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짜 재밌다. 그치 세훈아."
"네."
"왜..왜 이래?"
"뭐가요."
"다가오지 마."
"싫은데…."
"어, 잠시만."
세훈은 눈치 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한 번, 그 전화를 받는 준면을 한 번 노려봤다.
"여보세요?"
ㅡ준면아.
"그래, 무슨 일이야?"
ㅡ망했어. 내 인생 망했다고 이제.
"왜 그래."
ㅡ아 씨…. 나 진짜 왜 살지? 어? 준면아, 나 왜 살까?
"무슨 일 있어? 너 오늘 소개팅 나간다더니 설마….
ㅡ뭐가 문제야 도대체.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민석아, 너 울어? 너 어디야, 내가 갈게."
간다고? 지금? 어딜? 심통 난 세훈이 리모컨으로 장난을 치다 준면의 말을 듣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사거리? 응, 알았어. 응, 기다려. 어."
"아저씨 어디가요?"
"친구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안 돼요. 가지 마. 우리 완전 오랜만에 만난 건 알아요?"
"미안 세훈아. 진짜 금방 갔다올게. 기다리고 있어."
"안 돼. 절대 안 돼요 진짜."
"미안, 나도 절대 안 돼. 갔다 올게!"
세훈의 손을 내려놓고 급히 나가는 준면의 뒷모습을 보던 세훈이 생각했다. 김준면,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준면아…."
"그래, 이번엔 또 왜 까였어."
"또 까이다니!"
"그래, 왜 그랬어."
"처음엔 좋았어. 여자도 마음에 들었고 그 여자도 내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고."
"근데."
"커피를 마시고 밥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차안에서 도착하기 5분 전에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고 내려달래."
"그리고?"
"아직까지 전화가 안 와."
"너 뭐 잘못한 거 있어?"
"전혀."
"차 문 열어줬어?"
"응."
"차에서 담배 피웠어?"
"미쳤냐? 절대 아니."
"음…."
"사실 기점이 어느 한 순간이긴 해."
"뭔데?"
"내가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농담을 했거든."
준면의 핸드폰이 울렸다. 신한카드 승인 10/18 21:49 1,000원 사용.
"내 말 듣고 있어?"
"응. 그럼 당연하지."
세훈이가 음료수를 사 먹었나.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내려놓은 준면이 다시 민석의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한 군데만 고치시면 김태희 소리 들으시겠어요. 그랬단 말이야"
"어딜?"
"이름이요."
"푸흡. 야 그거 진짜 웃기다."
"그치?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여자가 약간 표정이 썩었던 거 같기도 해."
다시 한 번 준면의 핸드폰이 울렸다. 신한카드 승인 10/18 21:50 2,200원 사용.
"대체 뭐가 문제일까? 오늘은 정말 완벽했거든."
"글쎄, 왜 그러지? 주선자한테 연락은 해봤어?"
"아니, 아직."
"그래? 그럼 한 번 해봐."
"그럴까? 진짜 나 어떡해.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야. 얼굴이 문제인 걸까?"
"아니, 내가 친구라서 하는 말 아니고 넌 진짜 잘생겼어 민석아."
"그렇지? 사실 나도 그게 이유라는 생각은 안 해."
그럼 성격이 아닐까. 거의 확실한 답을 찾은 준면은 소개팅에 벌써 다섯 번째나 까인 친구를 위해 아껴두기로 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위로했다.
"그게 아니라 갑자기 그 여자가 체해서 갔을 수도 있지. 안 그래?"
"그런가?"
"그래. 별일 아닐 거야. 뭐 울고 그러냐 다음에 다른 사람 또 만나면 되지!"
"그럴까?"
"좋은 사람을 분명 만날 수 있을 거야."
준면이 또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신한카드 승인 10/18 21:52 3,000원 사용.
"야 아까부터 누구야?"
"아,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긴. 자꾸 높아지는 금액은 그렇다 쳐도 거의 2분에 한 번 꼴로 오는 문자가 자꾸 거슬렸다.
"지금 주선자 형한테 전화해볼까?"
"그래 한 번 해봐. 이유는 알아야지."
"그래."
민석이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고 잔에 술을 따르려는 것을 준면이 뺏어 따르고 병을 내려놨다. 다 채워진 잔을 한 번에 마시고 내려놓은 민석이 숨을 내뱉을 타이밍을 못 맞춘 것인지 콜록거리며 기침을 했다.
ㅡ여보세요?
"크흡, 켁."
ㅡ여보세요? 김민석? 야.
"형."
ㅡ너 진짜 이게 몇 번째야.
"그게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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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너 또 이상한 개그 했어?
"대체 어디까지 할 생각이야."
"유머 있는 남자 좋아하잖아요 여자들은!"
ㅡ개소리 집어치워! 유머는 무슨 유머야.
"설마 이번에도 또 그것 때문에 그런 거예요?"
ㅡ알긴 아냐?
신한카드 승인 10/18 21:56 5,350원 사용.
아저씨, 안 와요?
두 개가 연달아온 문자를 확인하는 준면이 답장을 보냈다. 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ㅡ모르긴 뭘 몰라. 너 이번엔 뭐라고 그랬어 또
"하나만 바꾸시면 김태희 소리 들으실 거라구요."
ㅡ어디.
"이름이요."
ㅡ….
신한카드 승인 10/18 21:57 13,500원 사용.
금액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두 배로 늘어났다. 준면은 슬퍼하고 있는 친구와 자신의 통장 사이에서 갈등했다. 민석의 눈에선 다시 한 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정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니까요! 다들 재밌다고만 한다구요! 제 친구가요!
"몰라요 형. 저 진짜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ㅡ이번 한 번을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대신 너 이상한 개그 절대 치지 마.
"이상한 개그 아니에요!"
아저씨 늦게 들어올수록 힘들어지실 거예요. 준면은 세훈의 답장에 다시 문자를 보냈다. 미안 세훈아 아저씨 친구가 지금, 타자를 다 치기도 전에 새로운 문자가 하나 더 왔다. 역시 요즘 애들은 손가락도 빨라.
사실 방금은요 콘돔 긁어봤어요. 소소하게 4개 13500원. 그리고 안 오실 동안 더 긁을 예정이에요.
ㅡ알겠으니까, 네 유머 뽐내지 마.
"안 돼요!"
ㅡ너 돌았니?
"미친 거 아니야?"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난 준면을 민석이 놀란 눈으로 올려다봤다.
"예..?"
"야 김민석, 나 갈게. 미안. 너 꼭 좋은 사람 만날 거야 진짜로!"
"야 김준면! 어디 가는데!"
ㅡ너 그거 하면 소개팅 다시는 안 해줘.
"민석아, 파이팅!"
세훈아, 아저씨가 잘못했어. 많이.
너무 오..오랜만이라 다 잊으셨을라나..!
그나저나 다음편은 불 달아야될 것 같은 느낌은 뭐죠..ㅋㅋㅋ.. 전 정말 단호히 말하지만 불맠은 잘 못쓰니 독자분들 상상에 맡기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