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 forever love
띵, 하고 울리는 이질적인 느낌을 주며 어지러이 돌아가는 머리한켠을 손으로 지탱한 채, 금방이라도 넘어질듯 위태로운 걸음을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을 뗄때마다 아려오는 발목에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엇지만, 간밤 새에 내린 비로 인해 축축해진 거리는, 그런 내 충동을 사그라들게하는데 한몫을 했다. 그렇게 절뚝거리다, 문득 집 뒷쪽 좁은 골목에 멍하니 시선을 자리하면, 한켠에 제 온몸을 축 늘어트린채 간신히 서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의아한 마음 반, 걱정스러운 마음 반으로 그 남자에게 다가서자, 위에서 떨어져내리는 빗방울의 잔해를 고스란히 머금은 채로 처연한 표정을 지은 채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나와 비슷하다는 동질감에서였을까, 조심히 그의 멍한 눈동자 앞으로 손을 두어번 흔들어보이자마자, 그의 시선이 내 앞으로 집중되는게 느껴졌다. 아까 전, 빗방울을 고스란히 머금은 그 촉촉한 모습과는 상반되게, 날 향한 그의 눈동자와 표정은, 한치의 감정도 없이 메말라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있자니 내 입안이 텁텁하게 말라오는게 느껴져 가만히 고개를 돌리면, 그는 내 고개를 다시 제쪽으로 돌려 저를 쳐다보게 했다.
"뭐야, 먼저 신경쓰이게 했으면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지."
미간을 살짝 좁힌채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는, 성가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면, 너도 내가 존나게 불쌍해?"
그 물음을 끝으로 내게 닿은 시선은, 마치 꿰뚫어보듯 날카로운 것이었다. 불쌍하다는 그 단어에 자극을 받은 내가 세차게 고개를 저어보이자, 그는 그제서야 내 턱을 그러쥐고 있던 제손을 풀더니 말했다.
"그래야지."
그 말과 함께 제 젖은머리를 두어번 털던 그는, 갑자기 앓는소리를 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다시 자세히 보자, 그의 말간 얼굴엔, 자잘한 상처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작아도 꽤나 아파보이는 그 잔재들에 놀라 내가 그의 얼굴을 갑자기 감싸쥐면, 그는 다시 침음성을 내더니 내 손을 떼어내려 했다. 그런 그의 행동을 저지하며 그의 양 팔을 억지로 내린 뒤, 교복 주머니에 항상 넣어다니는 연고를 꺼내들었다. 연고를 발라주려는 내 행동을 가만히 보고있던 그는 어이없다는 양, 작게 웃음을 내비치더니 제 양팔을 허공에 들어보이곤 말했다.
"나 이거말고도 상처 엄청 많은데."
상처가 엄청 많다는 그 말이 무색하게, 정말 그가 가진 상처는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목과 어깨쪽에 아로새겨져있는 상처들을 보며 난 할말을 잃은 채로 가만히 보고만 있었고, 그는 그런 나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이내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뭐해, 약 안발라주고."
뻔뻔한 웃음을 지으며 내쪽으로 들이미는 그 얼굴을 보고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의 얼굴에 띄워진 미소는, 쥐고 있던 연고를 다시 본래 들어가있던 주머니에 넣고 싶게 만드는 그런 미소였다. 그에 내가 다시 연고를 집어넣으려는 행동을 취하자, 그는 당황한 듯 손을 휘휘 젓더니 내 손에서 연고를 잡아챈 후, 뚜껑을 열고선 다시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선 제 얼굴을 내 얼굴 바로 맞은편에 가까이 대고선 하는 말.
"이제 발라줘."
조심스런 손길로 붉게 새겨진 그의 상처들을 어루만지자니, 문득 그는 왜 이런 상처를 입게된건지 궁금해졌다. 물어보려 입을 떼려던 그 찰나, 그가 갑작스레 연고를 발라주던 내 팔목을 잡아챘다. 그렇게 위태롭게 허공에 머무른 내 팔목만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는 줄곧 지그시 감고있던 눈을 천천히 뜨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거 말고, 다른거 물어봐봐. 이를테면 내 이름?"
그런 그의 말에 잠시 뜸을 들이다, 뭔데요 하고 이름을 물으면, 그는 짓고있던 그 미소를 더 진하게 지어보이고선 대답했다.
"권순영."
예상외로 투박한 그 이름에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을 터트리면, 그는 이내 자신도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이더니 이내 내 교복 앞섶을 그러쥐었다.
"너는 김...여주?"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리면, 그는 내 옷매무새를 한번 정리해주더니 말했다.
"이름 참 예쁘네."
그말을 하며 위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다시 그의 모습을 처연해보이게 만들었다. 어느덧 그의 상처는 내가 발라준 연고로 덮어졌고, 그는 그런 제 얼굴을 조심스레 매만지더니, 이내 만족스런 웃음을 지어보이곤 갑작스레 내 교복 소매를 걷어냈다.
"자, 이젠 네 차례."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놀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어떻게 알았냐는 놀란 낯빛으로 그를 응시하면, 그는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똑같은 상처가 있는 사람한테 숨겨봤자, 소용없어."
참 묘한 만남이었다. 그리고 참 아득한 포옹이었다. '똑같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끼리의 보듬는 손길은, 서로를 눅진하게 엉겨왔다. 마치 내가 줄곧 숨기려했던 무수한 상처들처럼.
학교는 내게 대피소와도 같은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봤자 기다리고 있을 아빠라는 사람의 손찌검은, 내게 집이란 곳을 전혀 달갑지 못하게 생각하게 했고, 학교는 그런 나의 붉은 생채기들을 숨길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누군가가 내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또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담 내 아픈 것들을 아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멍하니 창가 옆 자리에 앉아 연필을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렇게 머릿속에 나오지 않는 희미한 답들을 그리려 애를 쓰다 결국 내가 그려낸 얼굴은, 권순영, 그의 작지만 또 그보다 더 밝을 수가 없었던 그 미소였다. 문득 그가 보고싶어졌다. 학교가 끝난지도 벌써 시간이 좀 된것만 같은데, 그래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도저히 떨어질줄을 몰랐기에, 조금씩 어두워질 때까지 멍하니 자습실에 앉아만 있다 자습실의 불마저도 꺼질 때 즈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내며 학교 밖을 걸었다. 그렇게 걸은지 얼마 안되었을 때, 학교 뒤 주차장에서 헤드라이트가 두어번 세게 빛남과 동시에,경적이 큰소리로 울렸다. 그에 놀라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면, 어느새 차에서 나와, 앞문에 기대어 있는 그가 보였다.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떠날 생각을 않던, 그가. 생각지도 못한 마음과 반가운 마음이 동시에 뒤엉켜, 그가 서있는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달려오는 날 보며 짐짓 미소를 지어보이던 그는, 이내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말을 꺼냈다.
"아, 고딩 네 교복보고 어느학교 다니는지 찾아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왜이렇게 늦게 나와."
그의 투정어린 말투에 푸스스 미소를 흘렸다. 그렇게 아무말도 않은 채 웃고만 있는 날보며, 그는 내 뒷머리를 헝클이더니 말했다.
"안타고 뭐해."
그의 물음에 놀란 눈을 떠보이면, 그는 연신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말을 이었다.
"어제 네가 연고 발라준 덕분에 나 다 나았어."
그말과 함께 들이민 그의 얼굴은, 어제는 심각하게만 보이던 상처들이 얼추 낫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순영은 물끄러미 제 얼굴만 보고있는 내가 답답하다는 듯, 제 와이셔츠 앞섶을 풀어헤치더니 말했다.
"어차피 너 집가기 싫어서 이렇게 느릿느릿 나온거 아니야. 그치?"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에 움찔했다. 그런 내 반응을 본 순영은 계속 타라며 날 졸라대기 시작했다. 그런 순영의 속이 더 타게 그래도... 만을 연발하는 날 보더니 이내 순영을 내 다리쪽을 보고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순영의 반응에 잊고있던 다리쪽의 상처가 생각나 황급히 가리려하면, 순영은 씨익 웃더니 갑작스레 날 안아올렸다.
"그렇게 심하게 다친 이상, 정말 탈 수 밖에 없겠네."
반강제적으로 들어선 순영의 집은, 의외로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간밤 그의 얼굴에 어지러이 수놓아진 상처 탓인지, 나는 왠지모르게 그의 집도 꽤나 부산스런 모양새일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순영은 문틈에서 어색하게 서있기만 하는 날 보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래도 끝내 내가 발걸음을 뗄 생각을 않자, 또 그 특유의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다시 날 안아올렸다. 그리곤 황당한 표정을 하고있는 날 내려다보곤, 장난스런 웃음으로 대꾸했다.
"아, 내가 너 다리 다친걸 생각 못하고 있었네."
그런 순영의 뻔뻔한 태도에 포기했다는 듯 웃음을 짓고선 그가 내려준 소파 위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눈을 말똥히 뜨고 있는 날 내려다보며, 순영은 제 뒷편 서랍장에서 무언갈 주섬주섬 꺼내더니 제 등 뒤로 숨겼다.
"그러니까, 여주 네가 어제 내 상처 다 치료해줘서.... 난 다 못해준게 너무 신경쓰여서..."
그러니까 그의 말은 내 상처가 신경쓰여 치료를 해주려 제 집안까지 들였다, 이말이었다. 누군가 내 걱정을 해준다는게 너무나 생소해서, 또 고마워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영은 상처 나있는 내 다리를 아프게 응시하더니 이내 제 손으로 가만히 지분거리며,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연고를 들어 조심스레 바르기 시작했다. 이내 밴드까지 엉성하게 다 붙인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한번 지어보이곤, 됐다, 하며 마치 칭찬받길 기대하는 강아지처럼 날 바라봤다. 그런 그의 표정에 조용한 목소리로 고마워요, 하고 대답하자, 그는 갑작스레 제 눈빛을 바꿔오더니 이내 내 뒷목을 감쌌다. 숨을 내쉴 수도 없이 가까워진 거리에서, 그는 내 눈동자 깊은 곳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직 안끝났는데."
그의 말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그를 밀어내려 하자 그는 오히려 날 더더욱 밀어붙여, 어느새 난 그에 의해 침대에 눕혀져있는 꼴이 됬다. 내 뒷목을 더더욱 단단히 감싸온 순영은, 그 아픈 눈빛을 거두지 않은 채로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내가 널 봤을때 제일 해주고 싶었던거."
이내 다시 내 앞으로 제 얼굴을 둔 그는, 조심스레 내 입술로 제 입술을 닿아왔다. 그리고선, 깊게 숨을 들이쉬며 내게 입맞춤을 해왔다. 생애 처음 누군가와 해본 입맞춤은, 마치 그와 나의 상처같이 너무도 쓰렸다. 그의 입술을 언젠가 그가 날 안아왔을 때처럼 눅진하게 서로에게 엉겨붙어 떨어질줄을 몰랐다. 마치 흐르는 피를 어떻게 멈출줄을 몰라 서로에게 기대는 두개의 상처처럼.
그 미묘한 접촉 이후로 그와 나는 가까운듯, 또 그렇지 않은 애매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매일밤 그는 처음만난 그 자리에 서서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렸고, 그렇게 상처입은 난 항상 그의 품에 안긴 채, 하루의 상처를 치유해나갔다. 어느날, 가만히 안겨있는 날 보듬으며 그가 물었다.
"이런 아픈 상처들, 다 어디서 나서 오는거야."
그의 물음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빠의 손찌검에 못이겨 어린 나만을 두고 떠나버린 엄마, 그리고 그 후로부터 더욱 심해진 아빠의 무차별적인 폭력. 내 울음섞인 대답을 듣던 순영은, 조용히 내 눈물을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약속했다.
"더 이상 다치치 않게 해줄꺼야."
더 이상 다치지 않게 해줄거라던 순영의 약속은, 어느날 기약없는 약속이 되어버렸다. 그날은 우리가 만났던 그 어느날과 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린 뒤의, 기분나쁜 습기가 가득 차있던 날이었다. 비 젖은 길을 그대로 걸었는지 머리칼이 살짝 젖은 순영은, 제 눈망울까지 흠뻑 적신 채로 힘없이 앉아있는 내 손을 맞잡았다.
"여주야, 김여주...."
그가 울리는 내 이름 한마디에 모든 의미가 다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난 아무말 없이도 알 수 있었다. 이게 그와 나의 마지막 만남일거란걸. 나의 슬픈 예감을 증명시켜주듯, 아무리 그날 이후로 같은시간에 그 장소로 나가도, 순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피가 멈춘줄로만 알았던 내 오랜 상처에선, 헤어나올 수 없이 계속해서 고통이 전해지고 있었다. 순영이 없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허전함은, 너무도 견딜 수 없어서 나로 하여금 그동안 어떻게 그 없이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두번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었다. 그와 내가 안 시간이라곤 고작 두달 남짓한 시간이었을텐데. 조용히 상처 위에 연고를 덧바르며 생각했다. 내가 제 상처 위에 손길을 덮어주었을 때에 순영이 느꼈을 그 기분을. 언젠가부터 상처를 더 이상 달고오지 않던 순영에게 물었었다. 도대체 그날은 왜 그렇게 아픈 자국들이 많았던거냐고. 그런 내 물음에 순영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대답했다. 내가 싫어서. 그때 순영의 대답을 들었던 나로써는 그저 멍한 마음을 추스리는 일밖에 할 수가 없었다. 자기 자신이 싫어 제 몸에 상처를 내다니. 문득 내 몸 곳곳에 나있는 상처가 더 욱신거리는 것도 같았다. 그런 내 불편한 표정을 보던 순영은 이내 심각했던 제 표정을 풀더니 내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런 표정 짓지마. 이제 나한텐 여주 네가 있잖아."
내가 있어 행복하다던 순영은, 더이상 다치지 않게 해줄거라던 제 자신만만한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오히려 내게 더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나버렸다.
지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은 순영 없이도 야속하게만 흘러갔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도 성장하여, 온 몸 구석구석 나있던 상처들은 어느새 작게 아물고 있었다. 물론 자세히 보면 흉진게 그대로 드러나있긴 했지만. 매일밤마다 죽일듯 내게 손찌검을 해오던 아빠는 점점 그 횟수가 줄어들었고, 이젠 거의 한두번 일어나는 일이었다. 순영의 지켜준다던 그 약속이 그가 없는 시간에서 지켜지고 있는것 같아 가끔은 울컥했다.
그리고 그날은 성인과 학생의 경계 그 끝자락을 넘는 날이었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설렘으로 포근해진 거리는, 쓸쓸한 나에게만 온기를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난 아직도 교복차림새였고, 그건 어쩌면 순영이 날 먼 시간 후에도 알아봐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다 다시 돌아온 곳은, 그의 향기가 아직도 진하게 베어있는 그 골목이었다. 가만히 그를 처음봤던 그곳에 쭈그려 앉아 땅을 쳐다봤다. 순간 손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내려다보면, 밴드로 잘 막아져있다고 생각했던 상처에서 또다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를 앙다물며 손가락을 꾹 눌렀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투둑,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참 말도 안되게,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가슴 한켠이 시릴정도로 똑같은 그날에, 조용히 눈을 감으며 내려오는 빗줄기를 맞았다. 그렇게 멍하게 앞만을 쳐다보는 내 시야 위로, 누군가의 손짓이 느껴졌다. 그 손의 주인을 따라가려 시선을 위로 향하면, 내가 그토록 원하고 그리던 권순영이 있었다. 저와 잘 어울리는 검은색 우산을 손에 든 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떠한 표정을 짓고선,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세상은 천천히 우릴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번엔 내가 촉촉히 빗물을 머금은채 그에게 물었다. 왜요, 내가 불쌍해요? 그의 첫마디와 같은 내 물음에 그는 어딘가 아린 미소를 지어보이곤 내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이미 피가 멈춘 내 상처를 제 두 손으로 꽉 그러쥔 그는 무슨말을 하려는 듯 연신 입술을 달싹였지만, 그의 입에선 아무말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내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똑같네. 교복도, 상처도."
"예쁜것도, 다 똑같아."
그 말에 순영에게 화가 났다. 대체 뭔데 지금까지도 날 이렇게 아무생각도 못하게 만드는지 묻고 싶었다.
우산을 내쪽으로 기울인채 비를 고스란히 맞고있던 순영은, 나와 같이 물기어린 모습으로 내 손을 더욱 꽉 잡았다.
"떠난게 아니야. 나같이 상처가 많은사람이 너처럼 약한사람한테 기대면 부서질까. 그게 겁이 났었어."
"그래서 무작정 멀어져보려 했는데, 안될것 같아."
"네가 없는 나도, 내가 없는 너도."
"이제 서로 기대서 사랑하면서 살자, 평생을 서로만 보면서 살자."
"네 작은 아픔들까지도, 사랑해줄께."
꽃님들 안녕하세요 만개에요. 쓰차를 먹었읍니다. 그것도 아주 종합선물세트로. 쓰차도 쓰차지만, 요즘 체력적으로 힘든일들이 너무 많았던거 같아요. 그래서 더 업로드가 느려진 것도 있었고 도저히 컴퓨터를 켤 시간이 나질 않았어요. 이해해주시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쓰려고 노력했어요..ㅠㅠ(쭈글) 오늘은 분량도 많고 짤도 많네요 짤이 많은 만큼 엑박 뜨면 말해주세용... 학업에 많이 지쳤을 꽃님들, 그리고 일상에서 많은 힘든일들이 있었을 꽃님들 모두 행복한 하루가 됬으면 좋겠어요 항상 만개가 응원할께요! 꽃봉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