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최승철 03 나는 보건실 침대에 누워 한참을 남편이 주고간 초콜릿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 먹어볼까...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초콜릿의 포장지를 벗겨 한 입 베어물자 입 안 가득 달달함이 퍼지는게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남편의 달콤함에 취해 잠에 빠져들었고 이제 수업이 끝날 때가 되었다고 나를 깨우는 보건 선생님의 손길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보건실의 문을 열자마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문 앞에는 뛰어온건지 이마에 땀을 송글송글 달고 있는 남편이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뭐하냐는 내 물음에 남편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아, 칠봉이 이제 괜찮은가 해서. 이제 좀 안 아파?" "네. 선생님 덕분에 많이 괜찮아졌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할 말이 더 남아있었던 것 같은 남편을 지나쳐 교실로 돌아와 다음 수업을 듣는데 수업 내내 남편의 얼굴이 둥둥 떠올라 나는 그대로 책상에 고개를 박았다. 강칠봉, 미친 거 아니야? 여기서 그 쌤 얼굴이 왜 떠올라. 그때부터 학교가 끝날 때 까지는 물론, 집에와서 까지도 생각나는 남편의 얼굴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결국 초췌한 얼굴로 등교를 했다. 내 얼굴을 본 친구들은 정말 많이 아픈거냐며 강칠봉 조퇴시키기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겠다고 웃으며 나를 교무실로 이끌었다. 나는 그런 친구들을 진정시켜 교실로 돌려보내고 남편에게 주기 위해 산 오렌지 주스를 들고 교무실로 들어갔다. 그냥 어제 감사했었다고 드리면 이상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남편의 자리로 다가가는데 갑자기 손이 가벼워지는 느낌에 이건 뭐지? 하고 위를 올려다보자 민규쌤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이거 나 마시라고 가져온거야? 역시 칠봉이 밖에 없네." 어... 안되는데 그거 승철쌤... 민규쌤 손에 들린 주스병을 멍하니 쳐다보며 속으로만 하고싶은 말을 되뇌이는데 그만 남편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까치발을 들어 민규쌤이 팔을 잡고 말했다. "그, 그거 선생님 거 아니에요... 승철쌤 드리려고 가져온 건데..." 내 말에 민규쌤은 어색하게 웃더니 주스를 남편 책상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와, 이거 진짜 나 마시라고 가져온거야?" "네... 어,어제 초콜릿 감사해서..." 남편은 감동받은 표정을 하고 나를 쳐다보는데 그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나도 모르게 두 볼을 붉히고 말았다. 나는 고맙다는 남편의 말을 뒤로하고 도망치듯 교무실을 나와버렸다. 아 어떡해. 미쳤나봐, 너무 떨려. + 암호닉은 다음화인 승철이시점에서 정리해 올려드릴게요:-)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