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잡 필명을 달고 사담을 열면, 그, 같이 수다떨어주실 분이 계실까요?
독자님들과 랩슈를 앓으며 수다를 떨어보고 싶다…. ;ㅁ;… 근데 그건 또 어디에 열어야.…사담…? 공지…? where…?
아차. 이번 편은 소재를 주셨던 독자님이 계십니다. 소재 감사합니다. 하트. 너무 늦게써서 미안해요.
남준이가 잠시 외출을 한 사이에 윤기가 침대 위를 뒹굴거렸으면 좋겠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너무 덥지도 않은데
김남준이 돌아오면 산책을 나가자고 조를까.
오락실을 가자고 조를까.
이제 아는 노래도 제법 생겼으니 코인 노래방을 또 가자고 졸라볼까.
윤기의 머릿속으로는 남준이와 같이 자주 가는 장소들을 떠올렸다가 또 가자고 하면 데이트 신청하냐는 남준이의 목소리가 덩달아 떠올랐으면.
가슴팍과 손 끝, 발 끝이 간질거리는 감각에 침대에 늘어진 하얀 귀를 두 손으로 잡아 볼에 꾹 누르면서 마저 침대 위를 뒹굴거렸으면 좋겠다.
오늘 남준이가 몇 시쯤에 들어올거라고 했더라, 라는 생각까지 했을 즈음 갑자기 도어락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들렸으면.
윤기의 귀가 바짝 세워졌으면 좋겠다.
한 번 틀려서 경고음이 울리면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간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벌써 왔나?
예정보다 더 빠른 시간에 윤기가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티를 챙겨입었으면.
긴 티가 허벅지 중간에 달랑거리면 다시 귀를 쫑긋 세운 채로, 상기된 볼을 한 채로, 다다다 현관 앞까지 달려갔으면 좋겠다.
어머,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나?
이제는 버릇이 되어버린 누구세요를 말하려는 순간, 문 바로 앞에서 들리는 낯선 여성의 목소리에 윤기가 입을 꾹 다물었으면 좋겠다.
나오지 못한 단어들을 꿀꺽 삼키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 앞에 굳어져있었으면.
누구지? 누구? 여자? 다른 집을 착각한 건가? 왜? 뭔데? 뭔 일이지 이거?
머릿속으로 여러 경우의 상상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면서 몸이 굳어버린 윤기가 어쩔 줄 몰라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울렸으면.
그리고 천천히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럼 그렇지. 남준이 얘는 비밀번호 바꾸는 게 어쩜 다 거기서 거기니.
종이백 여러개가 스치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뒤이어 남준이의 집으로 들어온 중년여성의 목소리를 뒤따랐으면 좋겠다.
중년의 여성은 신발장에 종이백들을 다 내려놓고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다가 고개를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어중간하게 침대에 앉아 이불을 덮고 있는
하얗고,
웬,
토끼 귀가 달린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으면 좋겠다.
어머?
저, 누, 누구신지.
당황하는 윤기를 보고 들어온 그녀도 똑같이 당황해서는 잠시 뒷걸음질, 현관문을 다시 열어서 몇 호인지 재차 확인, 들어와서 다시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린 채 놀랐으면 좋겠다.
남준이 친구니?
예? 에. 네. 예. 예. 아마. 예.
아. 그래?
중년 여성은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다며 웃었으면.
씩 올라가는 입꼬리하며, 도톰한 입술, 휘어지는 눈. 중년 여성의 웃는 얼굴 위로 겹치는 누군가의 얼굴에 윤기가 순간 의아함을 가진 채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그에비애 중년의 여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냉장고를 열고 가져온 밑반찬 등을 안에 넣기 시작했으면.
윤기는 멋쩍어 하면서 주섬주섬 이번에는 바지를 챙겨입었으면 좋겠다. 혹시나 싶어서 슬쩍, 침대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저, 혹시….
윤기의 말은 곧이어 울리는 소리들에 먹혀들어갔으면 좋겠다.
도어락이 풀리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끝나면 바로 남준이가 들어왔으면.
엄마? 헐? 어?
토끼 귀를 그대로 드러낸 윤기와 자신의 어머니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본 남준이가 문을 닫자마자 놀라 뒷걸음질을 쳤으면.
그러다가 현관문을 뒷꿈치로 차버리고 놀라서 비틀거리는 사이,
현관에 널부러져 있던 신발을 밟고 휘청이다가 급하게 벽을 짚어서 겨우 중심을 잡았으면.
일련의 행위를 본 남준이의 엄마가 그제야 같이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고맙다. 저런 정신없는 애랑 친하게 지내줘서.
아뇨. 아니. 그, 저, 인사가 늦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민윤기라고, 합니다.
아니야. 나야말로 놀라게 해서 미안. 근데 요즘 그거 유행이니?
네?
본인의 귀 근처를 톡톡 두드리는 남준이 어머니의 행동에 그제야 윤기는 자신이 토끼 귀를 미처 숨기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안색이 파랗게 질렸으면 좋겠다.
남준이도 새삼 안절부절하다가 요즘 리얼하게 나온 머리띠라며 얼른 눈짓으로 윤기에게 화장실을 가리켰으면.
윤기 너는 후다닥 화장실로 가 토끼귀를 숨겼으면 좋겠다.
그 사이 남준이 너는 냉장고 앞에서 이제 막 정리를 끝내고 일어나는 어머니 곁으로 쪼르르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두 모자의 대화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오면 어떡해요?
언제는 연락 하고 왔니. 곧 니네 아빠랑 데이트 해야 돼서 갈거니까 걱정마라. 넌 그리고 어떻게 엄마보고 그렇게 귀신 본 것 마냥 놀랄 수 있니?
아니, 그건, 좀, 놀랄 수 있죠.
그래. 그건 인정. 근데 저 아이 친구지?
예? 에, 뭐. 왜요?
예뻐서.
엄마?
어쩜 남자애가 저렇게 하얗고, 얼굴도 귀엽니? 토끼 머리띠가 저렇게 어울리는 남자애는 처음봤다. 이름이 윤기라고 했지?
아, 네.
남준이는 눈을 빛내며 윤기가 예쁘다고 칭찬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며 은연중에 흐뭇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자신의 어머니도 자신 못지 않게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상기해냈으면 좋겠다.
다만 와중에 당당하게 윤기의 본래 정체와 자신과의 사이를 말하지 못하는 것을 가슴 한 켠이 조금씩 무거워지는 것도 같이 느꼈으면.
쭈뼛쭈뼛 토끼 귀와 꼬리를 감춘 윤기가 화장실에서 나와 자신의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무게를 더해가는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으면.
아들.
네?
윤기랑 같이 나가서 점심 먹자.
아, 그래서 저보고 안내하라고요?
그럼 너말고 누가 하니. 참고로 엄마는 한식이 좋다. 윤기야, 윤기는 한식 괜찮니?
네. 괜찮아요. 저는 다 잘 먹는걸요.
어색하게 답하는 윤기의 모습을 보고 긴장한 새색시같다며 웃는 그녀의 목소리에 윤기와 남준이 둘의 얼굴이 동시에 불타오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이렇게 심장 조여서 어떡하나, 싶은 생각에 남준이가 짧게 한숨을 다시 내쉬었으면 좋겠다.
형, 옷 챙겨 입어요.
저녁까지 최대한 밖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제 어머니의 비위를 맞춰 얼른 돌려보내야 겠다고 남준이가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뜻밖의 사람과의 뜻밖의 오후가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엄마.
윤기야, 이거 맛있다. 이것도 먹어봐.
아, 네.
엄마?
이것도 맛있네. 좀 덜어줄까?
아뇨, 아뇨. 제가 해서 먹을게요.
이봐요, 여사님.
어쩜 볼 불룩해진 거 봐. 귀엽다. 진짜 토끼같네.
그, 저, 어…, 감사합니다.
엄마. 엄마 아들은 여기있는데?
네가 무슨 애기도 아니고, 혼자 잘 먹을 수 있잖아.
와, 겁나 아들 서럽게. 엄마 이럴거야? 오랜만에 아들이랑 겸상하는데?
대충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윤기를 챙기기에 정신이 없는 어머니를 보고 남준이는 입술을 절로 삐죽였으면 좋겠다.
이게 지금,
저 토끼에게 우리 엄마를 뺏긴건지,
우리 엄마에게 토끼를 빼앗긴건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그 짧은 사이에도 투닥거리기 여념이 없는 모자를 보고 윤기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입에 가득한 음식물을 씹고 있었으면 좋겠다.
간혹 젓가락질을 실수해서 볼에 소스가 묻은 남준이의 볼을 보고 휴지를 건네주기도 하고,
남준이의 어머니가 멀리 있는 반찬을 집으려다가 너무 멀어 닿지 않으면 슥 들어서 근처에 놓기도 하고,
물이 떨어지면 물통을 달라고 종업원에게 이야기 하는 등
투닥거리며 윤기만을 챙기기 바쁜 남준이의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와 투닥거리며 중간중간 반찬 몇 개를 흘리는 남준이를 챙겼으면 좋겠다.
식사 중간중간 윤기에 대해 물을 때면 남준이가 슬쩍 끼어들어 질문을 돌리기도 했으면.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쯤에는 남준이 어머니가 딱 우리 집 며느리가 윤기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한 남자는 귀가 새빨갛게,
한 남자는 마른 기침을 하는 장면도 보고 싶다.
아들.
응?
윤기 다음에 집에 좀 데려와. 기말 끝나면 방학하잖아.
아, 네.
응. 그때 제대로 이것저것 먹여야지. 남자애가 왜 저렇게 말랐니?
아들 먹일 생각은 안 해요?
윤기 데리고 오면 먹여줄게.
혼자 가면요?
굶어.
와, 엄마 진짜 너무해.
윤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남준이와 남준이 어머니가 또 한참 투닥대었으면 좋겠다.
저녁에 갈 때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심심한 엄마를 놀아달라는 말을 거절하지 못한 남준이가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중요한 전화가 왔다면서 계산을 끝내자마자 자리를 비운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던 남준이가 제 옆에 바짝 붙어있는 윤기를 바라봤으면.
미안해요. 우리 엄마가 갑자기 오셔서….
괜찮아.
괜찮아요?
응.
슬쩍 남준이의 손등과 윤기의 손등이 닿았으면 좋겠다.
윤기가 조심히 손을 움직여 남준이의 손 끝을 꾸욱 잡았으면 좋겠다.
날 챙겨주시는 거 보면, 나도 어릴 적에 엄마랑 안 헤어졌으면 이랬을까 싶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오히려 좋아. 이런 거.
남준이의 가슴에 묵직해진 답답함이, 여전했으면 좋겠다.
다만 제 손끝을 잡아 살살 흔드는 손길에 그 답답함이 조금씩 덜해지기도 했으면 좋겠다.
전화를 끝낸 남준이의 어머니가 둘이 막 사귄 연인들 마냥 어색하게 뭐하냐고 물을 때까지 계속 서로의 손가락 끝을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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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이야기 하나. 윤기는 남준이 어머니께서 사주신 새 옷을 세 벌을 획득하였다.
숨겨진 이야기 둘. 남준이는 한 벌을 획득했다.
숨겨진 이야기 셋. 그 한 벌은 윤기와의 커플티였다.
숨겨진 이야기 넷. 남준이의 어머니는 윤기를 붙잡고 한참을 다음에 꼭 본가쪽에 놀러오라는 말을 남기셨고, 남준이에게는 잘 살고 있으라는 한 마디의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숨겨진 이야기 마지막. 삐친 남준이가 툴툴거리다가 윤기에게 삐친 걸 풀어달라며 뽀뽀를 요구했으나 윤기가 볼을 밀치고 도망가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래서 더 삐쳤으나 풀어주는 이는 없었다.
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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