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여름,따뜻한 겨울
그 뒤로 너는 적어도 일주일에 3번은 항상 마이쮸를 사러 편의점을 왔다.
너는 항상 마이쮸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했고
또
너는 항상 계산을 끝낸 후 내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했다.
뭐, 고민해도 항상 결과는 같았다.
너는 늘 아무 말 없이 내 손에 마이쮸를 하나씩 쥐어주고 같으니.
다른 것이 있다면,
매번 다른 맛 마이쮸라는 점....?
너는 그렇게 아무런 말 없이 내 삶에 끼어들어왔다.
그 흔한 인사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너는 이미 나의 일부분이 되었고, 구태여 말을 걸지 않아도 너는 나를 알아 줄 것 같다는 느낌에 앞으로도 소리없이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어쩌면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 얼굴...왜 그래요? "
분명 이런 상황일테니까
" 700원 입니다. "
아무 말도 듣지 못 한 것처럼 너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너는 한숨을 쉬고 나에게 700원을 건내었고 나는 700원을 받아 포스기에 동전을 넣었다.
계산이 끝났지만 너는 늘 그랬 듯이 내 앞에 서 있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이번에는
마이쮸가 아닌 내 얼굴을 보며
" 그 때 그 사람이에요? "
" .. "
계속되는 무거운 침묵 속에
눈치없는 사장님의 아날로그 시계만이 편의점 내부를 채워가고 있었다.
" 우리 친구할래요? "
" 아니요 "
내 얄팍한 자존심이었다.
누가봐도 잘난 너와 달리 보잘것없는 내가 친구라니.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질테니까.
사실
너가 이 말을 어제했더라면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을 것이다.
너의 그 착한 마음은 내 몰골을 쉽사리 지나치지 못 하였고.
나의 못난 마음은 그런 너를 삐뚤게 바라보았다.
" .. "
" .. "
너는 정말 착했다.
그 착한 마음에 무안을 준 나에게 화가 날 법도 한데
" 흠, 오늘은 2개 줄래요. 미워서 안 주려고 했는데.. 2개 줄게요 "
" .. "
" 2개 먹어서 이 상해도 나는 몰라요. 벌이라고 생각하세요 "
말을 끝내고 너는 그대로 편의점에서 나가버렸고, 나는 사라져가는 너의 뒷모습을 쳐다보다 너가 계산대에 놓고간 마이쮸를 바라보았다.
" 웃겨. 지는 더 먹으면서 "
마이쮸 하나를 까서 입에 넣어 굴렸다.
딸기 맛이네.
너가 처음 사간 마이쮸도 딸기맛이였는데..
너는 모르겠지.
너가 준 마이쮸를 이제서야 처음 먹는다는 것을.
" 달다 "
가방 안 주머니 안에 넣어놓은 꽤 많은 양의 마이쮸가 떠올랐다.
" 내일은 포도맛 먹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