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하나만 알아둬, 내 인생에 너같은 아이는 네가 처음이었다는 걸.
[세븐틴/김민규] 서울쥐와 시골쥐
w. 뿌존뿌존 with 밍꾸
"아가, 엄마가 책 읽어줄까?"
"응!"
"서울쥐와 시골쥐"
"엉? 이거 아빠가 쓴 책이네!"
"응 맞아"
-
시골 쥐의 친구가 말했어요.
"얘, 내일이면 서울에서 서울 쥐가 온대!"
"세봉아, 내일이면 우리반에 전학생이 온단다"
"전학생요?"
처음이었어.
전교생이 30명인 이 조그마한 학교,
그리고 단 50가구만이 사는 이 조그만 마을.
"안녕, 나는 안양에서 전학 온 김민규라고 해"
"민구.....?"
"민규"
"밍규.......?"
"민, 규"
"아, 안녕 밍구"
네 이름을 발음 하는것 조차도 어려웠지만,
그래도 처음이었으니까.
너도 내가 처음이었고, 나도 네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
서울 쥐는 시골 쥐의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골 쥐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서울쥐는
그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답니다.
"으에- 이게 뭐야!"
"모-"
"이게 뭐야? 벌..벌레 잖아!"
"귀뚜라미잖아!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으앙- 나 너랑 안 놀아!"
내가 네게 귀뚜라미 튀김을 건냈을때가 아직도 생생해.
아무렇지 않게 입안으로 귀뚜라미를 집어넣는 날 보고 잔뜩 일그러지던 네 얼굴.
샐풋 미소 지으며 내 입에 입 맞추던 네 숨결이 잦아든것도 그때쯤이었을까?
그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밍구, 내가 널 많이 좋아했었단걸 말야.
-
어느새 시간은 흘러흘러 서울 쥐가 서울로 떠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시골 쥐는 서울이 어디인지 몰랐기에 시골에 가만히 앉아 서울쥐를 기다렸습니다.
"밍구야"
그날은 눈이 지독히도 많이 오는 날이었지.
그땐 꽤 커버린 나였지만,
눈은 내 허리만큼 쌓여 내 옆집인 너의 집까지 가는것도 너무 힘들었어.
한글을 읽게 되고, 근의 공식이 무엇인지 알게 됬음에도
널 민규가 아니라 밍구라고 불렀지.
왜일까? 그건 모르겠어.
그저 밍구야, 하고 부르면 미소지으며 뒤돌아보는 네 모습이 좋아서 그랬었나봐.
내가 네 집앞에서 널 아무리 불러도 넌 아무 기척조차 없었어.
그리고 떠올렸지,
"세봉! 나 곧 안양으로 돌아가!"
"안양?"
"응! 내 고향!"
"왜애-?"
"그야, 내 고향이니까!"
"그럼 우리 못봐?"
"그런 슬픈 얼굴하지마- 사진! 사진!"
그리고 너와 내가 입 맞추던 예쁜 사진을 건네던 네 슬픈 얼굴.
그 얼굴을 떠올리니까 나도 너무 슬퍼졌어.
네 곧, 이란 말이 오늘인지 난 꿈에도 몰랐거든.
그리고 난 눈 위를 걸으며 계속 울었어.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이 계속 얼어서 볼이 트고
콧물이 얼어 코 밑이 아려왔지만 아무것도 필요없었어.
난 그저 그땐 네가 너무 미웠으니까,
-
시골 쥐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답니다.
서울이 어디인지 알게 된 시골쥐는 더 이상 서울쥐를 기다리지 않았어요.
서울 쥐는 돌아오지 않을테니까요.
"세봉아, 이제 너까지 서울로 떠나면 우리 마을엔 젊은 것들이 하나도 남지 않아-"
"아빠, 미래를 위해 떠날래요"
"그럼, 연락 자주 하렴 아가"
"네 아빠"
머리 위로 부서지는 예쁜 태양을 벗삼아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오른 열차.
그 옆으로 흐르는 너와의 예쁜 추억.
열차가 강가를 지날때면 미꾸라지를 잡으며 즐거웠던 너와 내가 보였고,
열차가 들판을 달릴때면 잠자리를 잡겠다며 뛰어다니다 넘어진 나를 보며 울음을 터뜨리는 네가 보였지.
'이젠 다 옛날 얘긴걸"
밍구, 네 예쁜 이름 만큼 우리의 예쁜 추억도 열차의 속도만큼 빠르게 바래지고 있었어.
어린 너와 나는 이미 훌쩍 커버렸잖아.
서울로 향하는 나는 그렇게 눈을 감았지.
-
서울로 향한 시골 쥐는 서울의 바쁜 삶에 지쳐버렸습니다.
하지만 시골 쥐는 행복했습니다.
왜냐구요? 서울엔 서울쥐가 있었으니까요.
"엄마! 그럼요, 시골쥐가 서울쥐를 만나서 행복해졌을까요?"
"글쎄, 그건 시골쥐한테 직접 물어봐야하지 않을까?"
"시골쥐가 시골을 떠나서 슬퍼했으면 어쩌죠?"
"맞아, 시골쥐는 서울쥐를 만났지만 더 슬펐을지도 몰라"
-
밍구, 서울엔 네가 있을까?
흔들리는 열차에 기대어 네 예쁜 얼굴을 계속 떠올렸어.
내게 입을 맞추고 볼을 잔뜩 붉히며 도망가던 네 그 에쁜 얼굴을.
밍구, 넌 참 예뻤는데.
-
그리고 툴툴거리는 너의 목소리.
"치, 그럼 서울쥐가 속상해하잖아!"
서울 쥐, 시골 쥐는 서울 쥐 때문에 찬란했으며, 예뻤대요.
밍구, 너도 나에게 그랬대요.