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리텔캄 (Roopretelcham)
모든것을 이루어지게 하는 주문
Chapter 4. 선택의 기로
또, 하루가 밝았다. 누군가는 기대했을 어제의 오늘, 그리고 누군가는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을 오늘. 학교에서 아무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은 나같은 아이들은 모두가 매일 바라고 바라는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모르는 척 지나가 주길, 존재하지 않는 척, 이 곳에 없는 척 넘어가 주길. 나와 같은 누군가는 구원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원우를 만나고, 처음으로 친구라는 것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내 삶에, 과연 이제서야 친구라는 것이 존재해도 되는지 의구심만 들었다. 저러다, 전원우는 다른 아이들처럼 또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그동안 내게 손을 내밀었던 모든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나갔던 것처럼, 너도 그렇게 나를 떠나가지 않을까. 그리고 그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또 다시 혼자가 되어버리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는 모든 것이 사치가 되지 않을까.
나에게 너는, 너무 과분한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꿈에서 들었다.
"잘 잤어?"
전원우는, 언제부턴가 나와 함께 등교하기 시작했다. 그 날의 새벽, 마법을 부리던 보랏빛 머리칼처럼 물든 보라색 가방을 메고 저렇게 뛰어와 내게 물어보는 저 얼굴은 아직도 적응할 수 없다. 불쑥 내 앞에 들이민 얼굴을 손으로 밀어내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 왜 밀어."
"너 집 먼데 왜 계속 여기로 와?"
"집 없는데?"
"?"
"집 없다고."
그리고, 여전히 저 멍청한 대답은 현재진행형이다. 전원우는 마법사다. 물론, 자칭이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얘기하지 않았는지 전원우가 나처럼 왕따를 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만약 제가 마법사라는 미친 사실-은 거짓이겠지만-을 얘기한다면 나와 영원한 친구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디서 사는데."
"아무데서나?"
"그만하자."
전원우의 멍청한 대답을 듣고 있을 수가 없어 한숨을 쉬고 다시 앞장서기 시작했다. 쟤가 마술사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종종 걸음으로 학교를 가는 전원우는 항상 목에 초승달 모양 목걸이를 걸고 있다. 오늘따라 눈에 띄어 그 목걸이에 대해 물어보니 또 한번 멍청한 대답이 돌아온다.
"이거? 마법사 증표야."
"퍽이나."
"내 친구들도 다 가지고 있어."
"..."
"걔 알지? 라면 이상하게 끓여먹은 걔."
"아, 그 이상한 분."
"걔도 이거 가지고 있어, 걔도 마법사거든."
"그만하자, 진짜."
"아, 너 봤잖아. 내가 음료수 맛 바꾸는거!"
전원우가 돌연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놀라 움츠러들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할 때 마다 들었던 큰 소리들은 언제나 나를 놀라게하고, 당황하게 한다. 깊이 박혀버린 트라우마는 평생 나를 괴롭혔다. 내 모습을 본 전원우가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
"그, 피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몸이 멋대로…."
"너, 이런 적 자주 있어?"
내 움츠러든 모습과 횡설수설한 말에 표정이 굳은 전원우가 멍청한 대답을 하던 눈빛과는 달리 내게 차분히 물었다. 분명, 괴롭힘을 당했던 순간들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차분하면서도 조심스러움이 담겨있었던 목소리는 나에게 다시 한번 들려왔다.
"대답해."
"..응."
"누가, 민수인?"
"..."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전원우가 눈을 감더니 작게 한숨을 쉰다. 사실 민수인 말고도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꽤 된다. 하지만 전원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화를 가라앉히기라도 하는 듯 제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던 전원우가 내 팔목을 잡곤 학교로 이끈다.
"..일단 좀 이따 얘기하자, 보는 눈이 많아."
"..."
말없이 나를 데리고 앞장 선 전원우는 주변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내 손을 잡고 성큼성큼 아이들 사이를 지나갔다. 전원우는 학교에 온 후 전학년 할 것 없이 팬이 생겼다. 전학생이 왔는데, 그 전학생이 그렇게 잘생겼다더라. 근데 그 전학생이 마음까지 예뻐서 자기 반 왕따 한명이랑 같이 다녀준다고 하더라. 사실 전원우는 제 팬이 많고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내가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불쌍해 도와주는 것이라는 소문을 전원우가 듣는다면, 전원우는 불 같이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내가 보지못한 전원우의 그 '마법'의 한계 또한 어디까지 인지 몰라, 혹시 이 소문들을 듣는다면 학교를 무작정 박살내버릴까 하는 마음에 알려주지 못했다. 전원우는, 왠지 그러고도 남을 사람인것만 같아서. 또 그 날의 새벽이 생각났다. 전원우는 우리 집 앞 복도에 이상한 모양의 원을 그릴 때 자신의 피를 넣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걸 생각하면, 전원우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멍하니 머릿속에 전원우와 처음 만났던 생각을 하며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그 마법사가 내게 물었다.
"넌, 내가 어떻게 도와줬으면 좋겠어?"
아무도 오지 않은 빈 교실, 나의 자리에 나를 앉힌 전원우가 책상에 두 손을 짚고 내게 물어왔다. 가까운 얼굴의 거리에 의자를 살짝 뒤로 빼자 전원우는 미동도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런 얘기는 하기 싫다, 도와달라는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사람이고, 아무것도 다른 것 없는 똑같은 사람이고, 학생의 신분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다. 난 사람인데, 왜 사회는 나를, 우리를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걸까? 우리는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아야하는 사회적 약자라서? 내가 전원우에게 바라는 것은 단지-
"필요 없어."
"뭐?"
"안 도와줘도 돼."
"..."
"민수인, 어떻게 하지 않아도 돼."
"..."
"나 같은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건."
"..."
"친구야. 그거 말고는 바라는 거 없어."
"..."
"하지만 그 친구라는 것도, 우리한테는 사치일테고."
"..."
"너희의 동정심이겠지."
"..."
말이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은, 언제나 옳은 말이다. 전원우의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던 물음에 나는 날카롭게 대답했다. 아까, 전원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대답하지는 않았을텐데. 내가 불쌍해서 도와주는 거라는 전원우의 소문을 듣지 않았다면, 난 전원우에게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을 했을텐데. 내가 전원우에게 바라는 것은 단지 친구가 되어달라는 이야기 뿐이었다.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워서, 그 말이 그렇게 나에게는 맞지 않은 것 같아 나는 또 사람을 밀어낸다.
항상 혼자가 되는 순간마다 들었던 주위의 말들은 똑같았다. '여주와 같이 놀아줘.','여주 혼자 있잖아, 빨리 가서 도와줘.'
이런 말들은, 나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이 놀아주라는 동정심에 비롯된 말들, 어느 조에 들어갈 것이냐는 선택 없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들. 나는 딱 하나, 진심을 바랐다. 동정심과 이미지관리에서 내밀어주는 손이 아닌, 진심으로 내밀어주는 손을 원했다.
"..."
나의 말에 전원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전원우의 눈이 흔들렸고,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아파하는 것을 본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전원우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전원우의 보랏빛 머리칼이 오늘따라 더 묘하게 빛이 났다. 저런 색은 어디가면 염색할 수 있지? 전원우의 대답을 기다리며 멍청한 생각들을 하다 전원우와 눈이 마주쳤다. 전원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전원우의 마음을 무시했기 때문일까, 전원우는 화가 난 듯 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를 도와주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는게 좋았다. 지금까지 나를 도와주려던 친구들은 모두 나와 똑같이 당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난 정말 저주받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여러번이었기 때문에, 전원우까지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마법사라도, 사람의 마음을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기에.
"계약, 다시 하자."
"어?"
"오늘 하루 조퇴 해, 지금 교무실 가서 조퇴증 끊어."
"야, 내가 왜…!"
전원우가 나를 교실 밖으로 밀어냈다. 그리곤 내가 교무실에 들어갈 때 까지 뒤에서 감시를 했다. 갑자기 왜 저러는건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에 홀린듯 나는 교무실에 들어가 조퇴증을 받아왔다. 원래 저 선생님 조퇴증 잘 안 끊어주는데? 멋대로 움직이는 손과 발이 나를 움직였다.
홀린듯 교무실에서 나와 교실로 향하니 전원우가 내 가방을 들고 있다. 나를 본 전원우가 내 쪽으로 다가와 나를 끌곤 학교 밖으로 나간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원우가 무슨 마법을 걸어둔건지, 그저 전원우가 이끄는대로 향하고 있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밖으로 나오자 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 뭐하는거야?"
"계약 하러 가는 길."
"놔, 다시 들어갈거야."
"가자."
전원우가 내 팔목을 잡았다. 평소보다는 아프게 잡아 챈 팔목, 전원우는 화가 나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전원우가 나를 끌고 온 곳은 떡볶이집이었다. 무작정 나를 데려와 제 앞에 앉힌 전원우가 메뉴판을 내게 주며 골라, 라고 말했다. 끝까지 내 눈은 쳐다보지 않고. 인상을 팍 찌푸린 내가 이게 뭐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너 밥은 먹이고 가게, 라고 대답을 한다. 시선은 제 손에 고정한 채 무심하게 말하는 전원우의 얼굴은 누가봐도 나 화났어, 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그의 호의를 무시해서 이렇게 화가 난건지, 왜 전원우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지 알 수 없었던 나는 메뉴판을 앞으로 밀어두고 옆에 놓여진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앉아."
전원우가 나를 쳐다보지 않은 채 시선을 내리깔고 내게 말했다. 명령하는 투였다. 전원우의 말을 무시한 채 그의 옆을 지나가려고 하니 또 한번 팔목을 잡아챘다. 그리고는 일어나 나를 다시 의자에 앉히곤 나를 드디어 쳐다보았다. 무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전원우의 눈빛에 지지 않으려 눈을 피하지 않고 쳐다보니 전원우의 표정은 변하지 않은 채 입을 연다.
"누가 괴롭힐 때."
"..."
"그런 눈빛으로 대들어."
"..뭐?"
"맨날 그렇게 순한 눈빛만 하고 있진 말라는 말이야, 내 얘기는."
전원우가 내게 말한 후 메뉴판을 저리 치워두었다. 떡볶이와 튀김을 주문한 전원우가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쉰다. 전원우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는 전원우에게 그렇게 모질게 말을 했는데, 전원우는 화가 난 표정으로 내게 처음 한 말이 나를 위한 말이었다. 내가 밀어내고 무시해도, 전원우는 끝까지 나를 '구원'할 생각이었다.
"날 왜 찾아온거야?"
전원우를 따라 물컵을 만지작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물컵을 만지던 전원우의 손이 멈칫했다. 고개를 올려 전원우를 쳐다보니 물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생각을 하는 중인것 같아 다시 묻지 않았다. 다시 물컵을 손에서 굴리기 시작한 전원우가 내게 말했다.
"말해줄 수 없어."
"..."
"극비사항이라."
"..그렇구나."
"..."
"왜, 네가 구원해야 할 사람이 나인지도, 못 말해줘?"
"..응."
"..아."
"..."
"다시 계약하자는 건, 무슨 말인데?"
"말 그대로야, 그 날 새벽 내가 너에게 걸었던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야."
"왜 파기하는데?"
"네가 나를 거절했기 때문이지."
"내가? 너를?"
거절이라는 단어에 내가 재차 물었다. 나는 전원우를 거절한 적이 없다.
"네가 나에게 그랬잖아.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고."
"..그게, 내가 너를 거절한거야?"
"나에게는 그래, 그 말이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어."
"어?"
"네가 나를 밀어낼 수록, 구원자와 계약자의 관계 또한 끊어지게 돼."
"..."
"계약 내용 기억 나?"
"..."
"계약이 파기되면, 나는 죽어."
"..."
"내가 너를 구원하지 못해도, 나는 죽어."
"..."
"너에게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나는 아마 다시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죽게 되겠지."
"..."
"너에게는 상관 없는 이야기겠지만, 나는 찾아야할게 있어서 죽으면 안돼."
"그게 왜 나랑 상관이 없어?"
"..."
내가 죽으면 너에게는 상관이 없다는 말에 내가 발끈했다. 전원우는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 친구다. 라면 끓이는 법도 내가 알려줬고, 이래봬도 전원우와 라면을 먹은 2번째 친구인데, 전원우의 말에 발끈하지 않을리 없었다. 내 반응에 전원우는 놀란 기색이었다. 살짝 눈을 크게 뜬 전원우가 픽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너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너, 너 내 친구니까!"
"..."
"죽으면 안된다고!"
말을 더듬는 나의 모습에 전원우가 빤히 나를 쳐다보다 결국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전원우를 만나고 저렇게 크게 웃는 것은 처음 본 내가 당황을 하자 전원우는 한참을 웃었다. 겨우 웃음을 멈춘 전원우가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았다. 마법사라 그런가, 작게 고인 눈물마저 별가루같아 보여 눈을 비볐다. 전원우가 씩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화가 난 표정은 아니었다.
"알았어, 죽지 않을게."
"..."
"그럼 이제, 넌 날 밀어내면 안돼."
"..응."
"다시 한번 물을게, 내가 널 어떻게 도와주었으면 해?"
"..."
다시 한번 물어온 그의 질문, 그의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다.
"외로워지고 싶지 않아."
"..."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어."
"..."
"진심으로, 사귈 수 있는 그런 친구."
"..."
"너 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너 같은 사람들, 전원우 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시선을 둘 곳이 없어 전원우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보며 말했다. 내가 말을 끝내자 전원우의 목걸이가 살짝 빛났다. 어느새 내 자신이 전원우는 마법사다, 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전원우는 내 말을 끝까지 듣고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나 같은 사람들이라."
"..."
"그럼 피곤할텐데."
"응?"
"가자, 계약하러."
"야, 야!"
아직 떡볶이를 다 먹지도 못했는데, 전원우가 내 가방을 들고 일어나 무서운 속도로 나를 데리고 나왔다. 주변을 한번 둘러본 전원우가 무릎을 굽히고 앉아 내게 말했다.
"업혀."
"뭐?"
"빨리."
전원우는 아까와 다르게 신이 난 표정이었다. 내 가방을 목에 걸고 전원우는 내게 업히라고 말했다. 주변에 사람 없을 때 빨리 가야해, 얼른 업혀,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는 전원우의 등에 조심스럽게 올랐다. 전원우는 정말 걷잡을 수 없다.
"꽉 잡아. 너 전용 비행기 타고 갈거니까."
"뭐?!"
눈을 감을 새도 없이 나와 전원우의 주변에서 금빛이 피어올랐다. 보라색도 함께 피어올랐다. 그 날의 새벽, 전원우를 처음 만났던 날과 똑같았기에 알 수 있었다. 전원우는 지금 마법을 피우고 있었다. 전원우가 마법을 부릴 때면 언제나 그의 머리는 조금 더 진한 보라색이 되었다가, 검게 물들었다. 검게 물이 들은 그의 머리와 함께 우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눈을 떴을 때, 내 앞에는 하늘에서만 보던 커다란 달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어두운 새벽마냥 보랏빛 가득한 하늘과,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삼킬듯한 커다란 달에 위압감이 들어 뒷걸음질을 치자 누군가와 부딪혔다. 당연히 전원우일거라고 생각한 내가 얼른 등을 돌려 전원우를 한 대 치기위해 손을 올리니, 낯선 사람에 의해 한 쪽 손이 잡아채인다. 처음 보는 사람, 그리고 사라진 전원우.
"힉, 처음 보는 사람인데, 때리면 안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