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은 백현이네 학교 교문옆에 쪼그려 앉아 손목시계만 들여다 보았다. 6시가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겨울이 훌쩍 다가와서 그런지 해도 금방져서 금새 어두컴컴해졌다. 6시 10분이 되어서야 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찬열은 백현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살짝 저려왔지만 백현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왜인지 백현은 고개를 들지 않고 찬열의 옆에 지나쳐 버렸다. 흔들던 손을 멈추고 지나가버리는 백현의 뒷모습을 보다가 뛰어가서 백현의 손목을 잡았다.
"현아 내 몬봤나?"
"아이..봤다..."
"근데 왜 지나가는데?"
"..."
"현아...니 우나?"
"...."
찬열이 억지로 숙이고있는 백현의 고개를 들게했다. 백현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가가 헐어있었고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백현은 찬열의 손을 쳐내고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야! 박찬열"
"..."
"헤어지자, 고마 우리 헤어지자"
"...어?"
"니랑 사귀고 내 성적 엄청 떨어졌다. "
백현은 주머니에서 모의고사 성적표를 찬열에게 내밀었다. 항상 자신 시험 잘봤다고 자랑하던 성적표랑은 차원이 다른 숫자들이 찍혀있었다.
"이..이거 진짜 니끼가?"
"어! 그거 내끼다... 보이나? 니랑 사귄다고 공부 안해가 그래 떨어졌다! 수리풀때도 니 생각하고 영어듣기 하면서도 니랑 놀았던거 생각해서 놓치고... 그래, 그캤다. 그래서 이꼴났다..."
"..."
"내 이리가지고 우리엄마가 원하는 서울대 의대 몬간다! 그니까 헤어지자..."
"...오야"
"..."
"알았다... 고마 울어라 눈 다 부었다, 안 따갑나?"
"니... 니... 진짜 ..."
"와... 또.. 와 또 우는데?"
"니 내가 사겨달라캐가 사겨준거가?"
"뭐라노..현아 니 또 왜 이카는데?"
"헤어지자니까 그래 쉽게 응이라고 하나?"
"..."
"그냥 내가 불쌍해가 사겨준기가? 그런기가?"
"현아... 아닌거 알면서 와 이카는데? 학교에서 이거말고 뭔일 있었제? 뭔일인데? 고마 울고 말 좀 해봐라..."
* * *
양변기에 주저앉아주머니에 든 성적표를 펼쳐보았다. 칸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학생 두명이 들어왔다. 두 학생의 대화에 다시 백현은 변기에 주저앉게 되었다.
"야 니 그말 들었나?"
"뭐?"
"그 1학년 7반에 갸 아나? 그 기면증있는 가"
"아,어 가 왜?"
"가 게이라카든데?"
"뭐라캐삿노?"
"게이라카대 전교에 소문 다 났다이가..."
"헐 진짜가?"
"맞다니까~ 그 누고 가 맨날 잠들면 델러오는 그 공고 행님있다이가? 그 키크고 귀크고 잘생긴"
"어"
"그 행님이랑 사귄다 카든데?"
"헐..."
"누고 3반 현철이가? 가가 그 둘이 사는 동네 근처 산다이가? 둘이 뽀뽀하는거 봤다드라"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을때쯤 백현은 화장실 문을 쾅, 소리나게 발로 차고 나왔다.
"이 씨발놈들이 뭐라 씨부리샀노?"
"헐!"
"내가 게이라고? 뭔 개소리 해샀노? 누고 3반 현철이? 가 눈데 델꼬 와봐라!!! 누구맘대로 씨발! 게이라고 소문내노!!"
"...아..아이가?"
"그럼 씨발 기겠나?"
"..."
"한번만 더 그런소리 쳐 씨부리면 주디쪼매삔다!"
"..."
백현은 씩씩 거리면서 화장실을 나왔지만, 심장이 미친듯이 튀어서 입밖으로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다들 밥먹으로 가고 텅빈 교실에 백현은 멍하니 앉아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들이 하나둘 돌아와 교실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있는 백현을 발견한 종대는 백현의 어깨를 툭쳤다.
"니 아직 안가고 머하노? 찬열이행님 늦는다카드나?"
"...종대야"
"야..야 니 왜 우노?"
"잠만 나와봐바"
학생들도 선생들도 잘 오지않는 체육창고 뒤로 백현과 종대는 자리를 옮겼다.
"니도 그 소문 들었나?"
"..뭐?"
"내 게이라고 1학년 7반 기면증있는아 게이라는 소문 들었냐고..."
"..."
"니도 알고 있었나?"
"어..."
"왜 말안했노?"
"뭐 좋은거라고 니한테 재잘재잘 이야기하노"
"그래도... 그래도 그런소문 나고 있다고 말은 해줬어야지..."
"...미안타"
"...진짜... 비참하다, 성적도 바닥을 치고 난 학교에서 게이라고 소문나고..."
"야..백현아"
"날...위해서가 아니라 형을 위해서 헤어져야겠다..."
"니... 왜 이카는데, 몇년을 기다렸노 이래 쉽게 포기할끼가?"
"나는 뭐라고 욕먹어도 상관없다... 근데 모르는 사람들 입에 형이 오르내리는건 진짜 싫다..."
"현아.."
"닌 먼저가라, 낸 마음 좀 추스리고 갈께..."
* * *
죄송해요.... 너무 늦게왔죠?
그리고 전개도 느리고.................. 연중 공지 쓸까? 하다가...... 또 이렇게 염치없이 재미없는글 올립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진짜 곧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