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여름, 따뜻한 겨울
" 안녕. 재현아 "
" 안녕. ㅇㅇ야 "
우리가 다시 만난 날은 겨울이였다.
그 동안의 추위가 사라진 따뜻한 날.
" 보고싶었어 "
" 나도 보고싶었어 "
그 동안 얼어있던 내 몸에는 네 존재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 녹아내릴 뻔 했다는 것을 너는 알까.
너는 또 한 번 나를 데웠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은 열아홉의 여름이였다.
지독시리 추웠던 여름.
틱틱틱-
어두운 새벽의 편의점에 시침소리만 가득 차 있었다.
" 사장님은 왜 아날로그 시계를 좋아하는 걸까 "
의미없는 질문만 뱉어내고 있을까
띠링-하는 종소리와 함께 너가 들어왔다.
이 동네에서 처음보는 얼굴인 너는 따분한 나에게 자연스레 관찰대상이 되었다. 검정색 티셔츠와 반바지는 너의 하얀 살결을 더욱 더 부각시켰고,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는 연예인 못지않았다. 과자코너에서 꽤나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기 되게 많겠지? 연애도 많이 했었을 것 같다.
속으로 너의 연애횟수를 짐작하고 있을까 너는 내 시선을 느낀 듯 날 돌아봤다. 황급히 시선을 거두고 쓸데없이 포스기를 띡띡 누르고 있는데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너를 보고싶었지만 또 눈이 마주칠까 싶어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괜한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해도 내 신경은 너를 향했지만
꽤 오랜시간동안 너는 고민을 거듭했고 카운터에 와서 내려놓은 물건에 나는 멍을 때릴 수 밖에 없었다.
" 마이쮸? "
" 네? "
" 아니요.. 700원 입니다. "
10분 동안의 고민 끝에 너가 가져 온 것은 겨우 딸기맛 마이쮸 하나였다.
나는 실없는 웃음을 흘리면서 너에게 마이쮸를 건내주었고. 나에게서 마이쮸를 건내받은 너는 어째서인지 돌아가지 않고 내 앞에서 마이쮸를 보며 또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복숭아 맛으로 살 걸 그랬나? 포도맛으로 살 걸 그랬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혼자 생각하며 피식 웃는데
ㅇㅇㅇ!
여기는 또 어떻게 알았는지. 곧 내가 어떤 꼴을 하게될지 상상하며 그저 눈만 꽉 감고있는데 내 오른손에 온기가 느껴졌다.
" 괜찮으세요? "
나도 그렇게 행동할지 몰랐다. 위급한 순간에 초인적인 힘이 생긴다는 것이 사실인걸까. 빠른 속도로 편의점 문을 잠그고 너의 손을 끌어 창고로 향했다. 창고 문을 급하게 닫자마자 그 사람이 나타나 편의점 문을 부서트릴 듯 발로 차기 시작했다.
" 이게 무슨? "
" 죄송합니다. "
당황해하는 너의 모습에 나는 땅굴이라도 파서 들어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너를 창고로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저 난폭한 인간이 분명 너에게도 위해를 가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사장님이 내 연락을 받고 오셔서 잘 어르고 달래서 돌려보냈다.
" ㅇㅇ가 니 사정은 알지만 다음 번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그 때는 나도 어쩔 수가 없다 "
" 죄송합니다 "
너무 추웠다.
서늘한 냉장고 공기 때문이였을까
사장님의 날선 눈초리 때문이였을까
느껴지는 너의 시선 때문이였을까
너무 추웠다.
그냥 일찍 들어가서 쉬라는 사장님의 말에 내가 짐을 싸고 나올 때까지 너는 편의점 앞에 서 있었다.
" 이제서야 나오시네요 "
" 아.. 정말 죄송합니다 "
혹시 아까 내가 급하게 끌어당기다 너가 다친걸까...
" 아. 그게 아니고! 이거! "
너가 내게 건내준 것은 마이쮸 하나였다.
그때 내 손과 스친 너의 손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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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무 졸려서 정신이 없네요.
오타랑 이상한부분은 내일 고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