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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탄소의 보직변경 I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지 꽤 지난 날이었다.
이제 3교대도 익숙해졌고, 선배들과도 친해졌다.
전정국과도 어찌어찌 다시 예전 사이로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술에 잔뜩 취해서 전정국에게 마구 주정을 부린 뒤로 그 다음 날 바로 원래 사이로 돌아왔다.
무엇보다 가장 달라진 건 세자저하와의 관계였다.
세자저하께선 부쩍 옹주마마를 자주 찾으셨고, 그 중 내가 근무를 서고 있을 때 마주치게 되면 항상 아는 척을 해주시고 지나가셨다.
때때로 내 안부도 물어주시고, 같이 근무서는 동료들이 너 세자저하랑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었냐고 물을만큼 꽤나 가까워진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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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탄소"
"278기 나탄소."
"보직변경 대상자니까 30분 뒤에 정복입고 생활관 로비로 집합한다."
"예. 알겠습니다."
보직변경...? 왜지...?
다음달이면 279기 근위병을 뽑는다고 듣긴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어쨌든 난 정복을 갖춰입고 로비로 내려갔다.
나 포함해서 총 5명이 보직변경 대상자였다.
"나탄소."
"278기 나탄소."
"내일부터 세자저하의 보좌를 맡는다."
"예. 알겠습니다."
엥...세자저하의 보좌라고? 맘 속으로는 깜짝 놀랐으나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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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워하는 옹주마마께 작별인사를 드리고, 새로운 팀의 집합시간에 맞춰 세자저하의 처소 앞으로 갔다.
"왜 여기로 왔냐? 심부름 왔어?"
"나 보직변경됐다."
"왜?"
"모르지"
"설마....설마 너가 내 파트너냐?"
다 집합한 팀원들을 언뜻 둘러보니 새로 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전정국의 파트너 선배가 그만둬서 자리가 비었었다.
그럼....?
"젠장...."
"지금 뭐라고 했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정.국.선배."
세자저하의 직속 근위대는 다른 팀에 비해 군기가 훨 셌다.
옹주마마의 직속 근위대 군기가 거의 없어서 비교될 수도 있었지만, 암튼 군기가 꽤 있는 팀이다.
전정국만 봐도 평소에 선배들에게 무척 깍듯했다.
나도 선배들에게 찍히지 않으려면 전정국에게도 깍듯이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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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졸리ㄷ...278기 나탄소"
교대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기지개펴다가 전정국이 오자 경례를 했다.
"입 찢어지겠다. 들어가자"
오늘은 새벽 6시 교대라서 우리가 자연스레 세자저하를 깨우는 일을 맡게 되었다.
"278기 나탄소. 너가 깨우고 오십시오. 난 여기 있을게"
"그건 반말이냐 존댓말이냐."
"빨리 깨우기나 하십시오."
잠시 후, 전정국이 세자저하를 깨운 후 나왔고, 패션과와 헤어과 나인들이 들어가서 세자저하의 머리 손질과 의상 체크를 했다.
주상전하와 중전마마께 아침인사를 드리러 세자저하가 나오셨다.
와....멋있다...
나도 모르게 세자저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쳐버렸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느냐. 내 얼굴 닳겠다."
"죄송합니다..제가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또 반성문 쓰고 싶지 않다면 다른 사람들 눈이 많을 땐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 좋을거야."
"예.알겠습니다."
"...내 얼굴 실컷 볼 기회는 나중에 따로 줄테니 지금은 보좌에 충실하거라."
"예..?예..."
세자저하와 말문을 트게 되면서 알았는데, 세자저하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나에게 장난을 칠 때가 가장 즐거워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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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마치고 전정국과 잠깐 산책하기로 했다.
"저하와 많이 친해진 것 같더라."
"너 덕분이지 뭐"
"뭐가 내 덕분인데?"
"반성문."
"반성문?..아~ 영국에서?"
"그래. 그때 반성문 제출하면서 부쩍 가까워졌어."
"...나탄소. 내가 정말 혹시나 싶어 미리 말하는건데, 궁 안에서 저하와 너무 친하게 지내는 모습 티내지 마. 특히 남들 보는데서."
"왜?"
"너도 알겠지만 궁엔 비밀이 없어. 자칫하단 사람들의 입소문과 각종 유언비어에 너가 오갈 수 있다는거, 늘 염두에 두라고.
또, 세자저하와 친해지는 건 좋지만 너무 마음 깊어지지는 마라. 너도 알잖아. 결국엔 속상할 거란걸."
전정국은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고, 나는 늘 전정국과 친구여서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