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높게 올라간 것으로 보아, 화가 났지만 주변 시선 때문에 억지로 웃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마도 방금 전, 정국의 행동으로 인해 오해를 산 것 같았지만 정말 나와 저 애 사이에는 감정의 교류 따윈 1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다. 으음, 생각해보니 아까 얘를 따라올 때 바람 펴보자고 이야기 한 게 있긴 하구나. 그렇지만 그건 그냥 빈말로 한 거니 괜찮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태형이 나타나니 좀 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눈빛은 거짓말이라는 듯 단박에 유한 눈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정국이 김태형에게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스위티(sweety)에게 위치 추적기라도 달아 놨어요? 우리 여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어요?"
" '스위티'? "
나를 지칭하는 단어에 안 그래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어 보이던 김태형의 눈썹이 하늘로 치켜올라간다. 정국의 말을 들은 나 또한, 헉 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 저런 단어는 연인사이나 아니면 아주 친한 친구 사이에 쓰인다. 그러나, 정국은 나랑 연인 사이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친한 친구도 아니다. 그럼 통용되는 다른 뜻은 뭘까? 그건,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 딱 두 번째 뜻으로 알아들은 김태형이 나를 홱 돌아봤다.
"뭔 소리야 저건, 해명 좀 해보지? 너 설마 정말 바람 폈어?"
"아,아냐! 그리구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자면 쟨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니 스토ㅋ..."
"역시 똑똑해! 맞아요, 바람 피러 나온 거에요."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넌씨눈?
김태형의 말에 다급하게 대답을 하려고 했던 나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답하는 정국 때문에 속으로 소리지를 수밖에 없었다. 미치겠네, 정말. 나는 날 쳐다보는 정국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당장 그 입 닥치라는 표시였다. 김태형은 자신을 놔두고 대놓고 다른 남자랑 바람을 -물론 애기같은 애가 남자로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남자긴 하니까- 피러 나왔다는 말을 듣자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태형이 화났다 어떡해.
발을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주변 공기가 싸늘하게 내려가 순간적으로 내 머리 위로 에어컨이 쏟아지나 싶었다. 나는 정국을 바라보며 눈치를 줬으나, 안타깝게도 한 분야에만 몰빵된 머리는 입 좀 다물라는 신호를 읽어낼 눈치마저 없었다. 천재와 바보는 한끗 차이라더니 어쩌면 쟤는 다른 분야에서는 바보일지도 모른다.
"같이 저녁도 먹고, 집까지 에스코트 해야지 데이트의 완성이라고 하던데. 당신도 같이 갈래요? 아닌가? 이미 외도를 들켰으니 된 거죠?"
"뭐가 돼."
"이혼이요."
"뭐?"
굳어져있던 김태형의 얼굴이 더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기분 파악 따윈 할 줄 모르는 정국은 신나서 입을 나불대고 있었다. 그 덕에 김태형이 붙들고 있는 내 손목만 남아나질 않고 있었다. 김태형이 이렇게 악력이 센 줄은 미처 몰랐는데 저 애 덕분에 너무나도 잘 깨닫는 중이다. 물어봤는데, 배우자의 외도는 이혼 사유가 된대요! 둘이 결혼했구, 스위티는 나랑 바람 폈고, 당신은 외도 현장을 붙잡았고! 그럼 이혼하는 거 맞죠? 단계를 순식간에 훅훅훅 뛰어넘은 설명에 김태형의 입이 잠시 벌어졌다가 곧 다물어진다. 그리고 내게 고개를 숙인 채 소근거렸다.
"...정말 우리가 결혼했다고 둘러댄 걸 믿고 있는 거야, 쟤?"
"어엉. 그런 것 같아."
"와..."
깊은 탄식이 흘러나온다. 뭔가 풀려가는 기분에 나는 이때다 싶어서 손목을 살짝 흔들며 요구했다. ...나 손목 아픈데 놔주면 안 돼?
그러자 제가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김태형이 슬금 손을 놓아주었다. 저릿저릿한 손목을 주무르며 김태형을 올려다보니 조금 전과는 달리 화가 풀린 표정이다. 네가 오해했다는 거 알았지? 때를 놓치지 않고 기회를 덥석 물었다. 김태형이 피식 웃는다. 우리가 곧 이혼을 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정국에게 사실을 일깨우려 몸을 돌리려던 그는, 가기 직전에 웃음기가 담긴 어조로 말했다.
"반쯤? 일단 저 애 해결한 후, 네가 왜 따라나섰는지 변명 들을게. 잘 생각해 놔."
내 마음에 쏙 들 수 있는 대답으로.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사악 핥아 보이는 것을 보고, 김태형이 원하는 대답이 뭔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저, 키스 귀신 같으니라구.
베리 메리 체리
: 2기 04
흔히들 수강신청을 두고 다음 학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들 말한다. 그 의미는, 마우스 클릭질을 하는 몇 초에 다음 4개월간의 시간이 결정된다는 것이고, 원하는 시간표대로 학교를 다니기 위해 몇천명이 서버에 접속하는 순간을 뚫어 강의를 쟁취해야 한다는 소리다. 물론 원하는 대로 강의를 쟁취한 사람들도, 정작 학기중에는 내가 왜 신청을 했을까 과거의 자신을 자책하면서 다니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수강신청을 하는 그 시간에 비행기를 타야 했으므로 2학기 수강신청을 할 수 없었다. 왜 수강신청 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있느냐? 에 대한 것은 며칠 전으로 되돌아간다.
'오로지 우리 둘만의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지. 물론 관리인들을 없는 셈 치면 말이야.'
김태형의 허벅지를 편히 베고 누워 티비를 바라보던 중,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나타나자 '저런 곳에서 수영해야지 제 맛인데'라고 내가 중얼거렸던 때였다. 김태형이 고개를 홱 내려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툭 떨어지는 한 마디. 더 좋은 데로, 갈래?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던 김태형의 얼굴을 미심쩍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야심차게 세워놓았던 여름방학 피서 계획이 뭔지를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연초에 플로리다 옆에 있는 작은 개인 섬들을 김태형의 집안에서 사두었고, 그 중 하나를 기깔나게 설계하여 꾸미고 있었는데 완공이 되었더란다. 개인 섬이라니. 정말 참으로 놀랄 일일 수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꿈도 못 꾸겠지만 김태형네 집안으로서는 아무렇지 않을 것 같긴 했다. 하긴, 가만히 생각해보자면 개인 섬은 파파라치로부터 자유로우니 그의 집안으로서는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일 것이다. 좀 클래스가 심각하게 다르긴 하지만. 일단 플로리다까지는 비행기를 타고 간 다음, 헬기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왜 그 시간에 수강신청을 할 수 없는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직접 할 수 없기에 오래된 친구에게 나의 다음 학기를 부탁했었다. 이번에 휴학계를 냈기에 수강신청 시간에 다른 대학생들처럼 대기탈 필요가 없는 정호석 말이다. 박지민도 있긴 했으나, 정호석에게 부탁한 이유는 그가 마우스와 키보드 컨트롤의 신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인기있는 그룹 콘서트 티켓팅이 몇 초만에 매진되는 사이에서도 0번대를 잡은 전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정호석은 현란한 클릭질로 내 시선을 빼앗는 게 주특기였으므로, 걸려온 전화를 받은 난 당연히 그가 성공했다는 말을 내뱉을 줄 알았다.
그러나,
"6학점밖에 신청 못 했다고?!"
- 어어... 미안...
"거짓말 아니고 진짜로?"
- 응...
세상에 말도 안 돼. 정호석의 말을 믿을 수 없던 나는 통화를 대기시켜놓고서는 바로 신청 시간표를 확인했다. 그런데 정말로 6학점밖에 신청이 안 되어 있는 거였다. 최소 신청학점이 10학점인것을 감안해보았을 때, 이대로 전체 정정기간에 신청하지 못한다면 강제 휴학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노답이다..."
- 너 강제 휴학하는 거임?
"미쳤어? 전체 신청기간 언제야?"
- 사흘 뒤.
나는 머릿속으로 일정을 파바박 떠올렸다. 섬에 와이파이 터지나? 터지겠지? 안 터지면 안되는데. 걱정이 된 나는 재빨리 김태형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터진다고 했다. 휴, 한시름 놓았네.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애증의 정호석과 통화를 종료했다. 사흘 뒤, 오후 4시 30분. 안심이 되지 않은 나는 캘린더에 들어가서 30분 전 알람 설정을 해놓았다. 이렇게라도 해야 성공할 것 같았달까.
"뭔데?"
"호석이가 내 수강신청 똥망으로 만들어놨어. 이 때 성공하지 못하면 강제휴학할 판이야."
"이 기회에 휴학해, 그냥. 너도 한번쯤은 하겠다며?"
김태형이 무슨 소린지 물어왔다가 내가 똥망해서 2학기를 강제 휴학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알려주자 저렇게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지 일 아니라고 순 태평한 소리만 내뱉는다. 나는 김태형을 째릿 노려보았다. 미안하지만 이런 식으로 선택지가 없는 휴학을 하는 건 싫었다. 어떻게 해서든 2차 때 성공하고 말 거다.
"됐거든, 뭐래도 반드시 성공하고 만다."
"그래 그렇다 치고, 어디 가? 그 헬기 아니야."
앞으로 걸어가려는 날 김태형이 잡아끌었다. 어어, 휙하니 딸려온 몸을 부드럽게 잡아준 김태형이 저 앞에 기다리고 있는 다른 헬기를 가리켰다. 저거야, 저거.
검은 색 마스크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낀 조종사가 우리를 맞이했다.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김태형의 목소리에도 그저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 문을 열어주고 닫는 조종사를 보면서 나는 그가 참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다.
"되게 무뚝뚝하시다."
"그러게."
나는 순전히 느낀 것을 전달한 것 뿐이었지만, 김태형의 얼굴은 어딘가 찜찜해 보였다. 챙겨온 가방을 옆으로 모아두고, 내게 헤드셋을 씌워주던 김태형은 연신 앞좌석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결국, 그가 씌워준 헤드셋을 내린 나는 김태형에게 물었다.
"왜 그래?"
"아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김태형은 물어온 나를 바라보다 다시 조종석에 앉아있는 사람을 주시했다.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김태형은 찜찜한 눈빛을 하고 조종사를 더 주시했으나 뭐라 물을 새도 없이 기찬 소리와 함께 날아오르는 헬기에 인상을 쓰며 헤드셋을 썼다.
주변 풀길들이 헬기가 만들어내는 거센 바람에 뒤로 밀려난다. 땅바닥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보자 들떴다. 비행기는 옆에 나 있는 자그마한 창으로밖에 밖을 내다볼 수 없는 반면, 헬기는 비교적 큰 크기로 더 생생히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헬기가 유유히 하늘을 가르는 동안 나는 여유롭게 풍경들을 감상했다. 김태형의 집안 사람들보다 내가 더 빨리 섬의 별장을 들어간다는 생각에 약간 미안함 비스무리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는, 막상 그곳에 도착하서 놀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음이 붕붕 떴다.
...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떠난 방향으로 달려오는 점 하나가, 이 헬기의 진짜 조종사인줄은 몰랐지.
* *
July - unable
비행기에 내렸을 때부터 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구리다 싶더니 날아오른 지 5분도 안 되어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러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겠는데. 나는 입을 비죽였다. 비행기를 탈때까지만 해도 붕붕 들떴던 마음은 어느덧 푹 식어버리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보던 김태형이 울리는 전화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아들었다. 네, 라고 대답하던 그는 몇 초 만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표정이 급격히 바뀌었다. 핸드폰을 재빨리 끊어버린 김태형은 조종석으로 몸을 넘겨 조종사를 싸늘하게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입모양으로 말을 파악하자면 당신 누구야- 정도일까. 어? 어쩐지 심각한 분위기에, 나도 따라 헤드셋을 벗으며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이 자식, 조종사 아니야. 원래 조종사랑 방금 통화했다고."
입에서 나오는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야, 우리 납치되는 거야? 왜? 몸값을 노리고?
정황상 공중 납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장면에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가슴이 미친듯이 쿵쿵 뛰었다. 김태형은 침착하게 대응하려 했지만, 조종사가 아닌 것이 탄로나고서도 한 마디 하지 않는 그에 화가 난 건지 점점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랄맞은 날씨에 헬기가 흔들렸고, 나는 이러다가 추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종사가 우리를 납치하거나, 추락하거나 정말 둘 중에 어느 선택지도 더 좋다고 결론짓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젠장, 누구냐고!!!!"
김태형이 욕설을 내뱉은 순간, 마침내 조종사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가 벗겨졌다. 한 대 갈길 듯 주먹을 날리려던 김태형은 반쯤 드러난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자 갑자기 굳어버린다. 저 반응에 두렵지만 뭔가 해서 확인하니,
"계속 그러면 추락할 지도 몰라요."
정국이었다.
더 이상 마스크를 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된 건지, 그는 마스크를 옆자리로 벗어던졌다. 나는 할 말을 잃은 상태였다. 김태형도 같은 표정이었지만,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정국의 멱살을 붙드는 대신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네가 어떻게 지금 이 헬기를 조종하고 있는 건데."
"그야 당신이 가는 곳에 나도 따라가려고 그렇죠. 개인 섬으로 간다면서요? 거기까지 바래다 줄 테니, 내 방도 내줘요."
정국은 정말이지도 보통의 목소리로 태연하게 물었다.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게 범죄인것을 모른다는 듯 마냥 평화로운 목소리였다. 어이가 털리는 말에 어지간히 열이 뻗쳤는지 김태형은 앞머리가 훅 하고 날릴 정도로 숨을 거칠게 내쉬더니, 애써 욕이 나오려는 상황을 다스리며 그를 타일렀다.
"말로 할 때 얼른 돌려."
"싫어요."
"이거 장난감 아니야. 빨리 돌려, 아니면 힘으로 뺏는다."
"생각보다 재밌네요. 모의 조종은 해봤는데 실제로 조종하는 건 처음이라."
"뭐?!!"
뒷골을 잡을 수준이 아니라, 목숨이 정말로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국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까전까지만 해도 잘 비행하고 있다고 느껴졌던 헬기가 무척이나 위험천만하게 느껴졌다. 재미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고, 이건! 속으로 백만번 쯤은 오열과 통곡을 외치고 있는 나는 떨리는 손으로 김태형을 붙들었다. 태형아 우리 죽는 거야? 어떡해,
"쟤 실제로 조종하는 거 처음이래잖아!!"
이쯤에서 나는 정국이 우리들의 목적지까지 어찌저찌 잘 날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착륙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처음이래잖아, 실제 조종이 처음!! 어쩌면 착륙할 때 헬기가 폭삭 내려앉아 터질 지도 모른다. 끔찍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는 창가 밑으로 보이는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그래, 최소한 문을 열고 뛰어내리면 땅바닥과 부딪혀서 가루가 되지는 않겠지. 이성이 나간 나는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제때 나를 알아챈 김태형이 그런 나를 붙잡었다.
"진정해, 여기서 떨어지면 죽어."
"그럼 어떡하라고?!"
"나 믿어봐봐."
거의 울 듯한 내 등을 토닥이며 김태형은 그렇게 내뱉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단단한 저음의 목소리를 들으니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고 있었다. 이러니까 영화 속에 나오는 남녀 커플들이 왜 그렇게 스펙타클한 상황에서 사랑에 빠지는 지 알게 되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도망가지도 않고 포옹하고 질질 짜면서 너 없인 안 가, 라고 중얼거리던 남녀 주인공들을 욕하기 바빴던 나는 절실히 공감하고 있었다. 아, 나는 이미 김태형을 좋아하고 있으니까 조금 다른가... 어쨌든, 날 토닥여준 김태형은 얼굴을 굳히고 정국을 잡으러 가기 위해 몸을 앞으로 움직이려 했다.
"너 당장 방향 돌ㄹ,"
- 콰콰쾅!
순간적으로 주변이 온통 새하얗게 변했다 싶었다. 요동치는 내부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헬기 내부가 무척이나 어두워져 있었다. 어두운 헬기 안에서 불길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고, 중심을 잡지 못해서 머리를 부딪혔던 김태형이 정국을 향해 소리 지르고 있었다.
잠깐, 잠깐만요. 미묘하게 다급한 목소리. 잠깐이 어딨어, 빨리...! 조종이 먹통이에요, 아무것도 안 들어요, 아무것도. 그게 말이 돼? 김태형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고작 벼락 하나 맞았다고 고장이 났다고? 너 진짜...!! 엔진이 꺼졌어요! 오가는 두 남자들의 대화 사이에서 불길한 단어를 직감했다. 엔진이 꺼졌다,
추락한다.
헬기가 뒤로 쏠렸다. 비상 탈출하려 문고리를 잡았던 김태형의 손이 손잡이를 놓치고 등받이에 등을 세게 부딪혔다. 고통에 일그러지는 김태형의 얼굴. 아수라장 사이에서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정신이 멍했다. 뒤로 갔다 앞으로 쏠리는 헬기에 맥없이 딸려간다. 등을 세게 부딪혀 이를 악물고 있던 김태형이 앞으로 쏠리는 나를 향해 팔을 뻗었다. 햇빛이 닿지 않아 검은 바다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나는 마치 기름이 다 떨어진 기계처럼 눈썹을 아주 느릿하게 깜박였다. 사방에 뚫려있는 창으로 하얀 물보라가 이 헬기를 향해 덮쳐오고 있는 게 보였다. 피할 수도 없다. 이대로 죽는 건가...
물보라가 헬기를 집어삼키려는 직전, 김태형이 온몸으로 나를 꽉 감싸안았다.
* *
- 쏴아아아아.. 철썩..
파도 치는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왔다. 꿈인가... 몸이 무거워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눈을 뜨기도 귀찮고, 그냥 계속 이렇게 눈을 감고 잠들어버리고 싶었다. 바람이 수풀을 헤집고 지나가는 소리 또한 들린다. 태형아 창문 좀 닫아 줄래.. 중얼거려도 답이 없다. 일어나기 싫은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기로 했다. 그러자, 암흑 속에서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던 우리, 조종사 대신 자신이 조종간을 잡은 채 억지부리던 정국이, 그리고 닥쳐오던 하얀 물보라.
- 쏴아아아아아...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맞추어 눈을 번쩍 떴다. 보드라운 모래가 얼굴 밑에 깔려 있었다. 또한 눈 앞에는 나무로 빼곡히 찬 숲이 펼쳐져 있었다. 벌떡. 나는 상체를 재빨리 일으켰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망망대해.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존재하는 것은 바다 뿐인 풍경. 그리고 내게서 좀 떨어진 곳에 죽은 듯 늘어져있는 한 사람. 멍해진 정신을 뚫고 이름이 튀어나왔다.
"태형아...?"
쓰러져있는 사람이 김태형이라는 것을 파악한 순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쪽으로 달려갔다. 쓰러져있는 김태형의 몸을 빙글 돌렸다. 굳게 닫혀져있는 두 눈. 나는 김태형을 흔들었다. 태형아, 일어나. 반응이 없다. 조금 더 세게 흔들었다. 태형아, 태형아아, 일어나봐.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그가 숨을 쉬고 있는가를 확인했다. 그러나 코 밑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도 숨결이 느껴지지 않았다. 안 돼, 안 돼. 나는 불안함에 입술을 짓씹으며 심장이 뛰고 있는가를 확인했다. 다행히 뛰고는 있었지만 박동이 미약했다. 어떡해, 어떡해야 하지. 인공호흡을 해야 돼...!
예전에 배운대로 몸을 바르게 눕혀서 기도를 확보하고, 숨을 불어넣자. 침착해, 침착하게 하는 거야. 태형이 살아있잖아, 태형이 살아있는 거잖아. 미약하지만 심장은 뛰고 있잖아, 그렇지? 나는 입을 크게 벌려 김태형의 입 안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것을 몇 번 더 반복한 후, 이번에는 두 손을 포개 심장 부근을 압박했다. 몸무게를 실어 압박하는 내 행동에 따라 김태형이 맥없이 흔들렸다.
"제발, 태형아,"
물보라가 집어삼키기 직전 나를 꽉 감싸안던 김태형을 떠올리자 울컥 치솟아 오른다. 있는 힘껏 손에다가 힘을 실어 누르고 있는 건데, 아파해야 하잖아, 너. 조금만 아프게 때려도 엄살부리던 너잖아 태형아. 그런데 왜 안 그러는 거야, 왜, 왜!
"일어나아....."
인공호흡을 반복하고, 미끄러지려는 양 손을 포개어 그의 가슴 위에 올려놓고 있던 나의 시야가 자꾸 흐려지려 했다. 나쁜 놈아, 빨리 일어나란 말이야. 나 여기가 어딘지 하나도 몰라. 네가 알려줘야 하잖아, 너가 데려온 거잖아. 소리없는 눈물이 뚝뚝 떨어져내렸다. 압박하던 손길은 점점 어긋나고 만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술을 잔뜩 짓씹었다. 행운의 사자잖아 김태형. 그 때였다. 콜록, 하는 소리와 함께 들썩이는 몸이 느껴졌다.
"겁나 아프네... 갈비뼈 하나 나간 거 같은데."
김태형이 나를 보며 웃어보였다. 힘없이 늘어져있던 팔이 들어올려져, 나를 제 가슴팍으로 끌어당긴다. 감싸안은 김태형의 입에서 삑사리가 담긴 말이 흘러나왔다. 체리야, 나 죽은 줄 알았어? 그렁그렁한 눈으로 절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건지 아픈 미소를 단 채 계속 그랬다. 경치가 너무 좋아서 잠들어있던 것 뿐이야.
"어릴때는 이마 찧어도 울지 않았으면서 크니까 울보 됐네."
농담을 던지는 말에 그제서야 안심이 됐다. 나는 눈물을 닦고서는 씨이 하고 씩씩거리다가, 때리지는 못하고 그 대신 김태형을 와락 껴안았다.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대답없이 부드럽게 뒷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채 진정되지 못하던 마음이 비로소 평화로워졌다. 나를 달래주고 몸을 일으킨 김태형은 낯선 풍경을 휘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질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 반응에 한숨을 쉬었다. 아까와 같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김태형이 있어서 그런가 심각하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정신을 잃은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나봐."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던 김태형은 바지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어 손가락을 잠시 놀리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바닷물 먹었다. 그 말에서 여기가 어딘지, 지금이 몇 시인지조차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조차 먹통이 되어버린 것을 알 수 있었다. 힘이 쭉 빠졌지만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나는 입을 열었다.
"정국이는 어디 있지? 그 애도 여기 있겠지?"
"아마? 바다에 빠져 죽지 않았다면."
"........."
"그렇게 심각한 표정 하지 마, 살았을 거야. ...원래 좀 사차원인 사람은 쉽게 안 죽는다고들 하잖아."
맞는 말이었다. 머리통 한구석에는 그 애가 죽지 않고 멀쩡한 모습으로 깨어나 이 섬을 휘젓고 돌아다니고 있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민폐 장본인이지만 그래도 찾는 게 맞겠지. 김태형과 시선을 교환하여 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를 따라 일어선 김태형은 아까 잠시동안이었지만 숨을 쉬지 못한 탓인지, 잠시 비틀거렸다가 곧 똑바로 섰다. 괜찮아? 걱정스럽게 묻는 말에도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웃는다.
추락해서 어느 섬에 당도한 걸까. 큰 이파리들을 헤치고 지나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가 원래 가려던 곳은 플로리다 쪽이었으니 아마도 그쯤이겠지. 그러면 사람도 살고 있겠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치기에는 섬이 너무나도 조용했다. 마치 우리들 빼고 아무도 없다는 것처럼. 앞으로 두세 시간 정도면 해가 질 것 같다. 그 전에 정국이를 찾아야 하는데. 차라리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면 걱정되지도 않을 텐데, 그래도 몇 번 봤다고 걱정이 되는 거다. 물론 만나면 싸다구를 몇 번 갈겨줘야겠지만.
- 펑,
"들었어?"
왼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나는 앞서 길을 만들던 김태형을 붙잡았다. 그러나 김태형은 아무것도 듣지 못한 표정이었다. 나는 방금 전 뭐가 터지는 소리가 나지 않았냐, 고 물으려 했지만 그런 내 말보다는 뒤이어 들려오는 폭발 소리가 더 빨랐다.
- 쾅!!!
폭발음에 멈칫한 것도 잠시, 무언가를 직감한 우리들은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뛰어갔다.
숲을 빠져나오자 보이는 것은 반쯤 불타고 있는 헬기였다. 우리가 타고 온 헬기가 확실했다. 옆으로 뉘여 처박혀 있는 헬기의 조종석 문은 굳게 닫혀있는 채였다. 저기에 정국이 있는 거 아니야? 정신을 잃은 채 안에서 쓰러져, 미처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소름이 쫙 돋았다. 아, 안돼. 아직 조종석까지 불길은 닿지 않았다. 2차 폭발이 있기 전에 빨리 가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막 달려가려던 나를 김태형이 붙잡았다.
"미쳤어? 불길 안 보여?"
"저 안에서 못 나오는 거 아니야? 그러면 구해야 되잖아!"
"내가 갈테니까 넌 여기 있어."
"그게 무슨,"
아까 나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던 네가 간다고? 나는 성큼성큼 앞서나가는 김태형을 붙잡으려 쫓아가며 소리를 질렀다. 태형아 안 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걷던 김태형이 헬기쪽으로 가까워지는 순간, 좀 더 큰 폭발음이 나면서 헬기 전체가 모두 불길에 휩싸였다. 나는 제자리에 멍하니 섰다. 눈앞에서 사람 한 명이 죽었다. 헬기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김태형의 뒷모습. 정국아. 알고 있는 이름을 불렀다. 물론 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정국아!!!!"
" - 나 불렀어요?"
?!
상큼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우리를 보며 아주 멀쩡하게 서 있는 정국이. 이게 뭔....? 허탈한 얼굴로 걜 쳐다보는 김태형의 심정도 별 다를 것은 없었으리라.
나름 로맨스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허허 |
와훠 이게 4편 이게 얼마만이죠 약 2주만에 돌아왔네요 아이 기뻐라 쓰차 주길것이다...주길것이야 쓰촤... 이 글 장르가 뭔가 하시겠죠? 로코 지향이라 했지만 사실 몰라요 저도 다 쓰면 알겠죠(?)
애들이 달달구리하게만 사귈 줄 아셨다면 그건 경기도 오산 저는 순탄하게 이야기를 진행할 생각이 없습니다(악마
조난당한 여주와 태형이 그리고 뎡국...ㅎ 앞으로 이어질 내용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요 그 중 한부분이 바로 이 섬 이야기랍니다!
자...여주는 무사히 섬에서 탈출해 2차 수강신청에 성공해서 2학기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요...!! 저는 휴학해서 이제 1년간 학교 안 가지렁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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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s2 |
<1기 암호닉 분들> #그대에게/~계란말이~/오하요곰방와/♡20♡/틸다/♥MLJS♥/민군주짱짱맨/심슨/옥수수수염차/0070/0207/0221/0309/0328/0419/0515/0526/0528/060909/06130310/ 0724/0902/1001/10041230/1013/1029/11023/1211/1234/2330/414/423/627/66♥♥/6번탄소/818/8개월/980703/990419/abcd/BTS방탄소년단/CGV/chouchou/eeggg/J/nameless/Remiel/Rosebud/ 가온/가위바위보/간장밥/감귤/감자/감자감자펀치/감쟈/갓찌민디바/갓태형/강변호사/강여우/개떡/건감깡/검더리/게살버거/겨란/겨울냄새/계란후라이/계피/고구마/ 고등어민윤기/고래야/고룡/고미/골드빈/곰지/공대생/공정쟁/관계의회복이에요/굥기굥기/굥기는맑음♥/굥기요정/구구콘/구기네/구름/국숲/국정전/군밤양갱/군주의정석/규짐/그뉵쿠키/ 그레/금붕/기디/기화/김밥의미학/김석진센빠이/김태태/김태형하트/깜비/깡바/꼬깔콘/꼬마이모/꼬이/꽁냥꽁냥/꽃길/꽃님/꽃봄/꾸기꾸기/꾸깃꾸깃/꾸꾸/ 꾸꾸기/꾸꾸야/꾸꾹이/꾸민/꾸엥/꾸쮸뿌쮸/꾹꾹이/꾹냥꾸가냥/꾹블리/꾹빵/꾹아가/꾹젼/꾹콩/꿀떡맛탕/꿀띵/꿈빛/꿍꾸/꿍디/뀨기/뀨뀨/ 뀨루뀨뀨루/뀩/뀰/끙챠/낑깡/낑챠/나라빛/나야나/나연/나의 그대/나의별/나인/나침반/난석진이꺼/날봐태태/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남쥰/내마음의전정쿠키/ 내맘에니콩/너랑나/너만볼래/넬오라인/녹차라떼/누가보면/눈부신/눈뷔신태양/뉸뉴냔냐/늘봄/늘품/닉태형/다곰/다다눌/다름/다소니/단미/단호박쓰/달꾸/ 달님/달달한비/달려라방탄/당근/대두/더푸/덤불/덩율곰/데이먼/도비/도손/독자1/돈까스/됼됼/두둠두둠/두둠칫/두뷔두뷔둡/둘리여친/둡부/둥그랗게/둥둥/ 둥이마망/들레/디보이/딘시/딩가/또또/또롱/또이/또치/뚜벅뚜벅/뚱이/뜌/띠뚜/띠리띠리/라블리/라온하제/라이언/라일락/라임슈가/라즈베리에이드/ 레몬/레몬사탕/레인보우샤벳/로봇시계/로제/론/루이비/룬/리블리/리자몽/마리/마망고/마앙개애/마이크로칩쿠키/마지/마틸다/막꾹수/말랑/맙소사/망개는망개야/ 망개떠억/망개똥/망개베리메리체리/망고/망고꾸기/망무망무/매직레인/매직핸드/맨투맨/맴매때찌/머루/메리딸기/메리뮤/멜랑꼴리/명언/명탐정코코/모찌/모찌모찌해/모찌한지민/모찌햄찌/ 몽구스/몽또몽또/몽쉘/몽유/몽자몽/몽총이덜/무네큥/무리/무민/무지개소녀/무지티/물결잉/물망개/뮈뮈/뮹딩/미끄럼틀/미니꾸기/미니미니/미랑아/미름달/ 미미/미스터/미역/미자탈출/민군주♥/민들레설탕/민설탕수육/민윤기 코딱지/민윤기/민윤기군주님/민윤기다리털/민윤기예쁨보스/민윤기천재짱짱맨뿡뿡/민트/민트초코칩/밀짚모자/밀키/밍/밍도/밍뿌/ 밍아/바라기/바비/박력꾹/박여사/박지민/박침침/반딥/밤공기/밤비/밤열한시/밤이죠아/밥한끼해요/방소/배고프다/백허그/베네/베리메리/베리베리/벨베뿌야/ 별콩벌콩/보라도리/보마/보호/복숭아츄/본시걸/부농이/부들부들/불고기/붕붕카/붕어/뷔까번쩍/뷔던/뷔랑이/뷔밀병기/뷔뷔뷕/뷔여워/뷔키/뷩꾹/브이백/ 블락소년단/비글/비글워터/비눗방울/비데/비림/비븨뷔/비비빅/빙봉/빅토리아 시크릿/빙그레/빠밤/빡찌/빨강/빵떡아 좋아해/빵빠레/빵빵/빽쮸/뽀로로/뽀야뽀야/뾰로롱/ 뿌Yo/뿌뽀뿌/뿡뚱/뿡뿡99/뿡뿡이/쀼/쁄/삐리/삐삐까/삥꾸/사과/사랑꾼/사랑둥이/사랑별/사랑사랑사랑/사랑아태태해/사막여우/산들코랄/살구잼/삼월/상큼민트/ 새벽/새벽밤/새벽별/새우/샤군/서영/설레임과자/섬혜/섭징어/성인정국/세레니티/세일러문/세젤예세젤귀/소금/소녀/소심/소진/소청/솔랑이/솔트말고슈가/솔트액/ 솜지/송아리/수마이/순대곱창/순별/순수/순심아버지/순이/숩숩이/숲늘/슈가슛/슈비슈비/슈웩/슈팅버블/슙디/슙슙이/슙큥/스케일은 전국/스티치/시나몬/ 시에/식염수/싸라해/싸운날/썩은촉수/ㅇㅅㅇ/아니두/아띠아띠/아망떼/아몬드/아침에비타민/안돼/알/알바하는 망개/암소/애기동자/애플릭/애플파인/액희/야꾸/ 야호야호/양념치킨먹닭/양슙/어른꾹꾹/에그/에이블/에이치/엑스/엔젤/엔젤안녕/여름달/여름방학/여지/연꽃/연두/연이/연화/열꽃/열오/열원소/ 예찬/예화/오레오/오빠/오타/오호라/온도니/옮/와싯/와장창/왕부채/요괴/요랑이/요정이야사람이야/우니꾸기/우동/우리사랑방탄/우린/우와탄/우유퐁당/ 운전/웁윱/워더/월드콘/윈다/윈터/유뇽뇽/유니/유뜨/유루/유월/유자/유자차/유자청/유쟌/윤기와 산체/윤기의 봄/윤기이진/윤꾹/ 윤맹/윤이나/율예/융기태태쀼/융융/융기융/융융힝/은갈칰/음오아예/응캬응캬/인생꾹팅/일게수니/임세명/임슈가/입틀막/ㅈㅁ/자라/자몽/자몽더쿠/ 자몽맛망개/자몽석류/자몽선키스트/자몽슙/자몽이즈뭔들/자몽주스/자몽쥬스/작가님사랑해요/작은별/재영이/전.정국/전아장/전정국오빠/정감/정개/정국아블라썸/정국이마누라/정근/정글벙글/정꾸요미/ 정콩국/제티/조붱/조삼효/조은나래/존경/종구몽구/종구부인/주름/주지스님/줍줍/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지니/지듀/지민새끼손가락/지민채율/지안/지우개/지호/진진/ 짐나왜숨니/짐니뿌뿌융/짐빈/짐짐/징징이/짜근/짜몽이/짝짝/짹짹이/쩡구기윤기/찐망개/찜침/참치미/창가의토토/채영/챙으니/챠이잉/챠챠/처음처럼/ 천상여자/천재민윤기/천하태태평/청보리청/청퍼더/체리/체리맛사탕/체리메리미/체셔리어/첼리/쳌쳌/초딩입맛/초록비/초코마카롱/초코붕/초코생크림/총총총/쵸코두부/춍춍/추억/ 충전기/츄러스츄/칅칅칅/치즈/치즈빙수베리빙수/치카 초코/칙촉/칠태/침쨔/침침럽/침침모찌/침침하다/침탵/카라멜마끼아또/카페라떼도둑/칸쵸/커몬요/커잠정쿠키/코코/코코몽/콜라/ 콧구멍/콩콩/쿄쿄S/쿠맘/쿠요/쿠우쿠우/쿠키/쿠키앤크림/큄/크슷/태굴/태꿍태꿍/태둥이/태랑이/태백/태태(김태형)/태태/태태뀨/태태마망/ 태태사랑태태/태태한 침침이/태형아/탱탱/탵태/텐텐/토깽이/토끼/토마스/토마토는맛있어/퉁퉁이/팅팅탱탱/파란/파티/팔이/팥빵/팬케이크/퍼퐁/펄맛/포마토/ 포키/퐁퐁/푸들푸들/풀네임이즈정국오빠/퓨어/플랑크톤회장/피리부는아이/피카피카/핑몬핑몬핑몬업/하누월/하늘하늘해/하람/하리보/하이얀/하트반지/핫초코/항암제/햄버거/햄찌/햄키♡/ 행기/허니자몽/허블/헐마이니/헤헤태형/현/현이/형아/호두마루/호비/호비요정/호비호비/호빈이/호빗/호석이몰래/호시기호식이해/호어니/홍삼/홍시/ 홍홍/화개장터/환타/황금올리브유/황막꾸기/황토색/후르츠눈꽃빙수/흥흥/흩어지게해/흰색/히동/ * * * @천일/7896/♡이마♡/하트태태하트/0115/0506/0623/1022/1023/1102똑/1158/1220/3x8/8ㅁ8/9852/ 계탈수니/고기/고다/고답이/고대가고싶다/곰씨/굥굥/굿베베/권지용/귀요미/그래영/기태혀/김냥/김석진사랑해요/김자반/김태팡/까까/까꿍이/꽃소녀/꽃오징어/ 꽃진/꾸꾸꾹/꾸루꾸루/꾸잉/꿀돼/낙화유수/녹차잎/니베아피치립밤/닉주디/다도해/다람이덕/다홍빛/단리/단아한사과/달다리/달콤윤기/대박나자/댐므/더럽꾹럽/동상이몽/ 둘셋/따시따시/딸기쨈/딸기탱탱/또비또비/또잉또인/라임/라코/라프/랩런볼/레몽/레이첼/마농/마리스코티/망개한지민/망망이/목소리/몬무이/미늉/민슈팅/ 민윤기기윤민/바나나우유/바닐라라떼야/바다맛사탕/바람에날려/박지민다리털/백/베리믹스에이드/복숭아꽃/봄플/부니야/불타는고구마/붸이붸/뷔켜/비누/뿌까/뿔테/삐삐걸즈/사과즙/새우깡/서유윤/ 세이쓰/섹시태형/소년방탄단/슈퍼침침/슙비둡비/슙슙슈룹슙/스고이김태형/스삼/스페셜캔디/아리랑/안녕진아/얄루얄루/양념치킨/어화둥둥내진이야/여릉잉/오빠미낭낭/오윈/오페라/와와/완뚜꽁/ 요2/요롱코롱/용달샘/우리집엔신라면/우연/우유/원형/위티/윈터/윈트/유레카/유비/유자마카롱/유자에이드/윤기야 나랑 살자/윤민기/윤치명/융깅얌/이월십일일/ 일반여자/일일구1/있잖아요..?/자몽몽몽/저장소666/전막내/정꾸기냥/정꾸마망/정꾸야/젤귕/젤라/즌증구기/지민이랑/진리/짱짱구리/쪼꼬망개/쫑냥/쭈꾸미/쮸뀨/찐빵/ 참기름/책가방/청포도/체리마루/체리블러썸/초코퍼지/취해쏘/침구/쿠마모토쿠마몬/쿠우마몬/쿠키가게/쿡/크왕/탄저균/태누나/태링링/태태요정/태형아김태형/태황제/테형이/ 텐텐/토끼굴그래피티/토끼정/토마토마/피닝/핑가/하얀레몬/허니레몬/화이탱탱/황새/후니/후엥/흥탐/희망빠/
<2기 암호닉 분들> 인연/어른공룡둘리/딸기빙수/망고슈/방톨이/진라떼/윧/냉채족발/Milky/뒷방마님/눈꽃ss/빛나무/잘 읽었습니다!/딸기/디셈버/딩동/헤융/다송/쌈장/피터팬/민피디 니니/깡통/스타일/777/메기/뷔주얼/한라봉/가나/꿍꿍/#침쁘#/시니/바나나칩/뮬란/err4/꾸기/전정국 극성맘/핫탱/쿠야/태리둥절/으아이/ 고고싱/메첼/즁이/쿠쿠/스프라잍/설탕니/너라는별/돵돵/#아미/탄둥이/푸른하늘♥☆/민트자몽/침침빵/김시준/모찌섹시/뚜시뚜시/뷔야/분홍/문준휘/슈가나라/ 캉탄/청록/피짜/과일장수/제이뷔/이첼/이졔/니나노/스팸/아현이/쿠마몬/모지리/뷔티뷔티/라슈라네/꾸기여미/스노우볼/육개장/현질할꺼에요/복쯍/12300/ 태형문화재/츄파츕스/너라는태형/고여비/이브/티토티토/채린별/나진/헐투헐/막대사탕/생태/화이트초코/순살/군주님/*자도*/안녕엔젤/웃음망개짐니/낙화유수/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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