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일곱명인 일처다부 썰
W. 루꼬
10편과 이어집니다.
너탄은 그 후로도 정국이에게 꾸준하게 연락을 했지만 더이상의 진전은 없었음
너탄이 문자를 10통 보내면, 겨우 1통의 답만 오는 식이라, 그나마 받은 답장도 거의 다
싫어요, 연락하지마요, 아니요, 안돼요 이런식라서...
너탄이 왜 그렇게 처음본 정국이에게 매달리는지 너탄 스스로를 이해할수 없었지만, 정국이가 내가 아닌 다른여자를 만나는건
정말 소름끼치도록 싫다고 확신할수 있었음
너탄과 정국이가 다시 만나게 된 건 다름아닌 너탄의 직장에서 였음
정국이가 아이를 구한 동영상이 저 먼 외국까지 퍼져서, 정국이는 한순간에 우리나라의 화제가 됨
덕분에 정국이는 타 방송국의 달리는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엄청난 운동실력을 발휘하는 등 모든 방송프로그램의 게스트섭외 1순위로 꼽힘
그런 정국이가 이번에 너탄네 방송국의 한 예능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음.
너탄은 오늘 음방 녹화 날이 아니라서 별로 바쁘지 않기때문에, 남은 일을 마무리 짓고 정국이가 녹화중인 세트장에 구경을 감
" 어? 안녕하세요. 김피디님이 여긴 어쩐일로... "
" 아, 제가 전정국선수 팬이거든요, 하하.. "
프로그램의 여자 조연출이 세트장을 기웃거리는 너탄을 발견하고 인사하길래 너탄도 같이 인사해줌
조금있으면 쉬는 타임이니까 싸인이라도 받으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낸 조연출은 이내 세트장 안쪽으로 들어감
너탄은 세트장 끝에 멀찍이 서서 정국이만 바라봄. 새삼스럽지만 참 잘생겼음. 거기다 키+덩치+조명 버프까지 더해지니까 그렇게 잘생겨보일수가 없음
" 자, 이쯤에서 질문 하나만 할게요. 지금 TV를 시청하고 계신 여성 시청자분들이 가장 궁금해 할 것 같은데요.
실례지만 혹시 현재 여자친구가 있으신가요? "
" 아니요 "
" 와, 그러면 혹시 첫사랑은 언제가 처음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
" 제가 어렸을 때 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아직 첫사랑이 없습니다 "
여 MC의 질문이 낯간지러운지 시선을 한곳에 고정하지 못한 채로 대답을 하던 정국은 이내 기웃거리던 너탄과 눈이 마주침
정국은 놀란 듯 눈이 커졌고, 너탄 역시 살짝 놀랐지만 녹화에 방해가 될 듯 싶어 빠르게 세트장을 빠져 나옴
복도로 나온 너탄은 주머니에 굴러다니는 동전 몇 개를 집어 자판기에 넣고 이온음료 두 병을 뽑음
너탄은 의자에 앉아 손에 들린 음료 한 병을 열어 마시며 녹화의 쉬는 타임을 기다림
곧 쉬는 타임인지 세트장 안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빠져나왔고, 너탄은 마시던 병뚜껑을 닫고는 세트장 안으로 들어감
" 그쪽이 여긴 어떻게.. "
" 놀랐죠? 저두 놀랐어요. 저 여기 방송국에서 일하거든요, 음악방송 "
세트장 구석의 간이의자에 앉아있는 정국에게 다가간 너탄은 마치 CF처럼 이온음료를 정국의 볼에 갖다 댐
흠칫 놀란 정국은 뒤를 돌아 너탄을 쳐다 봤고, 너탄은 정국의 앞쪽으로 걸어가 열지 않은 이온음료를 건넴
"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연락 많이 했는데 답장도 안해주고.. "
" 답장 했잖아요, 연락하지 말라고 "
" ...여기서 이러다간 사람들이 내가 정국씨 좋아하는거 다 알겠네요. 우리 잠깐 밖에 나가서 얘기할까요? "
얼떨결에 너탄을 따라 복도로 나온 정국은 할 말 있으면 빨리 하라는 식으로 너탄을 쳐다봄
" 난 되게 반가운데, 정국씨는 아닌가봐요 "
" ...할 말 없으시면 이만 들어가볼게요 "
" 잠깐만요, 정국씨 내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요? 왜그러지.. 얼굴,몸매,직업,능력 살면서 한번도 부족하다고 느껴본적은 없는데 "
" 왜 싫어요? 응? 뭐가 부족한데.. "
너탄은 정말 구차 할 정도로 정국이에게 들이댐. 정국이는 너탄이 갑자기 훅 들어오니까 당황해서 뒷걸음질 치는데
갑자기 너탄과 정국이가 서있는 복도의 코너 뒷편에서 너탄의 얘기가 나옴
" 좀전에 녹화장에 음중 PD 왔었다? "
" 김탄소 PD? 그사람이 여기 왜 와? "
" 자기 말로는 전정국선수 팬이라는데. 왜, 있잖아 그 여자 잘생긴남자 킬러 라는 소문 "
" 아, 맞다. 나도 저번에 그 PD 남자친구인가, 남편인가? 아무튼 엄청 잘생긴 남자가 데리러 온거 봤어. 지하 주차장에서 "
" 아무튼 있는것들이 더 해요. 나눠가지면 좀 덧나? "
분명 두명의 목소리 중 하나는 조금 전 너탄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여자 조연출의 목소리였음
너탄은 당황 한 기색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그 여자 둘의 얘기를 듣고있는데, 오히려 정국이가 당황해서 안절부절 못함
곧, 너탄의 얘기를 떠들어대던 그 여자 둘은 카페라도 갈려는지 둘이서 팔짱을 꼭 낀 채로 저 멀리로 사라졌음
" 왜 가만히 있어요? 그쪽 얘기잖아요 "
" 그러면 제가 가서 뭐라고 따졌어야 해요? "
" 당연하죠. PD면 저사람들 보다 훨씬 윗사람인데 왜 가만히 있어요? "
" 음, 내가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내지마요. 내가 미안해요 "
" 지금 화를 내는게 아니라!.. "
" 그치만 다 사실인데요, 뭐 "
" ...예? "
" 내가 킬러까지는 아니여도, 잘생긴사람. 좋아해요. 정국씨처럼 "
너탄의 거침없는 말에 정국은 귀까지 붉히며 헛기침을 했고, 이내 ' 더 할말 없으면 들어가볼게요 ' 하고는 쏜살같이 녹화장 안으로 들어갔음
정국에게 꽤 귀여운 구석까지 있는걸 확인 한 너탄은 더욱 더 정국에게 마음을 주게 됨
그 날 후로, 너탄과 정국사이에는 정말로 기적같이 조금의 진전이 생김
전에는 문자를 10통 보내야, 1통의 답장을 받을까 말까 한 정도 였다면
그 날 이후 정국은 너탄이 보내는 모든 문자에 꼬박꼬박 답장을 하게 됨. 물론 여전히 단호박 100개는 먹은 듯한 말투였지만
' 뭐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사전 녹화중이에요. 이번에 토토소년단이 컴백해서 팬들때문에 엄청 어수선하네요 '
' 토토소년단에도 잘생긴사람 많잖아요, 차라리 나 대신 그중에 한명을 꼬시는건 어때요 '
' 싫어요. 다른 사람들은 정국씨처럼 자기 목숨 걸고, 모르는 아이 구하는거 못하잖아요 '
' 저 목숨 안걸었어요. 제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데요 '
' 어쨌든요. 어쨌든 저한테는 정국씨가 더 멋있으니까, 저는 정국씨만 꼬실거에요. 그러니까 빨리 나한테 넘어와요 '
' 일이나 열심히 해요, 저 훈련 받으러 갈거에요 '
' 알겠어요. 다치지 마요! '
너탄의 귀여운 구애 덕분인지, 며칠 후 너탄과 정국은 사적으로 만남을 갖게 됨. 물론,
' 저번에 봤던 카페에서 기다릴게요. 나올 때까지 기다릴거니까! 꼭! 와야해요. 알겠죠? '
너탄의 협박 섞인 문자가 큰 역할을 했지만.
" 우와, 진짜 와줬네요? "
" 오라면서요 "
" 저 정국씨한테 줄거있어요! "
" 뭔데요 "
" 여기! 이거는 지인짜 유명한 한의원에서 지은 보약이구, 이거는 홍삼, 그리구 이거는 비타민! "
" ...이게 다 뭐에요 "
" 이거, 뇌물이에요 "
" 뇌물이요? "
" 헤헤, 저랑 오늘 하루 데이트해요. 거절은 안돼요! "
오늘을 엄청 기대한 것 마냥, 예쁘게 차려입은 너탄에 정국은 져준다는듯이 살짝 웃고는 이내 일어서는 너탄을 따름
품에는 너탄이 뇌물로 준 온갖 몸에 좋은 것을 한아름 안고는
너탄과 정국은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영화 시간을 기다리며 게임장에서 게임도 하고
여느 커플과 다를 바 없는 데이트를 했고, 정국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웃음기 어린 얼굴을 잠깐씩 비췄음
저 뇌물 사느라 돈 엄청 많이 썼으니까, 집까지 데려다 주세요. 우리집은 쩌어기-
정국은 너탄의 말에, 순순히 너탄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음
너탄은 밀려오는 뿌듯함에 얼굴에 한껏 미소를 지은 채, 빠른 걸음으로 정국의 옆으로 향함
" 집, 어디에요 "
" 10분정도 더 걸으면 나와요 "
" 이럴거면 택시를 탈 걸 그랬나 "
" 제가 일부러 정국씨랑 걷고 싶어서 그런거에요 "
" ...여자가 되가지고 못하는 말이 없어 "
" 좋아하는데 여자 남자가 무슨 소용이에요 "
마지막은 꽤 진지했던 너탄의 대답에 정국은 잠시 벙쪄서 너탄을 쳐다봤음. 너탄은 내가 뭐 잘못말했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걷던 길을 계속 걸어갔고
너탄과 정국은 그렇게 조금씩 밀고, 조금씩 당기는 대화를 끝으로 꽤 성공적인 데이트를 마치는 듯 했으나,
사건은 순간적으로 일어났음
" 정국씨, 옆에..! "
너탄이 가까이서 들리는 차 소리에 놀라 옆을 쳐다보니, 정국의 쪽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달려오는 승용차 한대가 보임
드라마에서는 저걸 왜 못피하냐고 혀를 찼지만, 실제는 전혀 달랐음
정말 빠른속도로 돌진하는 차를 절대 피할방법이 없었음. 다리가 땅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고, 정국도 마찬가지인듯 했음
너탄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꽉 감았고
느껴진 충격에 파르르 떨리는 눈을 간신히 떠보니, 너탄은 도로에 쓰러져 있었음
그리고 너탄의 옆에는, 너탄을 쎄게 끌어안으며 보호한 채 자신의 몸으로 차에 맞선 정국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음
너탄 역시 희미하게 들리는 사이렌 소리를 끝으로 의식을 잃었고,
너탄이 눈을 뜬건 사고로 부터 5시간이 지난 후 였음
" 깻어? "
" 병원..이야? "
너탄이 눈을 뜨고 가장 처음으로 본 것은, 하나같이 무거운 표정으로 너탄의 곁을 지키고 있던 남편들이였음
너탄의 움직임에 의사가운을 입고있던 지민이 급하게 호출버튼을 눌렀고, 곧바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들어왔음
" 저랑, 저랑 같이왔던.. 남자는요? "
" 아직 수술중 입니다 "
' 갈비뼈에 금이 가, 붕대로 허리를 고정시켜놨습니다. 움직임이 불편하실 수 있으니 보호자분께서 항상 옆에 있어주세요
가벼운 뇌진탕 증상이 의심되나 안정을 취하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호출버튼을 눌러주시구요 '
의사는 말을 마치고는 병실을 나갔고, 남준이를 포함한 다섯명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음
" 나, 나 그사람한테 가봐야되 "
" 방금 한 말 못들었어? "
" 김탄소, 다시 누워 "
"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다친거란말이야... "
너탄이 밀려오는 좌절감에 눈물을 터트리자 옆에있던 석진이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줌
' 아직 수술중이니까, 수술 끝나고 보자. 탄소야. 응? '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너탄을 달랜 석진이, 이내 다시 병실침대에 누운 너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줬음
너탄이 정국을 만난건 그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난 후 였음
힘들었던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내려온 정국의 병실에, 너탄은 남준이의 부축을 받으며 찾아갔음
' 똑똑 '
남준이에게 둘이서만 할 얘기가 있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 말한 후, 혼자서 들어온 병실에는
홀로 조용히 누워있는 정국이 있었음
" ...미안해요, 내가.. 나때문에... "
머리에도 붕대를 감고, 팔 다리 역시 붕대를 칭칭 감은, 어디하나 성한 곳 없는 그의 모습에 너탄은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음
정국의 침대 옆에 서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한참을 울었을까
" 눈 뜨자마자 보는 얼굴이, 우는 얼굴이면 어떡합니까 "
언제 일어난건지 조심스럽게 울고있는 너탄의 손을 잡으며 어색하게나마 위로를 흉내내는 정국의 모습에
너탄은 더 크게 울기 시작했음
" 아기가 따로 없네, 진짜 "
" 그래서야, 나 먹여살릴 수 있겠어요? "
" 끅.. 그게, 무슨.. 말이에요 "
" 나 이제 국대 그만둬야 한대 "
" 그니까 이제 나 먹여 살려요 "
-
정국이의 국대를 그만 둬야 했던 이유!
꾸기 미아내.. 작가가 못나서 다치게나 하고 마리야ㅜㅜ
소소한 글 치고 넘나리 찌통이여서 다들 당황하셨죠?
막장 냄새 풀풀 나지만 어쩔수 없어요 8ㅅ8 내 한계가 여기까지인걸...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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