 김치볶음밥을 먹는데에 정신이 팔려 있는 내게 다가오더니 쪽, 하고 입을 맞추는 남자, 정호석이었다. 그에 당황해 계속 어버버하고만 있자 다시 내게 입을 맞추는 아이였고,
쪽,쪽,쪽,
"너, 뭐, 뭐하는"
"왜, 이제 내껀데"
"야! 너 진짜."
"아아, 몰라."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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댝가에여 손이 따라져떠여 고등학생들은 이르케 사귀나여
내가 뜬글이디만 오글의 정도가 지나치네여
신알신 보낼까말까하다가 보내여
귀찮아하지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