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졸리면 그만 들어갈까?"
꿈과 현실을 오가는 몽롱한 상태에서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종현은 살짝 한쪽 눈만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진기를 올려다본다.
순간 어디선가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종현을 내려다 보느라 조금 내려온 진기의 앞머리가 바람에 흔들린다.
종현은 바람이 지나가면서 코로 느껴지는 진기의 향기를 맡는다.
".......형, 향수 뭐 써?"
"네가 준 거."
진기는 한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접으며 자신의 옆에 내려 놓는다.
자신을 몽롱한 눈으로 여전히 올려다보고 있는 종현을 진기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바라본다.
가만히 종현과 눈을 맞춘 진기는 종현의 머리며 코며 볼이며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졸리면 그만 들어가자."
"아니야.괜찮아.이대로가 좋아."
종현은 다시 눈을 감으며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을 쓰다듬던 진기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눈위에 놓는다.
진기의 따뜻한 손의 온기가 그대로 종현의 눈가로 느껴진다.
신생아의 머리위에 쓰여진 작은 털모자처럼 그렇게 진기의 손은 종현을 감싼다.
".....행복해?"
"........응..이대로 영원히 있었으면 좋겠어."
진기의 물음엔 종현은 천천히 하지만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의 대답에 진기는 작게 미소를 짓는다.
".............종현아.나는 너랑 있으면 행복해."
종현은 잠에 빠져들면서 들려오는 진기의 목소리에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나도...나도 형이랑 있으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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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은 눈을 떴다.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꿈속에 있었던 따뜻한 바람과 햇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생생한 꿈속의 진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종현은 손을 뻗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 1시 22분.
시간을 확인한 종현은 털썩 다시 침대위로 몸을 뉘인다.
끝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시간에도 사랑에도 그리고 삶에도.
친구들은 종종 말한다.
그만 잊어야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종현의 가족은 종현에게 상담을 권유했다.
그러나 그 모든 말에도 종현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워 하는 것.
그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멈출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리워하다보면 종종 진기는 종현의 꿈속에 나타났다.
꿈속에서의 마지막 대화는 언제나 똑같았다.
"종현아,나는 너랑 있으면 행복해."
"나도 형이랑 있으면 있으면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