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다. 길거리의 사람들의 옷차림은 많이 가벼워졌다. 두꺼운 외투를 벗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는지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 표정이 한층 밝아 보였다. 루한은 혼자 카메라를 들고 벤치에 앉았다. 사랑하는 연인, 바쁘게 뛰어가는 회사원, 파지를 줍는 노부부. 봄의 햇살이 따사롭게 루한을 감싸안았다. 멍하니 사람들을 보던 루한은 옆에 있는 카메라의 전원을 켜서 사진보관함을 켰다.
밝게 웃고 있는 민석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루한은 그런 민석의 모습을 보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0번을 꾸욱 눌렀다.
"여보세요, 민석아 일어났어? 벌써 11시야 이제 일어나야지... 밖에 날씨 좋다 창문 열어봐, 그치? 날씨 정말 좋아 너처럼 막 포근하고 따뜻하다."
수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대답 대신 들려오는 딱딱한 안내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루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너가 좋아하는 봄이왔어, 장미도 피고 벚꽃도 피고졌어... 니가 있는 그곳은 언제나 봄이지? 민석아... 그동안 전화 못해서 미안해... 기다렸지? 요샌 왜 꿈에 안나와? 얼굴 잊어버릴까봐 겁이 난다, 할말이 있어서 전화했어... 니가 서운해 할까봐 말할까 말까 엄청 고민했는데... 말하는게 옳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염치없이 전화했다. 난 3년간 너가 없는 겨울속에서 살아왔어..."
"...근데 이제 봄이 찾아오려고해, 밀어내고 밀어내도 더 이상 밀어내지 못할거 같아, 민석아... 그 아이 얼굴을 볼때마다 너가 떠올라서 미쳐버릴거같았어 정말 그냥 죽어서 너한테 갈까 도 고민했어... 하지만 그러면 너가 삐져서 날 안봐줄까봐 나를 모른척 할까봐 그럴 수는 없었어. 언제나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라던 니말 나 안 잊있어..."
"그 아이한테 말했어, 난 정말 사랑하던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보다 널 좋아할 자신이 없다. 근데 그 아이는 나를 떠나기는 커녕 나를 안고 울어줬어... 두번째야 너 다음으로 봄처럼 따뜻했던 품은..."
"그래서 밀어내지 않기로 했어, 오늘 만나기로 했어 너와 추억으로 가득한 이 카메라에 그 아이의 추억을 담기위해... 민석아, 허락해 줄거지?"
루한은 카메라 화면에 가득찬 민석의 웃는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화면에 루한의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순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루한은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 했다. 분명 환청일것이다. 하지만 루한은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고 잠겨오는 목을 풀고 다시 휴대폰을 고쳐잡았다.
- 응...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흐윽... 읍, 나도..나도 사랑해.. 민석아 정말 많이 보고싶어..."
루한은 통화를 종료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을 꾹꾹 눌러보지마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흘렀다. 카메라 화면에는 '메모리를 초기화 하시겠습니까?' 라는 안내메세지가 떠있었고, 루한은 떨리는 손으로 예 버튼을 눌렀다.
"흐...흐윽, 미안해..."
그때 누군가가 루한의 옆에 와 앉았다. 그리고 루한을 조요히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괜찮아요, 이제 당신의 봄이 되어드릴게요"
"...널 그 아이보다 사랑할 자신없어"
"그럼 내가 그사람 보다 더 당신을 사랑할게요"
"미안해..."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사랑해"
"그거면 됐어"
루한의 곁에 봄 햇살보다 더 따사로운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 36.5˚c가 그를 품어주었다.
Spring Will Come Again As Always
* * *
마무리가 어색하고 억지 아련이네요ㅠㅠ
나름 노력했는데 괜히 제마음만 센치해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