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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2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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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했던 것과 달리 회사에서 박지민과는 늘과 같았다. '박지민씨'라고 부를 때와 늘 썼던 존댓말이 튀어나갈 때면 전과 달리 어색했지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는 박지민 덕분에 함께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었다. 그저 눈이 마주치면 남들은 모를 사인을 보내며 활짝 웃어 보이는 거, 단둘이 있게 되면 금방 반말을 늘어놓는 거. 그것 말고는 똑같았다. 하긴 그게 가장 큰 변화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한 더욱 상냥하고 다정해졌다고 느끼는 건 단지 내 착각일까 싶었다. 공과 사를 뚜렷이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럴 때 보면 또 아닌 것 같았다. 몰려오는 졸음을 물리치기 위해 탕비실에 들어오면 어떻게 알고 금방 따라 들어와 내 이름을 자꾸 불러댔다. 그동안 선배님, 선배님 하느라 못 불렀던 이름을 부르고 싶어 어찌나 안달이 났었는지 아냐며. 지난 몇 년을 보지도 못 하는 얼굴을 그리며 앓고 앓았을 내 마음을 아냐며. 자신이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하루에 몇 번이고 강조해댔다. 말 한번 꺼내지 못 하고 후회하며 보냈을 지난 세월이 아까워서 지금이라도 마음껏 표현을 할 거라나. 넌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만약 맞다고 해도 넌 내게 과분하니 다른 사람 찾아보라 몇 번을 말해줘도 아니라고, 니가 나보다 내 마음을 더 잘 아냐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그 때문에 입이 다시 막혀버리는 것도 이젠 열 손가락을 넘어 더 세고 싶어도 못 세는 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내게 훅훅 들어오는 박지민도 나도 모르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전엔 생각도 못 했던 것을.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니 말이다. 그것도 박지민이. 회사 곳곳에 숨어있는 박지민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여직원들에게 슬쩍씩 미안해지기도 했다. 분명 그녀들이 나보다 더 나은 여자인데, 박지민은 그런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과 동시에 쉽게 받아줄 수 없는 박지민에게도 미안했다. 내겐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말도 미안해서 꺼내지 못 했다. 그는 내게 여전히 바라는 것이 없다 했지만, 짝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언제부터 잘 알고 있는 나였기에 더욱 미안함이 번졌다. 아닌 게 아닌 걸 알기에.

혼자 걷는 퇴근길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제발 좀 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어느샌가 내 뒤를 따르다 못 참겠는지 결국 앞으로 튀어나오는 그였다. 야근이 잡힌 날에는 꼭 같이 남아 끝내 집까지 나를 데려다주어야 했다. 내가 귀찮은 것이 아니라 혹 내가 그를 귀찮게 하는 것 같아 미안했을 뿐이었고 싫지 않았다. 착한 성품만큼이나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따뜻하고 예뻤다. 뭐라 대답을 하지 않아도 곧잘 예쁜 말들을 늘어놓는 그와 함께 걷는 길은 나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21 | 인스티즈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21

 

 

 

 

 

 

 

 

 

 


하루는 늘 걷던 길에 문득 나에 대한 소문들을 물어보았다. 잘 꺼내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어렸을 때의 일이었지만, 박지민을 볼 때면 그때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일이 있고 학교 한번 나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버렸으니 이런저런 추측들이 난무했을 것이다. 나에 대해 어떤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오고 갔을지 궁금했다. 혜주에게도 똑같이 물어보았지만 들어서 좋을 것이 없다며 딱 잘라버려서 더 물어볼 수도 없었다. 혹시 박지민은 다를까 싶어 물어보아도 역시 내 물음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이 아닌 엉뚱한 소리만 늘어놓았다. 나에 대해 나쁜 말들이 나오려고 하면 자신이 가서 다 혼내줬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자기가 무슨 깡패도 아니고. 그런 박지민에게 살풋 웃어준 뒤 나도 더 이상 그 이야기들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했다.

 

 


"그때 식당에서 니가 커피 주고 갔던 날 있잖아. 그때 내 친구,"

"김혜주?"

"어? 너 알아? 근데 왜 그때,"

"나도 몰랐어. 걔도 날 못 알아봤나 봐. 근데 기억이 났는지 먼저 연락이 왔더라고."

"정말?"

 

 


중학생 때 동창이라고는, 혜주와 박지민밖에 없었다. 그 둘이 전학을 가기 전 생각하기도 싫은 학교에 함께 다녔던 동창들이란 게 신기할 뿐이었다. 게다가, 말 한번 해본 적도 없는. 전학을 간 후에는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아 친해지기도 전에 졸업을 해버린 것도 있고, 그 사이에 충분히 친해질 수 있었다 해도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이상한 행동들을 보였던 내게 아이들은 다가오질 않았다. 그러니 지금까지 연락을 하는 친구가 있겠어, 뭐가 있겠어. 이 둘이 끝이었다.

서로 같은 학교에 다녔고 혹시 나처럼 친하진 않았더라도 얼굴 정도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다, 지난번 식당에서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했던 서로가 떠올라 알려나 주러 입을 연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내가 몰랐던 일이 꺼내지고 있었다.

 

 


"그날 있잖아. 나 회식 빠졌던 날."

"응."

"그때 실은 김혜주 만나러 간 거야."

 

 


급한 일이라더니. 빠진 적 한번 없는 회식에 빠지자 정말 급한 일이라도, 큰일이라도 생긴 건지 걱정까지 했었는데. 실은 혜주를 만나러 갔단다. 하긴, 그날 박지민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욱 과장이 되어 보이긴 했다. 근데 그래놓고, 김혜주 이것은 나한테 한마디도 안 해줬다 이거지. 박지민이 기억났다면 진작 나에게 알려줬어야지. 알고 살아도 내가 훨씬 오래되었는데, 그녀는 내가 아닌 박지민에게 먼저 연락을 때렸다. 진작 내게 힌트라도 주었으면 내가 그날 박지민의 폭탄 발언에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게다가 그런 충격을 안은 채, 김태형의 일로 자신을 찾아갔을 때도 한마디 없었다. 그 모든 일이 한 번에 일어났었나, 새삼 그날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게, 빨리 좀 알려주지. 그랬음 그날 그렇게 혼이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박지민에 관한 것은 아직 혜주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언젠가 말을 해야 하는데, 둘은 서로 몰랐던 사이 같았고 그리 급하지 않아 아직도 꺼내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모른 척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괘씸하네. 그 전날, 아무 일도 없는데 별일 없냐 갑자기 전화가 걸어온 걸 생각하며 그래도 찔리기는 해서 전화했나, 싶었다.

 

 


"근데 어떻게 친해진 거야? 원래 둘이 안 친하지 않았나?"

 

 


내 친구관계까지 알고 있었구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박지민은 내게 꽤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번 말고도 중간중간,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이 박지민의 머릿속에서 대신 튀어나왔다. 그의 눈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니,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세 사람이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을 것을 상상하니 살짝 웃기기도 했고. 어떻게 이렇게 인연이 생길 수 있는지 사람 일이란 건 참 알수 없고 신기한 것이다.

 

 


"혜주 병원에 다녀. 꽤 실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돌팔인가 봐. 아직도 상태가 이렇네."

 

 


아무 뜻 없이, 그저 혜주를 놀리며 짧게 웃고 넘기자 던진 말이었는데. 박지민의 얼굴이 금방 죽는 것이 보였다. 내가 말을 잘못 꺼낸 건가. 그놈에 입을 조심해야지. 요즘 쓸데없는 말을 자꾸 꺼내는 것 같았다. 예전엔 답답해도 속으로 끙끙 앓으며 잘도 참았는데, 요즘엔 뭐가 달라졌다고 이 말, 저 말 막 꺼내는 게, 이내 그게 좋은 게 아니라 나쁜 변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는데도, 그는 그때의 일만 나오면 꼭 자신이 모든 죄를 가지고 있는 듯 죽을 상이 되었다. 늘 말해주어도.

 

 


"근데 나 진짜 존재감 엄청 없었구나? 하긴 그때는 미모의 물이 좀 덜 올랐었지-."

 

 


그리고 박지민은 그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별생각 없이 꺼낸 말을 후회하며 속으로 제 뺨을 때리고 있으면 금방 분위기를 바꾸려는 건지 일부러 톤을 높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늘 그렇게 분위기가 바닥을 치려고 하면 금세 표정을 바꿔왔다. 어차피 그럴 거 처음부터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제 감정을 숨기지 못 하는 박지민은 그것이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저리 노력하는 것이 참 고맙고 미안했다.

박지민은 손바닥을 거울 삼아 쳐다보며 턱을 쓱쓱 쓸었다. 왜 처음부터 알아보지 못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분명 어렸을 때와 똑같은 얼굴은 맞지만, 그때와 뭔가 크게 달라지긴 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작았던 박지민은 정말 흔한,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런 아이였다. 그때 내게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훌쩍 커버린 그는 역시 보통 남자들보다 조금 작은 키였지만, 그런 것도 물리칠 만큼 다른 매력들을 내세우고 있었다.

 

 


"어때, 지금은?"

"뭐가?"

"나 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생겼어?"

 

 


잘생겼지. 박지민을 알아보지 못 했던 혜주는 그의 얼굴에 감탄까지 했었다. 그건 절대 말하지 않았겠지. 길을 지나가다 보았어도 다시 한번 돌아 얼굴을 확인하고 싶을 만큼, 그는 잘생겼다. 분위기도 꽤 좋았다. 살살 웃으며 세심하게 날 챙겨줄 때는 다정한 분위기를, 잔뜩 집중을 하고 있을 때는 여직원들이 입에 침을 바르며 칭찬했던 섹시한 분위기를, 또 어느 때는 애교를 부리며 귀여운 분위기마저 풀풀 풍겼다. 그런 박지민은, 한번 보아도 다음에 다시 꼭 기억날 것이다.

 

 


"응."

"으아- 기분 좋다."

 

 


눈을 양옆으로 찢어 예쁜 반달을 그리며 입꼬리도 높게 올렸다. 정말 기분이 좋아진 듯 방글방글 웃었다. 내가 잘생겼다고, 멋있다고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았는데. 응, 이라는 한마디에 그런 말들이 묻어났는지 잘도 알아들었다.

 

 


"그러면,"

"응?"

"니가 좋아할 만하게는, 생겼어?"

"...."

"에이, 장난이야! 뭐 그렇게 심각하게,"

 

 


평소처럼, 늘 그랬던 것처럼 그냥 넘겨버렸으면 되었을 것을. 지금까지도 잘 그래왔으면서. 늘 들었던 것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내가 너를 좋아해가 아닌 너는 날 좋아하냐 물어보는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장난으로 아무런 뜻 없이 했을 말이라는 거,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평소처럼 넘겨버리지 못 했던 것은 방금까지 그의 매력에 대해 하나씩 써 내려가다 더욱 미안함이 밀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정도로 박지민은 완벽하고 멋있는 남자인데, 니가 뭐 하러 나 같은 애 옆에 잡혀있냐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로 몇 분 전만 해도 내가 좋아하는 너는 충분히 예쁘고 사랑받아 마땅하다 들었음에도 그게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한없이 부족하고, 예쁘지도 않고, 그 누구의 사랑을 받아도 미안한 존재였다.

 

 


"지민아."

"응?"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굳이 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그가 어떤 상처를 받을지 잘 알고 있기에. 그에게 줄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려주고 그의 마음 또한 접어버리라 했어야 했지만, 내게 뭘 바라지 않는다 해주었기에 누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언젠가 해줄 말이었지만 이렇게 급하게 그냥 막, 고백을 해버릴 줄은 몰랐다.

내가 뱉은 말이 꽤나 충격이었는지 그는 가던 길을 우뚝 멈추었다. 덕분에 나도 함께 그의 옆에 멈추어 섰다. 방금까지 방글방글 웃고 있었으면서, 표정은 어느새 어둠이 깊게 깔려있었다.

 

 


"말도 안 돼."

"...."

"어떻게? 어떻게...,"

 

 


나도 처음에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남자를 좋아하냐고. 그토록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존재에게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냐고.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박지민의 머릿속에서 또한 그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고개를 약간 숙인 박지민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정리하고 있는지 입술을 꾸물거렸다. 실은 이해할 수 없는 건지, 이해하기 싫은 건지 확실하진 않았다. 내가 그의 속을 멋대로 뚫어볼 수는 없으니까.

 

 


"내가 그렇게 싫어?"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뭐야. 니가 어떻게...."

"...."

 

 

 

자신을 싫어해서, 끝내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서. 되지도 않는 말을 꾸며낸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러고 싶은 걸까. 박지민은 계속해서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저 살짝 놀란 표정을 보일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조금 더 큰 반응이었다. 그럴수록 꼭 이런 말을 꺼내야 했나 더욱 미안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해주어야 하는 말이었기에. 내가 한 고백으로 그의 마음이 조금 떨어진다면 정말 다행인 것이다. 그러길 바랐다. 너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굉장한 남자니까.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앞으로 그런 말 안 할게. 그러니까, 너도 그런 말하지 마."

"...."

"나 지금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단 말야."

 

 


제 가슴을 부여 쥐며 울상을 짓는 그에게 다시 한번 강조해 화살을 쏠 수 없었다. 그저 기다리면 되겠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지만 그 사이 박지민이 더한 상처를 받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는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은 어느새 내 상처보다 더 깊게 파이고 있었다. 그게 나 때문이라는 사실에 더욱 더 깊게.

 

겨우 박지민이 좋은 분위기로 올려놓았는데, 다시 푹 눌러버린 것은 바로 나였다. 서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내 신발만, 그는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허공만. 그렇게 나란히 두 발만 움직였다.

 

 


"나 물어보고 싶었던 거 있는데."

 

 


그리고 또 한번, 다시 입을 열어주는 것은 박지민이었다. 바보 같은 것. 한없이 답답하고 나 자신이 싫었다. 이번에도 먼저 말을 건네주는 것은 박지민이었다. 늘 노력하는 것은 박지민이었다. 내가 하는 것이 대체 뭐냐고. 그를 위해 내가 하는 것이 대체 뭐냐고. 나는 맞아도 싸다.

 

 


"너 오렌지 주스,"

 

 


내가 해주는 것은 그와 시선을 맞춰주는 것밖에 없었다. 억지로 자신의 앞에서 노력하는 것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해주었지만, 내가 어느새 자신과 눈을 맞춰주는 것은 참으로 좋다 말해주는 박지민이었다. 처음 자신과 눈을 맞춰주고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웃어주었을 때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고. 그리고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는 말도 꼭 덛붙여주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일 뿐이겠지만,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젠 어렵지도 않다. 땅에 꽂힐 듯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박지민과 눈을 맞춰주었다.

 

 


"언제부터 싫어진 거야?"

 

 


처음부터 난 오렌지 주스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후에 생각이 난 것이었다. 오렌지 주스에 관한 기억. 실을 끄집어 내는 것만도 참 오래 걸렸다. 아마 박지민은 내가 그 아이에게 나 또한 오렌지 주스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을 우연히 들었던 거겠지. 그것 말고는 없다. 따로 내가 학교에서 오렌지 주스를 먹었던 적도 한번 없었기에.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너와 나의 공통점을 만들고 싶었고, 내게 넌 특별하다 티를 내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과거가 되었으니까. 내가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했을 뿐인데 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며 잔뜩 울상을 지어 보였던 그에게 또 한번 화살을 쏠 필요는 없었다.

 

 


"그냥. 크면서 입맛이 변했나 봐. 신게 싫더라고."

"정말? 그럼 오렌지 주스도 싫고, 레몬 같은 것도, 그런 것도 싫어해?"

"응."

"음... 그럼 과일은? 과일은 뭐 좋아해?"

 

 


또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그런 박지민에게 고맙다, 속으로 한번 눈으로 한번 속삭여 주었다. 너는 너무도 착하다.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21 | 인스티즈

 

 

 

 

-

예전엔 참 멀다고 느꼈는데, 요즘 들어 짧게 느껴지는 길이었다. 더 오래 걸어야 함에도 꼭 지하철을 탔고 그 이유는 박지민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둘 다 맞았다. 그저 난, 나를 데려다주고 다시 먼 길을 돌아 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박지민에게 미안할 뿐이었다. 늘 그런 걱정을 하며 밀어내도 이렇게 해야 제 마음이 편하다고, 나와 함께 걷는 이 길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하다고 말해주었기에 그저 넘길 수밖에 없었다.

 


혹시 김태형이 볼까 봐 건물이 보이기 전 박지민을 먼저 보내야 했다. 여기까지면 충분하다고. 분명 박지민은 고집을 부리며 기왕 온 거 끝까지 데려다주겠다 했지만 그때만큼은 그보다 더한 고집을 부리며 보냈다. 더 버티면 다음부턴 아예 못 따라오게 할 거라고 간단한 협박 같은 것도 던졌다. 하지만 오늘은 그마저도 못 하게 만들었다. 아까 내가 했던 그에겐 꽤나 충격적이었던 고백도 있었고. 한사코 건물 입구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내세웠다.

결국 그 앞까지 왔고 그때까지 김태형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집을 살짝 올려다보았을 때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지만 집에 갖혀 퇴근하는 날 보지 못 했을 거라 안심했다. 하지만 잘 들어가라며 내게 훨훨 흔드는 손은 익숙한 다른 손에 꽉 잡혀 질질 내게서 조금 떨어졌다.

 

 


"누구세요?"

 

 


방금 벌어진 상황에 잠시 멍을 때리다 얼른 정신을 잡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박지민 역시 갑자기 등장한 손님에 놀랐는지 이게 뭐지, 하는 사이에 얌전히 끌려갔던 것 같다. 신경질적으로 박지민의 손목을 던져내려놓자 말똥한 눈을 굴리며 박지민이 물었다.

 

 

"한 번도 참았고, 두 번도 참았어. 근데 넌 몇 번이고 자꾸 눈앞에 나타나. 그것도 아미 옆에."

 

 


그의 말을 들은 박지민은 삽시간에 표정이 굳어갔다. 오늘은 보지 못 할 것 같았지만 갑자기 등장한 김태형의 표정 또한 차게 굳어있었고 두 사람의 눈빛이 닿아있는 곳엔 불꽃이라도 튀는 것 같았다.

 

 


"김태형씨."

 

 


김태형의 표정을 보면 금방이라도 무슨 짓을 저질러 버릴 것만 같아 말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를 불러도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박지민을 향해 따가운 시선을 쏟고 있었다.

 

 


"누구냐고, 물었어요."

"넌 누군데."

 

 


좋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게 흘러가는 듯싶더니. 꼭 끝이 이랬다. 박지민 역시 곧이라도 들이 받을 것 같았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 누구라도 말려야했다. 한번 스타트를 끊으면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아서. 김태형은 내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래도 박지민은 말이라도 들어주겠지 타겟을 금방 바꿔 입을 열었다.

 

 


"미안해, 지민아. 오늘은 일단 가는 게,"

"못 가. 너 걱정돼서 못 가겠어. 저 사람 대체 누군데? 아는 사람이야?"

"저 사람은...."

 

 


박지민 역시 내게 눈길을 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귀는 열어둔 듯싶었다. 하지만 내게 누구냐 물어오는 질문에는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 내가 꼭 곁에 있어주고 싶은 사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 여기 오지 마."

"물었잖아요. 누구냐고. 나 아미 친구고, 아미 좋아해요."

 

 


내 눈앞에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도 해보지 못 했다. 그저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장면이라고, 연출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하며 꽤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한 여자를 두고 할 짓이 저렇게 없냐며. 어린애들처럼 저게 뭐 하는 거냐고. 앞에 있는 맥주를 들어 꼴깍 넘기며 채널을 다른 쪽으로 넘겨버렸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그렇지 않은 것이다. 유치하지도 않고. 내겐 그저 두 사람이 걱정이 될 뿐이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분위기는 너무도 묵직했다. 서로 때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찰나 결국 김태형은 박지민의 멱살을 쥐었다.

 

 


"다시 지껄여봐. 뭐라고? 니가 뭘 해?"

"김태형씨, 그만해요!"

"그쪽이 뭔데요. 당신이 남자친구라도 돼?"

"...."

 

 


김태형 역시 자신을 소개할 말을 찾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다. 김태형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고. 내가 대신 나서 김태형을 설명할 수도 없는 그런 사이였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애매한 사이. 정의 내리기엔 너무 아픈 그런 사이. 박지민의 말로 멱살을 쥐고 있던 김태형의 손이 풀리자 박지민은 바로 그의 손을 쳐내었다.

 

 


"그것도 아니면서. 상관하지 마요. 나도 아미도."

"지민아, 그만."

 

 


방금까지 보는 사람마저 따가울만한 눈빛을 쏘았으면서, 김태형은 어느새 쭉 빠진 눈으로 여전히 박지민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박지민만 말리면 된다고. 그래서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나 괜찮아, 지민아. 지금 시간 많이 늦었어. 지금 가도 꽤 늦게 도착하겠다. 얼른 가. 내일 보자."

"...."

"응, 지민아?"

"... 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문자라도 받아. 안 그럼 나 다시 온다?"

 

 


또 고집을 부리며 버티고 있으면 어쩌나 했지만 다행히 박지민은 쉽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연락 꼭 하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한 번도 전화를 해본 적은 없었다. 아직까지 수화기를 통해 들어본 목소리는 김태형 하나였다. 그래도 문자는 몇 통 주고받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사이도 아니면서 멋대로 참견하지 마요. 아미 힘들게 하지도 말고."

"...."

 

 


나를 향하던 시선을 옮겨 김태형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김태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멱살을 쥐지도 않았고. 박지민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내게 한번 다정하게 웃어주곤 발을 뗐다.


박지민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김태형과 나는 그 자리에 꼿꼿이 서서 누구 하나 먼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오직 꽉 쥐고 있는 두 손만이 그를 누르고 있다 설명해주고 있었다.

 

 


"계속 이러고 있을 거예요? 바람 찬데."

 

 


며칠 전만 해도 살랑살랑 불어오던 바람이 이젠 꽤나 매섭게 몸을 때리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서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김태형의 입은 여전히 열릴 줄 몰랐으니 대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발을 몇 발자국 움직이자 김태형 역시 내 뒤를 따르는 것 같았다. 이제는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앞에 섰고, 방금 타고 내려왔으니 당연히 일층에 있던 엘리베이터는 버튼을 누르자마자 문을 열어주었다.

어째 비슷한 장면을 며칠 전에도 보았던 것 같은데.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서로의 감정.

 

 


"왜 아무 말 안 해. 화 안 내?"

"네."

"왜. 내가 멋대로 참견했잖아. 또 자격 없는 짓 했잖아."

"... 화가 안 나니까."

 

 


화가 나지 않았다. 전처럼 왜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남자친구처럼 자격 없는 짓을 하냐 생각하지 않았다. 이젠 그런 걸로 화가 나지 않는다. 그를 향해 내거는 기대도, 착각도 지워버렸으니까.

 

 


"들어가서 쉬어요."

 

 

 

 

 

 

 

 

 

[방탄소년단/김태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21 | 인스티즈

 

 

 

 

-

집에 들어와 피곤한 몸에 물을 끼얹고 침대에 눕기까지 머릿속은 잔뜩 복잡했지만 정확히 무슨 생각인지 딱 잡아 말할 수는 없었다. 무슨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한 것인지, 무슨 생각들을 하는 것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냥 복잡하고 징징- 울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무사히 집까지 들어왔다고 박지민에게 문자라도 한 통 날려줘야 하는데 핸드폰을 집어 액정만 껐다 켰다 의미 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박지민은 지금쯤 집에 잘 도착했으려나, 날 걱정하고 있으려나. 먼저 전화하고 싶어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망설이고 있을 모습이 훤했다. 그래서 다시 액정을 밝게 비추었고 몇 자 적어내렸다.

'미안해 지민아 잘자'

난 괜찮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꼭 김태형이 내게 나쁜 짓이라도 하려 했던 것 같고. 김태형은 내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니 그렇게 보내지 않았다. 그저 밤이 깊었으니 잘 자라고, 내가 문자를 보냈으니 난 집에 잘 들어온 거라고. 부르르- 핸드폰이 몸을 떨며 곧 박지민에게 답문자가 온 것 같았지만 보지 않고 뒤집어 땅에 내려놓았다. 후-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미 힘들게 하지 말고' 박지민이 했던 말을 다시 꺼내어 보았다.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혹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김태형이라는 것을 벌써부터 알아차렸나 싶었다. 하긴 너무나 쉬운 문제였을까. 답이 함께 적혀있는 시험지를 나눠준 걸까.

김태형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침대에 벌렁 아무렇게나 널려있던 몸을 일으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뚫어보아도 결코 보이지 않겠지만 김태형이 있을 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얼굴이 약간 붉고 눈가가 촉촉하던데 어딘가 아파 보였다. 꼭 내가 착각하는 거길. 잘못 본 거길. 잠을 이루지 못 하고 벽면만 한없이 뚫어보았다.

 


그러다 띵동- 맑은 소리가 조용했던 집안을 울렸다. 이건 분명 김태형일 거라고. 무엇 때문에 나처럼 잠을 이루지 못 하고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알 것 같기도 했다. 문을 열까 말까, 그 짧은 시간에 몇 번이고 결정을 바꿨다. 몸을 일으켜 현관 앞에 설 때까지도 계속. 쉽게 문 손잡이로 손을 가져가지 못 하고 망설였다. 무슨 일일까. 덜컥 열었다가 또 심장이 쿵-하고 떨어지지는 않을까. 충분하진 않지만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을 때, 그럴 리는 없지만 응답을 하지 않자 집으로 돌아갈까 더 기다리지 못 하고 결국 문을 열어재꼈다.

 

 


"나, 다쳤어."

 

 


하지만 그렇게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은 저 밑으로 곧 곤두박질쳤다. 유리에 베이기라도 한 것인지 크게 주욱- 찢어져 피가 흥건하게 차올라 뚝뚝 떨어지는 손을 아무렇지 않게 내게 내밀었다. 온몸이 찌릿하고 몸이 벌벌 떨렸다.

 

 


"손 왜 이래요? 병원, 병원! 이렇게 심한데,"

"아니. 니가 해줘."

 

 


잔뜩 흥분을 해서 말도 제대로 못 뱉는 나와 달리 정작 김태형은 너무나도 태연했다. 열을 내는 내가 이상할 정도로. 현관으로 더 발을 들인 김태형은 문까지 꽉 닫아버렸다. 그땐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김태형과 다시 닫힌 공간에 갇혀버렸는데.

일단 닦아야 한다고, 얼른 테이블로 달려가 휴지를 뭉텅이로 뽑아 그의 손에 쥐여 곧 흐르려 하는 피를 닦아냈다. 새하얬던 휴지는 금방 빨갛게 물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죄다 빨갛게 물들어버린 휴지를 치우고 다시 뽀송뽀송한 새 휴지로 톡톡 닦아내길 몇번. 겨우 흥건한 피로 가려져 있던 상처가 보이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그리 깊게 파이진 않았다는 생각에 그제야 숨이 내쉬어졌다. 이젠 송글송글 핏방울이 맺힐 뿐 줄줄 흐르지도 않았고. 그래도 곱게 찢어져 있는 그의 상처를 보고 있자니 손이 아직도 벌벌 떨려왔다.

내가 그의 손의 붙잡고 달달 떨리는 손으로 피를 닦아낼 동안 김태형은 가만히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한 신경 쓰지 못 했다. 내가 김태형의 손을 마구 주무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저 그땐 김태형의 상처가 너무 걱정이 되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피를 다 닦아내고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왜 이지경이 되었냐고, 왜 나를 찾아왔냐고. 처음 김태형이 내게 피가 흥건한 손을 내밀었을 때, 정말 기절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도 그는 끝까지 태평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리고 김태형은 여전히 태연했다.

 

 


"앉아있어요. 약이라도 발라줄게요."

 

 


더 들어오지도 못 하고 제 손을 주물럭거리는 나 때문에 함께 서있던 김태형에게 던지듯 말했다. 다친 그에게 다정하게 말해줄 수도 있었지만 내 속을 뒤집어놓은 그가 미워 곱게 나가질 않았다. 얼마나 깜짝 놀랐는 줄 아냐고. 박지민을 마지막으로 다시 꺼내지 않길 바랬는데. 다시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던 구급상자를 꺼내들었다. 얼마나 되었다고 그 사이 먼지가 조금 앉았길래 후- 한숨을 숨기며 불었다. 얌전히 자리에 앉아 눈으로 날 쫓고 있는 김태형의 앞으로 가 앉았다. 무릎에 살짝 올려놓은 손바닥엔 아직도 피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의 손을 집어 들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김태형이 더욱 놀라는 것 같기도 했다. 소독약을 발라 남아있는 피들을 닦아냈다. 더 이상 나지 않고 금방 지혈이 되는 걸로 봐서 상처가 난지 꽤 된 것이다.

 

 


"일부러... 그랬어요?"

"...."

 

 


혹시나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고 그의 입에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역시, 침묵의 의미는 긍정일 거라고.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그게 아니었다. 제 손바닥에 스스로 상처를 내고 그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빨간 액체들을 아무 표정 없이 바라보았을 김태형이 그려졌다. 다시 심장이 시큰했다. 입술을 한번 물었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렇게 되지 않길 바랬는데. 혜주의 말대로 되지 않길 바랬는데. 이것을 시작으로 더 심한 짓을 하게 될까 봐 걱정이 물밀듯 들어왔다. 아직은 이 정도지만 언제 얼마나 더 심한 짓을 할지 모른다고.

 

 


"왜. 왜 그랬어."

"니가 나 걱정해줬잖아."

"...."

"그럼 됐어."

"... 앞으론 이러지 마요."

 

 

 

속상했다. 내가 뭐라고. 나 까짓 게 뭐라고. 자기 손으로 제 몸에 상처까지 내면서. 답답하고 바보 같게도 눈앞이 자꾸 뿌예지는 것 같았고 아랫배에선 무언가 올라오려는 듯 울렁거렸다. 그의 손을 잡고 있는 내 손은 여전히 벌벌 떨고 있었다. 살살 약을 바르고 거즈를 덧댈 때까지 제법 쓰라릴 만도 한데 그는 눈썹 한번 움찔이지 않았다. 보는 내가 다 쓰라린데 그는 꾹 참았다.

 

 


"대답해요. 다신 이러지 않겠다고."

"응."

 

 


그 사이 작게 제 목을 긁어대는 소리를 들었고 설마하니 싶었다. 어딘지 모르게 아파 보였지만 내 착각일 거라 생각했다. 잡고 있는 손이 평소보다 조금 뜨거운 것은 그저 상처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문득 그 추운 날 내가 올 때까지 우산 하나 들지 않고 오던 비를 다 맞고 있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감기가 온 것이다. 결국 나 때문에, 감기까지 걸리고 만 것이다.

요즘은 왜 이렇게 마음이 자꾸 무너지는지 모르겠다. 김태형을 생각하면, 김태형이 눈앞에 있으면 자꾸만 무너지는 마음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지금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내 감정을 꽉 누르고, 나오려는 눈물을 꽉 누르고. 그럼에도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고작 나 때문에 망가져가는 김태형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서.

 

 


"나 좋아해요?"

"...."

"나 좋아하냐고."

"...."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이래."

"...."

"대체 이유가 뭐냐고."

"...."

"나 까짓 게 뭐라고."

 

 


이미 깨끗한 거즈로 덮어버리고 난 후인데 아직도 김태형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 놓아줄 수가 없었다. 그 역시 뺄 생각이 없는 듯 쥐고 있는 내 손에 가만히 잡혀있었다. 그와 눈을 맞추지 못 하고 이제는 빨간색이 아닌 하얗게 깨끗한 그의 손바닥만 바라보았다.

 

 


"넌 날 좋아하지 않잖아."

"...."

"그냥 내가 불쌍한 거잖아."

 

 


그런 거 아닌데. 잘 알지도 못 하면서. 그 말에 김태형을 향해 고개를 들었고 언제 차올랐는지 눈꺼풀을 한번 닫았다 열었을 뿐인데 결국 아래로 또르르 흘러내렸다. 참지 못 하고.

 

 


"나는요,"

"...."

"좋아해요."

 

 

 

 

 

 

 

 

 

 

 

 

 

 

 


 

암호닉

암호닉은 재업이 끝난 후 다시 받겠습니다.

 

통통 / 눈부신 / 태태 / 인사이드아웃 / 령아 / 초딩입맛 / 슙디 / 태형오빠 / 군주님 / 민트 / 태태이즈뭔들 / 이현☆ / 똥맛카레 / #RealV / 소녀 / 침을태태 / 김석진 / 거창왕자태태 / 개학전날밤 / 코코팜 / 슙숨 / 공감 / 태태야 / 슈탕 / 두부 / 딸기빙수 / 요정 / 카라멜 / 태형이안에♡ / 미니언 / 피카피카 / 침침 / 알라 / SAY / 이부 / 깨알 / 다람이덕 / 민피디 / 김치만두 / 태정태세 / 갈매빛 / 쌀떡 / 현지짱짱 / D.시걸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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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딸기
얼른 재업을 끝내고 시즌 2 연재를 시작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더디네요... 죄송합니다ㅠㅠ
7년 전
독자1
으어어어어유ㅠㅠㅠㅠㅠㅠ지짜 넘나 재미있는갓 ㅠㅠㅠㅠㅠㅠ생각날때마다 정주행하는데 허....너무 막 볼때마다 심장이 막 ....ㅠㅠㅠ
7년 전
독자2
헐 드디어ㅠㅠㅠㅠㅠㅠ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요ㅠㅠㅠㅠㅠ
둘 다 아픈 짓을 하고있어ㅠㅠㅠ

7년 전
비회원126.162
마음이가 너무 아파요 ㅠㅅ ㅠ 둘다 너무 맴찢인 것.. 오늘은 지민이도 불쌍해요 ㅜㅜ ㅜㅜㅜㅜ
7년 전
독자3
맞아 ㅈ제가 이번화를 기자렷어요!! ㅋㅋ오늘편은 여주가 공감이 잘안됐네요 다시읽어서 그런가 ㅋㅋㅋ 애매모호한게 답답해서 도레미착것갘앗믄데 ㅋㅋㅋㅋㅋㅋ 아 마자오 그때도여기서 끈낫엇어요 인사이드아웃입니다
7년 전
비회원51.117
와...이번화 ..... 진짜 ㅠㅠㅠㅠ 넘나 취적....ㅠㅠ 다음화가 너무 기대되네요 ..!!흐하ㅏㅏㅏㅏ
7년 전
비회원144.36
와ㅜㅜㅜ 다음화까지 어떻게 기다리죠ㅜㅜㅜ 그나저나 이제 여주랑 태형이랑 라뷰라뷰 하는 건가요!!! 흐흐
7년 전
비회원171.167
와ㅠㅠㅠㅠㅠㅠㅠㅠ 한번에 다 봤어요... 왜 이 글 이제 안 거지..?
애정결핍 말로만 들어봤지, 실제로 사랑을 받고 싶어서 저렇게 무리해가면서 자기 몸에까지 손대는 게ㅠㅠㅠㅠ 마음 아프네요..

7년 전
독자4
요정입니다!!
이 장면은 다시봐도 막 두근두근하고 설레고 그러네요ㅠㅜ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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