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으셨습니까.성세인 환자." 계속 중얼거리며 애타게 찾은 사람. 남간호사의 목소리가 언뜻 들려왔다. 나는 아직도 눈을 제대로 뜨지는 못하여 남간호사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는 똑똑히 남간호사였다. "오빠예요?" "네,오빠예요." "진짜예여?" "진짜예요.이제 내 이름 그만 부르고 일어 나세요." "눈이 안떠지는데요!" "몸은 가눌 수 있겠어요?" "모르겠어요...눈이 안보인다니까여." "약이 단단히 들었나보네." 남간호사는 침상의 난간을 내렸고 누워 있는 나의 어깨에 손을 넣어 나의 몸을 일으켜 앉혀 주었다. "실눈이라도 떠보세요.휠체어는 타야할 거 아니예요." "아,눈부셔." "일어나서 좀 앉아 봐요.내가 도와줄테니까." "내 옷 저기 있는데-..." "여기,안고 가세요.발 받침대에 올리고.병실로 이동하겠습니다." 나는 비몽 사몽한 와중에도 아파오는 배를 붙잡고 아무 생각 없이 휠체어에 앉았다. 눈을 감은 상태로 휠체어가 이동하니 놀이기구를 타는 것 마냥 어지러워 정신을 더 차릴 수가 없었다. "세인아,정신이 좀 들어?" "엄마-?" "세인아.엄마가 정말 너 상태 보고 얼마나 놀랬는 줄 알아?" "몰라." "우선 옷 갈아 입고 자.어젯밤에 제대로 못잤을거 아냐.약 먹는거 힘들진 않았어?저기요,세인이 약 혼자 잘 먹었어요?" "네.아주 씩씩하게 잘 마셨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잠도 잠깐이지만 잤구요." "다행이네요.감사합니다." "성세인 환자,잠시 통증 덜할 때 푹 쉬세요.어머니,환자분 통증 호소하시면 호출벨 눌러주세요." "네,감사합니다.세인아 어서...아이구 벌써 잠들었네." 나는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 입고 침상에 눕자마자 언제 잠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못잔 잠을 몰아 자듯 푹 잠에 들었다. 일어나보니 시간은 어느새 정국이가 면회 올 시간이 되어 있었다. 전 같았으면 머리 안감은 상태로도 편히 얼굴 보며 얘기를 나누었을 존재인 정국이였는데 그날 이후로 왜인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걸까. 나는 급히 엄마가 가져다준 립밤이라도 챙겨 바르고 산발이 되어있는 머리를 급히 빗어 내렸다. "깼네요." "네,방금." "어디 나가게요?항생제 맞아야하는데." "아니요.친구가 와서." "저번에 그...남자친구?" "네?남자친구 아니예요!제가 무슨 전정국이랑." "아,남자친구 아니구나.그럼 그냥 친구인데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 오나." "네?" "항생제 들어가요.좀 아픈거 알죠.다 들어가면 벨 눌러요." "아니!" 오늘도 남간호사는 말을 채 들어주지 않았고 자신이 궁금한 점에 대한 대답은 얻었다는 듯이 돌아섰다. 그 순간 정국이에게 거의 도착해간다는 문자가 왔고 나는 비록 환자복 차림이지만 옷 매무새도 괜히 만져 댔다. "세인아,오늘 검사했다며." "어.내시경 검사했어." "어머니가 많이 속상해하시더라." "엄마가 무슨 말 했어?" "나한테 직접은 아니시고 우리 엄마한테.많이 놀라셨는지 너 내시경 결과 보고 우셨데.너도 많이 힘들겠지만 어머니도 많이 힘들어하시는거 아는게 좋을 것 같아서." "울었데?얼마나 심한걸까 나." "어머니가 너 보여주지 말라고하셨나봐.그냥 다음주에 재검 결과 때 보여주자고.나 어제 급히 오느라 아무것도 못사온거 미안해서 병문안 선물 사왔어." "나 아무것도 못먹는데 뭘 사오고 그래.괜찮은데." "내가 돌았다고 아무것도 못먹는 애한테 먹을걸 사다주겠냐."
"짠." "이게 뭐야?" "요즘 유행하는거래.나노블럭." "아!나 이거 해보고 싶었어.내가 이런거 진짜 잘만들잖아.우리 초등학교 때 레고 가지고 뭐 막 만드는 특기적성 같이 듣고 그러면 내가 다 해줬는데 너꺼 까지ㅋㅋㅋ." "나도 잘 만들었는데 너가 다 뺐어다가 했잖아.아무튼 너 이제 좀 몸 좋아지면 병실에서 할것도 없을거 아니야.하루 종일 전화만 붙들고 있을 것도 아니고." "역시 너 밖에 없다.친구들은 병문안 올 생각도 없나 봐.좀 마음이 꾸물꾸물하네." "진짜 나밖에 없어?" "어.아무도 온다는 소리가 없어..." "나밖에 없지.그니까 성세인 나ㄹ..." "정국아,30분이다.면회 시간 끝났어." "...알았어.블럭 다 맞추면 사진 찍어 보내줘야 된다." "당연하지!" "내일 일요일이니까 낮에 올게.잘자 세인아." "너도 얼른 가서 발 닦고 자." "진짜 간다." "어서 가ㅋㅋㅋ." 정국이는 아쉬운듯이 인사를 하염없이 했고 어서 가라는 소리에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잘자.진짜 갈게,안녕." 간줄 알았던 정국이는 갑자기 문 뒤로 빼꼼 얼굴만 보이더니 정말 간다며 인사를 한번 더하고 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아무생각 없이 몸을 뉘이려던 중 나는 그제서야 손등에서 링거로 역류하고 있는 피를 발견했다. 급히 호출벨을 눌렀고 남간호사는 어느때처럼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저 피가..." "나온지 한참 된것 같은데 여태 뭐했어요!" "아니...몰랐어요." "제가 다 들어가면 벨 누르라고 했지 않습니까.행여나 더 늦게 보고 피 다 굳었으면 어쩔뻔 했어요!" "죄송해요..." "아...아닙니다.내가 실수했죠.시간 맞춰 왔어야하는데." 나는 한참 역류한듯한 피를 본것 보다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 남간호사의 모습에 더 놀랐다. 안그래도 놀랐는데 거기에 소리까지 지르니 나는 순간 당혹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찔끔 고였다. 그래도 금새 언성을 낮춘 남간호사 덕에 마음은 진정 되었고 그제서야 남간호사의 옷차림이 보였다. "오빠,퇴근해요?" "네.퇴근할 준비 다하고 선배님들한테 인사드리던 중에 503호 1번에서 알림이 울려서 온겁니다." "언니들 있잖아요.그냥 퇴근하지."
"나 그럼 갈까요." "가라는 말은 아니구요!" 매일 보던 유니폼이 정말 잘어울린다고 생각하였는데 이렇게 보니 정말 밖에서 봐도 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는 그저 '반하겠다'가 아닌 '밖에서 봐도'라는 말이 생겨 버렸다. 나 정말 반한건가. "그럼 나 가지 말아요?" "...언제 출근하는데요." "오늘이랑 같은 시간에." "그럼 얼른 퇴근해요.잠잘 때 없는게 낫지." "오늘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요?" "뭔 소리예요." "엄청 찾았잖아요,내 이름." 면목이 없습니다ㅠㅠㅠ 1일1글을 목표를 잡자 마자 일주일간의 쓰차를 받았고... 쓰차 해제 6시간 전부터 쓰차해제권 득템이 가능하길래 6시간이라도 당겨서 이렇게 달려왔습니다ㅠㅠ 분명 꽃 만개할 쯤에 마무리 짓기로 했는데 말이죠ㅠㅠㅠㅠㅠㅠㅠ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천천히 가기로 마음 먹었어요. 1일1글로 괜히 이도 저도 아닌 글 말고 이틀 간격 정도를 두고 조금이라도 완성도을 높여 올리고자합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D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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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비또비 단결 복동 단미 흥탄♥ 잇진 호비 항상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